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가. 2024고합3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의, C는 피해자 주식회사 D(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의 각 실질적 운영자이다.
피해 회사는 2021. 9. 8. B에 대한 ‘정읍시 E 등 토지에 관한 매매대금청구권 또는 예비적으로 동업(잔여)재산분배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위 토지에 위치한 B 소유의 F 주상복합아파트(이하 ‘이 사건 주상복합’이라 한다)에 관한 가압류 결정(이하 ‘이 사건 가압류 결정’이라 한다)을 받아 2021. 9. 9. 가압류 등기(이하 ‘이 사건 가압류 등기’라 한다)를 마쳤다.
피고인은 2021. 11. 15.경 전주시 덕진구 G건물 5층에 있는 법무법인 H 사무실에서 C에게 “이 사건 주상복합에 관한 위 가압류를 해제하여 주면 이 사건 주상복합 중 상가 부분(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한다)에 채권최고액 24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주상복합 전부에 대하여 주식회사 I(이하 ‘ I’이라 한다)에 신탁 등기한 후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계획이었고, 피해 회사가 위 가압류를 해제하더라도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피해 회사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C를 기망하여 피해 회사로 하여금 2021. 11. 15.경 이 사건 주상복합에 대하여 위 가압류의 신청 취하 및 집행해제 신청을 하도록 하고, 2021. 11. 16. 해제를 원인으로 이 사건 주상복합에 대한 이 사건 가압류 등기가 말소되도록 하여 가압류의 청구금액 2,217,943,609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2024고합4
피고인은 2017. 12. 8.경 인천시 남구 J에 있는 K공장 철거 현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피해자 L에게 “이 사건 현장에 고철이 많다. 고철대금을 선 입금해주면, 고철을 납품해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이를 개인채무변제 등에 사용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이를 이용하여 인천 K 철거 현장에서 나오는 고철을 매입하여 피해자에게 정상적으로 납품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당시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소위 ‘돌려막기’식으로 채무를 변제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자에게 정상적으로 고철대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고철대금 명목으로 같은 날 2억 3,000만 원, 2017. 12. 12.경 5,000만 원, 2017. 12. 13.경 5,000만 원, 합계 3억 3,000만 원을 피고인의 배우자인 M 명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 받아 편취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가. 2024고합3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은 C에게 이 사건 가압류 신청 취하 및 집행해제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그 대가로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 C는 근저당권 설정이 아니라 이 사건 가압류 결정에 관하여 담보로 공탁한 2억 3,000만 원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가압류 신청 취하 및 집행해제를 할 테니 이 사건 가압류에 관하여 피해 회사가 공탁한 2억 3,000만 원을 회수하여 반환해 달라’고 요청하여 이 사건 가압류 신청 취하 및 집행해제 신청을 한 것이므로 위 신청 취하 및 집행해제 신청과 근저당권 설정은 무관하다.
이 사건 가압류 결정은 B의 신청에 따른 가압류취소 결정으로 B이 1억 원을 공탁하면 언제든지 효력이 소멸될 예정이었고 피해 회사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피해 회사의 이 사건 가압류 신청 취하 및 집행해제 신청으로 인하여 피고인 또는 B이 어떠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2024고합4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은 N에게 선급금 12억 2,000만 원을 지급하여 고철물량수급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피해자로부터 고철대금을 지급받은 것이고, N이 고철을 납품하지 않아 피해자에게 고철을 납품하지 못하게 된 것이므로,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도3081 판결, 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도3309 판결 등 참조).
나. 2024고합3 사건에 관한 판단
1)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해 회사는 주택건설업, 토목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C는 피해회사의 대표이사이며, B은 주택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인은 B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다.
나) 이 사건 공사의 진행
(1) 피해 회사는 2018. 7. 10. 정읍시 E 등 6필지를 매매대금 6억 5,000만 원에 매수하고, 2018. 7. 12.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2018. 12.경 정읍시장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위 토지 지상에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의 이 사건 주상복합을 신축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을 진행하였다.
(2) 피해 회사는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던 중 이 사건 공사대금 채권자들이 이 사건 공사 부지를 가압류 하는 등의 상황이 되자, 2019. 7.경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한 후 채권자들에게 변제계획을 제시하거나 이행각서를 작성해주고 2020. 1. 17.경 각 가압류를 해제하도록 하였다.
