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강요와 압박으로 피해자와 B 등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을 하였을 뿐 이후 피해자를 캄보디아로 이송하고 감금하는 데 관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피고인을 공동정범으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5년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바, 이러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의 공모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으며 공범자 각자가 공범자들 사이에 구성요건을 이루거나 구성요건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분담한다는 상호이해가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등 참조). 공모자 중 구성요건 행위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자라도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수 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075 판결 등 참조). 한편 공동정범의 본질은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음에 반하여 종범은 그 행위지배가 없는 점에서 양자가 구별된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도385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하였고, 원심은 피고인의 자백과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B 등과 공모하여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하고, 유인된 피해자를 국외로 이송하였으며,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여 피해자를 약 9일간 감금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고인은 2025. 2. 21. 캄보디아로 출국하였다가 2025. 3. 25. 한국으로 돌아왔다. 피고인과 피고인의 배우자 등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역, 피고인의 농협계좌 거래내역 등에 의하면, 위 기간 피고인의 계좌가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자금 세탁에 이용되었고, 2025. 2. 26.경 5,000만 원이 입금된 상태에서 피고인의 계좌가 지급정지되자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피고인에게 8,000만 원을 요구하였으며, 이에 피고인이 8,000만 원을 구해 보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자 배우자를 통해 해당 계좌의 지급정지 해제요청을 하였고, 이후 2025. 3. 24.경 캄보디아 범죄조직으로부터 핸드폰, 여권을 돌려받고 한국행 항공권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과 성명불상의 캄보디아 조직원[텔레그램명 ‘R’] 사이의 텔레그램 대화내역에 의하면, 위 조직원이 2025. 3. 24. 400달러 송금 화면을 전송하자, 피고인이 감사 인사를 하고, ‘캄보디아 시간 1시 10분에 비행기 탑니다. 서울 도착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 피고인이 서울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위 조직원이 피고인에게 ‘잘 도착했으면 됐어. 오늘 명의자 만나서 개인장(개인통장) 확인하고 S도 확인하고 법인장(법인통장) 하는걸 확인해’, ‘B이가 말해서 개인장 S 확인하고 먼저 보내 그 명의자를’, ‘너 명의자랑 연락하고 있어?’ 등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피고인이 ‘예’라고 답하였으며, 위 조직원이 피고인에게 ‘너도 집에 있고 싶은 건 알겠는데 일부터 보고 쉬자. 빨리 명의자 만나서 보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된다(증거기록 2권 389~391면). 또한 피해자는 경찰 제3회 조사에서 ‘피고인이 2025. 3. 23.~24.경 자신에게 캄보디아에 있다고 하면서 한국 가면 한번 보자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고, 2025. 3. 25. 한번 만나자는 연락을 하였으며, 2025. 3. 26.캄보디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면서 만나자고 하여 피고인을 만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279면).
이에 비추어 보면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피고인의 계좌를 이용하는 동안 피고인이 감금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캄보디아에서 출국하기 전에는 이미 피고인 자신도 이에 가담하여 성명불상의 캄보디아 조직원, B 등과 계좌 명의자를 캄보디아로 유인한 다음 그 명의자의 계좌를 이용하는 동안 명의자를 감금하는 범행을 모의하고 국내에서 계좌 명의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 피해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피고인과 피고인의 소개로 2025. 3. 26. 처음 만난 B을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은 채 진술하기도 하였으나, 경찰 제
3회 조사에서, ‘저한테 얘기를 주도적으로 한 사람은 피고인과 제 맞은편에 앉아있던 사람(B)이었다. 저한테 캄보디아에서 한달 동안 있으면 주당 200만 원씩 800만 원을 통장에 입금해 준다고 했다. 거기서 하는 일이 코인 관련된 전화받고 하는 쉬운 일인데 쉬다 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금 받을 계좌를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주었다’, ‘처음에는 피고인밖에 이름을 몰라서 얘기를 못했는데, 당시 피고인뿐만 아니라 B이 이렇게 얘기를 했고, 피고인도 옆에서 같이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거들었다. B이 캄보디아 관련해서 말을 많이 했고, 피고인은 자신도 한 달 동안 돈 벌어왔다고 하면서 코인을 보여주었다’, ‘B이 여권이 있는지 물어봐서 잃어버렸다고 하니 긴급여권을 발부받으면 된다고 하였고, 피고인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즉답을 하지 않고 헤어진 후 운전을 하면서 피고인과 통화도 했다. 당시 “너도 좋아 보이고 내가캄보디아에 가도 괜찮겠냐”고 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라 오래 있을 수 없다고 하니 (피고인이) “다 괜찮다”고 했다’, ‘피고인이 캄보디아 비자 받을 때 필요하다고 하면서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초본을 준비하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B도 맞장구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281~283면).
