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발생 후 피해자가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면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특히 진단서에 기재된 병명과 치료 기간만으로 상해가 인정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억울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미한 교통사고에서 상해진단서가 제출되었음에도 상해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된 실제 사례를 통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의 성립 요건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목차
1.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에서 ‘상해’란 무엇인가
상해의 법적 의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가 성립하려면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해야 합니다.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 ①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ㆍ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여기서 상해란 피해자의 신체적 완전성을 손상시키거나 몸의 정상적인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형법상 상해죄의 상해 개념과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불쾌감이나 일시적인 통증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상해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상해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
충격에 수반된 신체 증상이 극히 경미하여 일상생활 중에도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의 불편함에 불과하고, 별도의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회복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구체적인 신체 상태와 정신적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므로, 동일한 충격이라도 피해자의 개별적 상황에 따라 상해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상해 여부는 객관적이고 획일적인 기준이 아니라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2. 상해진단서의 증거 능력과 한계
상해진단서가 유력한 증거가 되는 경우
교통사고 이후 피해자가 제출하는 상해진단서는 의사가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상해 원인을 파악한 뒤 의학적 판단을 기재한 문서로서, 그 자체로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인한 상해를 직접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다만 진단일자와 상해진단서 작성일자가 사고 발생 시점과 시간적으로 가깝고, 진단서 발급 경위에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기재된 상해 부위와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사고 경위와 일치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과 함께 유력한 증거로 인정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진단서의 증명력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습니다.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이 제한되는 경우
반면에 상해진단서가 주로 피해자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에 의존하여 의학적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경우에는, 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로 보아 그 증명력 판단에 매우 신중하여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진단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상해가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고의 충격 정도, 피해자의 실제 치료 내역, 사고 이후 행동 등 구체적인 정황이 종합적으로 검토됩니다.
따라서 진단서가 제출되었더라도 실제 상해 여부는 별도로 엄밀하게 심사받게 됩니다.
3. 실제 판례 사안 분석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피고인이 지하주차장 내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맞은편에서 진행하던 피해자 차량의 오른쪽 뒷부분을 충격한 교통사고입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 차량 탑승자 4명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상해를 입혔다고 기소하였고, 각 피해자들은 상해진단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피해자들에게 실제로 상해가 발생하였는지를 면밀히 심리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 충격의 경미성
법원은 블랙박스 영상과 피해 차량 파손 부위 사진을 검토한 결과, 사고 충격으로 인해 피해 차량의 오른쪽 뒷바퀴 빗물받이 부분에 금이 가는 외에 별다른 파손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실제로 지출한 차량 수리비가 불과 1만 원 정도에 그쳤고, 사고 장소가 주차장 내부였으므로 충돌 당시 차량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사고의 충격이 경미한 수준이었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 피해자들의 치료 경과
법원은 피해자들의 사고 이후 행동과 치료 경과에도 주목하였습니다.
피해자 일행은 사고 직후 당초 계획대로 키즈카페로 이동하여 지인을 만나는 등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였고, 성인 피해자 2명은 사고 당일 아무런 의료적 처치를 받지 않다가 수일이 지난 후 단 한 차례 내원하여 물리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에 그쳤습니다.
이를 진찰한 의사는 당시 통증이 심하지 않았고 지속될 경우 재내원을 권유하였으나 피해자들이 다시 내원하지는 않았다고 확인하였습니다.
