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이유
무죄 부분 포함)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 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검사는 피고인들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주식회사 F(이하 'F'이라고 한다)로 하여금 18,004,774,492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주식회사 D(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E, 이하 상호 변경 전후를 불문하고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에 같은 액수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공소사실로 피고인들을 기소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에 입힌 손해액을 9,994,772,000원이라고 축소사실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나머지 위 인정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단순일죄의 관계에 있는 공소사실의 일부에 대하여만 유죄로 인정한 경우에 피고인만이 항소하여도 그 항소는 그 일죄의 전부에 미쳐서 항소심은 무죄부분에 대하여도 심판할 수 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500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포함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가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1) 피고인들
가)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가 보유하던 주식회사 H(이하 'H'이라 한다) 발행 주식 8,771,564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의 양도대금을 비상장 주식거래소 AK 시세인 1주당 1,002원에 따라 8,789,107,128원(= 8,771,564주 × 1,002원)으로 정하였고, 위 양도대금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거나 오히려 적정가액보다 높게 정해진 것이다. 원심이 사용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서 정한 평가방법(이하 위 법을 '상증세법'이라고 하고, 위 법 시행령에서 정한 평가방법을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이라고 한다)은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을 산정하는 데 부적절한 방법이므로 이 사건 주식의 양도대금이 위 방법으로 산정한 적정가액에서 기 설정된 질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금액에 미달하더라도 이 사건 주식의 양도로 F이 재산상 이익을 얻었거나 피해자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위 양도대금으로 이 사건 주식을 매도하였더라도 이로써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나 F에 이익을 취득하도록 한다는 인식하에 이 사건 주식의 양도대금을 정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들에게는 배임죄의 고의가 없다.
2) 피고인 B
피고인 B는 양수인인 F의 대표자인 사내이사로서 F의 대여금 채권을 변제받기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을 대물변제받은 수익자에 불과하며, 피고인 A의 배임행위에 가담한 바 없으므로 업무상 배임죄의 공동정범이라고 할 수 없다.
3) 피고인 C
피고인 C은 이 사건 주식의 발행회사인 H의 대표이사이자 피해자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2018. 7. 30. 임시주주총회 의사록에 날인하였을 뿐, 배임행위에 직접 공모하거나 가담한 것이 아니므로 업무상 배임죄의 공동정범이라고 할 수 없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형(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
나. 원심의 판단
1) 인정사실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J, F, 피해자 회사, G, H의 지분구조
① 이 사건 주식양도 당시 피해자 회사, J, F, H의 주식소유 현황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2017. 12. 기준). [순번 64번 수사보고(법인 지분율 정리), 1권 751쪽]
②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주식양도 당시, ㉠ G이 피해자 회사의 주식전부를 소유하고 있었고, 피고인 B는 G 주식의 35%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② 피해자 회사는 H의 95.14% 주식을 보유하여, H은 피해자 회사의 지배를 받고 있었으며, ③ 피고인 C은 F의 주식 40% 상당을 소유하고 있었다.
나) 피고인들의 직책
피고인들이 2012년경부터 원심 선고일 무렵까지 J, F, 피해자 회사, G, H에서 담당한 직책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다) 피해자 회사의 설립, H 주식 취득 및 질권 설정 등
① 피해자 회사는 2005. 7. 31. 주식회사 S의 물적분할로 설립되었고, 면방직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2012년경부터 2014년경까지는 피고인 C이 피해자 회사 발행주식의 40%를, 피고인 A가 20%를 각 보유하고 있었으나(그 외 W가 20%, X가 20%각 보유함), 2015년경부터 G이 주식 100%를 소유하게 되었다.
② 피해자 회사는 2012년경 H 주식의 95.14%를 97,896,182,000원에 취득하였고, 위 주식은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으로서 재무제표에 계상되었고 그 변동 내역은 아래 표와 같다.
