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범죄전력]
피고인은 2014. 1. 7. 서울고등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2017. 6. 16. 같은 법원에서 위와 같은 죄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아 2018. 6. 22. 안양교도소에서 최종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전제사실]
피고인은 2019. 12. 11.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주식회사 B(이하 'B'라고 한다) 명의로 'C조합'에, 주식회사 D(이하 'D'이라고 한다)의 보통주 208,333주를 10억 원에 매도하기로 하면서, 만약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위약벌 10억 원을 부담하고,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E조합이 위 채무를 연대보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같은 날 10억 원을 지급받고도 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9. 12. 18.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B 명의로 'F조합'과 위와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20. 10억 원을 지급받고도 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E조합은 'C조합'과 'F조합'에 대하여 각 20억 원씩 합계 40억 원의 보증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구체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0. 1. 7. 서울 강남구 G 소재 H 사무실에서 E조합의 인수를 희망하던 피해자 I에게 'E조합은 조합 규정집에 기재된 채무 외에 다른 채무가 없다'고 거짓말하여, 위와 같이 E조합이 보증채무를 부담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피해자에게 E조합의 조합원들이 가진 지분 전체를 5,365,357,480원에 양도하여 위 조합원들이 이익을 얻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2020. 1. 7. E조합의 조합원이던 J에게 10억 원을 증거금 명목으로 지급하였다가 2020. 1. 22. J로부터 2,009,612,000원 상당의 D 보통주456,730주를 지급한 뒤 위 증거금 10억 원을 반환받는 방식으로 J의 E조합 지분13,650좌를 인수하게 하고, 2020. 1. 8. 같은 조합원이던 주식회사 K에 수표로 30억 원을 지급하고 주식회사 K의 E조합 지분 30,000좌와 주식회사 K가 보유한 D 보통주612,870주를 인수하게 하였으며, 같은 날 같은 조합원이던 L에게 D 보통주 612,870주와 355,745,480원 상당의 D 보통주 60,604주를 지급하여 L의 E조합 지분 40,000좌를 인수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J에게 2,009,612,000원, 주식회사 K에게 30억 원, L에게 355,745,480원을 지급하게 하여, E조합의 조합원들인 위 제3자들로 하여금 합계 5,365,357,48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E조합이 조합 규정집에 기재된 채무 외에 다른 채무가 없다'고 말하여 E조합의 C조합, F조합에 대한 각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숨긴 사실이 없다. 피해자는 E조합을 인수할 당시 위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고, 피고인과 E조합의 위 연대보증채무를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한 후, E조합을 인수하였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도 없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0. 2.25. 선고 99도4305 판결 등 참조).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8829 판결 참조).그리고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16도16343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이 사건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각 인정된다.
1) E조합은 D의 주식 및 경영권 인수를 위하여 설립된 투자조합이고, 피고인은 위 조합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자이다.
2) E조합은 전략적 투자자로서 다른 재무적 투자자들과 D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2019. 12.경 D의 주식 및 경영권을 약 1,000억 원에 인수하였다.
3)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B는 2019. 12. 11. C조합과 사이에 D의 보통주208,333주를 10억 원에 양도하기로 하고 아래와 같은 내용의 주식양수도계약(이하 '제1주식양수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E조합은 위 계약에 따른 B의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4) B는 2019. 12. 18. F조합과 사이에 D의 보통주 208,333주를 10억 원에 양도하기로 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이하 '제2주식양수도계약'이라고 하고, 제1, 2주식양도계약을 합하여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E조합은 위 계약에 따른 B의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제2주식양수도계약은 주식양도일이 '2019. 12. 30.'인 것을 제외하고는 제1주식양수도계약과 동일하다.
5) B는 2019. 12. 11. C조합으로부터 주식양수도대금 10억 원을, 2019. 12. 20. F조합으로부터 주식양수도대금 10억 원을 각 지급받았으나, 위 각 주식양수도계약에서 정한 양도일이 지나도록 위 각 조합에 D 주식을 양도하지 않아 위 각 조합에 대하여 기 지급받은 주식양수도대금과 위약벌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E조합은 위와 같은 금액 상당의 연대보증채무(이하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라고 한다)를 부담하게 되었다.
6) 피해자 및 그 대리인 N는 E조합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하여 2020. 1. 3.경 및 같은 달 4.경 O호텔 1층 커피숍에서 E조합 조합원 J, 조합원 L의 대리인 P, F조합의실운영자인 Q의 직원들 등이 모인 자리에서 피고인과 사이에 E조합의 채무 처리방안등에 관한 협의(이하 '1차 협의'라고 한다)를 진행하였다.
7) 피해자, N는 2020. 1. 7.경 및 같은 달 8.경 주식회사 H 사무실에서 E조합 조합원 J, 조합원 주식회사 H의 부회장이던 R, Q의 직원들 등이 모인 자리에서 피고인과 사이에 E조합의 지분 인수를 위한 협의(이하 '2차 협의'라고 한다)를 재차 진행하였다.
