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B과 연인관계이고, B을 통해 B의 지인인 피해자 C(여, 8세)의 부모를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B, 피해자의 부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이 피해자의 모 D와 다툰 다음 피해자의 집에 보관되어 있는 짐을 챙기러 서울 강동구 E에 있는 피해자의 주거지 내에 들어가자 B을 따라 위 주거지 안으로 들어갔다.
피고인은 2022. 9. 9. 03:00경 위 피해자의 주거지 내 피해자의 방에서, 그곳 침대위에 누워 잠든 척하고 있는 피해자에게 다가가 손으로 피해자의 어깨, 가슴, 다리를 쓰다듬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13세 미만인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하려고 하였으나, 사실은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있어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미수에 그쳤다.
2.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피해자의 방에 들어간 사실이 없으므로,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도 없다.
3. 판 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5.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특히 피고인이 일관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정황과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고, 피고인의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도6576 판결 등 참조).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 · 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 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등 참조).
한편, 아동의 경우 질문자에 의한 피암시성이 강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내용에 대한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아동의 나이가 얼마나 어린지, 위 진술이 사건 발생 시로부터 얼마나 지난 후에 이루어진 것인지, 사건 발생 후 위 진술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최초로 아동의 피해사실을 청취한 보호자나 수사관들이 편파적인 예단을 가지고 아동에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주거나 반복적인 신문 등을 통하여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등으로 아동 기억에 변형을 가져 올 여지는 없었는지, 진술 당시 질문자에 의하여 오도될 수 있는 암시적인 질문이 반복된 것은 아닌지, 면담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아동 자신의 진술이 이루어진 것인지, 법정에서는 피해사실에 대하여 어떠한 진술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하며, 또한 진술내용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있고 명확한지, 세부내용의 묘사가 풍부한지, 사건 ·사물 · 가해자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에 관한 묘사가 있는지,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의 방에 들어와 잠든 척하는 피해자의 어깨, 다리, 손 등을 쓰다듬었다는 점에 관하여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한 점, 피해자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진술분석전문가인 F는 피해자가 외부의 압력으로 허위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추행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증명할 직접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이유일한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진술 당시 피해자의 나이, 진술 능력 등을 감안하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줄 정도의 충분한 신빙성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해자 진술의 비일관성
가) 추행의 태양 관련
피해자는 2022. 9. 22. G통합지원센터에서의 경찰 조사(이하 ‘2차 경찰조사’라고 한다)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를 만진 방법’에 관하여, 자신의 손을 이용하여 어깨부터 가슴, 배 등을 쓸어내리는 방법으로 여러 차례 묘사하였다. 그런데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는 『(주무를 수도 있고 쿡 찌를 수도 있고 때릴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주무르듯이 만졌던 것 같아요.』 , 『이렇게 만졌던 것 같은데, 이런 듯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이렇게 주무르듯이 만졌던 같아요.』 라고 진술하여 2차 경찰조사에서와 다른 진술을 하였다. 그러다가 검사가 다시 ‘여기를 만지고 손을 떼 가지고 가슴도 만지고 다리도 만질 수도 있고 아니면 쭉 쓸어내릴 수도 있잖아요’라고 묻자, 『쓸어내리듯이 만졌던 것 같아요.』 라고 진술하여 ‘주무르듯 만졌던 것 같다’는 기존 진술을 또다시 변경하였다(증인 C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4쪽). 이와 같이 피해자는 추행의 태양과 관련하여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질문의 내용에 따라 진술을 변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는바, 피해자의 진술이 외부적인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피고인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는 부분 관련
피해자는 2차 경찰조사에서 ‘피고인이 신체를 만지고 나서 한 말’에 관하여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말하지 말라고 말한 건가 알아서 하라고 했던가 기억이 잘 안 나요. (그 말 할 때 너는 뭐 하고 있었어?) 엄마한테 말하려고 전화하고 있었어요.』 라며(증거기록 64~65쪽), ‘피해자가 모친에게 전화를 하려고 할 때 피고인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이후에는 『(이모 남자 친구가 말하지 말라고 말했을 때 너는 계속 자는 척하고 있었어, 아니면 앉아있었어 아니면 움직였어?) 자는 척하고 있었어요.』 라고 진술을 변경하였다(증거기록 72쪽). 또한 피해자는 2차 경찰조사에서 『피고인이 위와 같은 말을 ‘몸 만질 때’하였다』 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66쪽), 이 법정에서는 『제 몸을 만지고 나가기 전에 저한테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고 하면서 얘기하고 이모와 나갔어요.』 라고 진술하였다(증인 C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3쪽). 피해자의 나이와 진술능력 등을 감안하더라도, 위와 같이 피고인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한 시점 및 그 당시 피해자의 행동에 관한 진술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와 같이 진술에 차이가 발생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도 찾기 어렵다.