순자산가액/장부금액 (단위: 천 원)
③ 2016. 6. 29. 피해자 회사, J, F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대여약정이 체결되었는데(수사기록 1권 42쪽), 피해자 회사는 위와 같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16. 7. 12.부터 2018. 6. 29.까지 이 사건 주식을 포함한 8,871,564주에 대하여 아래 대주들에게 질권을 설정해주면서 주권을 인도하였다.
④ 한편, 피해자 회사는 J, G, 피해자 회사의 H에 대한 각 차용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2012년경부터 H 주식 7,053,064주 내지 8,871,564주에 대하여 후순위 질권을 설정 및 갱신해오고 있었는데, 2018. 7. 4.경 피해자 회사는 위 ③항 대주들로부터 주권을 회수한 후 위 질권설정계약에 따라 H 주식 8,871,564주에 관한 주권을 H에 인도하였다. 2017. 12. 31. 기준 H 주식에 설정된 질권의 피담보채무액은 21,055,000,000원이다.
⑤ 피해자 회사는 2015. 10.경 운영을 중단하였고, 2017. 7. 12.경 E에서 D로 상호를 변경하였다. 2013년 이후 피해자 회사의 재무상태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단위: 원)
라) 이 사건 주식양도 경위 등
① F은 2018. 7.경 피해자 회사가 위 다)의 ④항 기재와 같이 대주들로부터 이 사건 주식을 회수하자, 피해자 회사의 F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것을 요구하였다. 피해자 회사와 F은 2018. 8. 1. 피해자 회사가 보유한 이 사건 주식을 8,790,671,488원에 양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다.
② 2013년 이후 H의 재무상태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단위: 원)
③ H 주식의 2017. 3.경부터 2021. 6.경까지의 AK 월별 시세는 별지 표1 기재와 같고, 2018. 7. 19.부터 같은 달 10. 15.까지의 AK 일별 시세는 별지 표2 기재와 같다.
④ 이 사건 주식양도 이후 피해자 회사의 F에 대한 잔존 단기차입금 채무는 10,169,845,000원이고, 미지급이자는 843,695,000원이다.
2) 원심의 구체적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이를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업무상임무에 위배하여 F에 9,994,772,200원 상당의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한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여 18,004,774,492원 상당의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공소사실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양도금액의 적정여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이를 종합하여, 피고인들은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AK 시세에 따라 양도금액을 결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주식양도금액인 8,790,671,488원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저평가된 결과라고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 회사는 H이 발행한 주식 총 9,325,219주 중 8,871,564주(95.14%)를 보유하고 있었는바, AK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은 전체 발행 주식의 4.86%에 불과한 극소량이었다.
②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이 체결된 무렵인 2018. 7.경 AK의 H 주식 일별 거래량은 최소 1건부터 최대 421건까지 분포되어 있는데, 총 31일 중 9일은 거래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소규모 거래만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고, 일평균 거래량은 53건에 불과하다.
③ 이 사건 주식은 H이 발행한 총 주식의 95.14%를 차지하므로 주식의 이전과 함께
지배주주의 지위도 함께 이전된다고 할 것인데, 이와 같은 특수성이 존재하는 주식 거래와 AK의 일반 주식 거래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다.
④ 피고인들은 이 사건 주식양도대금을 1주당 약 1,002원으로 산정하였는데, 이는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으로 산정한 1주당 평가금액인 4,542원의 1/4 정도 밖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 1주당 순자산가액인 5,678원의 1/5 밖에 되지 않은 금액이다.
