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과 피해자 B(여, 27세)는 2023. 2.경부터 같은 해 5.경까지 교제하던 사이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교제할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여 피해자와의 성관계 영상, 피해자가 속옷을 입지 않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을 촬영하였다.
피고인은 2023. 4. 25. 01:50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널 어떻게 죽이지? 난 이제 너한테 육체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정신적인 폭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번 기회에 보여줄게. 우리 같이 찍은 것도 있는데 기억 나냐?"라고 말하고, 같은 날 02:50경 재차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내가 진짜 너희 부모님한테 얘기 다 끝낼거야, 너네 아저씨 번호까지 따야 되냐, 내가 C님한테 보내드려야 되냐, D님한테 보내드려야 돼"라고 말하여 마치 위 영상물을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유포할 것처럼 피해자를 협박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283조에서 정하는 협박죄의 성립에 요구되는 '협박'이라고 함은 일반적으로 그 상대방이 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서, 행위자의 언동이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여 주위사정에 비추어 가해의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협박행위 내지 협박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러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지위, 그 친숙의 정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한편 여기서의 '해악'이란 법익을 침해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그 해악이 반드시 피해자 본인이 아니라 그 친족 그 밖의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더라도 피해자 본인과 제3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어서 그 해악의 내용이 피해자 본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라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1도10451, 대법원 2020.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자발적으로 서로의 사생활에 대한 간섭을 상당부분 용인하는 연인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발화는 일상적인 발화에 비하여 훨씬 더 감정적·비합리적 내용과 방식을 포함하는 것이 보통이고, 진의 없는 허풍, 격정적 표현 등이 빈번하게 개입된다. 이와 같은 관계에서의 일상적 발화 중 극히 일부 표현만을 맥락과 소통당사자 사이의 관계에서 떼어내어 다층적 의미와 기능을 배제한 채 국가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은 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서 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요죄와 관련된 것이기는 하나,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고위공직자가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어야 하는 문화영역을 관장하는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요구하였고 1급 공무원이 실제로 사직한 사안에서,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과 관련한 해악의 고지를 엄격하게 판단한 사안이다. 공적인 관계에서의 의사 표명에 관한 협박죄에서 '해악의 고지'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면, 그 실현 의도나 의사가 없이 감정적 표현을 위한 발화가 더 많이 개입되는 친밀한 사적 관계의 대화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는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2020. 5. 19. 신설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특례법 제14조의3에 따른 촬영물 등 이용협박죄는 범죄의 특성상 진폭이 넓은 감정적 동요를 내포하는 내밀한 사생활을 공유하는 당사자 사이의 발화를 필연적으로 규제하게 되는데, 벌금을 선택할 수도 없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형 만을 규정하고 있다. 위 죄의 형은 형법 제283조의 협박죄는 물론이고, 실제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된 결과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강요죄의 형(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보다 훨씬 중하다. 아울러 일상영역에서 실현 의도나 의사 없이 단순히 공포심을 일으키는 진의 없는 발화를 한 경우, 반의사불벌죄인 협박죄로 의율하면 당사자들 사이에서 사후에 발화행위와 관련된 오해를 풀거나 진정한 사과, 보상 등 사적 해결로 사생활의 영역에 국가형벌권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반면, 촬영물 등 이용협박죄로 의율하는 경우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발화에 국가형벌권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기도 어려워 형법의 최후수단성에도 반하게 된다. 아울러촬영물 등 이용협박죄의 형은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죄와 비견해 보더라도 폭행, 협박 등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제압하는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는 물론이고, 범행에 취약한 장애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위력, 위계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장애인위계등추행죄(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6항,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무겁다. 따라서 촬영물 등 이용협박죄의 구성요건인 협박은, 행위자와 상대방의 발화 성향·특성·맥락, 고지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지위 등을 면밀하게 살펴, 친밀한 관계에서 용인된 행위자의 발화 중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 정도를 넘어, 행위자와 발화자 사이의 성적 사생활을 담은 촬영물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구체적 해악의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난 해악의 고지를 검사가 입증한 경우에만 유죄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다[헌법재판소 2015. 2. 26. 선고 2009헌바17, 205, 2010헌바194, 2011헌바4, 2012헌바57, 255, 411, 2013헌바139,161, 267, 276, 342, 365, 2014헌바53, 464, 2011헌가31, 2014헌가4(병합)].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자백이 보강되어 촬영물등 이용협박죄의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은 2023. 4. 25.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던 중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는 2차례(이하, 01:52경부터 약 23분간 나눈 통화를 '이 사건 제1차 통화'라 하고, 02:52경부터 약 33분간 나눈 통화를 '이 사건 제2차 통화'라 한다)에 걸쳐 약 56분간 통화를 하였는바,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같은 날 나눈 대화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하게 된 경위와 진술의 맥락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전체 대화 내용을 살펴보아야 한다.
