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M과 사이에 자문용역 합의를 하고 그 수수료로 합계 30억 원을 지급하였던 것은 피해회사의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함이었고, M은 합의에 따른 용역을 수행하였다. 피고인이 임무에 위배하여 피해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거나 피해회사에 손해를 가하고 M에 이익을 귀속시키기 위한 배임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4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공소사실 및 원심판단의 요지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동안 피해회사를 위하여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했고,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의 재산을 함부로 반출해서는 안 되었으며, 피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에 따라 법원의 보전처분이 내려진 상태였으므로 법원의 허가 없이 3,000만 원 이상의 기타 재산에 관한 소유권의 양도, 담보권·임차권의 설정 기타 일체의 처분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었다.
피고인은 2022. 12. 28.경 <주소>에 있는 피해회사 사무실에서 M의 실제 운영자인 K과 사이에 추가 자문용역 합의서(이하 '1차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면서 "200억 원을 1달(30일)간 피해회사의 계좌에 예치하며 B캐피탈 채권양도 및 변제 용도로 사용하거나 피고인의 투자유치증빙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한다."고 기재하고 선취이자 및 자문용역 수수료 명목으로 2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1차 합의서에 따른 선취이자 및 자문용역 수수료 지급과 관련하여 사전에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같은 날 서울회생법원에 '피해회사가 2022. 12. 8.자로 법원으로부터 긴급운영자금 차입 허가를 받아 2022. 12. 9.자로 C로부터 차입하였던 20억 원을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허위의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피고인은 2022. 12. 28. 16:05경 1차 합의서에 따른 200억 원의 자금이 피고인이나 피해회사의 계좌에 예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와 같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거나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서 피해회사 계좌에서 M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로 20억 원을 선취이자 및 자문용역 수수료 명목으로 이체하였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2023. 1. 18.경 위 피해회사 사무실에서 K과 추가 자문용역 합의서(이하 '2차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면서 "100억 원을 1달(30일)간 피해회사의 계좌에 예치하며 B캐피탈 채권양도 및 변제 용도로 사용하거나 피해회사의 채권자협의회에서 제출증빙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한다."고 기재하고 선취이자 및 자문용역 수수료 명목으로 1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에 관하여 사전에 이사회 결의를 거치거나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피고인은 2023. 1. 18. 12:01경 2차 합의서에 따른 100억 원의 자금이 피고인이나 피해회사의 계좌에 예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와 같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거나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서 피해회사 계좌에서 M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로 10억 원을 선취이자 및 자문용역 수수료 명목으로 이체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M에 합계 30억 원에 해당하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회사에 같은 액수의 손해를 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들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1) 이 사건 각 합의서에 따라 2차례 지출된 합계 30억 원은 피해회사의 현금 유동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금액이었음에도, 피고인은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 및 그에 따른 지출행위를 하였다. 또한 수수료 성격인 30억 원을 300억 원이 예치되기 전에 전부 지급하였고 그 수수료 금액도 거래관행에 비추어 현저히 과다하며, M이 약정한 300억 원은 피해회사의 대출금 채무(360억 원)에 미달한 금액으로 피해회사의 경영상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액수였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지출행위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2) 피해회사의 30억 원 지출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는 이행되지 않았고, 피해회사가 지출한 30억 원은 전액 피해회사의 손해로 남게 되었다. AJ가 2023. 1. 16. 피해회사에 보낸 인수의향 공문은 단순히 인수 의향이 있음을 밝히는 정도에 불과하고, 피해회사에 대한 회생절차 진행 경과에 비추어 위 인수 제안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였다. 피해회사를 인수한 D가 2023. 1. 6.경 이미 피해회사에게 투자금액을 상향한 확약서를 제출하였으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과 달리 위 공문이 투자금액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AJ를 투자자로서 유치한 사람이 K인지 의심이 든다. 비록 K 측 투자자가 2022. 12. 6. 피해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의 현장검증기일에서 자금증빙을 하는 등의 결과로 B캐피탈의 사전회생계획안에 따른 회생절차의 진행을 저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를 포함하여 피해회사의 경영권을 보전하려는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가 의도하지 않게 초래한 간접적인 결과에 불과해 보인다.
3) L과 D의 각 투자 제안은 당시로서는 피해회사의 경영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나쁘지 않은 방안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를 찬성하는 주주들이나 사내이사들이 오히려 더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 이전 이미 피해회사의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고 이에 대한 주주들의 공감대도 어느 정도 있었던 상태였으므로, 피해회사의 입장에서는 굳이 현금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액을 자문용역 수수료 등 명목으로 지출하는 위험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신규 투자자를 유치할 합리적인 근거나 이유가 없었다. 피고인이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를 하게 된 이유는 피해회사의 이익을 순수하게 추구했다기보다는 자신의 경영권을 보전해 줄 투자자를 찾기 위했던 목적이 더 컸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배임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사실관계
1) 피고인의 회생절차개시신청 경위
가) 피해회사는 '<상표명>'이라는 상표를 가지고 배송서비스 사업 및 물류 솔루션 IT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2013년경 피고인이 창업하였고,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여 왔다.