나) 이 사건 주식가치의 적정한 평가방법 및 그에 따른 적정가액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이를 종합하여,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은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전제에서 산정된 2018. 8. 1. 이 사건 주식의 가치는 약 39,840,443,688원(= 1주당 순자산가치5,678원 × 주식 수 8,771,564주 × 80%)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① H은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높고(다만, 자산 중 부동산의 비율이 50% 이상인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은 아니다), 2013년 이래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하락하여 영업을 통해서 얻는 이익보다 H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현저하게 큰 회사인바, 그 주식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향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의 수익가치보다는 현재의 자산가치에 대한 평가가 H의 실제 가치를 더 정확하게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주식의 양도거래는 피해자 회사와 F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특수관계자간 거래에 해당하는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그 매매가액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
③ 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 제4항 각호에서는 '청산진행 중이거나 사업 계속이 곤란한 법인, 사업개시 전의 법인, 사업개시 후 3년 미만의 법인, 휴업·폐업 중인 법인 등에 대하여는 당해 법인의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사업 중인 법인의 주식의 실질가치가 순자산가치가 동일한 휴업, 폐업 또는 청산중에 있는 법인의 주식의 실질가치보다 낮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1주당 순손익가치가 영(0)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도 가중치의 합계를 5로 하여 평가하면 해당 법인의 1주당 가중평균액이 청산가치보다 낮은 가액으로 평가되는 문제점이 있는바,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가중평균한 가액이 1주당 순자산가치에 100분의 80을 곱한 금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1주당 순자산가치에 100분의 80을 곱한 금액으로 평가하도록 상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④ 원심의 감정보고서에 의하면, 2018. 6. 30. 기준 H 주식의 순자산가액은 52,951,285,394원이고, 1주당 순손익가치는 영(0)원이므로, 이 사건 주식양도 시점 무렵의 H 주식의 주당 적정가액을 4,542원으로 평가하기로 한다(아래와 같이 가중평가한 가액이 1주당 순자산가치의 100분의 80을 곱한 금액보다 낮으므로 1주당 순자산가치에 100분의 80을 곱한 금액을 이 사건 주식의 가액으로 한다, 원 미만 버림).
㉮ 1주당 순자산가치
5,678원(= 순자산가액 52,951,285,394원/총발행주식 9,325,219주)
㉯ 1주당 가중평가한 금액
2,271원[= {(순손익가치 0원 × 3) + (순자산가치 5,678원 × 2)}/5]
㉰ 1주당 순자산가치의 80%
4,542원
⑤ 따라서 이 사건 주식양도로 인한 피해자 회사가 입은 손해액은, H 주식의 적정가액인 39,840,443,688원(= 4,542원 × 8,771,564주)에서 기 설정된 질권의 피담보채권액21,055,000,000원을 공제한 금액과 실제 주식 양도대금 8,790,671,488원 사이의 차액 상당액 9,994,772,200원이다.
다) 이 사건 주식양도에 있어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이를 종합하여, 피고인들은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F로 하여금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 회사가 보유하던 H 주식을 1주당 1,002원에 F에 매도한 이 사건 주식양도는 H의 총 발행주식 94.06%를 차지하는 8,771,564주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그 장부가액이 43,250,901,000원(피해자 회사 전체 자산의 약 77.92%)에 달하는 것임에도 당시 피고인들은 적정한 거래가액에 관하여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한 바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AK 시세는 피해자 회사가 H 주식을 취득한 가액의 1/10에도 미치지않을 뿐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상증세법에 의하여 산정한 1주당 순자산가액의 1/5밖에 되지 않음에도 다른 평가방법에 의한 적정 거래가액의 산정에 관하여 고려한 바가 전혀 없다. 특히, 앞서 상증세법에 의하여 산정한 순자산가액은 H의 주요 자산인 토지 및 건물의 시가를 알 수 없어 장부가액 및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인데, 이 사건 주식양도 시점을 기준으로 자산에 대한 시가를 재평가하여 이를 순자산가액에 반영한다면 그 금액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이 사건 감정보고서에 의하면 주요 토지및 건물에 대하여 2019. 8. 23.을 기준으로 재평가한 금액을 반영한 H의 순자산가액은 64,023,832,741원이다).