다)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 이전 및 건축주 변경
(1) 피해 회사는 2020. 8. 24. 정읍시 E 등 10필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하고, 토지를 특정할 경우 지번만 기재한다)를 B에게 매매대금 1,107,800,000원에 매도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20. 8. 25.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으며, 2020. 12. 10.경 이 사건 주상복합아파트의 건축주 명의를 B으로 변경해주었다.
(2) 그 후 피해 회사와 B은 아래와 같은 내용의 2020. 8. 25.자 확약서를 작성하여 B이 이 사건 주상복합(당시 건축 중이었다)도 매수하였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매매대금의 지급은 피해 회사의 채무를 인수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하였다는 취지도 명시하였다.
(3) 이 사건 주상복합에 관하여 2021. 6. 8. B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2021. 7. 23. 사용승인을 받았다.
라)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분쟁 및 합의서 작성
(1) 2021. 중순경 피해 회사와 B 사이에 이 사건 토지와 주상복합의 소유권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였고, 이에 피해 회사는 ‘이 사건 토지는 B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2021. 7. 15. 담보로 4,000만 원을 공탁하고 B을 상대로 이 사건 토지 중 일부에 관한 처분금지 가처분결정(이 법원 2021카합2035호)을 받았다. 그러나 B의 가처분이의 신청에 따라 2021. 9. 1. ‘이 사건 각 토지를 B에게 명의신탁하였다는 피해회사의 주장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B이 담보로 5,000만 원(지금보증보험증권 제출로 갈음할 수 있음)을 공탁하는 것을 조건으로 위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는 결정이 내려졌고(이 법원 2021카합17호), 2021. 9. 3. 위 가처분등기가 말소되었다.
(2) 피해 회사는 2021. 8. 26. B을 상대로 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취지로 주장하면서 이 사건 토지 중 일부에 관하여 B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이 법원 2021가합1457호, 이하 ‘본안소송’이라 한다).
(3) 피해 회사는 2021. 9. 8. B을 채무자로 하여 B에 대한 담보로 2억 3,000만 원을 공탁(이하 ‘이 사건 공탁금’이라 한다)하고 이 사건 토지 중 일부 및 이 사건 주상복합에 대한 청구금액 2,217,943,609원의 이 사건 가압류 결정(이 법원 2021카합2051호)을 받았다.
(4) 피해 회사는 2021. 9. 27. 수사기관에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가 완료되면 이 사건 토지 및 주상복합의 소유권을 돌려주겠다고 기망하여 피해 회사로부터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사업 소유권을 이전받아 39억 원 이상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피고인을 고소하였다.
(5) B의 가압류이의 신청에 따라 2021. 11. 12. ‘피보전채권인 미지급 매매대금 채권, 정산금 채권, 동업재산분배 채권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B이 피해회사를 위하여 3억 원(그 중 2억 원은 지급보증보험증권 제출로 갈음할 수 있음)을 공탁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 사건 가압류 결정을 취소하는 결정이 내려졌다(이 법원 2021카합2054호, 이하 ‘이 사건 가압류취소 결정’이라 한다).
(6) 한편, 당시 피해 회사의 채권자인 유한회사 T이 이 사건 공탁금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7) 피해 회사와 B은 2021. 11. 15. B이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피해 회사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취지의 합의를 하면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8) 피고인은 피해 회사 측에게 2021. 11. 15. 1억 원을 지급하였고, 피해 회사는 2021. 11. 16. 이 법원에 이 사건 가압류 결정에 관한 신청취하 및 집행해제신청서를 제출하여, 위 가압류가 집행해제 되도록 하였으며, 피고인은 2021. 12. 23. 이 사건 공탁금을 회수하여 피해 회사 측에게 나머지 1억 3,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9) 피해 회사는 2021. 12. 23. 본안소송을 취하하였다.
마) 이 사건 신탁계약 체결
B은 2021. 11. 17. 이 사건 상가를 포함한 이 사건 주상복합 전체에 관하여 위탁자를 B으로, 수탁자를 I으로, 공동제1순위우선수익자를 W조합, X조합, Y조합, Z조합, AA조합, AB조합(이하 위 우선수익자들을 ‘우선수익자’라 한다)으로 하여 I에게 2021.