나) 피해회사는 2022. 2. 10.경 영업손실이 악화되어 투자유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B캐피탈로부터 운전자금 360억 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이후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지 못하고 대출 만기인 2022. 11. 15.경 채무상환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B캐피탈은 2022. 11. 24.경 피해회사에 기한이익상실 등을 이유로 부도처리하고 사전회생계획 돌입 등 채권회수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다) 한편, 피해회사는 그 무렵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유치 방안을 강구하여 왔는데, B캐피탈은 L의 피해회사 인수의향을 확인하고 피해회사 측에 이를 소개하였다. L은 600억 원을 투자하고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2.7%로 낮추는 방안(피해회사의 기업가치를 1,300억 원 정도로 산정함)을 제안하며 피고인에게 경영권을 포기할 것과 피고인에 대한 AB 임원 대우, 주식매수(25억 내지 30억원) 등을 제안하였는데, 피고인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라)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주식 14.79%를 소유한 주주로서 2022. 11. 25. 서울회생법원(이하 '회생법원'이라 한다)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고(2022회합100097), 회생법원은 2022. 11. 29. 법원의 허가 없이 피해회사 재산에 대한 일체의 처분행위를 금지하는 보전처분과 회생채권자 등의 강제집행 금지를 명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발령하였다. 위 회생절차개시신청 당시 피고인은 신규자금 조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밝히며 회생법원에 자율적 기업구조조정(ARS, 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방식을 적용하여줄 것을 요청하였다(이하 피고인이 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ARS 회생절차'라 한다).
2) K을 통한 투자자 유치
가) 피고인은 2022. 12. 1.경 회생절차개시신청 업무를 자문하던 AK회계법인의 Q 전무로부터 투자유치 전문가로 M(대표이사는 R이고, 실질적인 운영자는 K이다)을 운영하는 K을 소개받았는데, 당시 위 Q 전무와 회생사건 담당 변호사, <회사명> S 회장, 피해회사 T 이사, O 본부장이 함께 있었고, O은 투자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K에게 피해회사의 운영 및 자금 상황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나) K은 주식회사 U(이하 'U'이라 한다)과 주식회사 V개발(이하 'V개발'이라 한다)의 실질적 운영자인 W을 통해 자금조달을 추진하였고, 2022. 12. 5. 피해회사와 U 및 V개발 사이에 '2023. 1. 20.까지 투자금 360억 원을 대여 또는 채권자에 대한 대위변제의 방법으로 투자하기로 하는 내용'의 투자계약서가 작성되었다.
다) 피고인은 K을 통하여 U, V개발의 투자확약서(U 200억 원, V개발 160억 원) 및 잔고증명서 등의 자금증빙자료를 제공 받아 2022. 12. 6. 회생법원의 현장검증기일에 제출하였다.
3) B캐피탈의 회생절차개시신청
가) 피고인의 대리인인 법무법인(유한) AL는 2022. 12. 14. B캐피탈에 채무자의 신규 투자자가 양수도대금 360억 원(계약금 36억 원, 잔금 2023. 2.경 지급)에 B캐피탈의 대출채권을 양도양수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나) B캐피탈은 위 채권양도 제안을 거절하고, 피해회사의 채권자로서 2022. 12. 14. 회생법원에 피해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회생법원 2022회합100109호). B캐피탈은 위 회생신청 당시, L이 피해회사에 신규자금합계 760억 원(신규인수대금 600억 원 및 회사채 인수대금 160억 원)을 투자하여 회생채권을 전액 상환하고 기존주주들의 주식을 95% 감자하는 내용(이에 따라 기존주주들 지분율 총합이 2.7%가 되고 L이 피해회사 지분의 97.3%를 보유하게 됨)의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시하며 P-Plan(Pre-packaged Plan) 방식의 회생절차 진행을 요청하였다(이하 B캐피탈이 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P-Plan 회생절차'라 한다).
다) B캐피탈은 위 신청 당시 피고인이 제출한 투자확약서의 투자처인 U과 V개발의 자금능력에 의문을 제기하였고, 회생법원은 2022. 12. 15. 채권자 등이 참석한 회생절차 협의회에서 ARS 회생절차 진행에 관한 관계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피고인에게 실제 자금이 투자되었다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2023. 1. 6.까지 제출하도록 하였다[이후 그 기한이 2023. 1. 13.로 연장되었고, 아래 5)의 사)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23. 1. 19.자 채권자협의회에서 투자유치 진행상황을 추가로 점검하는 절차가 있었으며 회생법원은 채권자들과의 협의 기한을 2023. 10. 30.경까지로 추가 부여하였다].