② 피해자 회사는 H의 총 발생주식 95.14%에 해당하는 8,871,564주를 소유하고 있어서 지배주주의 지위에 있었는데 이 사건 거래에 의하여 100,000주를 제외한 모든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지배주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는 사정이 있었음에도 지배주주의 지위를 잃는데 따른 득실은 물론 이를 고려한 적절한 거래가액에 관한 검토도 전혀 없었다.
③ 비록 이 사건 주식양도 무렵 H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였으나, 2017년 기준 H의 장부상 자산총계가 103,217,685,780원, 매출액이 161,564,817,466원으로 상당한 정도의 규모이고, AI. 및 AJ의 지분 각 100%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위 회사들의 2017. 12. 31. 기준 매출액 합계가 190,352,482,000원에 이르는 사정들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④ 다만 이 사건 주식양도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당한 것으로 평가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는 적정가액보다 훨씬 저가로 매도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였다면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원심 법원에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그러한 사정이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의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① 피고인들이 이 사건 주식양도대금을 8,789,107,128원으로 정함으로써 F에 18,004,774,492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사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거나, ②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1) 피고인들이 F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사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손해의 발생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는바, 배임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발생 여부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가볍게 액수 미상의 손해는 발생하였다고 인정함으로써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주식 거래와 관련한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주식 가치의 평가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그 평가 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주식의 가치가 구구하게 산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쉽게 포기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가장 타당한 평가 방법이나 기준을 심리하여 손해의 발생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도11036 판결 참조).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 상태에 손해를 가한 경우를 의미하므로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의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게 한 경우 회사에 가한 손해액은 통상 그 주식의 매매대금과 적정가액으로서의 시가 사이의 차액 상당이라고 봄이 상당하며, 비상장주식을 거래한 경우에 있어서 그 시가는 그에 관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나, 만약 그러한 거래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여러 가지 평가방법들을 고려하되 그러한 평가방법을 규정한 관련 법규들은 각 그 제정 목적에 따라 서로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어느 한 가지 평가방법(예컨대, 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의 평가방법)이 항상 적용되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거래 당시 당해 비상장법인 및 거래당사자의 상황, 당해 업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을 평가하기에 적합한 평가방법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자산가치 평가방법', '시장가치 평가방법',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 '수익가치 평가방법' 등 다양한 평가방법이 있다(감정인 O 당심 감정보고서).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사용한 순자산가치법과 원심이 사용한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으로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장외시장에서의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평가하거나 수익가치 평가방법의 일종인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으로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주식의 평가방법을 정하기 위하여 고려해야 할 H의 특성
이 사건 주식양도가 이루어진 2018. 8. 1.경 H의 영업활동에 대하여 살펴보면, H은 주로 오디오, LED TV, 인터넷전화기 등의 전자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회사로서, H의 2014년(37기)부터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이 이루어지기 직전인 2018년 반기(40기 반기, 2018. 1. 1.부터 2018. 6. 30.까지)까지 H의 수익의 대부분은 아래 표에서 보듯이 매출액이다.
H의 자산총계에서 매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부터 2018년 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었다.
또한 H은 연구개발비용으로 2016년에는 매출액의 2.66%(5,031,041,577원), 2017년에는 3.06%(4,948,052,910원), 2018년 반기에는 4.71%(2,977,402,750원)을 지출하는 등 영업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었다.
위와 같이 H의 수익은 주로 영업에서 발생하며 그 자산도 영업활동과 관련된 항목의 비중이 큰 점에 비추어 보면, H 주식의 가치는 영업활동의 성패에 크게 좌우될 것
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주식양도 시점의 H 주식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기 위하여는 H의 영업의 가치 및 장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여야 한다.
2022. 11.경을 기준으로 H의 자산총액을 실사한 결과 H의 재무상태표상 자산총액은550억 800만 원이었으나, 실사 결과 67억 4,600만 원으로 482억 6,200만 원이 감소하였는바, 그 이유는 H의 자산은 대부분 단기대여금, 미수수익,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인 J, F, G, D 등 H 관계회사에 대한 채권 및 투자주식으로 조사 당시 영업중단, 청산절차 진행 등의 사유로 자산성 및 채권금액의 회수가능성이 높지 아니하여 실사조정으로 계상하였기 때문이었다.
