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에 검사는 공소사실, 죄명, 적용법조 등을 변경하는 공소장 변경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강제추행죄로 기소된 사건이 공연음란죄로 공소장이 변경되는 경우, 그 변경이 적법한지 문제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공소장 변경 절차의 하자로 인해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이 파기환송된 실제 사례를 통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목차
1. 공연음란죄의 성립요건과 법적 의미
공연음란죄는 공공장소에서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음란한 행위를 하는 범죄로, 건전한 성풍속과 사회질서를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 형법 제245조(공연음란)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
이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한 행위일 것, 둘째, 그러한 행위가 공연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여기서 ‘공연히’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반드시 현실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고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강제추행죄와의 구별
공연음란죄는 형법 제245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8조에 규정된 별개의 범죄입니다.
|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범죄로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반면, 공연음란죄는 사회 전체의 건전한 성풍속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강제추행죄의 경우 자위행위 여부나 공연성이 범죄 성립에 직접 영향이 없지만, 공연음란죄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 성립의 핵심 요건이라는 점에서 심판대상과 방어대상이 명확히 구분됩니다.
2. 공소장 변경 절차의 법적 요건
공소장 변경의 원칙적 방식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를 추가, 철회 또는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서면으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합니다.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은 이러한 원칙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심판의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고 절차를 분명히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재정하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피고인이 동의하는 경우에는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공소장변경신청서 부본의 송달
검사가 서면으로 공소장변경신청을 하는 경우,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피고인의 수에 상응한 부본을 첨부하여야 하며, 법원은 그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즉시 송달하여야 합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3항은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이 있을 때에는 그 사유를 신속히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98조(공소장의 변경) ①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 ②법원은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또는 변경을 요구하여야 한다. ③법원은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이 있을 때에는 그 사유를 신속히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고지하여야 한다. ④법원은 전3항의 규정에 의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이 피고인의 불이익을 증가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권 또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청구에 의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필요한 방어의 준비를 하게 하기 위하여 결정으로 필요한 기간 공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 |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될 수 있으며,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 위반에 해당합니다.
3. 실제 사례: 공소장변경 절차 위반 사건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고속버스 안에서 음란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던 중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의 허벅지를 만져 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강제추행죄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었고, 제1심 법원은 추행사실과 고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이에 검사가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 검사는 기존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피고인이 자위행위를 함으로써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의 공연음란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절차 진행
항소심 법원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거나 교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였습니다.
검사가 변경된 공소사실, 죄명과 적용법조를 진술하였고, 피고인과 변호인은 예비적으로 추가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으나, 피고인은 최종 의견 진술 시 강제추행 공소사실과 관련하여만 추행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같은 날 변론을 종결하였고, 약 한 달 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공연음란죄를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검사가 항소심에서 신청한 예비적 공소사실인 공연음란죄는 기존 공소사실인 강제추행죄와 행위 양태, 보호법익, 죄질과 법정형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자위행위 여부나 공연성이 범죄 성립에 직접 영향이 없지만, 공연음란죄는 공연히 자위행위를 한 사실이 범죄 성립요건이므로 심판대상과 방어대상이 서로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항소심 법원이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거나 교부하지 않은 채 공판절차를 진행하여 당일 변론을 종결한 다음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인의 변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최종 결론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에 공소장변경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 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이로써 피고인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연음란죄에 대해 충분히 방어할 기회를 새롭게 부여받게 되었으며, 항소심은 다시 심리와 판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대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법원은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이하 ‘공소장의 변경’이라 한다)이 있을 때에는 그 사유를 신속히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고지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98조 제3항).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은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에 따라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을 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5항은 ‘법원은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재정하는 공판정에서는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피고인이 동의하는 경우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검사가 공소장변경신청을 하고자 할 때에는 서면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재정하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피고인이 동의하는 경우에는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신청을 할 수 있다(대법원 선고 2017도5122 판결 등 참조). 이는 심판의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고 절차를 분명히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2항, 제3항에 따르면, 검사가 서면으로 공소장변경신청을 하는 경우 피고인의 수에 상응한 부본을 첨부하여야 하고, 법원은 그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즉시 송달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공소장변경 절차에 관한 법규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검사의 서면에 의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있는데도 법원이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을 송달ㆍ교부하지 않은 채 공소장변경을 허가하고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에 기재된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하였다면,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을 송달ㆍ교부하지 않은 법원의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 다만 공소장변경 내용이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것이거나 피고인과 변호인이 공판기일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충분히 변론할 기회를 부여받는 등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선고 2009도1830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피고인이 고속버스 안에서 음란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던 중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의 허벅지를 만져 추행하였다.’는 내용의 강제추행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피고인은 제1심에서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었고, 제1심은 추행사실과 고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나. 검사는 원심에서 위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함으로써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의 공연음란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원심은 제2회 공판기일에서 위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거나 교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였다. 검사는 위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에 따라 공소사실, 죄명과 적용법조를 진술하였고, 피고인과 변호인은 예비적으로 추가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진술하였다. 원심은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종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였는데, 피고인은 강제추행의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추행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만 진술하였다. 다. 원심은 제2회 공판기일에서 변론을 종결하고 제3회 공판기일에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였다. 한편 위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은 원심 변론종결 이후인 변호인에게, 피고인에게 송달되었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검사가 원심에서 공소장변경을 신청한 예비적 공소사실은 공연음란죄에 관한 것으로서 기존 공소사실인 강제추행죄와 비교하여 행위 양태, 보호법익, 죄질과 법정형 등에서 차이가 있다. 강제추행죄는 피고인이 자위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나 그 행위에 공연성이 있는지 여부가 범죄 성립에 직접 영향이 없지만, 공연음란죄는 공연히 자위행위를 한 사실이 범죄 성립요건이다. 따라서 기존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은 심판대상과 피고인의 방어대상이 서로 다르다. 그런데도 원심은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거나 교부하지 않은 채 공판절차를 진행하여 당일 변론을 종결한 다음 기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인의 변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공소장변경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주위적 공소사실을 포함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4.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4. 결론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형사재판에서는 실체적 진실 발견뿐만 아니라 적법한 절차의 준수가 매우 중요하며, 당사자 혼자서 이러한 절차적 하자를 발견하고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공소장 변경 등 복잡한 형사절차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검토하고 적절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범죄로 기소되어 공소장 변경 등 복잡한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적법절차에 따른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