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의 나체를 촬영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나체를 촬영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나. 구체적 검토
1)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즉, ①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는 도중 피해자에게 "성관계하면서 사진 찍어 본 적 있어?"라고 질문하였던 사실(이에 대해서는 피고인도 인정한다), ② 피고인은 2023. 4. 1. 07:29경 피해자에게 "부모님한테 합의에 대해서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까…"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한 사실, ③ 피해자의 경찰 신고 이후 피고인의 부친 E은 경기광명경찰서 담당 수사관과 경찰서로 이동 중이라는 내용으로 통화를 한 이후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버린 사실, ④ 위 E은 경찰에 출석하여 "처음 만난 여성과 여성의 집에 가서 함께 술을 먹고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고 성관계 후에는 A가 여성의 몸을 촬영했다고 했습니다. 사진이 아니라 2~3초간의 동영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이야기를 못하고 있어서 사진인지 동영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성이A가 촬영한 것을 알고 삭제를 요청해서 삭제했다고 들었습니다."는 등의 내용으로 진술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나체를 촬영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은 든다.
2)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나체를 촬영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 피해자는 성관계 도중 피고인의 촬영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므로,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이 사건의 쟁점은 결국 피고인이 안대를 착용한 피해자에게 발각되지 아니하고 몰래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할 수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이 피해자 몰래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 확인하였다고 하는 사진이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인 것으로 판단된다.
나) 먼저 안대 착용 경위와 관련하여, 피해자는 첫 번째 경찰 조사에서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성관계를 하면서 피고인이 저에게 '성관계하면서 사진 찍어 본 적 있어?'라고 묻더라고요. 저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없다고 얘기했더니, 그냥 계속 성관계를 했어요. 그러다가 방바닥에 안대가 있었는데, 피고인이 저보고 써 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것을 쓰게 됐어요."라고 진술하고(증거목록 순번26 제80쪽, 2023. 4. 3. 경찰 조사), 두 번째 경찰 조사에서 "저한테 안대가 어딨냐고 물어봐서 안대 위치는 알려줬는데 안대는 제가 스스로 착용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안대를 주어서 저에게 써보라고 줬습니다. 그 때 제가 안대 위치를 알려주자 개가 침대 오른쪽 바닥에 있던 안대 주면서 저에게 써보라고 했어요."(증거목록 순번4 제37쪽, 2023.11. 9. 경찰 조사)라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를 처음 만나 피해자의 집에 방문한 상황으로, 피해자 제출의 사진에 의하면 침대 옆쪽 바닥 콘센트와 드라이어 부근에 안대가 놓여 있기는 하나(증거목록 순번6 제48쪽), 처음 방문한 집의 어두운 실내에서 피해자의 안내 없이 스스로 안대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에 대한 두 번째 경찰 조사에서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안대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았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안대'의 경우 집마다 반드시 존재하는 생활필수품은 아니므로 성관계 전 안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어[B(가명) 증인신문 녹취서 제4쪽] 피고인이 평소 피해자의 안대 사용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안대의 존재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피해자에게 하여야 할 질문은 '안대를 갖고 있냐'는 취지의 질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안대를 소지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질문인 "안대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피해자가 불을 끄고 성적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안대를 착용하고 성관계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하면서 침대 밑에 안대가 있으니 달라고 하여 피고인이 침대 밑에 있는 안대 중 노란색 안대를 피해자에게 건네주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보다 경험칙에 부합한다.
다) 다음으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성관계를 한 장소인 방 안의 어둠의 정도에 대해서 살펴본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거실에서 술을 마시다가 방으로 이동하여 성관계를 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불을 끄고" 성관계를 하였다고 진술하고[B(가명) 증인신문 녹취서 (제4쪽)], 성관계 및 촬영 당시 시각이 03:00경으로 보이므로 실내는 완전히 어두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피고인이 피해자의 안내에 따라 안대를 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거실에는 조명이 켜져 있었는지, 방문은 열려 있었는지, 보조 조명이 켜져 있었는지 등에 따라 밝기가 달라질 수 있기는 하나, 제출된 증거들 중 이에 관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으므로 일반적인 경우에 따라 판단하기로 한다).