4) 피해회사 이사회의 ARS 회생절차 신청 승인
가) 피고인은 회생법원의 권유에 따라 2022. 12. 22. 피해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 결의의 건을 의안으로 하여 피해회사 이사회를 개최하였다.
나) 위 이사회에는 총 6명의 이사 중 5명의 이사와 최대주주인 AE와 AF의 임원들이 참석하였고, K도 참석하여 360억 원의 자금조달 가능성이나 방법 등에 관하여 설명하였다.
다) 위 이사회에서 참석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피해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ARS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되, 현재 ARS 회생절차에 본 이사회 회의록을 제출하는 것으로 갈음한다'는 내용의 결의가 이루어졌다.
5) M과 피고인 사이의 약정 및 수수료의 지급, AG조합의 설립
가) 피고인과 W, K은 2022. 12. 28. 피해회사를 대상회사로 하여 '공동경영 및 자문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은 '피해회사의 경영권 및 주식(피고인과 N의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고 피해회사가 보통주를 발행하여 제3자로부터 유상증자를 받는 거래(이하 본항에서는 '본건 거래'라 한다)'와 관련하여 '피고인 및 피해회사(이하 본항에서는 '갑'이라 한다)'와 'W 및 M(이하 본항에서는 '을'이라 한다)' 사이의 계약으로, 을은 '본건 거래를 위한 지원, 매각 및 신주발행의 조건이나 금액 등의 협상 지원, 양해각서, 주식 양수도계약 관련 서류 검토, 본건거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자문 업무, 피해회사의 투자유치 및 상장 절차 업무, 피해회사의 회생 ARS 등 경영 및 운영업무' 등에 관하여 주식양도대금을 수령하는 날로부터 3년 동안 자문을 제공하며 공동경영을 한다는 내용이다(이하 '이 사건 공동경영 계약'이라 한다). 위 계약에 따르면, 을은 2023. 1. 1.부터 2023. 1. 6. 사이에 200억 원을 집행하여 이를 B캐피탈에 변제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로 되어 있다.
나) 피고인은 같은 날인 2022. 12. 28. 피고인 및 피해회사를 "갑"으로 하여 M("을")과 '추가 자문용역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위 합의서는「이 사건 공동경영 계약서 작성에 앞서 을은 갑의 요청에 의하여 다음의 조건들을 이행하기로 한다」,「을은 ① 피해회사 회생사건의 현장검증기일에 제출하기 위하여 2022. 12. 5. 투자계약서를 작성한다. ② 300억 원 상당의 자금조달증빙을 첨부한 투자확약서를 2022. 12. 5. 작성하여 현장검증기일에 제출하기로 한다. ③ 2023. 1. 6.까지 200억 원을 갑의 계좌에 1달간 질권하여 예치하며 B캐피탈 채권양도 및 변제용도로 사용하거나 갑의 투자유치증빙 용도로만 사용한다」,「갑은 자문용역 및 공동경영합의 계약에 의한 조건 ①, ②, ③을 이행하여 을이 지정하는 계좌에 선취이자 및 자문용역 수수료 20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공소사실 기재 '1차 합의서').
다) 피고인은 2022. 12. 28. 회생법원에 2022. 12. 9. C로부터 차입한 20억 원에 대한 변제허가신청을 하여 허가를 받은 뒤, 이를 C에게 변제하지 않고 M의 계좌에 20억 원을 송금하였다.
라) 이후 2023. 1. 5. W을 대표이사로 하는 AG조합이 설립되었고, 2023. 1. 10.경 AG조합 명의 계좌에 합계 200억 원이 입금되었다. W은 피고인에게 위 200억 원의 예금잔액증명서를 교부하였다.
마) 피고인은 2023. 1. 18. 피고인과 피해회사를 "갑"으로 하여 M("을")과 다시 '추가 자문용역 합의서'를 작성하였는데,「① 을은 2023. 1. 18. 100억 원을 피해회사 계좌에 1달간 질권하여 예치하며, B캐피탈 채권양도 및 변제용도로 사용하거나 피해회사의 2023. 1. 19. 채권자협의회에서 제출증빙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한다」,「갑은 2022. 12. 28.자 1차 합의서 이행조건으로 을이 지정하는 계좌에 자문용역 및 공동경영합의 계약에 의한 조건 ①을 이행하여 선취 이자 및 자문용역 수수료 10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공소사실 기재 '2차 합의서', 이하 1차 합의서와 2차 합의서에 의한 자문용역 합의를 통틀어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라 한다).