(나) 순자산 가치방법의 적합 여부
검사는 자산가치 평가방법의 일종인 순자산 가치방법으로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을 47,848,881,620원으로 산정한 후, 피고인들이 위 금액에서 기 설정된 질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이 사건 주식양도대금으로 정하였다고 보았으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순자산 가치방법이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을 산정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금액을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으로 인정할 수 없다.
① 순자산 가치방법은 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총자산의 공정가치를 기업가치로 보고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자기자본의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방법으로서, 그 평가방법이 비교적 단순하고 객관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I저축은행이 F과 H을 상대로 제기한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법원은 순자산 가치방법으로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을 평가하기도 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9가합61907, 서울고등법원(인천) 2020나14879, 이하 '관
련 민사사건'이라 한다].
② 그러나 순자산 가치방법은 장부상 반영되어 있지 않은 무형자산의 가치를 반영하기 어렵고, 기업이라는 실체가 미래의 수익 또는 현금흐름창출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계속기업(Going Concern)을 가정한다는 점에서 수익창출능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감정인 O 당심 감정보고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H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하여는 H의 매출채권이 순자산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으므로 매출채권의 회수가능성 등 영업 상황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나, 순자산 가치방법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 H이 가진 자산가치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순자산 가치방법이 이 사건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③ 관련 민사사건에서 법원은 순자산 가치방법을 선택한 사정 중 하나로 'I저축은행이 (관련 민사사건 이전에) G을 상대로 신청한 주식매각명령 사건(인천지방법원 2019타채526517)에서 H 발행 주식 가치에 대한 감정평가가 이루어진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24조 제1항 제2호에서는 감정평가법인 등이 비상장주식을 감정평가할 때에 '해당 회사의 자산 · 부채 및 자본 항목을 평가하여 수정재무상태표를 작성한 후 기업체의 유 · 무형의 자산가치(이하 "기업가치"라 한다)에서 부채의 가치를 빼고 산정한 자기자본의 가치를 발행주식 수로 나눌 것'이라고 규정하여 순자산 가치방법을 정하고 있는바, 위 주식매각명령 사건의 감정인은 위 법률 및 규칙에 따라 순자산 가치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사인간의 거래에서 H의 상황이나 순자산가액의 특성과 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순자산 가치방법을 선택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의 적합 여부
원심은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으로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을 39,840,443,688원으로 산정하여, 피고인들이 위 금액에서 기 설정된 질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이 사건 주식양도대금으로 정하였다고 인정하였으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 또한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을 산정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금액도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으로 인정할 수 없다.
①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은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서 시장가치가 없는 경우 보충적인 것이다. 상증세법에 의하면, 위 방법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각각 3과 2로 하여 가중산술 평균한 가액으로(단,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은 2와 3 으로 가중평균) 하고, 다만 그 가중평균한 가액이 1주당 순자산가치에 100분의 80을 곱한 금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1주당 순자산가치에 100분의 80을 곱한 금액을 비상장주식등의 가액으로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 제1항).
