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부산 연제구에 있는 피해자 '주식회사 B'(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피해자 회사의 업무를 총괄하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4. 1. 2.경 피해자 회사에서, 피해자 회사의 거래처인 'C'으로부터 피해자 회사의 매출금인 781,840원을 피고인 개인 명의의 D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송금받아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중 그 무렵 이를 피고인의 개인 용도로 소비하여 횡령한 것을 포함하여 그 무렵부터 2022. 1. 31.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것과 같이 2,801회에 걸쳐 피해자 회사의 거래처로부터 피해자 회사의 매출금 합계 893,630,291원을 피고인 개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아 피고인의 개인 용도로 소비하여 횡령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기간 동안 피해자 회사를 사실상 1인 회사 형태로 운영하면서 피해자 회사 명의의 법인계좌와 피고인 개인 명의의 D은행 계좌들을 사업상의 목적으로 함께 사용하였는데, 별지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각 금원들은 현금거래를 희망하는 소규모 거래처들로부터 매출금을 송금받은 것으로서 이를 대부분 피해자 회사 법인계좌로 반환하였고, 반환하지 않은 금원들 중 상당 부분은 피해자 회사의 운영을 위한 경비로 지출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월급이나 상여금 등 임금을 별도로 지급받은 사실이 없고, 거래처들로부터 지급받은 매출금 중 일부를 유동적으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급여를 충당받은 것일 뿐이어서 횡령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1) E은 소금 제조판매회사인 주식회사 F를 운영해 오던 중 1998. 8. 25.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주식 5,000주를 발행하여 소금 제조 및 판매업을 목적으로 피해자 회사를 설립하였고, 그 이후부터 피고인이 대표이사로서 자금 관리 및 경영을 전담하며 회사를 운영하였다. 현재 E과 E의 배우자 G는 위 주식 중 각 1,250주를, E의 친동생인 피고인은 2,500주를 각 소유하고 있다.
2) E은 피해자 회사를 설립한 이후부터 피고인에게 월 200만 원을 급여로, 2003년경 피고인으로부터 50,000,000원을 차용한 것에 대한 이자로 월 50만 원을 각 지급하였다. 그러나 E은 2009. 2.경부터 경제적인 상황 악화로 피고인에게 위 급여 및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다. E은 그 이후인 2009. 6. 30.경 피해자 회사의 자산, 부채등의 현황을 정리한 '시산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는데, 이때 E의 피고인에 대한 차용금 50,000,000원, 미지급 임금 10,000,000원, H 부동산 담보대출금 140,000,000원, E이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동생 I으로부터 빌린 I 소유의 김해시 J 토지 및 건물을 담보로 한 대출금 30,000,000원, 피고인의 공로금 40,000,000원을 대변(총 합계270,000,000원)으로, 피해자 회사의 사업장인 H 부동산과 피해자 회사의 생산시설, 재고, 미수금 등을 차변(총 합계 280,914,654원)으로 각 기재하였다.
3) 피고인은 위 시산표 작성 다음 날인 2009. 7. 1. 이후부터 피해자 회사의 법인 계좌 및 피고인 명의의 개인계좌(D은행 (계좌번호 1 생략), (계좌번호 2 생략))를 함께 사용하며 회사를 운영하였는데, 피해자 회사의 거래처들 중 K마트와 같은 대규모 거래처와의 거래 시에는 법인계좌를, L마트, M마트 등 현금거래를 주로 하는 소규모 거래처와 사이에는 개인계좌를 각 사용하는 등 거래처의 규모나 거래의 방식에 따라 위 각 계좌들을 혼용하였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바와 같이 2014. 1. 2.부터 2022. 1. 31.경까지 피고인 명의의 개인계좌로 입금된 피해자 회사의 매출금 합계는 893,630,291원인데, 피고인은 그중 528,682,329원을 법인계좌로 입금하였고, 122,302,705원은 직원급여, 거래처 대금(N, O 등), 사무실 공과금 등 운영 비용으로 지출하였으며, 30,037,217원은 E에게 소금 구입대금으로 지급하였다.