다) 범행 이후 모친에게 연락하거나 알린 부분 관련
피해자는 2차 경찰조사에서 ‘만지고 나서 그다음에 바로 있었던 일’에 관하여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라고 답하였다가 조사관이 ‘너는 자는 척하고 있었잖아.’라고 되묻자 『(피고인이) 거실에 나갔을 때 그때 말했어요.』 , 『카톡으로 엄마한테 말했어요.』 ,『(엄마한테 뭐라고 말했어?) 이모랑 삼촌 왔다고 했어요. 엄마 언제 오냐고. 그리고 엄마한테 전화 와서 이모, 이모 바꿔달라고 해서 엄마가 이모한테 바꿔줬는데 이모가 끊고 둘 다 나갔어요.』 라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65쪽), 범행 직후 피해자가 모친과 연락한 수단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
한편 피해자는 모친인 D에게 피해사실을 알린 시점에 관하여, 2차 경찰조사에서『(그날 신고했어 아니면 그날 이후에 신고했어?) 그날은 일단 말하고 그… 다음 날인가에… 그… 그 다음 다음 날에 경찰서로 가서 일단 고소했어요.』 라며(증거기록 76쪽), 피해자가 ‘범행 당일’ 모친에게 피해사실을 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이 법정에서는 『엄마가 다음 날에 주거침입으로 경찰서를 간다기에 그때 무섭긴 했는데 엄마한테 말해야 될 것 같아서 그때 있었던 일을 엄마한테 다음 날 얘기했어요.』 라며(증인 C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5쪽), 범행을 당했다는 날의 다음날 모친이 경찰서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피해사실을 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두 진술은 피해사실을 알린 시점이 범행 당일인지 여부, 모친이 경찰서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인지 여부 등 주요 내용에 분명한 차이가 있으므로 피해자의 진술이 변경된 것이 착오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한 위 법정에서의 피해자 진술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모친에게 피해사실을 언제 알렸는지에 관한 D의 법정진술(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다르다)과 일치하는바, 피해자가 D의 영향을 받아 진술을 변경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 범행 당시 피고인의 위치 관련
피고인의 범행 당시 자세와 관련하여, 피해자는 2차 경찰조사에서는 피고인이 침대에 살짝 앉아서 만졌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75쪽), 이후 2022. 10. 26. 경찰의 현장조사 시에는 『피고인이 침대 바깥쪽 끝부분에 앉았다가 벽과 가까운 안쪽으로 이동한 후 피해자를 만졌다』 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178쪽), 범행 당시 피고인의 위치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그 진술 내용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2) 진술의 객관적 타당성 부족
가) 피해자는 2차 경찰조사에서 『(그러면 너가 자고 있었던 방향은 어디가 바라보이는 방향이었어?) 옷장이요.』 , 『(어깨를 만졌다고 했는데 왼쪽 어깨야, 오른쪽 어깨야?) 둘 다 만졌어요.』 라고 진술하였고,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옷장 쪽(벽의 반대쪽)을 바라보고 옆으로 누워 자고 있는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도 만졌다는 것인데, 현장 사진에서 확인되는 피해자의 방 구조를 고려하면 피해자가 위와 같은 자세로 누운 상태에서는 피해자의 신체 오른쪽 측면이 침대에 닿게 되므로 피해자 신체의 오른쪽 부위를 만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피해자는 2022. 9. 14. 경찰 조사(이하 ‘1차 경찰조사’라고 한다)에서 피고인이 한 손으로 자신을 만졌다고 진술했는데, 한 손으로 피해자의 양쪽 어깨를 만진다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나) 현장 사진을 보면 침대의 양쪽 측면 가운데에 있는 약간의 공간을 제외하고는 침대가 모두 침대 프레임 혹은 벽면으로 막혀있으므로(증거기록 178쪽),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침대에 살짝 앉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고, 피해자의 침대는 아동용으로 크기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키가 180cm, 몸무게가95kg인 건장한 체격의 피고인이 침대 바깥쪽 끝부분에 앉았다가 벽과 가까운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피해자를 추행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 ‘전면부’를 만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이 벽의 반대쪽을 바라보고 옆으로 누워 자고 있는 피해자의 신체 전면부를 만지려 하였다면 굳이 비좁은 침대의 안쪽(벽과 인접한 쪽)까지 이동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침대의 안쪽에 앉을 경우 벽의 반대쪽을 바라보고 옆으로 누워 있는 피해자의 신체 후면부만 보이게 된다).