다) 피고인도 경찰 제3회 피의자신문에서, ‘피해자를 캄보디아에 보내고 나서 B으로부터 총 600만 원을 받았다’, ‘피해자를 직접 만나기 전에 텔레그램으로 캄보디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고 하였고 아는 동생이 있으니까 만나자고 하였다. 피해자에게 캄보디아에 갔다 오면 돈 벌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한 것은 맞다. 당시 피해자에게 나도 캄보디아에 가서 돈을 벌고 왔다고 휴대폰에 있는 S 코인거래소에 들어가서 입출금된 내역을 보여주고 그랬다’, ‘집에 도착해서 피해자와 텔레그램 메신저로 통화한 것은 기억한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 589~591면). 또한 피고인은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 당시, B이 캄보디아로 보낼 사람을 찾고 있는 목적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 거짓말 같고요. 사람을 구해서 통장을 보내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하였고, “피의자 본인이 캄보디아에서 한 달 넘게 감금당하다가 귀국한 상태에서 B의 제안을 들었을 때 피해자가 캄보디아에 가면 감금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네. 아예 몰랐다면 거짓말이지요”라고 답하였으며(증거기록 2권 665, 669면),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 당시 성명불상의 캄보디아 조직원(텔레그램명 R)과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제시받고, “피의자는 전회 조사에서 B, N, M 무리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피고인은 맞장구만 친 것처럼 진술하였으나, 사실은 R의 지시에 따라 모두가 피해자를 유인하여 캄보디아로 이송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네.맞습니다”라고 답하였다(증거기록 2권 719면). 또한 피고인과 B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 내역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있는 E에서 핸드폰을 빼앗긴 채 감금될 것이라는 사정 역시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2권 396,397면).
라) 위와 같은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캄보디아 조직원, B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 내역, 피해자와 피고인의 위 각 진술 내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성명불상의캄보디아 조직원, B 등과 함께 피해자를 캄보디아로 유인하여 피해자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는 동안 피해자를 감금하는 범행을 사전에 공모하고, 피고인, B 등은 국내에서 피해자를 유인하여 캄보디아로 이송하는 역할을, 성명불상의 캄보디아 조직원 등은 캄보디아에서 피해자를 감금하는 역할을 각각 담당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수행한 유인책 역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의 실현을 단순히 용이하게 하거나 도와주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B, 성명불상의 캄보디아 조직원 등과 공모하여 피해자에게 캄보디아에 가서 대신 일을 해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거짓말하여 피해자를 국외이송 목적으로 유인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캄보디아로 출국하게 하여 그곳에 있던 범죄조직에 의해 9일간 감금되도록 한 것이다.
원심은, 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고인이 수사 초기에는 범행을 부인하였으나, 잘못을 뉘우치고 공범 등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진술하는 등 수사에 협조한 점, 피고인이 한 차례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처벌받은 외에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하면서도, ② 이 사건 범행은 그 목적과 경위, 방법과 내용, 감금 기간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고인의 범행 가담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만일 피해자 스스로 탈출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감금과 신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점 등의 불리한 정상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직업, 성행, 환경,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들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다. 원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법률상 처단형 및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할 수 없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형부당 사유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사정에 해당하고, 원심의 양형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사정변경도 없다[한편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캄보디아 조직원들의 강요나 협박에 의하여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사정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인 2025. 2. 21. 캄보디아로 출국하여 2025. 3. 25. 입국하였고, 위 기간 피고인의 계좌가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자금 세탁에 이용되었으며, 피고인의 계좌가 지급정지되자 위 범죄조직이 피고인에게 8,000만 원을 요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① 피고인은 한국에 입국한 직후부터 성명불상의 캄보디아 조직원(텔레그램명 R)과 여러 차례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텔레그램을 삭제하면서 해당 조직원과의 대화 내역 등을 일부 캡처해 두었는데, 위 대화 내역에서 피고인이 강요나 협박을 받았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는 점, ② 피고인은 유인책 역할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상당한 금액을 지급받았고, 이 사건 범행 이후 B과 별도로 직접캄보디아에 보낼 계좌명의자를 유인하여 출국시키기도 한 점, ③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후에도 2025. 5. 9.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2025. 5. 10. 귀국한 점, ④ 피고인은 경찰 조사를 앞두고 피해자보다 캄보디아로 먼저 출국했다가 입국한 사정 등을 허위로 진술하기 위해 B과 논의를 하기도 했는데, 위와 같은 논의 과정에서도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강요나 협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캄보디아 조직원들의 강요나 협박 등에 의해 부득이하게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