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0. 8.경부터 피해자 B(여, 37세)와 사귄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0. 10. 28. 22:30경 인천 미추홀구 C아파트 XX동 XX호 피해자의 집거실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피해자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자 피해자에게 “야, 옷 벗어”라고 말하고 강제로 피해자의 옷을 벗긴 후 양쪽 다리를 들어 올려 피해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양쪽 팔을 비틀어 안방으로 끌고 가 피해자를 강제로 침대에 눕힌 후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반항하는 피해자의 한쪽 다리를 손으로 강하게 누른 채 다른 손 손가락 여러 개를 피해자의 음부에 수회 집어넣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폭행으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피해자를 강간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급성 질염, 자궁 및 질 출혈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2. 판단
가. 기초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은 2020. 2. 10.경 유흥주점에서 종업원인 피해자를 처음 만났고, 2020. 3.경부터 피해자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하였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전날인 2020. 10. 27. 저녁 후배가 운영하는 유흥주점을 방문하였다. 피고인은 2020. 10. 28. 오전 1시 43분경 피해자에게 “출발했어”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밥을 먹지 않았다는 피해자를 위해 생선회 등을 구입한 후 2020. 10. 28. 오전 2시 59분경 피해자의 집에 도착하였으며 피해자와 함께 식사를 한 후 잠이 들었다.
3) 피해자는 2020. 10. 28. 오후 3시 24분경 피고인에게 “오빠가 얼마나 상대방한테 상처주고 무시하는지 모르지, 그러다 진짜 악한 사람 만나면 크게 배신 당할 거야.
오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야.나한테 그렇게 심하게 대한거 꼭 기억하며 살께”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4) 피고인은 2020. 10. 28. 오후 5시경에 잠에서 깼고, 저녁 6시 32분경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탕수육을 주문하였다. 피해자는 저녁 6시 35분경 음식과 함께 마실 맥주를 사러 가기 위해 혼자 집을 나섰고, 맥주를 사온 후 피고인과 함께 마셨다.
나. 관련 법리
1)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터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가 진술한 피해사실 중 일부에서 위와 같은 신빙성이 결여되어 그에 관한 공소사실의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되고 나아가 그 부분 피해자의 진술이 단순한 신빙성의 부족을 넘어 허위로 꾸며낸 것일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면, 나머지 피해사실에 관한 진술만은 유독 진실할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진술 내용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등을 치밀하게 검증하여 그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참조).
2)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5395 판결, 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도4462 판결 등 참조).
다. 강간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폭행·협박에 관한 공소사실의 증명 여부에 관한 판단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 사실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피고인과의 성행위 이후 피해자는 하혈을 하였고 이 사건 발생 다음날에 작성된 성폭력피해자진료기록에 따르면 피해자의 양 허벅지에서 점상출혈이, 오른손등과 종아리, 어깨에서 멍이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본 인정사실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폭행․협박으로 피해자를 간음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항거불능 또는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의 의사를 제압하고 간음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과 피해자 간의 다툼의 경위
이 사건 하루 전날 피고인이유흥주점에 갔을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간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더하여 피해자가 그 다음날 새벽까지 밥도 먹지 않은 채 피고인을 기다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이유흥주점에 갔다는 사실에 대하여 상당히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사업이 잘 되면 본인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고, 2020. 8. 7.에는 이별을 통보하면서 본인이 피고인에게 준 1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였으며 2020. 8. 25.에는 언제 즈음 이사를 갈 수 있냐고 묻기도 하였다. 이 사건 발생 이틀 전인 2020. 10. 26.에는 ‘아파트를 준다는 약속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답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집에서 나가달라고 한 경위에 관하여 “예, 그 말을 한 계기가 그때 본인이 사업을 하는 게 있는데 그거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이 얼마가 나가고 그런 이야기를 하길래, 나는 잘 몰라. 계산도 안 되고라고 했더니 저희 부모와 저를 무시하는 말을 한 것입니다”라고 진술한 점까지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진술대로 이 사건 당일 피고인과 피해자는 아파트의 증여세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크게 다투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는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피고인이 사업이 잘 될 경우 피해자에게 회사의 이사직과 아파트 한 채를 주겠다며 피해자를 기망하고 돈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피고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피고인은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2) 이 사건 발생 이전의 상황