4) 피고인은 위 2)항과 같이 '시산표'를 작성한 이후인 2009. 7. 1. 이후로는 E 또는 피해자 회사로부터 월급이나 상여금 등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이 없다. 다만, 피고인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자신의 급여를 연 20,000,000원 내지 45,000,000원가량으로 설정하고 위 금액을 원천징수하였음을 전제로 산정한 소득세 및 지방소득세를 납부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회계처리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 위 금액을 피해자 회사로부터 지급받지는 않았다(피고인이 2014년과 2022년에 신고한 급여 내역 관련 자료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다. 관련 법리
1) 횡령죄에 있어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그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 등 참조).
2) 회사에 대하여 개인적인 채권을 가지고 있는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는 회사 소유의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 변제에 충당하는 행위는 회사와 이사의 이해가 충돌하는 자기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므로,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등의 절차 없이 그와 같이 자신의 회사에 대한 채권을 변제하였더라도, 이는 대표이사의 권한 내에서 한 회사 채무의 이행행위로서 유효하고, 따라서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횡령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5459
판결 등 참조).
라.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 및 횡령의 고의로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1) 이 사건 공소장에 첨부된 별지 범죄일람표에는 '입금의뢰인', '입금일자 및 거래시간', '송금받은 계좌'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피고인이 이와 같이 피고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은 돈을 사용한 내역에 관하여는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아 피고인이 거래처들로부터 피고인 명의 계좌로 금원을 송금받은 행위 자체를 횡령행위로 보는 취지인지, 피고인이 위와 같이 송금받은 금원을 개인 용도로 소비한 행위를 횡령행위로 보는 것인지 여부가 다소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하여 검사는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횡령 시기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거래처들로부터 피해자 회사의 매출금을 개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은 후 그 무렵 이를 개인 용도로 소비한 때'이고(검사 제출 2024. 10. 30.자 의견서), '피고인이 각종 명목으로 개인 용도로 소비한 행위는 그 시기와 범위가 오로지 피고인의 의사에 좌우되어 이루어진 것이어서 그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그 임의 소비 시기는 「송금받아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중 그 무렵」 '이라는 의견(검사 제출 2024. 12. 9.자 의견서)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위 공소제기 취지와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일시 및 범행방법과 검사가 특정한 횡령행위가 불일치하는 상황에서, 피고인 명의 계좌에 입금된 이 사건 각 금원이 언제 어떠한 용도로 출금·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항목별로 따져 보지 아니한 채 단순히 위 금원이 각 입금될 무렵 이를 임의 소비하여 횡령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2)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은 E이 피고인이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수금한 뒤 이를 피해자 회사 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개인 계좌로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고소되어 시작된 것이고, 공소사실에 횡령금액으로 적시된 내역은 2014. 1. 2.부터 2022. 1. 31.경까지 피고인 명의 계좌로 물품대금을 입금받은 내역인 893,630,291원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위 인정사실 3)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 명의 계좌로 입금된 물품대금 중 528,682,329원을 피해자 회사 명의 계좌로 반환하였고,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도 일부는 그 용처를 소명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 명의 계좌에 입금된 금액을 바로 횡령금액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위와 같은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명의의 계좌가 피고인이 운영하는 피해자 회사의 사업용 계좌로 함께 사용되었던 것이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또한,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공판 과정에서 제출한 거래내역조회서(증 제1호증)에 따르면 피고인 명의의 D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에서 P, Q 등 직원의 임금으로 2014년에 13,380,000원, 2015년에 16,437,225원, 2016년에 5,968,950원이 각 이체된 것 으로 보이고,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N, R, S 등 거래처에 거래대금으로 총 28,147,000원이 입금된 것으로도 확인되며, ② 피고인 명의의 또 다른 D은행 계좌(계좌번호 2 생략)에서도 직원들의 임금 명목으로 총 15,720,000원, 거래처 대금으로 총 40,745,150원, 피해자 회사 사무실의 수도세나 전기세 등 피해자 회사 운영 경비로 보이는 각종 금원이 일정 주기로 이체되며, 2014년경 피해자 회사에서 소금납품 대금 명목으로 E 측에게 30,037,217원을 입금한 사실 또한 확인된다(증거기록 694쪽). 이처럼 피고인이 피고인 명의 계좌에서 피해자 회사 법인계좌로 반환하거나 피해자 회사의 운영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의 총 합계는 681,022,292원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횡령금액에서 위 합계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은 212,607,999원이다.