②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은 그 방법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고 과거자료로 평가하므로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배제되어 객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과거자료에 의존하고 미래가치가 배제되므로 성장·변경이 예상되는 기업의 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상증세법과 그 시행령은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를 목적으로 위하여 제정된 것이므로, 사인간 비상장기업의 주식 양도거래의 적정가액을 산정하는 경우와 같이 국민의 납세의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영역에서는 상증세법 평가방법이 가장 적절한 주식 가액 평가방법이라고도 볼 수 없다. 즉,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도 순자산 가치방법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주식양도 시점의 H의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④ 감정 실무에서는 일반적으로 현금흐름할인법과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 및 상대가치법을 같이 산출하여 비교하거나, 사전에 회사의 실정에 맞는 평가방법을 정하여 해당방법에 따른 감정금액을 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정 대상업체의 협조가 힘 들어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거나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정한 경우, 그리고 상대가치법을 적용하기 힘든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감정인 O의 원심 의견서, 공판기록 1권 452쪽). 원심에서는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이 H의 실정에 특별히 부합한다는 사정도 없으며, H의 협조가 없어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하기 힘들거나,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으로만 감정해줄 것을 신청하여(공판기록 1권 457쪽) 위 평가방법으로만 감정을 진행하였고, 현금흐름할인법이나 다른 평가방법의 적합성 여부에 관해서 심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⑤ 이 사건 주식의 경우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으로 그 가치를 산정하게 되면 1주당 가중평가한 금액이 2,271원으로서 1주당 순자산가치의 80% 금액인 4,542원보다낮으므로 순자산가치의 80%로 평가되어, 사실상 순자산 가치방법으로 적정가액을 산정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고, 순자산 가치방법이 이 사건 주식 적정가액의 평가방법으로 부적절하다는 점은 위 (나)항에서 본 바와 같다.
(라) AK 시세의 적합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주식의 양도대금은 AK에서 정상적으로 H 주식이 거래된 실례가 있으므로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①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이 체결된 무렵인 2018. 7.경 AK의 이 사건 주식에 관한 거래 현황은 별지 표1, 표2의 기재와 같고, 이에 의하면 위 시장에서의 이 사건 주식에 관한 2018년 7월의 일평균 거래량이 53건 정도, 2018년 전체의 월평균 거래량이 약 1,622건 정도에 이르러 실제 거래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②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주식은 H이 발행한 총 주식의 95.14%를 차지하므로 주식의 이전과 함께 지배주주의 지위도 함께 이전되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경영권이 이전되는 주식의 매매에서 일반 주식의 매매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볼 수 있으나, 이 사건 주식 양도 당시 H은 다년간 계속적인 영업 손실이 누적되고 있었는바, 그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얻을 이익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마) 현금흐름할인법의 적합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주식의 가액은 현금흐름할인법을 통하여 산정하는 것이 적정할 수도 있다.
① 수익가치 평가방법은 기업이 평가일 현재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통하여 미래에 창출해 낼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 또는 현금흐름을 그 수익 창출에 내재된 위험요인을 고려한 적절한 할인율로 할인하여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서, '현금흐름할인법'이 주로 사용된다. 현금흐름할인법은 실무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이론적으로도 가장 우수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감정인 O 당심 감정보고서).
②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세 가지 주요 요소인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할인율(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 추정 기간 이후의 영구가치
(Terminal Value)의 평가 시 평가자의 전문적인 판단이 요구되므로, 위에서 본 다른 방법과 비교하면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누가 평가하는지에 따라 적정가액이 다르게 산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③ 그러나 이 사건에서 제시된 평가방법 중 현금흐름할인법만이 평가기준일 이후 H의 영업의 가치 및 장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점, 감정인이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하는 방식에 관하여는 '평가기준일의 상황이유지되는 것을 전제하는 방식', '평가기준일 이후의 실제 재무자료를 사용하는 방식'을 각 사용하여 주관의 개입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킨 것으로 보이는 점, 감정인 O의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의심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현금흐름할인법에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주식 적정가액을 산정하는데 타당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현금흐름할인법으로 산정한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
① 감정인 O은 미래현금흐름의 추정에 관하여 '평가기준일의 상황이유지되는 것을 전제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고인들은 '평가기준일 이후의 실제 재무자료를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각 밝혔다. 최종적으로 감정인 O은 위 2개 방식을 모두 '사용하여 1주당 가치를 따로 산정하였고, 전자의 방식에 따른 1주당 가치는 811원, 후자의 방식에 따른 1주당 가치는 0원이었다.