다)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이모가 다른 방으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삼촌이 들어오면서 제 방 문을 닫으면서 들어오더니』 , 『누가 안 오나, 오나 이렇게 보면서 문을 닫았다』 라고 진술하였는데(증인 C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3쪽, 15쪽), 이는 경찰 조사 당시에는 전혀 진술하지 않은 내용이다. 오히려 2차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자발적으로 묘사할 때에 피해자는 『이모가 안 보는 사이에 (피고인이) 제 몸을 만지고』 , 『이모가 있긴 있었는데 짐을 챙기느라 못 봤어요.』 라고 진술하였는데(증거
기록 61쪽, 72쪽), 만약 피해자의 방문이 실제로 닫혀있었다면 피해자가 이를 처음부터 진술하거나 이모가 보지 못한 이유를 ‘방문이 닫혀 있어서’라고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범행을 당했다는 날로부터 약 1년 8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처음으로 ‘피고인이 문을 닫으면서 방에 들어왔다’는 특징적 사실에 대해 진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방에 들어와 있는 동안 방문이 닫혀있었다고 진술하면서도 당시에 문 밖의 상황을 알고 있는 듯한 취지로 진술하였다.
라) 피해자는 2차 경찰조사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방 안에 있는 동안 실눈을 뜨고 자는 척을 했다』 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 『(삼촌이 들어 와서 증인의 몸을 만지는 동안 증인이 눈을 뜨거나 했습니까) 눈을 뜨지는 않고 실눈을 조금 뜨고 봤어요.』 , 『(아저씨가 만지고 나갈 때까지 계속 실눈 뜨고 있었던 거예요) 들킬까봐 눈을 좀 감았다가 실눈을 떴다가 그렇게 했어요.』 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당일 피해자 방의 밝기에 관하여, 이 법정에서 『방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거실에 불이 켜져 있어서 불빛이 방으로 조금 들어와 있었다』 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진술대로라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방 안에 있는 내내 아예 눈을 감거나 실눈을 뜨고 있었을 뿐 완전히 눈을 뜬 적은 없고, 당시 방 안은 완전히 어둡거나(피해자의 법정진술대로 피고인이 방문을 닫고 들어갔을 경우) 거실의 불빛이 조금 들어와 있는 정도였다는 것인데, 만약 그러한 상황(더욱이 당시는 늦은 새벽시간이기도 하였다)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방에 들어갔다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고 있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면서 또는 만진 후에 마치 피해자가 깨어 있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처럼 피해자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마) 피해자는 범행 당일 B의 행동과 관련하여 2차 경찰조사에서 『이모(B)이 짐을 챙기고 나갈 때 강아지 말리는 기계와 엄마 헬멧을 발로 찼다』 는 취지로 세 차례에 걸쳐 진술하였고(증거기록 61쪽, 68쪽, 72쪽), 『피고인이 말하지 말라고 말을 했을 때 이모(B)가 헬멧이랑 그거 차고 짐을 갖고 나가고 있었다』 는 취지로 진술하기도하였다(증거기록 72쪽).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방문을 닫으면서’ 방에 들어와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것이므로 범행 당시 피해자는 거실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설령 피해자의 방문이 열려있었다고 하더라도 자는 척하면서 침대에 누워있었던 피해자가 B이 거실에서 위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만약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를 만졌다면, 기록상 확인되는 피해자 방의 구조와 침대의 위치를 고려할 때 피고인의 몸이 피해자의 시선을 가렸을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피해자가 방에서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거실에서 무언가를 발로 차는 소리’만 들었다면 그 대상이 ‘강아지 말리는 기계’와 ‘엄마 헬멧’임을 인지할 수 없었을 것이므로, 피해자가 B이 발로 찬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는 것은 당시 상황을 피해자가 직접 목격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진술은 방 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던 중에 또는 그 직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바로 그 때에 B이 거실에서 그 곳에 있던 물건들을 발로 차고 나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인바, 