11. 17.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신탁등기’라 한다)를 마쳐주었고, 위 우선수익자로부터 합계 60억 원을 대출 받았다.
바) 관련 후속소송
피해 회사는 2022. 11. 7. B을 상대로 이 사건 합의서에 따른 약정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합558936호, 이하 ‘관련 후속소송’이라 한다), 2024. 9. 26. ‘B은 피해 회사에게 위 약정금 등 합계 4,221,410,731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다(현재 서울고등법원 2024나 2052084호로 항소심 계속 중).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C에게 ‘이 사건 가압류를 해제해 주면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기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C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대체로 ‘피고인과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과 같이 합의를 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합의서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것으로 믿고 이 사건 가압류 결정에 관한 신청취하 및 집행해제를 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이 사건 합의서에서 정한 바와 달리 이 사건 상가에 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지 않았고, 이 사건 주상복합에 관하여 이 사건 신탁등기가 마쳐졌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C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신탁등기를 알게 된 시점에 관하여) 신탁등기되고 한 일주일 정도 지나서 알았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C는 위와 같이 이 사건 신탁등기 직후에 위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로부터 약 3개월간 피고인과 이메일을 통해서 피해 회사가 청산해야 할 채무 등 비용정산서를 공유하면서 적정분양가 산정 협의를 했는데, 이에 관하여 이 법정에서 “저는 3개월간 협의했던 과정은 제가 아까도 설명해 드렸다시피, 어찌 되었든 간에 합의했고, 실상 명의가 이렇게 되어있는데 저는 이렇게 또 당할지도 모르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협의를 했던 부분은 하루라도 돈을 빨리 받기 위해서 협의를 했던 부분이지.”라고 진술하였다.
C는 이 사건 신탁등기 시점으로부터 약 4개월이 경과한 2022. 3. 23.에서야 수사기관에 피고인을 ‘피고인이 이 사건 합의서에 따라 이 사건 상가 부분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해 회사 측의 동의 없이 이 사건 신탁등기를 마쳐줘 위 근저당권설정의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만 고소하였고, 위 고소 이후 2022. 4. 25.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소보충서에서 ‘피고인이 자신에게 곧 대출이 나오니 근저당권설정 대신 현금으로 주겠다는 취지로 기망하여 자신으로 하여금 근저당권설정청구 등을 하지 못하게 하여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24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사기 등 혐의를 추가하였으며, 위 고소 이후 수사기관에서의 최초 조사인 2022. 4. 25.자 조사에서 “제가 본안소송을 진행하면서 가압류 신청을 했었고, 가압류 신청도 인용되었다가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허위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하면서 가압류 신청도 본안에서 다투라는 내용으로 기각이 되었었고, 본안 소송을 진행했었는데 본안 소송은 저와 피고인이 2021. 11. 15.에 합의서를 작성하고 소송을 취하하면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사기는 합의서를 이행할 마음도 없으면서 합의서를 작성하게 만들고 합의서를 근거로 민사소송을 취하하게 만든 부분입니다.”라고 진술하였는데(이 사건의 증거기록 순번 105 중 158, 161~162면), 당시에 ‘피고인이 이 사건 상가에 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테니 이 사건 가압류 신청 취하 및 집행해제를 해달라고 기망하였다’는 취지의 문제제기는 하지 않았다(피해회사 측이 위와 같은 취지의 문제제기를 한 것은 수사기관에 고소대리인 의견서가 제출된 무렵인 2022. 9.경부터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C는 이 사건 신탁등기 사실을 알았음에도 주된 관심이 이 사건 합의서에 따른 약정금을 최대한 빨리 지급받는데 있었고, 위 고소 당시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자신이 근저당권을 설정받지 못한 채 본안소송을 취하한 것에 주된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당시 자신이 이 사건 가압류 신청취하 및 집행해제 신청을 한 것에 관하여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 C는 이 사건 가압류취소 결정 직후인 2021. 11. 14. 