피해자는 2020. 1. 8.경 E조합 조합원이던 J로부터 E조합 지분 13,650좌, 주식회사 S로부터 E조합 지분 30,000좌, L로부터 E조합 지분 40,000좌를 각 인수하였다(이하 '이 사건 인수계약'이라고 한다).
8) F조합은 2020. 1. 23. E조합을 상대로 제2주식양수도계약에 따른 연대보증채권 20억 원을 청구채권으로 하는 채권가압류를 신청하여 2020. 2. 6. 인용결정을 받았으나(서울북부지방법원 2020카합20019), 2022. 2. 28. 위 가압류 취하 및 집행해제 신청을 하여 위 가압류의 집행이 해제되었다.
9) C조합은 2020. 2. 21. E조합을 상대로 제1주식양수도계약에 따른 연대보증채권 17억 원을 청구채권으로 하는 채권가압류를 신청하여 2020. 3. 3. 인용결정을 받았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20카단304), 2021. 11. 26. 위 가압류 취하 및 집행해제 신청을 하여 위 가압류의 집행이 해제되었다.
10) C조합은 2020. 3. 24. B와 E조합을 상대로 제1주식양수도계약상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17억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위 사건은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가단4783 사건으로 접수되었다가 합의부로 재배당되어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가합106570 사건으로 되었다), 2021. 12. 17.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인수계약 당시 피해자 측 실무를 담당한 T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는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이전에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피해자는 2차 협의 당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책임질 수 없다'며 E조합의 인수를 거절하였으나,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해결하겠다'는말을 듣고 이 사건 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T은 피해자의 사촌동생이자 부하 직원으로 피해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T이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허위로 진술할 만한 이유나 동기를 찾을 수 없으므로, T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2) 이 사건 인수계약 과정에 참여한 N, R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는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이전에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위 연대보증채무를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책임지기로 피고인과 합의한 후 이 사건 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F조합의 실운영자인 Q도 이 법정에서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이전에 피해자, N 등과 직접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처리방안에 관하여 논의하였고, 1, 2차 협의 당시 Q의 직원들을 보내 피해자 측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해결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므로, 피해자는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당연히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이러한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이전에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알았고, 피고인과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변제하기'로 합의하고, 이 사건 인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T, R은 '피해자는 당시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가 E조합과 관련된 채무이기는 하나, E조합이 아닌 피고인 개인이 부담하는 채무로 알았을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당시 적어도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가 E조합과 관련된 채무라는 점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3)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인수계약에 관여한 T, N, R, Q가 일치하여 "피해자와 N가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이전에 피고인이나 Q 등과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처리방안에 관하여 논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1차 협상 당시 E조합의 채권자들(피해자는 채권자들이라고만 생각했고, 누구인지는 자세히 몰랐다고 진술하였다)이 E조합의 채무변제를 독촉하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피해자가 E조합의 채권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 채무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 사건 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은 믿기 어렵다.
4) 한편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당시 E조합의 조합규약에는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E조합 조합원들이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조합채무로 승인하지 않았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피고인이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개인적으로 변제하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조합규약에 위 연대보증채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다.
살피건대, 이 법정에서 N는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 측에게 E조합의 채무내역을 제시하면서 '해당채무 외에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가 있으나, 그것은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T은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는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해서 조합규약에 따로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증언한 점, R도 "E조합 관계자들이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에 관하여 논의한 결과, C조합과 F조합의 투자금 20억 원은 E조합 계좌에 입금된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연대조합채무는 조합원들이 알지 못하는 채무여서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책임지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는 수긍할 만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당시 피해자 측에게 'E조합이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한다'는 사실을 숨겼다고 보기 어렵다.
5) 피고인이 2020. 2. 17. 피해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왜 이 사건 보증채무에 관하여 말하지 않았냐'는 취지의 피해자의 질문에 "아이고~ 하여튼 미안해요."라고 답변하였다는 점도 피고인의 기망행위를 스스로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당시 피해자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해결해주기로 하였는데, F조합의 가압류로 인하여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이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개인적으로 변제하기로 합의한 점, F조합은 2020. 2. 6. E조합을 상대로 제2주식양도계약에 따른 연대보증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는 채권가압류결정을 받았고, 그로부터 약 10일 정도 지난 시점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위와 같은 통화가 이루어진 점,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위 채권가압류 결정 이후 피고인과 최초 통화를 할 때에는 피고인이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당시 피해자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에 관하여 알리면서 피고인이 이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조금 상환이 늦어졌다'는 취지로 말하였으나, 다시 피고인에게 전화해서 항의하니 피고인이 '미안하다, 일을 수습하겠다'고 답변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사과한 것은, F조합의 가압류로 인해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게 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고지하지 않았음'을 시인하는 취지라고 단정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