3) 피고인은 경찰 조사 당시 '월급을 책정해서 세무서에 신고는 했었는데 제가 대표이사다 보니 고정적으로 급여를 가져가야 된다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한마디로 법인 운영에 대해 무지해서 그렇습니다. 급여는 2009년에는 200만 원이었고, 2014년경부터는 매월 250만 원으로 책정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가 인상률에 따라 급여도 인상했어야 하는데 2014년에 정했던 급여에서 단 한 번도 올려서 책정한 적도 없고, 상여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받지 않았던 인건비를 생각해보면 3~4억 원 정도는 넘을 것입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위 인정사실 4)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공판과정에서 제출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및 급상여대장에 의해 확인되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의 피고인의 급여 합계는 252,256,025원에 이르는 것 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① 피고인이 실제로 위 급여를 지급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피고인이 스스로 책정한 월 급여 자체가 대표이사로서 다소 적은 금액이고, 통상적으로 월 급여는 표준생계비, 물가 인상률 및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여 인상되어야 함에도 피고인이 책정한 급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E이 이 법정에서 '업계 특성상 대표이사의 월급이 낮은 편이지만 판공비나 법인카드 사용 등으로 부족한 급여를 보충하는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회사의 자금관리를 전담하면서 월 급여 이외에도 다소 유동적으로 판공비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2009년부터 저 혼자 운영을 하다보니 습관적으로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법인계좌를 사용했던 것 같다', '오랜 기간 혼자서 회사를 운영해왔고, 그동안 급여를 받지 않고 있었으며, 법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이와 같이 운영한 것이다', '제가 개인적으로 받아서 사용했던 돈이나 급여, 상여금 액수가 대략 비슷할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독자적으로 급여책정 및 자금관리, 대·내외적인 영업 전체를 총괄하는 등 피해회사의 사업 전반을 직접 관리하던 상황에서 굳이 엄격하게 회사의 매출과 대표이사인 피고인의 월 급여를 명확히 구분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 장부 및 각종 문서 작성을 해오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8년간 피해자 회사로부터 지급받아야 했던 임금과 같은 기간 동안 지출할 수 있었던 판공비 등의 규모를 합하면 위 2)항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횡령금액에서 위 합계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에 해당하는 212,607,999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고정적으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급여 및 상여금 등을 지급받지는 않았더라도 거래처로부터 지급받은 매출금 중 일부를 자신이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갖는 각종 임금채권 등의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앞서 본 법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와 같은 방식의 임금채권 등 변제는 대표이사의 권한 내에서 한 회사 채무의 이행행위로서 유효하므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나 횡령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정당하게 지급받을 권한이 있는 급여 및 상여금 등에 대하여는 장부상으로만 받은 것으로 기록해 두었을 뿐 이를 수령하지 않은 채, 굳이 피해자 회사의 거래처로부터 매출대금을 개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아 이를 착복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앞뒤가 맞지 않고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법인사업체와 개인사업체 간에 운영 방식의 차이 등을 인지하지 못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소를 만연히 배척하기 어렵다.
4)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이 별지 범죄일람표의 각 기재처럼 피해자 회사의 소유인 이 사건 각 금원을 위 피해자 회사 법인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개인 명의의 각 D은행 계좌들로 송금받은 행위 자체를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검사로서는 피고인이 그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이 사건 각 금원을 언제 어떠한 경위로 출금하여 어떠한 용도로 사용하였는지 여부를 각 금원별로 명확히 하여 위 각 금원의 전부 내지 일부가 피해자 회사 운영 관련 용도가 아닌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에 소비되었음을 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 즉 피고인이 그 명의의 D은행 계좌들에 입금된 이 사건 각 금원의 전부 내지 일부를 위 피해자 회사 운영 관련 용도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용도에 임의로 소비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이 사건에서 위 2), 3)항에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사정들이 인정되는 데다가 8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 동안 이루어진 금전소비행위가 문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각 금원별로 그 소비처를 빠짐없이 명확히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3. 결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