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을 취소하고,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을 각하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5,000만 원은 대여금이 아니라 감자 매매계약에 기한 계약금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감자 밭떼기 계약에 필요한 선수금과 인건비가 필요하니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거나 감자를 팔아 그 판매대금으로 차용금을 변제하겠다고 말한 사실도 없다. 그럼에도 위 5,000만 원이 대여금임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0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감자의 재배 및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인바, 밀양시 소재 C의 저장창고에 감자를 보관하는 중 2019. 8.경 위 C에서 당근 선별작업을 하던 영농조합법인 D(이하 'D'이라 한다)의 이사인 피해자를 알게 된 후 피해자에게 당근 선별작업을 위한 인력및 저장창고를 소개해 주는 등 도움을 주며 친분을 쌓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9. 10. 중순경 밀양시 E에 있는 F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감자 밭떼기 계약에 필요한 선수금과 인건비가 필요하니 5,000만 원을 빌려 달라. 현재 저온창고에 보관 중인 감자를 내년 봄에 판매해서 그 판매대금으로 차용금을 틀림없이 갚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위와 같이 5,000만 원을 차용하더라도 저온창고에 보관 중인 감자의 판매대금이나 기타 자금으로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9.11. 15.경 피고인의 배우자 G 명의의 H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차용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원심은 ① 피고인과 피해자가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음에도 매매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피고인 소유의 감자 전량 210,000kg 상당을 3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② 피해자는 지역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업체로 당시 주로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고, 일반 농산물은 대규모로 거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에는 피해자는 당근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고, 추가로 친환경농산물이 아닌 일반농작물인 피고인의 감자를 대규모로 매수할 유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③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원심증인 K, L의 각 법정진술 및 M 작성의 내용서(증 제1호증), 관련 민사사건에서의 M의 증언(증 제5호증)은 피고인이나 제3자를 통하여 들은 내용에 불과하고, 위 원심증인들은 피고인이 판매한 감자의 양과 금액, 인도시기 등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으며, 위 원심증인들과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④ 피고인은 2019. 11. 15.경부터 2020. 3.경에도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상당량 의 감자를 계속 판매해왔던 것으로 보여 피고인 소유의 감자 전량을 피해자에게 판매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감자를 인수하여 갈 것을 독촉하였으나 피해자가 감자를 인수하여 가지 않았고 그리하여 손해가 날 우려가 있어 감자를 선별하여 판매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감자를 인수해갈 것을 요청하거나, 감자매도대금과 판매대금 차액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거나 독촉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 점, ⑥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여러 차례 도움을 받은 바 있어 피고인에게 5,000만 원을 대여하면서 추후 피고인이 감자를 판매하면 판매대금으로 변제받기로 하였다고 관련 민사소송및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주장하여 온 점, ⑦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금여력이 좋지 않아 자금을 차용해 줄 경제적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에게 자금을 대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금사정이 안 좋았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⑧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로부터 감자판매대금을 받지 못하였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건비를 대신 지급하여 줄 이유가 없고, 이는 오히려 차용금에 대한 일부 변제라고 봄이 상당한 점, ⑨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녹취록의 전체적인 내용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변제기일을 연기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에 해당하여 차용금이라는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110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7261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고소인으로부터 받은 5,000만 원이 대여금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고,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작성된 차용증이 없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당시 지게차 사고로 인하여 몸이 불편하여 차용증을 작성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은 다리를 다친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으로부터 차용증에 서명을 받는 것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적어도 피고인이 퇴원한 후에는 피고인에게 언제라도 차용증 작성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상당 기간이 지나도록 피고인으로부터 차용증을 받지 않았다[원심 증인 I은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돈이 급하다고 돈을 조금 빌려달라고 한다."라는 말을 듣고 I이 빌려주라고 했고, 빌려주고 난 뒤에 "표로 서라(차용증을 쓰라는 의미로 보임)"고 하였으나, 그 후 피고인이 창고에서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피해자가 병문안을 갔을 때 "표 (차용증)"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하여, 퇴원하면 받자고 하였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위 5,000만 원을 송금한 날짜는 2019. 11. 15.로서 피고인이 병원에 입원한 기간 중이므로 피고인이 입원하기 전에 돈을 보냈다는 위 진술과 객관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사고 당일 피고인의 병문안을 가 차용증을 받으려고 했는데, 당일에는 수술 등으로 인하여 차용증을 작성할 상황이 아니었다'고도 증언하였으나, 돈을 송금한 날짜는 피고인이 입원일로부터 15일 지난 때이므로 위 진술도 객관적인 증거에 부합하지 않는다.].