라) 피해자는 당시 확인한 촬영물에 대해서 "4~5장 정도의 제가 다 벗고 있는 사진이 있더라고요. 제 얼굴은 없는데, 방에 있던 이불 같은 것이 있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저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는데, 개가 다시 휴대폰을 빼앗아가서, 딱 그 4~5장 사진만 지우길래, 그 때 피고인이 제 사진을 찍은 게 맞구나라고 확신을 했고요."(증거목록 순번26 제82쪽), "동영상은 없었고 사진만 있었어요", "총 5장 정도 됐던 것 같고,턱부터 허벅지 반까지 앞면 사진이 있었어요. 옷을 다 벗고 있는 사진이었고요. 사실 5장 중에 방금 말한 1장만 기억나요. 이 사진을 본 것은 정확해요. 갤러리 가려진항목에 있는 모든 사진이 보여진 상태였고요. 작게 보였어요. 확실히 가슴은 드러났고요. 성기가 보였는지 기억나진 않아요. 다만 옷을 다 벗고 있는 신체 사진이었던 것은 확실해요. 처음에는 제 신체 사진인지는 몰랐어요. 왜냐면 얼굴이 나오지 않아서요. 그런데 방이 어두운 상태였는데, 4~5장 사진만 어둡게 촬영되어 있었고요. 가려진항목에 있던 다른 이불이 보이는 사진에는 빨간색 이불이었는데, 아까 말한 4~5장의 어두운 사진에 보이는 이불은 핑크색인가, 흰색인가 하는 이불이 보였거든요. 그런데 제 이불이 그 색이예요. 이것을 종합했을 때 제 신체사진이구나 생각한 거죠."(증거목록 순번26 제84쪽~제85쪽)라고 진술하였다.
촬영 거리, 촬영 상황, 촬영 각도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이불, 턱부터 허벅지 반까지의 신체뿐만 아니라 어두운 배경까지 한 화면에 담길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앞서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내가 완전히 어두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을 고려하면 '배경은 어둡고 피해자의 나체 및 이불의 색상'까지 명확히촬영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의 플래시가 작동했을 것이다(거실에는 조명이 켜져 있었는지, 방문은 열려 있었는지, 보조 조명이 켜져 있었는지 등에 따라 플래시의 작동 없이도 배경은 어둡고 피해자의 나체 및 이불의 색상까지 촬영될 수 있기는 하나, 마찬가지로 제출된 증거들 중 이에 관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으므로 일반적인 경우에 따라 판단하기로 한다). 그리고 피고인이 성관계 도중 피해자를 촬영하였다면 휴대전화의 플래시가 작동할 때 발생하는 빛은 매우 밝고, 더군다나 성관계를 하는 도중으로 피해자의 바로 위쪽에서 피해자를 향하여 플래시가 작동하였을 것이므로 피해자가 착용한 안대가 빛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이상 피해자는 플래시의 작동에 따른 빛을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를 할 당시 착용하였다고 제출한 안대의 사진에 의하면(증거목록 순번6 제48쪽), 위 안대의 크기가 작지는 않고 두께도 비교적 두꺼운 편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안대의 소재 등에 비추어 해당 사진만으로는 위 안대가 얼굴에 완전히 밀착되는 것인지 여부는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안대를 착용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안대의 착용으로 빛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얼굴과 안대의 틈으로 유입되는 빛이 존재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피해자로서는 플래시의 작동에 따른 빛을 감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해자가 제출된 사진과 같은 안대를 착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발각되지 아니하고 몰래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성관계 당시에는 플래시를 본 적이 없고, 촬영 사실도 알지 못하였다[B(가명) 증인신문 녹취서 제2쪽, 제5쪽].