바) 2차 합의서 작성 이후 2023. 1. 18. AG조합 명의 계좌에 100억 원이 추가로 입금되었고, 피고인은 2023. 1. 18.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피해회사 계좌에서 10억 원을 M에 송금하였다.
사) 피고인은 2023. 1. 19. 회생법원의 채권자협의회에서 위와 같이 100억 원이 추가로 예치된 AG조합의 계좌 내역을 제출하였고, D의 투자안도 논의되었다. 회생법원은 2023. 1. 30.경까지 채권자들과 합의할 것을 권고하며, 이후 회생절차 개시여부를 판단하기로 하였다.
아) 한편, 피고인은 2023. 1. 6.경부터 2023. 1. 20.경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주말동안 배달원에게 지급할 배달료(AD) 잔액의 부족분을 마련하기 위하여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AG조합, W 또는 M으로부터 합계 80억 원의 자금을 단기 차입하여 사용한 뒤 변제하기도 하였다(위와 같은 긴급 운영자금은 AG조합에 예치된 돈과 별도로 K, W이 융통하여 조달한 것이다).
6) 신규 투자자들의 인수의향
가) N은 2022. 12. 23.경 피고인에게 D의 투자안(약 700억 원을 유상증자하는 안으로, 15,792,707주를 1주당 4,432원으로 발행하여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30%가 되는 안)을 소개하며 협의를 요청하였는데 피고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D는 2023. 1. 6. 피해회사에 투자금액 확약서를 제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약 800억 원의 인수대금(15,926,737주를 주당 5,032원으로 발행하는 안)으로 증자에 참여하여 경영권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나) 한편, 피고인은 2022. 12. 30.경 K으로부터 AJ를 소개 받아 2023. 1. 2.경 K과 함께 AJ에 방문하여 기업설명을 하였다. AJ는 2023. 1. 16. 피해회사와 AG조합에 피해회사 주식 및 경영권 인수의향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에 따르면, AJ는 700억 원 이상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피고인 및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 1,419,210주(21%)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7) D의 피해회사 인수 및 회생절차의 종료
가) N의 소집요구에 따라 2023. 1. 25. 피해회사의 이사회가 개최되었고, 위 이사회는 피고인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N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800억 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우선협상대상자로 D를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하였다.
나) 피해회사는 2023. 1. 26. 회생법원에 D로부터 600억 원의 자금을 차입하여(이자 연 3.5%, 변제기 2023. 4. 30.) 회생채권(총 55,750,580,964원)을 변제한다는 내용의 허가신청을 하였고,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2023. 1. 30. B캐피탈 대출금 등 회생채권 전액을 변제하였다.
다) 피해회사는 2023. 2. 8. D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피해회사의 이사회에서 보통주식 15,926,737주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발행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이후 D는 피해회사의 최대주주 및 과반주주가 되었다.
라) B캐피탈은 P-Plan 회생절차의 취하를 신청하였고, 회생법원은 2023. 2. 14. 위 취하허가 결정과 함께 ARS 회생절차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마) 한편, AJ는 벤처투자사인 <회사명> 및 <회사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이하 'AJ컨소시엄'이라 한다) 피해회사 인수를 추진하여오던 중이었는데, AJ의 대표인 Y가 위 2023. 2. 8.자 피해회사 이사회에 참석하여 AJ컨소시엄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건을 가결하여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고, 2023. 2. 16.경 피해회사에 다시 경영권인수 의향 공문을 발송하며, AJ컨소시엄이 1주당 6,000원의 발행가액으로 최대 1,000억 원을 투자할 의향이 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나. 관련법리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고의의 입증방법과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볼때에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므로,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7도10415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에서 살펴볼 피해회사가 처한 경제적 상황,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합의의 내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M과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를 하고 선취이자 및 수수료 명목으로 합계 30억 원을 지급한 행위를 할 당시 그로 인하여 본인 또는 M이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피해회사가 처한 경제적 상황 : ARS 회생절차 신청 전후의 상황