피고인 측의 AC 변호사에게 협의사항을 보내 피고인과의 합의를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합의서가 작성되기에 이르렀는데, 위 협의사항에는 이 사건 가압류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C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당시에 시간도 길어지고 하니까 저도 자금적으로 압박이 좀 있었고 해서 당시에 어차피 상가 부분까지는 저쪽 피고인하고 아무 관련 없이 제가 진행을 했기 때문에 ‘욕심 내려놓고 상가 부분이라도 찾자’ 하는 마음으로 당시에는 그냥 합의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뿐만 아니라 이 사건 합의서에도 이 사건 가압류와 관련하여 공탁금 회수 문제만 포함되어 있을 뿐, 가압류 신청취하 및 집행해제 의무 등을 명시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C가 피고인 측에게 합의를 요청하였던 것은 이 사건 가압류취소 결정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합의사항에 관한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이 사건 가압류 신청 취하 및 집행해제 신청은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오히려 이 사건 가압류 관련하여서는 공탁금 회수문제가 더 중요한 사항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가압류취소 결정에 따라 B은 현금 1억 원만 공탁하면 이 사건 가압류 등기를 말소할 수 있었고, 피고인이 이 사건 합의서 제8항에 따른 공탁금 회수의 일환으로 2021. 11. 15. 피해 회사 측에게 1억 원을 지급하였는바, 당시 현금공탁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자력이 있었다. 현금공탁에 따라 이 사건 가압류가 취소될 경우, 피해회사 측이 이에 항고를 하더라도 집행정지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가압류 등기가 말소되어 이 사건 신탁등기를 마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이 사건 합의서를 통해 B이 얻을 수 있는 주된 이익은 피해 회사와 사이에 전개되었던 복잡한 법적 분쟁의 원만한 종결이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용이하게 이 사건 가압류 등기를 말소할 수 있었음에도 형사처벌 등 추가적인 법적분쟁의 발생가능성을 감수하면서 굳이 이 사건 가압류 신청 취하와 집행해제 신청을 해달라고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기망할 이유나 동기가 있었는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나. 2024고합4 사건에 관하여
1)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고철, 비철, 중고기계 도, 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AD(이하 ‘AD’이라 한다)의 실질적인 운영자이다.
나) N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AE(이하 ‘AE’이라 한다)은 2017. 10. 10. 이 사건 현장의 철거를 담당한 주식회사 AF(이하 ’AF‘이라 한다)과 이 사건 현장의 철거 과정에서 발생되는 기계, 비철 및 고철 일체에 관하여 매매대금 30억 원(계약금 10억 원은 계약 시, 중도금 10억 원은 2017. 10. 31., 잔금 10억 원은 2017. 11. 15.에 각 지급, 잔금은 물량 정산하여 처리)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현장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AD은 2017. 11. 3. AE과 이 사건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철 6,000ton에 관하여 매매대금 합계 16억 원(계약금 4억 원, 2017. 11. 10., 2017. 11. 20., 2017. 11. 30. 및 2017. 12. 10.에 중도금으로 각 3억 원을 지급, 부가세 별도)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고철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2017. 11. 7.부터 2017. 11. 30.까지 이 사건 고철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 합계 약 12억 2,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라) 피고인은 2017. 11. 30. 피해자에게 이 사건 현장에서 반출되는 고철을 공급해주기로 하고 피해자로부터 고철대금 2억 5,000만 원을 먼저 지급받고 그에 따른 고철을 공급해주던 중, 2017. 12. 8. 고철을 추가로 공급해주기로 하고 피해자로부터 고철대금 명목으로 같은 날 2억 3,000만 원, 2017. 12. 12.경 5,000만 원, 2017. 12. 13.경 5,000만 원, 합계 3억 3,000만 원을 지급받았다.
마) AD은 이 사건 현장에서 2017. 12. 13.까지 고철을 반출하다가 그 이후 고철 반출이 중단되었다.
바) AE은 2017. 12. 19. AF과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각서(이하 ‘이 사건 합의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였으나, 결국 이 사건 현장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2018. 1.경 이 사건 현장을 포기하고 철수하였다.
사) AE은 2018. 1. 3. AD에게 ‘이 사건 고철 매매계약이 체결된 고철에 관한 모든 권리를 AE에 위임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금 5억 8,000만 원에 대하여 AE은 AD에게 2018. 1. 31.까지 지급한다’는 내용의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해주었다.
