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피고인은 2020. 2.경부터 피해회사 주식회사 G(이하 '피해회사'라 한다)의 생산인력 채용, 기계설비 및 자재 구매 등 공장운영 업무를 총괄하는 생산본부 이사로 근무한 사람으로, 피고인에게는 피해회사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거래 상대방의 제조능력 확인 및 거래 상대방 선정, 납품대금 산정 시 충분한 검토 및 비교 등을 통하여 피해회사가 원하는 성능 및 가격에 적합한 마스크 제조기계를 적정한 기한 내에 납품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중개수수료 명목의 리베이트를 받을 목적으로, 2020. 4. 1. <주소> 소재 피해회사의 전략기획센터에서, 피해회사가 F이 대표로 있는 H(이하 'H'라 한다)로부터 황사마스크 제조기기 4대를 484,000,000원에 공급받는 내용의 매매계약(이하 '1차 공급계약'이라 한다)을 피해회사를 대리하여 체결하고, 2020. 4. 24. <주소> 소재 주식회사 I(이하 'I'라 한다) 공장에서, 피해회사가 H로부터 덴탈마스크 제조기기 25대를 4,475,000,000원에 공급받는 내용의 매매계약(이하 '2차 공급계약'이라 한다)을 피해회사를 대리하여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위 각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위 H가 덴탈마스크 제조기기 생산경험이 전혀 없고 적절한 시설, 장비, 인력 및 자금을 갖추지 아니하여 피해회사가 요구하는 성능을 갖춘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납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그 위험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아니하고, 납품기한을 정하지 아니하며(위 1차 공급계약), 물품 대금의 70%를 H에 계약금으로 선지급하기로 하는 등, 임무에 위배하여 일방적으로 H에 유리한 내용의 계약을 2회에 걸쳐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피해회사로 하여금 2020. 4. 2.경 20,000,000원, 같은 달 29.경 318,800,000원(위 1차 공급계약 계약금), 같은 날 3,132,500,000원(위 2차 공급계약 계약금) 등 3회에 걸쳐 위 계약에 따른 납품대금 총액의 70%인 합계 3,471,300,000원을 H에 선지급하고도 결국 H로부터 황사마스크 제조기기 및 덴탈마스크 제조기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위 H에게 위 금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회사에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배임수재
피고인은 위 가.항과 같이 피해회사의 생산본부 이사로 근무한 사람으로서, 피해회사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를 함에 있어 피해회사가 원하는 성능 및 가격에 적합한 마스크 제조기계를 적정한 기한 내에 납품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위 가.항의 H와 납품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F으로부터 위 H를 계약 상대방으로 선정하여 주고 H에 유리한 조건으로 납품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피해회사로 하여금 위 가.항과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게 한 뒤, 2020. 4. 29.경 F으로부터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현금 121,000,000원을 J을 통하여 송금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하였다.
2. 피고인 주장 요지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은 피해회사와 H 사이의 1, 2차 공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H가 마스크 제조기계를 제대로 생산하고 납품할 능력이 있는지 그 위험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H에 유리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임무위배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또한 피고인은 H에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피해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나 의사가 없어 배임의 고의도 없다.
나. 배임수재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은 위 1, 2차 공급계약과 관련하여 J으로부터 121,000,000원을 송금받은 사실은 인정하나, F으로부터 H를 계약 상대방으로 선정하여 주고 H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
3.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① 피고인이 피해회사에 대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H의 납품의사와 능력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납품기한을 확정하지 않거나 선급금으로 매매대금의 70%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H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② 피고인이 H가 제대로 생산·납품할 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F으로부터 H를 피해회사의 계약상대방으로 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121,000,000원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검사는 공소장에 'H가 덴탈마스크 제조기기 생산 경험이 전혀 없고 적절한 시설, 장비, 인력 및 자금을 갖추지 아니하여 피해회사가 요구하는 성능을 갖춘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납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고인이 그 위험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아니한 채 H를 피해회사의 거래 상대방으로 선정하는 임무위배 행위를 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마스크 제조기계를 단시간 내에 납품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H가 계약 상대방으로 적합한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던 것으로 판단된다.
1) 1, 2차 공급계약 이전에는 H가 덴탈마스크 제조기기를 제작해 본 경험이 없었음은 인정된다(증인 F에 대한 녹취서 25쪽). 그러나 마스크 제조 관련 컨설턴트로 활동한 증인 J은 이 법정에서 'H가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황사마스크 제조기기를 상당량 제작해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인 F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증인 F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4쪽 참조), 덴탈마스크 제조기기의 경우 2차 공급계약 체결 무렵 관련 기기 전부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업체가 거의 없었고 중국 주도로 생산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총판 개념으로만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있었을 뿐이었다고 진술하였다(이상 증인 J에 대한 녹취서 9~10, 12, 26쪽). 피해회사의 현장 공장관리 및 R&D 담당이사로서 피고인과 함께 마스크 제조기계의 납품 능력을 검증하였던 증인 L도, 당시 피해회사는 대량의 마스크 납품을 수주한 상태에서 2020. 2.경 중국에 11대의 설비를 발주하고 이후 추가 발주를 하려 하였으나 국내 다른 회사들도 모두 발주를 동시에 넣고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 제조기계를 원활히 납품 받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인 L에 대한 녹취서 20쪽). 즉, 이 사건 무렵에는 H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이 덴탈마스크 제조기기 생산 경험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고, 중국에서 설비를 들여오는 것 또한 여의치 않은 상태였다.