가) 피해회사는 2022. 11. 15.경 B캐피탈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여 지급불능 상태에 있었고, 당시 보유하고 있는 운전자본 수준으로는 향후 영업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존재하여 회생절차를 통한 채무 재조정 및 신규투자유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였다. 그 무렵 피고인과 N 등은 영업 정상화를 위해 여러 투자자들과 접촉하며 자금유치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는데, 당시 최대 채권자인 B캐피탈이 피해회사에 대하여 부도처리를 선언하고 채권자 주도의 회생절차개시신청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선제적으로 ARS 회생절차 신청을 통해 협상의 주도권을 유지하며 자율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당시 L이 피해회사의 주주들에게 투자를 통한 인수방안을 제안하기도 하였지만, 피고인이 한 ARS 회생절차의 신청은 피해회사에 더 이익이 되는 투자자를 물색할 시간적인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한 대안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나) ARS 회생절차 신청 당시 피고인이 구체적인 인수의향을 가진 신규 투자자와 접촉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후 K을 통해 확약 받은 360억 원의 자금 외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유동성 공급 방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피고인은 ARS 회생절차 신청으로 시간을 벌고 그 사이 단기 자금을 융통하여 먼저 B캐피탈의 채무를 상환하는 방법으로 B캐피탈 주도로 피해회사가 인수되는 상황을 면하고자 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이 채권자 측이 제시한 피해회사 인수방안을 거절하고 일단 그 상황을 모면하고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피해회사에 대한 배임적 판단이라고 평가할 수만은 없다. 당시 피고인과 N은 여러 투자자들과 접촉하며 투자의사를 타진해오고 있었고, B캐피탈 외의 다른 일반 회생채권자들에 대하여는 이행지체에 빠지거나 기한의 도래가 임박한 것이 없었으며, 상거래채권이나 임금채권의 지급이 지체된 바 없이 비교적 원활한 기업활동이 계속되고 있던 상태였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기한이 도래한 B캐피탈에 대한 채무를 우선 해결하면 신규 투자자 유치를 위한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판단이 당시 상황에 비추어 지극히 비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바,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으면서 법이 정한 절차를 통해 자율적 회생 방안을 강구하고자 했던 경영자의 판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피해회사의 주주들도 B캐피탈 주도의 사전회생계획안이 가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이후 피해회사의 이사회에서도 ARS 회생절차신청을 추인하는 취지의 결의를 하였다. 달리 피고인이 당시 회생절차를 남용하여 피해회사의 이익을 해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근거는 없다.
다) ARS 회생절차 신청이 있기 전, B캐피탈이 제안한 L의 인수안에 대하여, 당시 대부분의 주주들이 이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B캐피탈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예고한 상황에서 그가 제시한 사전회생계획안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주식이 대부분 감자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차선의 선택이었다고 보일뿐 L의 인수안이 피해회사의 기업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었다거나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피해회사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L은 피고인에게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AB 임원대우를 포함한 여러 혜택을 제시하기도 하였고, B캐피탈이유치한 투자가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B캐피탈의 질권 실행으로 자신이 보유한 피해 회사 주식을 모두 잃게 될 위험도 부담한 상태였는바, 피고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그 제안을 거절하고 무리하게 ARS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2)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가) 피고인은 회생법원으로부터 ARS 회생절차의 진행을 승인 받기 위하여 K을 통하여 합계 360억 원의 투자확약서를 받았고, 이를 2022. 12. 6. 회생법원에 제출하여 잠재적 투자자의 존재를 증빙하였다. 비록 위 자금이 피해회사의 회생채권을 전부 변제하기에 충분한 금액은 아니었으며 당시로서는 추가 투자금의 유치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으나, 최소한 B캐피탈의 채권을 변제하여 부도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였다는 점에서 자율적 회생방안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실제로 이후 K으로부터 AJ를 소개받아 투자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계속하기도 하였다).
나) B캐피탈이 피고인 측으로부터 제시된 신규 투자자(U 및 AH건설)의 채권양도양수안을 거절하고 2022. 12. 14. P-Plan 회생절차를 신청하자 B캐피탈에 대한 채무를 우선 해결하여 시간을 벌고자 하였던 피고인의 당초 계획은 여의치 않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으로서는 P-Plan 회생절차의 진행을 저지하고 ARS 회생절차의 기회를 부여받기 위하여 회생법원이 2022. 12. 15.자 회생절차 협의회에서 요청한 '실제 자금이 투자되었다고 신뢰할 수 있는 추가 근거자료'를 마련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다) 피고인은 M에 투자확약서 제출에 대한 대가를 지급함과 동시에 피해회사에 대한 가시적인 자금유치의 근거자료를 마련하기 위하여 2022. 12. 28. M과 이 사건 공동경영 합의서 및 1차 합의서를 작성하고 M에 선취이자 및 자문용역 수수료 명목으로 20억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인이 1차 합의서 작성 당시 피해회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으나, 피고인은 회사의 필요에 따른 자금집행은 이사회 결의를 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고(자금집행 당시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대표이사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1차 합의를 배임의 의사로 한 행위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피고인은 2022. 12. 1. K을 소개받을 당시에도 피해회사의 T 이사, O 본부장과 함꼐 있었고, 2022. 12. 22. 