가) 피해자는 수사과정 및 이 법정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범행 발생 이전의 상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와 다툼을 한 것은 맞지만, 피해자와 사귀는 동안 다툼 후에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하면서 화해한 적이 있고, 이 사건 당일에도 피해자가 맥주를 마신 후 먼저 성관계를 요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피해자의 진술처럼, 다툼 끝에 이별을 결심하고 상대방에게 이를 통보하였으나 상대방이 이를 무시한 채 음식을 주문한 상황에서 함께 술을 마신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피해자는 피고인이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먼저 술을 마실 것을 제안하였다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피해자가 위와 같은 행동을 한 특별한 사정, 즉 피해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피고인이 평소 본인의 인맥 등을 과시하며 피해자를 협박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로서는 쉽게 이별을 강행할 수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2020. 2.경부터 이 사건 범행 이전까지 피고인과 피해자 간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및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는 이 사건 이전에도 피고인과 다툰 후 피고인에게 이별을 통보하거나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별을 거부하거나 일방적으로 만남을 강요한 내용 역시 확인할 수 없다. 오히려 둘 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당일에도 피고인과 피해자는 다툼 이후 평소와 같이 화해를 하는 과정에서 함께 술을 마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범행이 이루어진 장소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거실 현관 바로 옆에서 탕수육을 먹던 중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위 장소는 집 안에서 나는 소리가 외부에 잘 들리는 곳이라는 점에 관하여는 피고인과 피해자 진술이 일치한다. 즉,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거실에서 방으로 끌고 간 경위에 관하여 위와 같은 장소의 특수성을 들었고,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도 “현관 바로 옆이었는데, 담배 피운다고 현관 옆 철문도 열어놓고, 전실에 있는 창문도 열어놨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이 3층이고, 저희 집 바로 밑이 실외 흡연실입니다. 그 당시 남자 둘이 담배 피우러 나와서 떠드는 소리를 듣고 제가 더 큰 소리로 하지 말라고 하면서 펑펑 울면서 저항하니까 그때 안방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고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저항하는 소리가 밖에서 충분히 들릴 수 있는 위험을 부담하면서 피해자를 강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지적하자 피해자는, “그 시간이 10시 반이라 거의 담배 피우러 사람들이 안 오니까, 그리고 소리가 안 나니까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며 종전 진술과는 다른 취지로 답변하였다.
4) 피해자의 멍 발생 부위
피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도 동일한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진술대로, 피고인(키 167cm, 몸무게가 86kg)이 강하게 저항하는 피해자(키 158cm, 몸무게 45kg)의 양팔을 잡고 피해자를 아파트 현관에서 안방으로 끌고 간 후에 양손목을 잡고 강제로 성행위를 하였다면,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양손목과 양팔에 상당한 유형력이 가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발생 다음날 작성된 성폭력피해자진료기록에는 피해자의 오른쪽 손등의 멍 외에 오른쪽 또는 왼쪽 손목이나 팔에는 멍이나 타박상이 있다는 기재는 없고, 증거로 제출된 사진에 의하더라도 왼쪽 손이나 손목에 멍이나 타박상은 확인할 수 없다. 한편, 오른쪽 팔에 생긴 멍은 침대 프레임이 부딪혀서 생겼다는 피해자의 진술까지 고려해보면, 피고인이 양팔을 잡고 피해자를 거실에서 안방으로 끌고 갔고 강제적으로 성행위를 하기 위하여 양손목을 꽉 잡았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나아가 피해자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강압적으로 피해자의 성기 안에 여러 개의 손가락을 넣었다면,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외음부에도 상처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사건 바로 다음날 작성된 성폭력 피해자 진료기록에는 ’외음부에 특이 사항은 없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5) 피고인과 피해자 간의 평소 성관계 양태 및 피해자의 하혈
피해자는 이 사건 이전에도 피고인의 강압적인 성관계로 인하여 하혈을 하여 병원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면서 수사기관에 진단서 및 의무기록을 제출하였고, 피고인이 ‘성인 자위 성기구를 사용해 저를 괴롭힌 사실도 있다’는 내용이 담긴 피해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진단서 및 의무기록(증거목록 순번 8)에 의하면, 피해자가 2020. 6. 13., 2020. 6. 17., 그리고 2020. 9. 10. ‘강한 성관계 후 출혈’을 이유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각 당일 피해자가 피고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0. 6. 13. 및 2020. 9. 10. 피해자를 병원까지 데려다 준 후 진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2020. 6. 17. 평소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에게 중고상품 거래를 부탁하였으며 그 밖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강한 성관계’를 문제 삼은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오히려 피해자는 피고인에 의한 ‘강압적인 성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한 2020. 6. 17.로부터 3일 뒤인 2020. 6. 20. 피고인에게 자위한 녹음 파일을 보내면서 성기구를 사러가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하혈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강간이 이루어졌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6)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시점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성행위 이후 피해자의 집 안방에서 잠이 들었고, 그 다음날 오전 7시 35분경 피해자의 집에서 나왔으며 피해자는 같은 날 오전 11시경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피해자는 범행 발생 다음날이 되어서야 경찰에 신고를 한 경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우선, 앞서 살펴본 것처럼, 피고인과 피해자는 종종 다투기는 하였으나 피해자가 평소 피고인으로부터 협박을 받아왔다고 볼 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협박이 두려워서 이 사건 범행 직후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이 잠이 들었을 때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었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았고, 피고인의 협박이 두려워서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면서도 증거를 모으기 위해 피고인이 자는 모습을 촬영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잠에서 깬 후 피해자가 아프다고 하자 응급실에 전화를 걸기도 하였는데,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여 피해자가 하혈까지 한 상황이었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응급실로 데려갈 생각을 먼저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로서도 응급실에 갔다면,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응급실에 가지 않은 채 오히려 약을 먹고 잠을 잤다.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본인이 자는 모습을 촬영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 이후에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뺐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은 모두 믿기 어렵다.