현금흐름할인법은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하여 해당기업의 할인율에 의하여 산정하는 방법이라는 점, 감정인이 '현금흐름할인법을 사용하여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는 미래의 실적보다는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이 사건 주식양도 당시 H의 재정상태가 실제 재무자료와 같이 진행되어 회생신청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이 사건 주식양도의 당사자들이 알았더라면 실제로 주식 양도가 이루어졌을 지 의심스러운 점, H의 재정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된 데에는 주요 매출처인 일본 기업'BO'와 'BP'의 재정상황이 각 2019년과 2020년 악화된 탓도 크며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주식양도 당시에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감정인의 의견대로 '평가기준일의 상황이유지된다고 전제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주식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현금흐름할인법으로 평가한 H 주식의 1주당 가치를 위와 같이 811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
② 이 경우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은 7,113,738,404원(= 1주당 가치 811원 × 주식수 8,771,564주)으로 볼 수 있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주식양도금액인 8,789,107,128원은 장외시장에서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그 가격 산정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주식의 가액을 위 가격 또는 현금흐름할인법으로 산정한 7,113,38,404원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 주식에 위 가액을 초과하여 설정된 피담보채무액 21,055,000,000원의 질권이 있었던 이상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주식 양도로 인하여 F이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거나 피해자 회사가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경영상 판단과 관련하여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참조).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의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① 피고인 A는 검찰 조사에서 위 차입금을 이 사건 주식양도로 대물변제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F에서 돈을 갚으라고 하는데 돈을 갚을 상황이 못 되니까 피고인 B가 H 주식이라도 넘겨 계산을 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내이사들과 회의한 결과, 주식 넘겨주면 그만큼 빚이 줄어드니 주식을 넘기는 걸로 결정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 813쪽~814쪽).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주식양도를 하지 않는다면 채무 본지에 따라 현실로 변제하여야 했으나, 당시 피해자 회사에 그러한 자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 B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 B는 검찰 조사에서 이 사건 주식양도대금을 정한 방법에 대하여 '서로 협의해서 정했습니다. 주식양수도 과정에서 결국 문제가 된 게 주식 1주의 가격이었고, 그 가격을 AK 기준으로 정하기로 협의가 되었고 대량거래인 점을 감안해 1주 당 가격을 1,002원으로 정하게 되었던 겁니다.', '실질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그걸(AK 시세) 참고해 가격을 정하게 되었던 겁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권 778쪽), 피고인 A는 검찰 조사에서 'B가 비교대상이 없고 객관적 수치라고는 그 뿐이니 그걸 기준으로 정하자고 했습니다. 저도 그게 공정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 815쪽).
③ 위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피고인 A, 사내이사였던 피고인 C은 차입금 채무를 소멸시킬 목적으로 이 사건 주식양도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 사건 주식양도대금을 피고인 B가 제안하는 AK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평가해야 된다는 고려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위 행위가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는 과실에 해당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AK에서 H 주식의2017. 3.부터 2018. 8.까지 월별 가중평균주가가 때로는 1,000원에 못 미치기도 하는 등 전반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2권 632쪽),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은 평가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현금흐름할인법으로 평가하는 경우 F이 그 적정가액보다 높은 양도대금을 지급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피고인들은 전문가에게 구두로 조언을 구하여 AK 시세를 기준으로 양도대금을 산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설령 이 사건 주식양도대금이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에서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금액에 미달하였더라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주식양도를 할 당시에 F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거나 피해자 회사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라. 피고인 B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그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여기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사무처리를 위임한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 등 참조).
거래상대방의 대향적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유형의 배임죄에서 거래상대방은 기본적으로 배임행위의 실행행위자와 별개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반대편에서 독자적으로 거래에 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으로 이익을 얻게 되는 수익자는 배임죄의 공범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실행행위자의 행위가 피해자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배임의 의도가 전혀 없었던 실행행위자에게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배임의 실행행위자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4도17211 판결 등 참조).
