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로 고소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파트 분양권 매매 계약금을 받은 매도인이 그 돈의 일부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안에서 횡령죄 무죄가 선고된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횡령죄는 형법 제355조 제1항에 따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따라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돈이 반드시 ‘타인의 소유’여야 하고, 자신이 그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만약 돈을 받는 순간 그 소유권이 이미 받은 사람에게 넘어갔다면, 그 돈을 어디에 사용하든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용도를 정하여 맡긴 돈의 경우
특정한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돈은 정해진 목적대로 사용될 때까지 그 소유권이 맡긴 사람에게 남아 있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돈을 맡아 관리하는 사람이 그 돈을 정해진 용도 외로 임의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공사비로 납부하라고 건네받은 돈을 개인 용도로 썼다면, 이는 타인의 재물을 횡령한 것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상 채무 이행으로서 변제된 돈의 경우
반면에 돈을 건네는 행위가 계약에 따른 채무 이행, 즉 변제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돈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순간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넘어갑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그 돈을 임의로 다른 곳에 사용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횡령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돈이 건네진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 이 사건의 사실관계
아파트 분양권 매매계약의 체결
피고인은 자신이 분양받은 아파트에 대해 시공사 등과 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 당시 공급금액은 약 4,170만 원이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와 해당 아파트 분양권을 약 4억 5,743만 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금은 1억 1,500만 원, 잔금은 약 3억 4,243만 원으로 정하였습니다.
피해자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일 피고인에게 계약금 1억 1,500만 원을 송금하였습니다.
분쟁의 발단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이 시공사에 납부해야 할 6차 중도금 약 4,170만 원과 잔금이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계약금 중 4,170만 원을 시공사 계좌에 입금하겠다는 이야기가 오갔으나, 이를 계약서 특약이나 각서 형태로 서면에 남긴 사실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해당 금원을 시공사에 납부하지 않고 코인 및 주식 투자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하자, 피해자는 피고인을 횡령죄로 고소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계약금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단
법원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1억 1,500만 원을 교부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 지급채무를 이행한 변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돈은 피고인에게 전달된 순간 피고인의 소유가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판단에 따르면 해당 계약금은 ‘타인의 재물’이라는 횡령죄의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구속력 있는 약정 여부에 대한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나중에 작성한 확인서를 근거로 계약금 중 일부를 중도금으로 납부하기로 하는 구속력 있는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해당 확인서는 잔금 지급기일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피고인이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한 사정을 시인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계약금 중 4,170만 원이 피해자의 재물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최종 선고 결과
법원은 원심이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유죄를 선고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원심에서는 피고인에게 징역 6월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고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입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인 2023. 3. 6.경 피해자로부터 그 용도가 중도금 및 잔금 명목으로 특정된 돈을 지급받은 사실이 없으며, 피고인은 위 일시 경 변경된 2차계약서에 따라 계약금 7,000만 원을 지급받았을 뿐이다. 또한 실제 계약의 체결 및 이행과정이 피해자의 주장과 다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이 받은 돈이 타인의 재물인지에 관한 직권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3. 3. 6.경 평택시 B건물, C호 D사무실에서, 자신의 아파트 분양권을 피해자 E에게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시공사에 납부해야 할 중도금 및 잔금 명목으로 피고인의 F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1억 1,500만 원을 송금 받아 피해자를 위해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피고인은 그 무렵 불상지에서 임의로 코인 및 주식 투자 등 개인 용도로 4,170만 원을 사용하여 횡령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횡령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일 것을 요하는 것인바,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은 정해진 목적, 용도에 사용할 때까지는 이에 대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으로서 수탁자가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7도1034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금전의 교부행위가 계약상 채무의 이행으로서 변제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이 상대방에게 교부됨으로써 그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이전되므로 상대방이 변제금으로 교부받은 돈을 임의로 소비하였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11014판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하고 당심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이 인정된다. ○ 피고인은 2020. 10. 7.경 매수인으로서, 경기도 평택시 H아파트 I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에 대하여 시행수탁자인 주식회사 J, 시공사인 K 주식회사등, 시행위탁자인 주식회사 L와 공급금액 4,170만 원의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증거기록41쪽~42쪽, 이하 '이 사건 공급계약'이라 한다). ○ 피고인은 2023. 3. 6.경 피해자와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를 피해자에게 매매대금은 4억 5,743만 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계약금은 1억 1,500만 원, 잔금은 3억 4,243만 원으로 정하였는데, 계약금은 위 매매계약 체결 당일 지불하기로 하여, 피해자는 2023. 3. 6.경 피고인에게 1억 1,500만 원을 송금하였다(피고인 제출 증제1호, 증거기록 제25쪽) ○ 피고인은 이 사건 공급계약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의 중도금을 5차까지 납부하였는데,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일 기준으로 6차 중도금 4,170만 원 및 잔금 1억 2,510만 원이 남은 상태였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위와 같이 2023. 3. 6.경 피고인에게 1억 1,500만 원을 교부한 것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하여 자신이 부담하는 매매대금지급채무의 이행을 위한 변제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돈은 피고인에게 교부됨으로써 그 소유권이 피고인에게 이전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위 각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계약금 1억 1,500만 원을 교부받으면 그 중 4,170만 원을 이 사건 공급계약에 따라 피고인이 납부하여야 할 위 6차 중도금으로서 주식회사 J의 M은행계좌에 입금하겠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오간 듯하나, 위와 같은 내용을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 특약으로 기재하거나 각서 형태로 작성한 사실은 없다. 피고인이 작성한 2023. 3. 30. 자 중도금편취 인정 및 손해배상이행 확인서(피고인 제출 증제2호)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 지급기일에 이르러 피고인이 위 6차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하게 된 사정을 시인하고 그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사건 발생 후에 작성된 것일 뿐이므로, 이를 들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이 사건 매매를 체결함에 있어 이 사건 매매 계약금 중 일부를 특정하여 위 6차 중도금으로 납부하기로 하는 내용의 구속력 있는 약정을 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교부받은 위 계약금은 그 전액이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피고인의 소유가 되었다고 볼 것이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계약금 중 4,170만 원이 타인, 즉 피해자의 재물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 바, 이는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4. 결론
횡령죄 사건은 돈이 건네진 경위와 계약 내용, 약정의 구속력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므로, 당사자 혼자서 수사 및 재판 과정에 대응하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유죄와 무죄의 경계가 미묘한 사안일수록 사실관계를 법리에 정확히 연결하여 법원을 설득할 수 있는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횡령죄로 고소를 당하거나 수사를 받게 된 경우에는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