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재물손괴죄는 형법 제369조 제1항에 따라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366조에서 정한 재물손괴를 저지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69조(특수손괴) ①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366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형법
제366조(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자동차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므로, 자동차를 이용하여 타인의 차량을 고의로 충격하여 손상을 입힌 경우에는 특수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69조 제1항에 따른 처벌 수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단순 재물손괴죄보다 훨씬 무거운 형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2. 특수재물손괴죄 성립을 위한 핵심 요건, 고의
고의의 의미
특수재물손괴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행한다는 고의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고의 없이 실수로 타인의 재물을 손상시킨 경우에는 재물손괴죄나 특수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고 당시 피고인이 실제로 손괴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가 범죄 성립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고의의 증명 방법
피고인이 고의를 부정하는 경우, 고의라는 내면의 심리 상태를 직접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적 사실이나 정황을 종합하여 고의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때 간접사실이나 정황이 무엇인지는 일반적인 경험 법칙에 바탕을 두고 사실들 사이의 연결 관계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으로 결정하여야 합니다.
증명책임과 합리적 의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유죄로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증거가 부족하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원칙은 피고인을 보호하는 형사재판의 기본 원리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3. 실제 판례 사안의 내용
사안의 개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고속도로 1차로에서 시속 약 110km로 차량을 운전하던 중 피해자 차량이 2차로에서 1차로로 무리하게 진로를 변경하면서 피고인 차량의 앞 범퍼를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충격으로 인해 피고인의 차량이 균형을 잃고 중앙분리대 쪽으로 방향이 틀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고, 피고인은 핸들을 바로잡아 간신히 중앙분리대 충돌을 피하였습니다.
이후 피해자 차량 속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피고인 차량이 가속하여 피해자 차량 뒤 범퍼를 추돌하였고, 검사는 이를 보복 목적의 특수재물손괴로 기소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게 특수재물손괴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이 고의를 부정한 주요 근거로는 첫째, 피고인이 60세를 넘는 고령이고 과거 운전적성정밀검사에서 거리 지각 능력과 주의 전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점, 둘째, 1차 사고 직후 불과 몇 초 만에 2차 사고가 발생한 점에서 피고인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브레이크 대신 엑셀러레이터를 잘못 밟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보복운전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인 상향등 켜기, 경적 울리기, 급정거 유발 등의 행위가 전혀 없었고, 피고인이 사고 처리나 수사 과정에서 보복 감정을 표출하였다는 자료도 없었으며, 운전적성정밀검사에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라는 평가를 받은 점도 고의를 부정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피고인은 고소인의 차량을 손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특수재물손괴의 고의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차량번호 1 생략) 쏘렌토 승용차를 운전하는 자이다. 피고인은 2023. 3. 2. 15:26경 위 차량을 운전하여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학천리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306.5km 지점을 부산 방면에서 서울 방면으로 편도 3차로 중 1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같은 방향 2차로로 진행하던 피해자 B(남, 39세)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싼타페 승용차가 1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위 싼타페 승용차의 좌측 뒤 범퍼 부분으로 1차로를 진행하던 피고인 운전의 위 쏘렌토 승용차 우측 앞 범퍼 부분을 충격하였다. 피해자의 무리한 진로변경으로 사고가 발생하자 이에 화가 난 피고인이 앞서 진행하는 피해 차량을 충격하기로 마음먹고 사고 후 1차로에 앞서 운행하던 피해 차량을 속도를 내 추격하여 앞 범퍼 부분으로 피해 차량 뒤 범퍼를 추돌케 하는 사고를 유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하여 피해 차량에 수리비 1,512,688원이 나오게 손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각 충격 당시의 상 황, B이 운전한 싼타페 승용차와 피고인이 운전한 쏘렌토 승용차의 위치와 거리, 쏘렌토 승용차의 가속 정도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특수재물손괴에 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4737 판결 참조).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참조). 2) 판단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특수재물손괴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와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① 피고인은 고속도로 1차로에서 승용차를 시속 약 110km로 운전하던 중이었다. B은 1차로에서 피고인의 승용차를 뒤따라오다가 앞지르기를 하기 위해 차로를 2차로로 일시 변경한 다음 속도를 시속 158km로 높여 1차로로 재진입하였다. 그 과정에서 B은 자신의 승용차 좌측 뒤 범퍼 부분으로 피고인의 승용차 우측 앞 범퍼 부분을 충격하였다(이하 '1차 사고'라 한다). 이 사고의 충격으로 피고인의 승용차는 균형을 잃고 중앙분리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피고인이 그 순간 핸들을 바로 잡아 중앙분리대에 부딪히는 위험은 피하였으나, 피고인이 운전하던 차량의 위치와 속도, 주변의 교통상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아찔한 사고의 피해 운전자로서 크게 놀라 당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② 차의 운전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는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B도 '1차 사고 후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줄였다'고 진술하고 있다(B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4~5면). 그런데 피고인은 1차 사고 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속하여 앞서 가는 B의 승용차 뒷부분을 충격하였다(이하 '2차 사고'라 한다). 가해 차량이 도주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피해 차량이 오히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와 가해 가량을 충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경찰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제동을 하려고 했는데 제동이 되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생각했는데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는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8면). 1차 사고 후 불과 몇 초 만에 2차 사고가 발생한 점, 피고인이 60세가 넘는 고령인 점, 피고인이 2018년 운전적성정밀검사에서 '멀고 가까운 거리를 지각하는 능력, 주의를 전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1차 사고 직후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브레이크 대신 엑셀러레이터를 잘못 밟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③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 앞서 가는 차량을 들이받는 것은 그 차량을 손괴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생명과 신체까지 해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피고인이 1차 사고를 당하고 중앙분리대에 부딪힐 뻔한 위험에서 벗어난 직후 자신을 다시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설령 피고인이 B의무리한 진로변경으로 사고가 발생하자 화가 났다고 하더라도, 정차하여 말로 항의를 할 수 있음에도 단지 순간의 보복 감정에 휩싸여 B의 차량을 들이받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④ 보복 운전은 통상 선행 차량의 뒤에 바짝 따라붙어 상향등을 켜거나 경적을 울리고, 선행 차량의 앞으로 가 선행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급정거를 하여 그 차량으로 하여금 자신의 차를 부딪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2차 사고 당시 피고인은 그러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고처리나 수사 과정에서도 피고인이 B에게 화를 내거나 보복 감정을 표출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제출되어 있지 않다.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교통사고 관련 범죄나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앞서 본 운전적성정밀검사에서도 피고인은 '우울, 불안 등이 적으며 화를 내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일도 많지 않아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피고인이 1차 사고에 화가 나 고의로 B의 승용차를 충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제2의 다항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결론
특수재물손괴 사건에서 고의 여부는 복잡한 정황 판단이 필요하므로, 당사자 혼자 수사 단계에서부터 재판까지 대응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사건의 정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고의 부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와 논리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의뢰인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건에 연루된 경우, 초기 단계부터 반드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