무죄 선고 결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한 결과, 피해자들이 이 사고로 인하여 일상생활 중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의 수준을 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상해 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주 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의 점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3. 1. 22. 12:40경 (차량번호 1 생략) 스파크 차량을 운전하여 수원시 영통구 H 건물 지하주차장 내에서 우회전하면서, 그곳은 지하 주차장이므로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 및 좌우를 제대로 주시하며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그대로 우회전하여 마침 피고인 진행방향 전방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직진하며 진행하던 피해자 I(남, 41세) 운전의 스포티지 차량의 오른쪽 뒷 부분을 피고인 운전의 위 스파크 차량의 앞 범퍼 부분으로 충격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 I와 위 스포티지 차량 동승자인 피해자 J(여, 41세), 피해자 K(여, 8세), 피해자 L(여, 5세)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의 염좌 및 긴장의 상해를 각 입게 하였다. 2. 판 단 가. 관련 법리 상해죄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폭행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 정도이고,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였는지는 객관적,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한편 상해죄의 피해자가 제출하는 상해진단서는 일반적으로 의사가 당해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상해의 원인을 파악한 후 의학적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관찰․판단한 상해의 부위와 정도 등을 기재한 것으로서 거기에 기재된 상해가 곧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에 부족한 것이지만, 그 상해에 대한 진단일자 및 상해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상해진단서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으며 거기에 기재된 상해 부위와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무렵 피해자가 다른 원인으로 상해를 입을 만한 정황이 발견되거나 의사가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더불어 피고인의 상해 사실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되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그 증명력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728 판결 참조). 다만 상해진단서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하여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경우 등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참조). 나. 판 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증인 I의 일부 법정진술, I 작성의 교통사고발생상황진술서, 피해 차량 파손 부위 사진, 각 진단서, 통원치료확인서, M정형외과 원장의 사실조회 회신, 블랙박스 영상 CD의 각 일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I 등 피해자들이 위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게 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해 차량 파손 부위 사진, 블랙박스 영상 CD의 각 영상에 의하여 확인할 수 있는 위 공소사실 기재 사고 장면을 보면, 피고인이 주차장 내에서 전방에 직진하던 피해 차량을 보지 못하고 만연히 직진하여 피고인 차량의 앞 범퍼 부분으로 피해 차량의 오른쪽 뒷바퀴 빗물받이 부분을 들이받기는 하였으나, 피해 차량의 오른쪽 뒷바퀴 빗물받이 부분에 금이 가는 외에 피해자 차량에 별다른 파손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피해자는 피해 차량 수리비로 불과 1만 원 정도를 지출하였다(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차량 수리비 견적이 130만 원 가량 나왔으나 보험 관계로 육안으로 파손이 확인되는 부분만 수리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실제 이 사건 사고로 그와 같이 차량을 수리하여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② I는 위 사고의 충격에 관하여 차량 뒤편에서 ‘쿵’ 하며 울리는 것이 느껴졌고, 사고 이후 목 쪽으로 당기는 느낌이 있었고, 자신의 처와 자녀도 머리가 아프다고 이야기하였다고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사고 장소가 주차장 내였으므로 피고인 차량이나 피해 차량 모두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피해 자동차의 파손 정도, 피해자들이 사고 직후 바로 키즈카페로 이동하여 지인과 만나는 등 애초 계획한 일정을 계속한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사고로 인한 충격이 그다지 컸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피해차량에 동승하였던 I의 두 자녀 K, L은 사고 당일 응급실에 가서 진찰을 받기는 하였으나, 별다른 치료를 받은 바 없고, I와 피해 차량에 동승하고 있던 그 처인 J은 사고 당일 아무런 의료적 처치를 받지 않았고, I는 2023. 1. 26., J은 2023. 1. 28. 단 한 차례 병원에 내원하여 물리치료를 받고, 각 내원 당일자로 진단서를 발급받았을 뿐이며, 두 사람 모두 약 처방을 받기는 하였으나 이를 다 복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③ K, L에 대해서 사고 당일 발급된 진단서에는 경추의 염좌로 약 2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고 기재되어 있고, 사고 후 수일이 지난 이후 발급된 I, J에 대한 진단서에도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으로 2주간 보존적 물리치료,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진단은 위 진단서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임상적 추정에 불과한 것인 데다가, I, J을 진찰한 의사는 당시 위 피해자들의 통증이 심하지 않았고, 통증 지속시 내원하여 치료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위 피해자들이 내원하지는 않았다고 사실조회에 대하여 회신하였다. ④ 위와 같은 이 사건 사고 후의 정황, 피해자들의 상태 및 진료경과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들이 위 사고로 인하여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 정도를 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그것이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아 치료할 필요 있는 정도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3. 결 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
4. 결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사건은 상해진단서의 존재만으로도 처벌 여부를 둘러싼 법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사자가 혼자서 이를 효과적으로 다투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사고 충격의 정도, 피해자의 실제 치료 경과, 진단서의 신빙성 등 무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요소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의뢰인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통사고 후 상해 혐의로 형사처벌 위기에 처하였다면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