2) 피해회사를 대리한 피고인에게 H를 소개해 준 J은 피해회사가 찾는 마스크 제조기계 생산 업체로서 H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근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즉, J은 2차 공급계약 체결 무렵 피해회사가 요구하는 바와 같은 덴탈마스크 제조기기 25대를 빠른 시간 안에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H를 포함하여 3개 업체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는데, ① H의 F이 다른 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제안하였을 뿐만 아니라, ② F이 N의 I 사업장을 보여주면서 "이 사업장에서 다할수 있다, 무엇이든지 자기 의도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하였고 실제로 N의 I 사업장은 25대의 덴탈마스크 제조기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공간과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판단되었으며, ③ N은 '덴탈마스크 제조기기의 경우 도면을 제공해주기만 한다면 제작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④ 이에 증인이 설비 도면을 제공해줄 수 있는 업체인 <주소> 소재 'W'을 H 및 I와 연결해준다면 H 및 I의 덴탈마스크 생산이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판단하였다는 것이다(증인 J에 대한 녹취서 9~10, 12, 26쪽). 그리고 피고인은 피해회사와 H 사이의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J과 함께 위와 같은 사항들을 점검하였다.
3) 피고인과 L은 피해회사와 H 사이의 1, 2차 공급계약 체결 이전에 시흥, 인천, 부천 등에 소재한 여러 마스크 제조기계 생산 업체들을 찾아다녔고(L은 H와 계약 체결을 결정하게 된 2020. 4. 22.자 I 공장 방문 이전까지 최소 5회 이상은 업체 방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하였다) 피고인 뿐만 아니라 L도 그 중 H가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설비, 인프라, 시설 등이 낫다고 판단하였다(증인 L에 대한 녹취서 4, 20쪽).
4) 게다가 피고인과 L은 2020. 4. 22. I 공장에 방문했을 당시 예기치 못하게 피해회사의 다른 임원이었던 Q, R도 만났는데, 당시 이들은 다른 컨설턴트를 통해 H로부터 생산설비를 대당 2억 원대로 제안 받고 왔다고 말하였던 반면, 피고인과 L은 J을 통해 대당 가격을 그보다 낮은 선에서 조율하고 있던 상황이었다(증인 L에 대한 녹취서 4~5쪽). 즉, 피해회사의 다른 임원들도 피고인과 독립적으로 H를 계약 상대방으로 고려할 만큼 H가 어느 정도 생산 능력을 갖춘 업체였을 뿐만 아니라, H와의 같은 계약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다른 임원들에 비하여 금액 조건을 더 낫게 조율해오기도 한 것이다.
나. 검사는 피고인이 1차 공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납품기한을 정하지 아니한 점, 물품대금 총액 가운데 70%나 되는 금액을 계약금 내지 중도금으로 선지급한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주도한 피해회사의 1, 2차 공급계약이 부당하게 H에 유리하게 체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배임의 고의로 H에 부당하게 유리한 내용을 정하고자 그와 같은 계약 조항들을 넣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1) 1차 공급계약이 일자를 특정하여 납품기한을 정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해회사와 H는 '피해회사가 지정하는 일자와 장소에 물품을 납품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계약에 명시한 것(제4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납품일자를 정하는 주체는 H가 아닌 피해회사로, 납품일자를 확정하지 않은 부분이 H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1차 공급계약의 납품일자를 확정하지 않은 이유를 보더라도, 피해회사가 생산하려는 마스크는 단순한 사각 마스크가 아닌 3D 마스크인데 1차 공급계약 당시 그 도면의 제작 일정 등이 확정되지 않아 납품기한을 일자까지 특정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증인 F에 대한 녹취서 24쪽)[실제로도 위 도면은 피고인이 2020. 6. 1. J에게 메일로 전달하였으나 J이 착오로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2020. 6. 23.에서야 비로소 H 측에 전달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7)].
2) 한편 1, 2차 공급계약이 물품대금 총액의 상당 부분을 계약금 내지 중도금 명목으로 납품 이전에 선지급하도록 정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당시 상황이 특수하였던 점 등을 감안하여 보면 위 조항 또한 피고인이 배임의 고의로 H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정하고자 넣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가) 1, 2차 공급계약 당시는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던 상황이어서 마스크 수요의 폭증에 따라 마스크 제조기계 또한 수요가 폭증하여, 급하게 제조기기 부품을 확보하고 제조기기 업체를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돈을 선지급할 필요가 어느 정도 있었다. 증인 J은 이에 관하여 이 법정에서 "그때 상황은 모두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1억 3,000만 원짜리 설비가 3억이 되던 시대였습니다. 왜냐하면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은 급행료라고 해서 중간에 인터셉트해 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황이었거든요"라고 증언하기도 하였다(녹취서 25쪽).