2) 이 법원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업무상 임무위배행위는 '피고인은 F의 사내이 사이고, 피해자 회사의 대주주인 G의 사내이사로서 G의 35% 지분과 F의 30% 지분을 각각 보유한 대주주인바, A, C과 공모하여 피해자 회사가 보유하던 이 사건 주식을 F에 저가에 양도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의 가치에서 실제 양도금액의 차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사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라는 것이다.
피고인은 이 사건 주식 거래의 상대방인 F의 사내이사로서의 자격과 피해자 회사 대주주의 사내이사 또는 피해자 회사의 대주주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먼저 피고인이 배임죄로 공소제기된 거래의 상대방인 F의 사내이사, 피해자 회사의 주주인 G의 사내이사, 피해자 회사의 주주라는 자격만으로는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어떠한 업무상 임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 자신의 업무상임무가 아니라 피고인이 업무상 임무가 있는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인 공동피고인 A와 공모·가담하였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주식의 양수도 상대방이므로 이 사건은 거래상대방의 대향적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유형의 배임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앞서 든 법리에 의하면, 피고인이 A 등의 이 사건 주식의 양도가 피해자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배임의 의도가 전혀 없었던 실행행위자에게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고, 그러한 사실에 관한 증명이 없다면, 피고인에게는 배임죄 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A 등에 의한 이 사건 주식의 양도가 피해자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A 등의 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배임의 의도가 전혀 없었던 A 등에게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A, C와 공모하여 이 사건 배임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은 양수인인 F의 사내이사로서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A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을 양수하는 내용의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주식양도대금은 피고인의 제안에 따라 AK 시세를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고,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AK시세가 실질 가치라고 생각하여 위와 같은 제안을 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②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순자산접근법으로 이 사건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검사의 질문에 대하여 '저는 회계 상의 가격 보다는 실질적인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소인(I저축은행)이 주장하듯 H 주식의 가치가 그리 높은데, 왜 H 주식으로 채무변제를 할 테니 주식을 가져가라고 했을 때그 제안은 거부했는지 의문입니다.'(증거기록 2권 777쪽)라고 진술하였다.
③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의 가치가 위와 같이 피고인이 인식했던 가치보다 현저하게 컸다거나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도 그러한 가격으로 양도할 것을 A 등에게 제안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주식의 양수인인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주식의 양도가격을 위 AK 시세보다 고액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 탐색할 의무가 있다거나, 거래상대방에게 그에 따라 산정된 가격을 이 사건 주식양도대금으로 제안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피고인 C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을 것이 필요하고,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는바(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도747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대법원 2000. 4. 7. 선고 2000도576 판결 등 참조).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A 등의 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A, B와 공모하여 공동정범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업무상 배임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이 A, B와 공모하여 이 사건 배임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A는 검찰 조사에서 'B가 H 주식으로 대물변제할 것을 제안하였고, 사내이사들과 회의한 결과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하기로 결정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권814쪽), 피고인과 사내이사 V이 이 사건 주식 양도에 관하여 임시 주주총회 의사록에 날인한 사실은 인정된다(증거기록 6권 1959쪽).
②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진술청취보고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에 관하여) 경찰 등에서 수도 없이 조사를 받으면서 위 주식 양도 이야기를 들어서 대충 알고있습니다.', '전에도 경찰 등에서 진술했듯이 저는 위 계약에 관여하지 않아서 잘 알지못합니다.'라면서 직접 이 사건 주식의 양도행위에 참여하거나 양도대금을 정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504쪽).
③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양도에 관하여 A 등과 대물변제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하는 방안에 관하여 상의하고 이에 관한 임시 주주총회 의사록에 날인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주식 가격의 산정 방법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등의 과정을 통하여 이 사건에 공모·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의 유죄 부분에 대한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이 부분 원심판결(유죄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일죄 관계에 있는 이유 무죄 부분도 포함된다)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3의 다. 내지마. 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 해당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