아) 피고인의 배우자이자 AD의 대표이사인 M, 피해자, N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채권채무양도양수계약서(이하 ‘이 사건 양도계약서’라 한다)가 2019. 4. 1. 작성되었다.
자) 피해자는 M을 상대로 대금 등 반환 청구의 소(이 법원 2021가합1020호, 이하 ‘관련 민사사건’이라 한다)를 제기하면서 이 사건 양도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하였고, 제1심에서는 2022. 9. 7. ‘이 사건 양도계약서의 내용이 면책적 채무인수라고 보기 어렵고, N이 위 채무를 변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M은 피해자에게 3억 6,6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M이 항소하였으나, 항소심[광주고등법원(전주) 2022나11628호]에서 2023. 12. 14.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고, 위 판결은 2024. 1. 3. 그대로 확정되었다.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이 법원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2017. 12. 8. 이 사건 현장에서 고철이 많으니 고철 대금을 선입금 해주면 고철을 납품해주겠다고 말하여 그 무렵부터 2017. 12. 13.까지 고철 대금 명목으로 합계 3억 3,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각종 이유를 대면서 약속한 고철을 전혀 납품해주지 않았고, 이미 지급한 3억 3,000만 원도 전혀 반환해주지 않았다. 나중에 피고인이 고철을 매입하기로 하였다는 N한테 이야기를 들으니, 피고인이 2017. 12. 8. 이후로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아 고철을 납품할 수 없었던 것이고 피고인이 선급금을 주었더라면 고철을 납품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피고인은 처음부터 고철을 납품할 의사와 능력 없이 3억 3,000만 원을 편취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피해자와 N 사이의 2020. 9. 19.자 녹취록, AF의 운영자인 AG과 N 사이의 2020. 9. 25.자 녹취록(이하 ‘이 사건 각 녹취록’이라 한다)에 의하면, N이 피해자에게 “양도양수해준 거, 내가 왜 해준지 알아요? 피고인이 나를 불렀어. 그래서 룸싸롱에서 만났어. 자기 여자친구하고 나하고. ‘형님. 이러이러 해서..’ 그때 지가 말한 거 내가 다 녹음해놨어. 왜? 내가 걔 머리를 너무 잘 알고 있거든. ‘형님. 6개월만. 6개월만 형님이 뭐 하면 정리되니까. 이거 민사입니다’ 하면서 나한테 한 거 내가 녹음 다 했어.”, “K 거 뭐요? 내가 이사님을 갚을 이유가 뭐가 있어? 나한테 돈을 줬어요?”라고 말하는 점, AG과 N이 ‘피고인이 이 사건 고철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 2017. 12. 초순경부터 피고인에 대한 고철 반출을 중단하였다. 피고인 측이 지급한 매매대금에 대한 고철 반출은 완료되었고, 피고인에게 추가로 매매대금을 지급하라고 그랬는데 피고인이 포기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AE에게 지급했더라면 고철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는 점이 확인된다.