②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와 연인 사이였다. 약 1달 전부터 피고인은 피해자의 음주 습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다투곤 하였다. 이 사건 제1차 통화는 피해자가 먼저 전화해서 피고인의 화를 풀어 주고자 통화가 개시되었다. 이 사건 제1차 통화 시 다툼의 원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부모님의 집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모텔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것이 피고인에게 발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피고인은 이전에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의 부모님에게 피해자의 직업 등을 말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거짓말을 여러 번 용서해 주었는데, 이번에도 피해자가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거짓말하고 음주를 하자, 자신이 연인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피고인이 피해자의 직업, 거짓말하고 음주를 지속하는 것, 타투 등을 하는 것을 피해자의 부모에게 모두 말하여 피해자의 성행을 고치겠다는 격양된 어조로 분노를 표하는 것이 이 사건 제1차 통화의 주된 내용이다. 이 다툼 중에 11분 16초 정도에 "널 어떻게 죽이지? 난 이제 너한테 육체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정신적인 폭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번 기회에 보여줄게. 우리 같이 찍은 것도 있는데, 기억나냐?"(공소사실 제1발언)라는 발언을 한다. 8분 41초 정도부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대화는 다음과 같다.
공소사실 제1발언만 떼어 놓고 보면,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피해자의 성적 맥락의 촬영물을 언급하는 것과 같이 해석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런데 피해자가 '왜그래?'라고 완곡하게 만류의 의사를 표현하니 피고인이 '정신 좀 들어? 이제'라고 하고, 이후에는 다시 피해자의 당일 저녁 행적을 묻고 거짓말을 추궁하기 위한 대화가 계속된다. 실제로 촬영물에 관한 대화는 이 사건 제1차 통화가 종료할 때까지 전혀 나오지않는다. 피해자 역시 이 사건 제2차 통화가 마무리될 때까지도 촬영물 등에 대하여 다시 언급하거나 피고인의 유포를 두려워하는 취지나 이를 만류하는 내용으로 발언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대화의 전후 내용과 맥락, 전개를 보면, 공소사실 제1발언이 피해자의 남자친구로서 피해자의 거듭되는 거짓말에 대한 피고인의 분노를 일시적으로 거칠게 표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고, 실제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내밀한 사생활을 공개하거나 유포하겠다는 피고인의 진의가 담긴 것이라고 피해자가 이해하였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③ 이 사건 제2차 통화는 같은 날 1시간쯤 지나 피고인이 먼저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면서 개시된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남자 직원까지 동석한 술자리를 늦게까지 했
다는 사실을 듣자 화를 내고 다시 피해자와 다투기 시작한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화를 내면서, 11분경부터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지다가 12분 20초경부터 '내가 진짜 너희 부모님한테 얘기해야 다 끝날까?.. 내가 C님에게 보내드려야 하냐?… D님한테 보내드려야 하냐?'(공소사실 제2발언)는 발언을 한다. 그 전후의 대화는 다음과 같다.
그 이후에 피고인은 피해자의 낭비적인 소비패턴, 반복되는 거짓말 등을 비난하면서, 22분 10초가량에 '정신적으로 괴롭혀 줄게. 내가 어떻게 하는지 다시 봐'라고 잠깐 말한 후, 다시 피해자가 받는 주당급여 대비 과도한 소비패턴에 대하여 혼내기 시작하고, 거짓말하는 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대화를 마무리한다.
④ 공소사실 제2발언을 그대로 보더라도, 피고인은 C의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특별히 성적 맥락이 담긴 촬영물을 보내겠다고 특정하지도 않았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말은 피고인이 피해자 부모님에게 피해자의 직업과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빈번하게 술을 마시고 유흥을 즐긴다는 정보를 알려주어야 피해자의 성행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거칠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아, 피해자에게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거나 성적 모멸감을 주는 영상을 피해자 부모님에게 유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공소사실 제1발언과 공소사실 제2발언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고, 그 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질책하고 타이르는 많은 말들이 개입되어 있어서 객관적으로도 피해자가 공소사실 제2발언이 촬영물을 언급한 것이라고 이해했을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피고인이 성적 촬영물 등을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를 한 것이라 인정하기 어렵다.