그러한 진술에 객관적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나아가 이러한 사정은 B이나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B이 짐을 찾거나 챙기고 있을 때 피해자가 침대에 누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거실에 있던 B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바) 피해자는 2차 경찰조사에서 누군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고, 피해자의 방문이 열려있어서 B이 오는 게 보였으며, 이때 피해자는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62쪽, 70쪽). 한편 피해자는 자는 척을 한 이유에 대하여는『엄마도 올까 봐, 엄마가 혼낼까 봐.』 라고 진술하였고, 엄마가 혼낼 거라고 생각한 이유에 대하여는 『새벽에 안 자고 있었어서.』 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1쪽). 그런데 D는 경찰조사에서 『그날 새벽 B이 저희 집에 가서 짐을 찾으러 간다고 했을 때 제가 피해자한테 전화해서 “이모 왔니?” 라고 물어봤고, 피해자가 “아니.” 라고 해서끊었어요.』 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94쪽). D의 위 진술에 의하면 B이 피해자의 집에 도착하기 얼마 전에 D가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하였으므로 D는 피해자가 깨어있는 사실을 이미 알 수밖에 없고 피해자도 자신이 깬 사실을 D에게 이미 알린 셈인데, 그런 상태에서 피해자가 새벽에 안자고 있다는 이유로 D에게 혼날 것을 걱정하여 자는 척을 하였다는 것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와 B의 사이가 이전부터 나빴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당시 피해자는 D와 B이 다툰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B이 D 없이 혼자 피해자의 방에 먼저 들어와 짐을 찾고 있었다면 피해자가 굳이 자는 척을 계속할 필요가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사) B과 D는 2022. 9. 8. 술을 마시면서 다투게 되기 전까지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왔고, 당시 B은 D의 집에 자신의 짐 외에도 강아지 2마리까지 맡겨둔 상황이었다. B은 D와 심하게 다툰 후 D의 집에 강아지 2마리와 짐을 찾으러 즉흥적으로 방문하게 되었고, 한 번에 짐을 모두 빼지 못해 이후 새벽에 다시 D의 집 앞에 찾아가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B은 갑작스럽게 D의 집을 방문하여 5~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짐 중 급한 것만 찾아가 D가 도착하기 전에 나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연인인 B이 흥분한 상태로 자신의 짐과 강아지를 챙기는 것을 도우려고 하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강아지 2마리를 B으로부터 받아서 데리고 있었다는 피고인과 B의 진술은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반면, 형사처벌이나 수사를 받은 전력이 전혀 없는 피고인이 연인인 B이 짐을 찾고 있는 짧은 틈을 이용하여 나이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려고 하였다는 것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3) D 진술의 비일관성 및 D와 피해자 진술의 불일치
가)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들은 것과 관련하여, D는 경찰 조사에서는 『원래는 2022. 9. 14. 오후 5시에 B, 피고인을 주거침입으로만 고소하려고 제가 고소장을 써서 강동경찰서에 갔었어요. 당시에 피해자가 목격자니까 피해자를 데리고 가서 이야기를 듣는데 피고인이 피해자 머리하고 어깨를 만졌다는 말을 들었어요.』 (증거기록 91쪽), 『2022. 9. 14. 오후 5시쯤 강동경찰서 민원실에 가서 주거침입만 고소하려고 고소장을 쓰려고 피해자한테 물어보고 있었는데, 처음엔 피해자한테 “머리하고 어깨를 만졌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알게 된 거죠.』 라고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97쪽), 이 법정에서는 『경찰서 갈 때 얘기한 거예요. 가면서 얘기를 한 거예요. 오토바이 타고가고 있었는데 오토바이 타고 가는 중에 얘기를 한 거여 가지고.』 라고 진술하였다(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8쪽). 이처럼 피해사실을 들은 시점과 장소에 관한 D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 또한 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는 2차 경찰조사에서 ‘범행 당일’ 모친인 D에게 피해사실을 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D와 피해자의 진술도 불일치한다.