그러나 N은 이 법정에서 이 사건 현장에서 고철 반출을 못한 이유에 관하여 ‘처음에 자신이 생각한 고철 물량이 나오지 않았고, 이 사건 현장에 관한 다른 거래처에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AF에게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AH로부터 방사능 검출 문제 때문에 납품한 물량이 반품되는 바람에 이 사건 현장을 포기하고, 피고인과 거래를 종료하기로 합의하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녹취록에 관하여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기 위한 피해자의 제안으로 일부러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허위의 녹음을 한 것이고, AG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N과 위와 같은 전화통화를 한 2020. 9. 19. 14:00경부터 14:19경까지 두 사람의 발신기지국이 동일한 장소임이 확인된다. 피해자는 2025. 9. 12. 피고인을 통하여 이 법원에 제출한 고소취하서 및 처벌불원서에서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자신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고철납품 선급금을 편취하였다고 오해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진행경과를 통하여 피고인이 고의 또는 과실 없이 자신에 대한 고철납품을 중단하게 되었고, 피고인이 당시 지득한 현장상황을 그대로 자신에게 전달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가 2025. 9. 18. 다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과 이 사건 각 녹취록의 내용은 그대로 믿기 어려워 그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고철 매매계약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7. 12. 10.까지 AE에게 나머지 매매대금 5억 4,000만 원(= 부가세 포함한 매매대금 합계 17억 6,000만 원 – 위 12억 2,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는데,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3억 3,000만 원을 AE에게 지급하지 않고 자신의 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고철 매매계약에서 정한 매매대금은 차후 고철을 공급받기로 하고 먼저 그에 해당하는 매매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선급금’이고, AE이 AD에게 공급해야 하는 고철 물량은 6,000ton에 달하는 상당한 물량이었으며, 차후 AE이 실제 공급한 고철 물량에 따른 매매대금의 정산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 확인서 및 양도계약서에 비추어 보면, AE이 2017. 12. 8. 당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AD에게 공급을 완료한 고철 물량은 이미 지급된 12억 2,000만 원에 현저히 미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N은 이 법정에서 “(6,000ton보다 물량이 적게 반출될 것을 우려한 피고인에게 물량을 맞춰주겠다고 약속했냐는 물음에) 예. 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확인서가 허위의 내용으로 보인다는 물음에) 그건 아닙니다. 그 당시에 물량이 다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피고인은 당시 12억 2,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제가 추가로 돈을 달라고 하니까 물량 나오는 거 보고 주겠다고 하여 저랑 옥신각신하다가 제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현장에서 그만 손을 떼라고 말하면서 확인서를 써주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는바(이 사건의 증거기록 순번 59 508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고철 매매계약 당시부터 과연 AE이 지급한 선급금에 해당하는 고철 물량을 제대로 납품할 수 있을지 상당히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N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법정에서 이 사건 현장을 포기한 이유에 관하여 피고인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선급을 줬으니까 당시에는 추가적으로 줄 돈이 당장 없었냐는 물음에) 예.”라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AE에게 이미 12억 2,000만 원의 거액의 선급금을 지급하였고, 공급이 예정된 잔여 고철 물량이 상당한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고철을 공급하기 위해 AE에게 위 3억 3,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피해자는 이 사건 이전인 2017. 11. 30.에 피고인에게 지급한 고철 대금 2억 5,000만 원에 관하여는 피고인을 고소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이에 관하여 이 법정에서 “변호사님이 판단하기에 돈을 주고 물건을 계속 받았는데, 물건을 다 못 받고 잔액이 남아있는 상태였어요. 그러니까 이것은 사기가 안 된다고 변호사님이 판단해주셨고, 이 건은 물건이 이미 받을 수 없을 때, 그러니까 상황을 다, N하고 원청하고 얘기하다 보니까 상황을 보니까 이것은 아예 줄 의도가 없었던 거예요.”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현장에서의 고철 반출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마지막으로 돈을 받은 2017. 12. 13.까지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N은 위와 같이 고철 반출이 중단된 이유에 관하여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이 사건 현장에서 반출된 고철 등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어 중단되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AF을 운영하는 AG도 이 법정에서 ‘2017. 12. 23.경에 관내 소방서에서 이 사건 현장에 출동하여 방사능 검출에 관한 현장조사를 한 것은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AE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 사건 현장에 관한 고철 거래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AF에 대한 이 사건 현장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지급의무를 지체하고 있는 상태였고, AE이 위 잔금지급의무를 지체하고 있는 동안 AD이 AE에게 지급한 이 사건 고철 매매계약에 따른 중도금은 2017. 11. 16.부터 2017. 11. 30.까지의 합계 1,078,508,200원에 달한다. AE은 AD으로부터 1,078,508,200원을 지급받았음에도 불구하고 AF에게 잔금 10억 원을 전혀 지급하지 못하였고, 이 사건 현장 매매계약에서 정한 잔금의 액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고철 매매계약에 따른 미지급 중도금을 전부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AE이 위 잔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N도 이 법정에서 AD이 아닌 다른 거래처의 문제로 자금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고철을 공급하지 못한 것은 AD과 무관한 AE 측 사정에 기인한 것이고, 피고인이 당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위와 같이 거액의 선급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 사건 고철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에게 고철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고철대금을 지급받더라도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피해자로부터 위 3억 3,00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