피해회사의 이사회에서 ARS 회생절차 진행을 추인하는 의결을 받으면서 K과 함께 이사 및 주주들에게 투자금 유치의 필요성을 설명하였으며, 당시 이사들 사이에 ARS 회생절차의 진행을 위해 M을 통한 자금 유치가 필요하다는 사정에 관하여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피해회사 내에 ARS 회생절차 TF를 구성하고 K, W과 투자방안에 관하여 함께 논의하기도 하였다). 당시 이사들이 M에 대한 수수료 지급에까지 동의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으나,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을 위하여 투자유치 내지 자금조달 용역을 수행하는 자에게 수수료가 지급될 수 있다는 사정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이전에도 피해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져 왔고, M을 통한 자금 유치가 전제된 ARS 회생절차의 진행에 관하여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친 상태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당시 이사들의 의사에 반하여 M에 수수료를 지급함으로써 피해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라) 한편, 피고인은 2023. 1. 19. 예정된 회생법원의 채권자협의회 일정에 앞서 2023. 1. 18. 2차 합의서를 작성하고 M에 1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였고, 이를 회생 법원에 제출하였다. 그런데 당시는 2023. 1. 6.자로 D의 인수안(신규 투자금 800억 원)이 제출되어 있었고, 이는 기존에 L이 제안하였던 인수안보다 피해회사에 유리한 조건이었으므로 피고인이 M에 10억 원의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면서까지 D가 아닌 다른 자구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2차 합의 이후 100억 원이 추가 예치된 증빙서류를 대리인을 통하여 회생법원에 제출하였고, 2023. 1. 19.자 채권자협의회 당시 이를 근거로 "ARS 기간을 허가해달라"고 하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하였다. 살피건대, 당시에도 P-plan 회생절차가 동시에 검토되고 있었고, 당시 D의 투자제안 역시 구체적인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이 검토된 단계는 아니었던바, 여전히 회생법원으로부터 추가기간을 허여받기 위하여 추가자금 증빙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수수료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또한 피고인도 그 무렵 또 다른 투자자인 AJ와 투자유치를 위해 접촉하고 있었고, 2023. 1. 16. AJ로부터 7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내용으로 하는 인수의향서를 받은 상태였다. 당심 증인 Y의 증언에 의하면 AJ는 피해회사를 인수할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후에도 2023. 2. 8.자 이사회에 참석하여 적극적인 인수의향을 밝히고 2023. 2. 16.경 1,000억 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내용으로 하는 2차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추진하던 AJ의 인수안 역시 피해회사로서는 가장 좋은 투자처를 찾기 위하여 검토를 해볼만한 내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D는 당초 피고인에게 약 700억 원의 인수안을 제시하였다가 피고인이 이를 거절하고 다른 투자자를 물색하는 사이 피해회사에 더 높은 금액의 인수안(약 800억 원)을 제시하였는바, 피고인이 D의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더 좋은 투자제안을 찾을 가능성을 타진할 필요가 있었다는 변소를 쉽게 배척하기 어렵다. 나아가, 설령 피해회사의 창업자인 피고인이 자신의 경영권을 보전해주거나 자신의 지분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줄 투자자를 찾고자 하는 의사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고 보더라도, 그 투자안이 피해회사에 더 이익이 될 가능성도 있는 이상 그러한 의사가 곧바로 피해회사에 대한 배임의 의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당시에도 피해회사는 K, W으로부터 단기 운영자금을 융통 받고 있었는바(2024. 1. 6.경부터 2024. 1. 20.경까지 총 80억 원의 단기 운영자금을 K, W 측으로부터 이자나 담보 없이 차입하였고, 특히 2024. 1. 18. 및 2024. 1. 20.경에는 설 연휴기간인 2023. 1. 21.부터 2023. 1. 24. 사이에 필요하였던 총 30억 원의 AD 자금을 융통 받을 수 있었다), 피고인이 M에 10억 원의 추가 수수료를 지급할 당시 회생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K, W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도움을 계속 받을 필요도 있었다고 보이고, 이러한 사정이 피고인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마) 피고인은 두 차례에 걸쳐 회생법원의 보전처분에 위반하여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M에 30억 원의 수수료를 지급하였다. 회생법원의 보전처분에 의하여 제한되는 행위를 법원의 허가 없이 한 경우 그 행위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는바, 그 위반 효과에 따른 민사적인 법률관계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회사 또는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보전처분의 효력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피해회사에 대한 배임의 의사를 가지고 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3)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의 내용 및 M이 수행한 업무
가) 1차 합의서 및 2차 합의서의 문언에 따르면, 피고인이 M에 지급한 30억 원은 M이 '2022. 12. 5.자 투자계약서와 300억 원 상당의 자금조달증빙을 첨부한 투자확약서를 작성하여 ARS 회생절차의 현장검증기일에 제출하도록 한 것'과 '합계 300억 원을 피해회사 계좌에 질권 설정하여 예치한 뒤 B캐피탈 채권양도 및 변제용도로 사용하거나 갑의 투자유치증빙 용도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의 대가로 지급된 돈이라고 해석된다.