⑤ 위와 같이 이 사건 제1, 2차 통화의 전체적인 맥락과 흐름상 피고인과 피해자가 공소사실 제1, 2발언을 과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실제로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의도하고 이해하였는지 합리적으로 의심할만한 여지가 있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의 자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는 수사기관에서 공소사실 제1, 2발언으로 실제로 외포되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이유일하다. 피해자는 고소단계부터 피고인이 자신의 말에 피해자를 복종시키기 위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당시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성관계와 관련된 동영상으로 협박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당시 3. 6.에 촬영한 동영상과 4. 4.에 촬영한 동영상을 가지고 있기는 하였다. 그러나 백번을 양보하여 검사의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가 설령 공소사실 제1, 2발언을 이어 붙여 피해자의 부모님에게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였다 하더라도, 음주 후 피해자의 모습을 담은 3. 6.에 촬영한 동영상(이하 '이 사건 동영상'이라 한다) 외에 4. 4.에 촬영한 동영상(피고인과 피해자의 성관계를 촬영한 영상이다)까지 확장해서 이해하였거나 그 동영상을 빌미로 성적 사생활의 영역을 공개하겠다는 피고인의 의사가 있었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사후에 당시 상황을 재해석하거나 과장하여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❶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또 술을 먹었다는 것을 비난하면서 촬영물을 언급하였다. 이러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대화 맥락상 피해자 부모에게 보내겠다는 것은 피해자가 술을 먹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동영상을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❷ 이 사건 동영상은 '진짜 제정신이예요? 예? 음주운전에?'라는 피고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고, 음주운전을 한 것을 부인하는 피해자가 스스로 팬티를 벗어서 이불 밖으로 꺼내면서 장난치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영상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교행위 등 성적 사생활을 촬영한 것이 아니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2023. 3. 18. 11:45경 나눈 아래와 같은 대화를 보더라도,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전부터 이 사건 동영상이 음주운전을 하지 못하게 할 의도로 피고인이 촬영한 동영상임을 잘 알고 있었다.
● 특히 이 사건 제1, 2통화를 통틀어 피해자가 공소사실 제1, 2발언을 피고인이 이 사건 동영상을 부모님께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모님께 자신의 피해자와 사귀는 사이임을 밝히고 피해자의 음주습성을 고쳐달라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 의미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 사건 동영상에 피해자의 나체나 성적 습성 등이 드러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남자친구 자격을 밝히는 것을 전제로 위와 같이 말하였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동영상의 성적 사생활 부분을 이용할 것이라는 공포심을 피해자에게 불러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
⑥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2023. 7. 20.에 피고인을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촬영물, 성동영상 협박, 폭행, 금품갈취의 혐의로 고소하였다. 고소의 시점은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자금관계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다른 여자와 혼인신고를 한 시점과 거의 유사하다. 피해자는 이 사건 동영상을 포함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동영상을 촬영하였다고 진술하거나 피고인이 폭행·협박을 지속하였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말한 동영상들은 모두 피해자가 촬영을 용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기소에 이르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2023. 4. 25. 이후에도 연인관계였던 피해자에게 이 사건 동영상이나 다른 성관계 동영상을 언급하거나 유포한 사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가 공소사실 제1, 2발언을 성관계 동영상과 연관시킨 것은 이 사건 고소 무렵으로 보이고, 피고인과의 연인관계가 좋지 않게 종료된 후에 사후적으로 부정적 감정에 기반하여 다소 기억에 왜곡이나 편집이 있었을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 이 사건 공소사실 당시에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공소사실 제1,2발언을 이 사건 동영상이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진의로 이해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그러한 상황이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앞서 든 공소사실 제1, 2발언의 내용, 발언의 맥락, 전후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⑦ 특히 이 사건 제1, 2차 통화에서 주된 부분이었던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음주습관, 유흥, 소비습관에 대한 간섭 및 이를 교정하는 수단으로서 피해자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였던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피해자의 직업을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발화는 자유를 어느 정도 제약하기로 서로 자발적으로 구속하는 연인관계에서 용인되는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면서, 공소사실 제1, 2발언은 실제로 실현되지 않았을뿐더러 그 전·후에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다시 언급되지도 않았는데도 그와 같은 자발적인 용인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고 국가형벌권이 개입하여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내밀한 사생활 영역의 발화를 구분 짓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인의 발화가 거칠고 정제되지 않아서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자나 서면과 같이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데도, 기술의 발전으로 녹음이 가능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사생활 영역의 대화를 사후에 조각내고 이어 붙여 하나의 의미로 확정 짓고, 형사처벌의 영역에 포섭하는 것은 형법의 최후수단성에 반한다.
3. 결론
그렇다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