나) D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하고 나서 B이’짐 다 챙겼다’라고 하니까 피고인이 ‘알겠다’라고 하면서 현관문으로 나갔다”고 들었다』 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98쪽),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이모가 짐을 챙기고 나가는 발자국 소리에 나간 것 같다.』 , 『피고인이 마당에서 누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그것 때문에 나간 것 같기도 하다』 라고 진술하였다(증인 C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1쪽). 이처럼 범행 직후 피고인이 방을 나가는 상황과 관련하여도 D가 들었다는 피해자 진술의 내용과 피해자의 법정진술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
다) B이 온 사실을 알린 방법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2차 경찰조사에서 계속 자는 척을 하다가 피고인이 거실로 나간 후에 『카톡으로 엄마한테 말했어요. 이모랑 삼촌 왔다고 했어요. 엄마 언제 오냐고. 그리고 엄마한테 전화 와서 이모, 이모 바꿔달라고 해서 엄마가 이모한테 바꿔줬는데 이모가 끊고 둘 다 나갔어요.』 라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65쪽), D는 경찰 조사에서 『그날 새벽 B이 저희 집에 가서 짐을 찾으러 간다고 했을 때, 제가 피해자한테 전화해서 “이모 왔니?” 라고 물어봤고, 피해자가”아니.” 라고 해서 끊었어요. 좀 있다가 다시 피해자한테 전화해서 “이모 왔지? 왜 우리집으로 왔대? 이모 나가라고 해, 엄마 갈 거니까. 이모 바꿔봐”라고 했는데, 전화가툭 끊겼어요.』 라고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먼저 D에게 카카오톡으로 B과 피고인이 왔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D가 전화를 하였다는 것인 반면, D의 진술에 의하면 D가 먼저 2번에 걸쳐서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B이 왔는지를 질문하였다는 것이어서 양자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
라) D는 이 법정에서 자신이 집에 돌아온 후 피해자에게 『이모 왔었어?』 라고 물어봤고 피해자는 「둘 다 나갔다.』 라고 답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0쪽). 그런데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D가 들어와서 뭐라고 물어본 것이 있었냐’는 질문에 「물어본 것은 딱히 없었다.』 라고 답하였고, ‘D가 피해자에게 집에누가 들어왔다 나갔냐고 물어보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안 물어봤어요.』 라고 답하였는바(증인 C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2쪽), D의 진술은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다.
