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경계를 둘러싼 분쟁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경계표를 제거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약 50년간 경작해 온 농지에 일방적으로 설치된 경계표를 트랙터로 제거한 행위가 경계침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전북 완주군 C장은 피고인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피고인이 약 50년 이상 경작해 온 토지 위에 부당하게 경계표를 설치하였다. 피고인은 이러한 토지를 농사 짓기 위하여 트랙터로 갈았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경계침범죄가 성립되지 아니함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 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전북 완주군 B 인근 토지소유주이자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으로 전북 완주군 C장이 D 추진을 위해 지적측량하여 표시해둔 경계표, 경계표시봉 깃발, 노끈 줄(이하 ‘이 사건 경계표 등’이라 한다)을 2022. 3.경 자신의 트랙터로 미는 방법으로 제거하여 피해자 소유의 대지의 경계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전북 완주군 C장의 의뢰에 따라 한국국토정보공사가 경계측량을 실시하여 이 사건 경계표 등을 설치하였으므로, 이는 경계침범죄에서의 경계표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경계표 등의 존재를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트랙터로 밀어 인접 토지와의 경계가 인식불가능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370조에서 규정하는 경계침범죄는 토지 경계에 관한 권리관계의 안정을 확보하여 사권을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계는 반드시 법률상 정당한 경계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비록 법률상 정당한 경계에 부합되지 않는 경계라 하더라도 종래부터 일반적으로 승인되어 왔거나 이해관계인들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정해진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경계로 통용되어 온 것을 말하고, 반대로 기존경계가 진실한 권리상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사자의 어느 한쪽이 기존경계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경계측량을 하여 이를 실체권리관계에 맞는 경계라고 주장하면서 그 위에 계표를 설치하더라도 이와 같은 경계표는 경계침범죄에서 말하는 계표에 해당되지 않는다(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492 판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7도15 판결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경계표 등이 경계침범죄에서 정한 경계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경계표 등이 경계침범죄에서 정한 경계표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은 전북 완주군 F 답 3,820㎡의 소유자로 위 토지(이하 ‘피고인 소유 토지’라 한다)에서 논농사를 지어왔다. ② 전북 완주군 C장은 2022. 3. 2. ‘D’ 추진을 위하여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전북 완주군 B 도로 2,127㎡(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에 대한 경계측량을 의뢰하였다. ③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이 사건 도로에 관하여 경계측량을 실시한 결과 이 사건 도로의 경계선이 피고인 소유 토지 내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측량된 경계선을 따라 피고인의 논 안에 4개의 경계표를 설치하였는데 위 각 경계표는 논의 가장자리가 아니라 실제 경작에 이용되는 부분에 위치하였고, 마을주민들이 그 주변에 경계표시봉 깃발과 노끈도 설치해 둔 것으로 보인다. ④ C장이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이 사건 도로에 대한 측량을 의뢰하여 위 측량이 이루어질 당시 피고인이 위 측량에 동의하였다거나, 위 측량에 입회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과 이 사건 도로의 소유자 사이에,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측량한 경계선을 이 사건 도로와 피고인 소유 토지의 경계로 삼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하였을 당시 피고인이 경작하고 있는 논에 설치된 경계표 또는 경계점 깃발이나 노끈으로 한 경계가 법률상 정당한 경계라는 것이 판결을 통해 확정되지도 않았다. ⑤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경계침범죄는 토지 경계에 관한 권리관계의 안정을 확보하여 사권을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데, 이 사건 경계표 등은 종래부터 일반적으로 승인되어 왔거나 이해관계인들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정해져 객관적으로 경계로 통용되어 온 것이 아니라, C장의 요청으로 경계측량을 한 한국국토정보공사와 마을주민들이 피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경계표 등은 경계침범죄에서 보호하는 경계라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위 2의 가.항 기재와 같다. 2. 판 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결론
경계침범죄는 그 구성요건이 복잡하고, 어떤 경계표가 법적으로 보호받는지 여부를 일반인이 스스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처럼 전문적인 법리 판단이 요구되는 사건에서는 형사전문 변호사가 사실관계와 법리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적절한 방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따라서 경계침범죄와 관련한 형사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반드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