② 위 5,000만 원은 피해자의 개인 계좌가 아닌 D 명의의 계좌에서 피고인의 계좌로 송금되었는데, 입출금거래내역에는 위 5,000만 원과 관련하여 대여금이라는 내용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고(증거순번 8번), 창원세무서의 제출명령에 대한 회신에 의하면, D의 2019. 12. 31. 및 2020. 12. 31. 기준 각 표준대차대조표에도 이 사건 5,000만 원이 대여금으로 기재된 바 없다.
③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5,000만 원을 송금할 무렵 D은 F에 대한 창고 및 사무실 임차료를 연체하고 있었으며, 당근 선별작업 인건비도 제 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피고인을 2019. 8.경부터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는데, 피해자가 위와 같이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알게 된지 불과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피고인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5,000만 원에 이르는 돈을 선뜻 빌려줬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④ 피해자는 경찰에서 '돈을 이체하기 하루 전 Q법인(이하 'Q'이라고 한다) W 차장, D 경리인 J과 함께 피고인이 입원해 있던 X병원에 갔는데, 피고인이 그 자리에서 5,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말하여 그 다음 날 5,000만 원을 이체해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도 '경리인 J도 법인 명의 계좌에서 나간 5,000만 원의 성격에 대해서 알아야 하므로 함께 피고인이 입원해 있던 병원을 방문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그런데 증인 J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D 작업장에서 사고를 당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을 위문하기 위하여 병원에 간 것이고, 피고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은 들은 적이 없으며, 돈을 왜 송금하였는지 알지 못하고, 다만 피해자가 송금을 하라고 해서 송금한 것이라고만 진술하는 등 송금 명목에 대하여는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였다. 증인 J의 진술은 피해자의 위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증인 J은 피해자의 경리직원이었으므로 위 5,000만 원이 대여금이라면 그 성격을 알고 있었을 것인데 이에 대하여 법정에서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위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⑤ 피고인은 2021. 2. 3. 피해자를 상대로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 매매대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패소판결을 선고받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의 청구가 기각된 주된 이유는 매매계약서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송금한 돈이 대여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 의하면, 이 사건 5,000만 원이 Q, 피해자(또는 D), 피고인 사이에 감자 매매와 관련하여 오고 간 돈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기도 하다.
⑥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5,0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며 2020. 12. 18.및 2021. 1. 28. 그 통화내역을 녹음하였는데,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5,000만 원의 지급을 촉구하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대여금이라고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 피고인과 통화를 하면서 증거를 수집하고자 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위 5,000만 원을 송금하게 된 경위나 명목에 대하여 정확하게 증거를 남기고자 하였을 것임에도 5,000만 원의 반환만 요구할 뿐 이와 관련된 대화내용은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인은 2021. 1.28. 자 전화통화에서 돈을 갚겠다고 하면서도, 본인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 아니고 "물건 대 물건으로 하기로 했으면 내가 물건으로 정리하면 되지."라고 하는 등 이 사건 5,000만 원이 대여금이 아닌 것처럼 말하기도 하였다.
⑦ 피해자는 피고인이 계속하여 돈을 변제하지 않았음에도 장기간 동안 별다른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매매대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음에도 피고인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거나 반소로 이를 청구하지도 않았다. 피해자는 위 매매대금청구소송의 패소 판결이 확정되고 나서야 2023. 3. 6. 피고인을 사기죄 고소하였는바, 피해자의 위와 같은 태도는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⑧ 한편, 당심 증인 M은 피해자가 M이 운영하는 F에 저장한 농산물 중 단감은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품목이고 일반 농가에서 가져온 것이므로 친환경농산물이 아니며, 피해자가 보관하고 있던 당근, 마늘, 양파 등도 그 보관방법이 친환경농산물에 부합하지 않았고, 박스에도 친환경인증 스티커도 없었으므로 친환경농산물은 아닐 것이라고 증언하였다. 이에 의하면 피해자가 친환경농산물만을 취급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의 감자가 친환경농산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감자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3.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에 관한 판단
유죄판결에 대한 상소가 제기된 경우, 배상명령에 대한 불복이 없더라도 배상명령은 확정이 차단되어 피고사건과 함께 상소심으로 이심된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제1항). 이 법원이 원심의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죄의 재판을 하는 이상,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은 취소되어야 하고(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제2항),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은 각하되어야 한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
4.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가.항과 같은바, 이는 위 2의 다.항에서 밝힌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하며,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은 부적법하므로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은 취소하고,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