4) 거짓 진술할 동기의 존재
가) 이 사건 당일인 2022. 9. 9. 새벽에 피고인의 연인인 B은 D와 술을 마시다가 심하게 다툰 사실, B과 피고인이 D의 주거지에 있던 B의 짐을 찾기 위해 D의 허락을 받지 않고 주거지에 들어간 사실, 이 사건 당일 새벽 D는 B을 음주운전과 차량 절 도로 신고한 사실, 이후 B이 D를 휴대전화 절도로 신고하자 D도 2022. 9. 14. B과 피고인을 주거침입으로 고소한 사실, 위 주거침입 및 차량 절도에 관하여는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된 사실 등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고소가 이루어질 당시 D와 B 사이의 갈등이 상당히 고조되고 감정적 대립이 격화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2022. 9. 3. 피해자의 오빠가 가출했을 당시, B과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피해자는 피고인을 처음 만났고, 이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나) 피해자에게 허위진술의 동기가 있는지에 관하여 진술분석전문가 F는 ‘평소친하게 지냈던 이모와 사이가 틀어져 부모님과 이모 사이의 감정이 좋지 않았고 부모에게서 보이는 감정적 요소들이 피해자가 사건을 보고하게 된 동기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피해자 어머니는 이모와의 다툼 후, 이모가 자신을 휴대전화 절도로 신고하여 감정적으로 격해진 상황에서 자신도 이모를 신고하였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압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라는 취지로 피해자에게 허위진술의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본 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가 이모가 아니며 다툼 및 고소 문제로 부모와 대립하고 있는 주체도 이모였으므로 피해자가 굳이 피의자를 등장시켜 허위 보고할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보여졌다. 또한 동기를 가진 허위 보고였다면 처음부터 이모도 피의자의 행동을 보았으나 제지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여 이모도 본 사건에서 아예 배제할 수 없음을 진술하거나 피해내용을 보다 과장하여 진술하는 등 좀 더 진술을 꾸며내고자 하는 요소들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었다. 피해자 어머니는 이모와의 다툼후, 이모가 자신을 휴대전화 절도로 신고하여 감정적으로 격해진 상황에서 자신도 이 모를 신고하였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압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다만, 피해자 어머니가 진술한 내용처럼 피해자가 사건에 대해 미리 알리지 않았고 이모를 신고하러 가는 길에 자발적으로 사건에 대해 진술했음을 고려하면 외부의 압력으로 허위 진술하였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인다.’라는 취지로, 결론적으로는 허위 진술의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그러나 위 가)항의 인정사실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고소가 이루어진 날까지 5일의 시간적 간격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D와 B은 서로 간에 112 신고를 주고받는 등 감정 대립이 극단에 이른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로서는 모친인 D로부터 부정적 영향을 받아 B과 그 연인인 피고인에 대하여도 부정적 감정을 가졌을 가능성이 큰 점(피해자는 피고인과 B이 짐을 싸서 나가면서 헬멧이나 오토바이 등을 파손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여러 차례 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별도로 형사사건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실질적인 피해가 별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가 위와 같은 헬멧 등의 파손 사실에 대하여 여러 차례 진술한 것은 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의 영향일 수도 있다.), 피해자는 이 사건 전에 피고인으로부터 한 차례 신체접촉을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로 인해 피고인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여지도 있는 점, 피해자로서는 평소 가깝게 지냈던 B에 대해 직접적인 허위 진술을 하는 것보다는 친분이 없던 피고인에 대해 허위진술을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덜 부담되는 일일 수 있고, 피해자는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므로 ‘B이 피고인의 행동을 보았으나 제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B까지 개입시키는 진술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2차 경찰조사에서 범행 당일 D에게 피해사실을 알린 것처럼 진술하기도 하였고, 그 밖에도 피해자와 D의 진술의 비일관성 등 의문을 품게 하는 사정이 다수 존재하므로 D가 B을 경찰에 신고하는 길에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피해사실을 D에게 알린 것인 지도 의문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D로부터 영향을 받아 B의 연인인 피고인에 대해 부정적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5) 전문심리위원의 의견
이 법원이 지정한 전문심리위원 H은 이 사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사건 발생 전후 및 도중의 상황에 관한 진술이 시점에 따라 현저히 달라졌고 그와 같이 달라질 만한 타당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점, 모친인 D에게 피해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당시의 정황에 관한 진술에 큰 차이가 있고 이는 피해자가 최초 폭로 시 정황에 대해사실과 다르게 진술해야 할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점, 피해자는 발달특성으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암시나 유도에 취약한 양상을 보인 점, 피해자의 진술 중 상당 부분에서 심각한 논리적 오류와 비상식적 요소가 발견되는 점, 피해자의 법정증언에서는 진술의 타당성 등이 상당 부분 향상되었는데 이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조사 후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을 스스로 밟았거나, 누군가와 함께 기억을 정리하거나 작화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이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