나) 그렇다면 위 30억 원은 '300억 원의 자금조달 업무수행에 대한 수수료(10%)'라고 볼 수 있는데, 일반적인 자금조달 용역에 대한 수수료로서 적정한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회생절차에 돌입한 한계기업에 대한 자금조달에 통상적인 경우보다 큰 비용이 소요될 수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위 돈이 별도로 설립된 AG조합의 계좌에 예치되었을 뿐 피해회사의 B캐피탈에 대한 채무 변제 용도로 실제 사용되거나 피해회사의 자금으로 직접 입금되는 등으로 자금조달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수수료 전액이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M에 적정한 용역의 대가를 초과하는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회사에 그에 상응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 다만,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에 정한대로 ARS 회생절차의 현장검증기일에 360억 원의 투자확약서와 자금조달증빙이 제출되었고, 이후 AG조합의 계좌에 300억 원이 예치되었다는 자료도 ARS 회생절차 진행의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회생법원에 제출되었으므로, M이 피해회사를 위하여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에 따른 업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피해회사에 대하여 보전처분이 내려진 상태에서 위 돈을 직접 피해회사 계좌에 입금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AG조합에 예치된 300억 원은 D의 피해회사 인수가 확정될 무렵까지 그대로 예치되어 있었으므로 자금이 피해회사 계좌로 직접 입금되지 않았더라도 투자 대기자금으로 별도 보관되고 있었던 사정은 인정된다). 이처럼 위 수수료에 대한 반대급부가 일부 이행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상 M에 지급된 수수료 30억 원의 전부가 피해회사의 손해로 귀결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라) 피고인은 M과 이 사건 공동경영 계약 및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에 따른 관계를 유지하면서 K, W으로부터 300억 원의 자금조달 증빙 외에도 피해회사의 투자유치와 회생를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에 따른 30억 원의 수수료에는 M이 '피해회사를 인수할 투자자 유치, ARS 기간 동안 피해회사의 긴급 운영자급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대가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나, 수수료 지급에 관한 구체적인 약정이 기재된 1차 합의서와 2차 합의서의 문언에 의하면 피고인 주장의 위 용역이 30억 원의 수수료 지급에 대한 반대급부로 명시되어 있지 않고, 이 사건 공동경영 계약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용역수수료'는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가 정한 위 수수료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다만 K, W은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와 함께 체결된 이 사건 공동경영 계약에 따라 피해회사에 투자유치를 위한 각종 자문용역을 제공하기로 하였고, 각 계약이 전혀 무관하게 진행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의 범의와 관련하여 함께 살펴볼만하다.
K은 수사기관에서 '피해회사를 위하여 자금유치와 변호사 선임, <회사명> 구조조정, 투자회사 유치 3회 주관, 피해회사 매수 희망 회사 유치 등의 용역을 제공하였다'고 진술하였고, W은 이 법정에서 'K과 W이 360억 원의 자금조달 증빙을 해준 것에 더하여 B캐피탈 채권을 회수할 자금으로 300억 원을 조달해주고, 피해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기업을 연결해 주는 등 피해회사 매각 전반에 관한 용역을 제공해 주기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를 전후하여 K으로부터 신규 투자자인 AJ를 소개 받기도 하였고, W을 통해 피해회사의 긴급 운영자금 합계 80억 원을 이자나 담보제공 없이 융통받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비록 AG조합에 예치된 300억 원을 피해회사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단 자금증빙의 용도로만 사용할 의사로 M에 과다한 수수료를 지급하였다고 보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M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가로 K, W으로부터 신규 투자유치를 비롯한 지원을 받을 것을 함께 의도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마) 위와 같은 M의 합의 이행 상황과 당시 ARS 회생절차의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당시 수수료 지급의 대가로 조달하기로 예정된 300억 원을 실제 피해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사정을 예견하면서도 M에 부당한 이익을 주고 피해회사에 손해를 가할 의사로 M에 수수료를 선지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후 피고인의 예상과는 달리 피고인이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고 D의 인수안이 회생채권의 변제를 시작으로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피고인이 수수료 지출을 감수하면서 진행하고자 하였던 피고인 주도의 ARS 회생절차가 계속되지 못하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따라서 설령 피해회사가 M에 실제 수행한 용역 대가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보더라도, 그러한 결과만으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바) 한편, 1차 합의서 작성시 함께 체결된 이 사건 공동경영 계약은 M과 W이 피고인과 피해회사를 위하여 자문용역을 제공하기로 하는 약정과 M과 W이 피해회사를 공동경영한다는 약정을 내용으로 하는데, M과 W이 피해회사의 투자를 유치하고 용역수수료(성공보수)를 지급받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사건 공동경영 계약에는 '공동경영'을 한다는 문언이 있지만, 피고인의 주식을 제3자에 매각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투자유치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피고인이 피해회사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경영 