7)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송금한 100만 원
피고인은 2020. 10. 29. 오전 7시 40분경 피해자의 집에서 나왔고, 오전 8시 34분경 100만 원을 피해자 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후 피해자에게 “관리비 11월2일까지 내는 관리비 방금송금했어, F은행 B으로 1백만원 송금했어, G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말고, 건강 항상 챙겨, 자존심 상하드라도 내년 말에 꼭 문자줘”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범행 이후 치료비로 쓰라고 하면서 100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한 반면 피고인은 ’이전과 같이 피해자와 화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파트 월세 등의 명목으로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피고인과 피해자는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고 있었던 점,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하기 약 3개월 전부터 피고인이 피해자를 대신하여 아파트 월세와 관리비 등을 납부하고 있었고,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이전인 2020. 8. 31. 피고인에게 관리비 납입을 부탁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에 의하더라도 ’치료비로 사용하라‘는 취지의 내용은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100만 원을 송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8) 피해자의 고소 및 불송치결정
피해자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오후 ‘술집에서 일해서 무식하며 아는 게 없다’는 등으로 피해자를 모욕하였고, 강간을 한 직후에 피해자를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감금하였으며 수사기관에 신고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는 등으로 협박하였다는 점을 비롯하여 피고인을 감금죄, 협박죄, 강요죄, 모욕죄, 주거침입죄 등으로도 고 소하였는데, 전자기록등내용탐지 혐의를 제외한 다른 혐의에 대하여는 불송치결정이 내려졌고 전자기록등내용탐지 혐의에 대하여도 검찰로부터 보완수사요구결정이 내려졌다.
라. 피고인의 성기 삽입 여부의 증명에 관한 판단
1)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당시 피고인이 강압적으로 성기를 삽입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손가락을 이용하여 유사 성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성기의 삽입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2)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기를 삽입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① 피고인은 2020. 8. 21. 제반 검사상 전립성비대증 및 발기부전으로 진단을 받았고, 그 이후 외래 진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②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발기부전이 아니라고 진술하면서, ‘피고인이 발기부전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서 피고인의 지인인 H을 참고인 조사를 해보라’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H은 이 법정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발기가 잘 되지 않아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피고인에게 필름형 발기부전 약을 준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피해자와의 성행위 이전에 비뇨기과에서 발기부전 치료를 위하여 처방받은 약을 복용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제출한 증 제21호증의 1, 2(각 약학정보원 의약품 상세정보)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이 복용한 ‘제대로 필구강융해필름 5mg’은 저용량 약으로, 예상되는 성행위 전에 복용하는 고용량 약인 제대로필구강융해필름 10mg과 달리 같은 시간에 꾸준히 복용하여야 한다. 한편, 위 약이 효과적이려면 성적 자극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더하여 피해자가 진술한 당시 범행이 이루어진 경위, 즉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집에서 나가라고 하자 피고인이 옷을 벗으라고 한 후 피해자의 상의를 위로 벗기고 밀쳐 넘어뜨린 후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자신의 잠옷 바지를 벗고서는 증인의 양쪽 종아리를 잡고 누른 후 삽입을 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진술한 것처럼 피고인이 위 약을 복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④ 피해자의 목과 팬티 등을 닦은 면봉에서는 피고인과 동일한 남성의 Y-STR은 검출되었으나 정액반응은 확인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외음부와 자궁경부를 닦은 면봉과 질 내용물에서도 정액반응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디엔에이형만 검출되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