마) 설령 피해자의 모든 진술이 사실이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발각되지 아니하고 몰래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할 수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피해자가 확인한 사진이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라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첫 번째 경찰 조사에서는 "처음에는 제 신체 사진인지는 몰랐어요. 왜냐면 얼굴이 나오지 않아서요. 그런데 방이 어두운 상태였는데, 4~5장 사진만 어둡게 촬영되어 있었고요. 가려진항목에 있던 다른 이불이 보이는 사진에는 빨간색 이불이었는데, 아까 말한 4~5장의 어두운 사진에 보이는 이불은 핑크색인가, 흰색인가 하는 이불이 보였거든요. 그런데 제 이불이 그 색이예요. 이것을 종합했을 때 제 신체사진이구나 생각한거죠."라고 진술하고(증거목록 순번26 제84쪽~제85쪽), 두 번째 경찰 조사에서는 "제가 봤던 다른 사진들은 엎드려있는 것을 옆에서 바로 찍은 사진들이었는데, 제가 성관계를 했기 때문에 저를 촬영한 사진의 각도를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허벅지부터 턱밑에까지 찍은 사진이 제가 누워있을 때 개가 촬영한 각도랑 일치해요. 사진 각도도맞다고 생각했는데 더더욱 확신한 것은 만약에 그 친구가 저를 찍은 적이 없다면 갤러리를 보여주고 저를 찍은 적이 없다고 말을 했겠죠.", "사진을 촬영한 각도와 위치, 그리고 사진에 같이 촬영된 이불이 제 이불하고 똑같았어요.", "애초에 제가 사진을 자세히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제 몸인지 알 수 없었죠. 제가 볼 수 있었던 건 사진을 찍은 각도와 배경 색깔만 볼 수 있었어요.", "사진을 봤을 때 거실에서 불이 켜져 있을 때봤는데 연한 핑크색 이불이 사진에 찍혔더라구요. 사진이 크지 않아서 옆에 배경이 많이 나오고 했던 건 아닌데, 이불이 연한 핑크색이 확실했거든요. 그래서 제 사진이라고 확신했어요.", "연한 핑크색이었고 무늬는 아예 없어요. 그리고 가물가물해서 얘기를 안 했는데 다른 사진에는 벽지인지 이불인지는 명확하지 않은데 꽃무늬 같은 무늬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 사진에만 그런 무늬가 없어서 더 제 사진이라고 확신했던 것 같아요."라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4 제39쪽~제41쪽).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사진을 자세히 확인한 다음 얼굴이나 신체의 특징을 통해 본인을 촬영한 사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사진 촬영 각도, 이불 색상, 피고인의 태도 등을 통해 본인을 촬영한 사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①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계속 빼앗으려고 하여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한 화면에 동시에 드러나는 여러 장의 작은 사진을 1분 이내에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목록 순번4 제38쪽, B(가명) 증인신문 녹취서 제7쪽], ② 피해자는 이불 색상에 대해서도 첫 번째 경찰 조사에서는 흰색 또는 핑크색이라고 하였다가 두 번째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이불 색상에 맞추어 핑크색이라고 진술하였는바[B(가명) 증인신문 녹취서 제9쪽, "제가 그 때 너무 정신이 없었고 제 이불을 집에서 확인해보니까 연한 핑크였습니다. 그래서 그 6개월 뒤에 진술했을 때 핑크라고 말한 것입니다."], 피해자의 첫 번째 진술과 같이 피해자가 확인한 이불이 흰색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피해자의 이불은 핑크색인 점(증거목록 순번7 제49쪽), ③ 피고인의 태도는 매우 의심스럽기는 하나, 사람마다 대처 방식이 동일한 것은 아니어서 이를 통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피고인의 촬영 사실을 추단하기는 어려운 점 등 종합하면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사진을 확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을 이유로 한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과 피해자 B(가명, 여, 18세)은 2023. 3. 2. 데이트 앱을 통하여 알게 된 사이 이다.
피고인은 2023. 4. 1. 03:00경 광명시 C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던 중 피해자에게 안대를 착용하게 한 다음 피고인의 아이폰14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나체를 촬영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2.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