개입을 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W은 이 법원에서, '위 "공동경영" 문구는 피해회사의 경영권이 제3자에게 이전될 때까지 주요 경영사항을 K 및 본인과 협의한다는 정도의 의미로 기재한 것이다', '300억 원의 자금을 피해회사에 투입하기로 하면서 K과 본인이 피고인에게 경영권을 보장해주기로 약속한 사실이 없다', '어떠한 경우이든 피고인은 경영권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도 K과 본인에게 경영권 보장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 사건 공동경영 계약서에 '공동경영'과 관련한 문구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회사에서의 자신의 경영권을 보전하려는 목적에 따라 피해회사의 이익에 반하여 이 사건 공동경영 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를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4) 손실발생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가) 피고인이 1차 합의서 및 2차 합의서를 작성하고 M에 합계 30억 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결정을 할 당시, 회생법원은 피해회사에 대한 ARS 회생절차와 P-Plan 회생절차를 병합 진행하면서 피해회사에 자율적 구조조정을 위한 협의 기한을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ARS 회생절차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하고자 하였던 피고인으로서는, 1차 합의서 작성 당시에는 L을 투자자로 한 P-Plan 회생절차의 사전회생계획안에 따라 피해회사가 매각되는 상황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고, 2차 합의서 작성 당시에는 D의 인수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시간을 확보하여 AJ를 비롯한 다른 투자자들과 협상할 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
피고인이 이러한 필요에 따라 당시 자금조달을 도울 수 있는 M과의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M에 자금유치의 대가로 30억 원을 지급하고도 결과적으로 실제 300억 원이 피해회사 회생채권의 변제 재원으로 쓰이는 등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는 하였으나, 적어도 회생법원에 투자자와 자금력의 존재를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ARS 회생절차 진행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당시 M에 대한 수수료 지출로 B케피탈의 채권을 변제하거나 투자금 예치 상황을 증명하고 자율적 구조조정을 진행할 시간을 허여 받아 피해회사에 이익이 되는 투자를 성사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피해회사에 수수료 상당의 손실만 가져다 줄 개연성보다 현저히 낮다고 단정할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K 등의 투자확약을 기초로 한 피고인의 ARS 회생절차 신청으로 인하여 B캐피탈 주도의 P-Plan 회생절차를 저지할 수 있었고, 그사이 피해회사 주도로 D의 인수안을 채택하여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가 전혀 무용한 행위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피해회사는 당시 배달원에게 지급할 배달료로 하루 10억 원 안팎의 유동자금이 예치되어 있을 필요가 있었고, 피고인이 지급한 30억 원의 수수료는 피해회사의 매출 규모나 현금흐름에 비추어 작은 금액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회생절차에 돌입한 상황에서 상당한 금액의 자금유치를 위해 비용 지출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판단이 그 자체로 자신 또는 제3자에게 이익을 주고 피해회사에 손해를 입게 할 의사라고 보기는 어렵고, 실제로 1차 합의서에 따른 20억 원, 2차 합의서에 따른 10억 원을 지출함으로써 피해회사의 자금 운용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다) W은 이 법정에서, 당초 자금을 조달하여 B캐피탈의 채권을 매입하거나 상환하여 피해회사의 주식이나 사채를 보유하는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이후 신규 투자자로 AJ를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기로 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실제로 2022. 1. 16. 피해회사에 인수의향 공문을 발송한 AJ는 전국 주요항만 및 교통요지에 물류 네트워크 및 인프라를 구축하고 물류센터 운영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물류회사(한국거래소 상장사)로서, 피해회사를 인수하여 얻게 될 시너지 효과를 높게 평가하여 AJ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피해회사의 인수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J의 인수안이 D의 인수안보다 더 늦게 진행되기는하였으나, AJ가 추진한 피해회사 인수안이 P-Plan 회생절차(AB의 인수안)를 통한 매각이나 D의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안과 비교하여 피해회사에 불리한 것이었다거나 실현가능성이 없는 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피해회사 이사회가 AJ의 인수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거나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투자자를 결정하는 등의 절차를 취하지 않고 피고인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D 인수안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함에 따라 그 투자가 좌절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 피고인이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를 할 당시, 그를 통해 P-Plan 회생절차의 개시를 막고 자율적 구조조정의 기회를 부여 받아 AJ 등의 신규투자를 유치하고 ARS 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개연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거나 이 사건 자문용역 합의가 피해회사에 손실만 가져다 줄 개연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라. 소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과 같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