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고,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모텔 안에서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들에게 다가와 성적 접촉을 하여 자연스럽게 응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다는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선고형(피고인 A, B: 징역 3년의 집행유예 4년 등, 피고인 C: 징역 2년 6월의 집행유예 3년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위 각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원심판결문 제6면 15행~제7면 17행)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 및 같은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원심판결문 제8면 4행~제13면 17행)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술에 취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판단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들은 이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고도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는 등으로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 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
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로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취하여 피고인들의 성적 침해행위에 대한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들도 이를 알고 피해자의 위 상태를 이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 피고인들은 당심에서도 원심에서와 같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고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원심은 피해자의 법정진술을 청취하고 여러 사정들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였고,앞서 본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증거가치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헙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없다. 당심에서 그 판단을 뒤집을 만한 객관적인 사유가 새로 드러난 바도 없다.
● 피해자 진술 등으로부터 알 수 있는 평소 피해자의 주량과 사건 당일 피해자가 마신 술의 양, 당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하여 기억나는 부분과 기억나지 못하는 부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 이 사건 모텔로 이동할 당시의 피해자의 상태, 피해자와 성적 접촉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들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이 사건 직후 피해자와 피고인들의 모습과 대응, 피고인들의 수사기관에서의 태도와 진술 변경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고,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기억만이 소실된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가 0.0576%에 불과하였으므로 피해자가 많이 취하지는 않은 상태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혈액채취 시각은 범행 후로부터 상당 시간이 지난 2022. 9. 9. 05:00경 이루어진 점,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는 피검사자의 체질, 음주한 술의 종류, 음주 속도, 음주시 위장에 있는 음식의 정도 등에 따라 개인차가 있는 점, 일반적으로 알려진 알코올 체내 작용방식(최종 음주시점으로부터 90분 후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약 0.008%에서 0.03%씩 감소한다)에 의하더라도 위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피해자의 음주종료 시점이 2022. 9. 9. 00:29경(피해자가 F에서 술값을 결제한 시점이다)이라는 전제 하에 계산된 것인데, 피고인들과 피해자는 2022. 9. 9. 00:00경 F 앞에서 만난 후 대화를 나누다가 피해자가 F에서 술값을 결제한 다음 이 사건 모텔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해자의 음주종료 시점은 2022. 9. 9. 00:00경보다 이전일 수 있고, 이 사건 범행 무렵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상승 고점에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다가, 피해자는 이 사건 모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부축에 의 지하여 걸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와 피고인들은 이 사건 당시 길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서 피해자가 합의 하에 곧바로 모텔로 가 같은 객실에서 연달아 세 명의 남자와 성적 접촉을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할 것인 점을 더하여 보면,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만으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 피해자는 이 사건 모텔 안에서 피고인들과 순차적으로 성적 접촉이 계속되면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곧바로 피고인들에게 항의하면서 이 사건 모텔에서 나와 경찰에 신고하였다. 피해자가 추행사실을 알리고 이를 문제 삼는 과정에서 받게 될 수치심과 주변의 부정적 평판에 대한 두려움, 남자친구와의 관계,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될 부담감, 무고죄 및 위증죄 등으로 처벌받을 위험 등을 모두 감수하면서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에 걸쳐 피해사실을 허위로 지어내 진술하며 피고인들을 무고할 만한 사정이나 동기는 발견되지 않는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술에 취하여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고 이 사건 모텔로 들어간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점, 피고인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상당히 취한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 피해자를 부축까지 하여 이 사건 모텔로 데리고 간 점, 세 사람이 이 사건 모텔 객실에 들어
가는 과정에서도 피고인들은 2명씩 차례로 다른 객실을 예약하여 들어가는 지능적인 방법을 보였고, 객실 내에서도 피해자의 상태와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피해자를 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은 사건 당일 피해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객실 안에서 피해자와 성적 접촉이 있었던 사실 자체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유전자 감식 등을 실시하자 이후에서야 피해자의 동의하에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진술을 변경한 점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황을 인식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범행한 것으로 그 '고의'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 항소심으로서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합동하여 처음 만난 피해자와 이 사건 모텔로 이동한 후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키스를 하고 가슴을 주무르는 등 피해자를 추행한 것으로, 범행의 경위와 내용, 결과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쁜 점,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성적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입은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일정 금원을 지급하고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 및 고소취하서를 제출한 점, 피고인들은 아무런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각 참작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각 선고형을 정하였다.
원심의 양형은 기록에 나타난 여러 정상들을 고려하여 적정하게 결정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 조건이 되는 사항이나 양형기준에 본질적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들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추행의 정도,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