나) 특히 2차 공급계약의 경우 전체 계약금액(부가가치세액 제외) 4,475,000,000원 중 3,132,500,000원을 선지급하기는 하였으나(증거목록 순번 9, 10), ① 피해회사는 당시 대량의 마스크 납품 수주를 받아 그 기한 내 납품을 위해서 마스크 제조기계를 반드시 발주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 ② 피해회사가 수주한 마스크는 끈이 달려 있는 일반적인 덴탈마스크가 아닌 부직포로 사이드탭을 부착하는 형태로, 마스크 제조기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초음파 융착기 세트(이하 '초음파 부품'이라 한다)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위 가)항 기재와 같은 상황으로 초음파 부품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였던 점(증거목록 순번 26 내 5쪽), ③ 위 마스크 수주 기한을 맞추기 위하여 반드시 마스크 제조기계를 확보하여야 하는 피해회사의 입장에서 위 마스크 제조기계의 가격보다는 기한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제조기기 생산이 가능한 초음파 부품 업체를 알아보던 중 주식회사 U(이하 'U'이라 한다)이 초음파 부품 한 세트당 900만 원에 요구한 기한까지 납품이 가능하다고 하자 그로 인한 가격인상분을 덴탈마스크 제조기기 대당 가격에 반영하고 2차 공급계약을 체결한 점(증거목록 순번 39)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은 피해회사와 H 사이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H로 하여금 덴탈마스크 제조기기 제조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초음파 부품을 우선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매수대금인 18억 원(증거목록 순번 19)을 미리 지급할 필요가 있어 그에 상응하는 만큼 선급금 규모를 크게 잡은 것일 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H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주기 위해 선급금 규모를 늘린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실제로 H는 2020. 4. 30.부터 2020. 5. 6. 사이에 18억 원을 U에 송금하였고(증거목록 순번 20), U으로부터 초음파 부품을 납품 받아 덴탈마스크 제조기기를 생산하는 I 측에 전달하였다.
다) 이에 관하여 F은 피고인이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주고 U으로부터 초음파 부품을 구입하도록 강요하면서 그에 필요한 돈이라며 거액의 계약금을 선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F의 진술 외에는 피고인이 U과도 유착하는 등으로 무리하게 U의 초음파 부품을 사용하도록 강요하였음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증인 F의 변호인은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무렵 초음파 부품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U이 아닌 다른 업체인 제일초음파에서도 겨우 기계 17대 분의 초음파 부품만을 공급받을 수 있었으며, 이는 H에서 기 제작해두었던 기계와 I에서 조립한 기계 몇 대만을 완성시킬 수 있는 양에 불과하였다'고 주장하였고(증거목록 순번 26 내 5쪽), 증인 F도 이 법정에서 2차 공급계약 무렵인 2020. 4. 24.경에는 초음파 부품을 납품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증언하였다(녹취서 28~29쪽).
다.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회사가 원하는 성능 및 가격에 적합한 마스크 제조기계를 적정한 기한 내에 납품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에 위배하였다고 주장한다. 피해회사가 적정한 기한 내에 마스크 제조기계를 납품받지 못한 사실은 인정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적정한 기한 내에 마스크 제조기계들이 피해회사에 납품되지 못한 것은 피고인과 무관한 다른 사정들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1) 황사마스크 제조기기의 경우 2020. 7. 30. 조립이 완료되어 피해회사에 납품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증거목록 순번 18, 30), 증인 F은 '현재도 황사마스크 기계 4대는 납품 가능한 상태 그대로 공장에 보관 중이며 아직까지 납품하지 못한 이유는 피해회사나 피고인이 납품해달라고 따로 이야기를 안 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다(녹취서 3쪽).
2) 또한 덴탈마스크 제조기기의 경우에도 N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회사로부터 H를 거쳐 수주 받은 덴탈마스크 제조기기 제작을 모두 완료하였으나 2차 공급계약 이전에 H의 주문에 따라 제작하여 납품하였던 마스크 제조기계 대금을 지속적으로 정산받지 못하여, 피해회사에 덴탈마스크 제조기기를 납품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주장하였다(증거목록 순번 33 내 9~10쪽, 순번 34 내 13~14쪽). 증인 L도 이 법정에서 제조기기 제작이 완료되었음을 확인한 직원으로부터 사진을 받았다고 증언하면서, "거기서 설비만 보여줬으면 이게 우리 기계인지 아닌지 모를 텐데, 거기에는 우리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마스크에는 로고가 들어가는데, 그 로고가 찍혀있는 금형이 달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 이게 우리 설비가 확실하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금형에 로고가 쓰여 있어요."라고 증언하는 등(녹취서 19쪽), 피해회사에 납품될 덴탈마스크 제조기기의 제작이 완료되었음을 알 수 있다.
라. 1, 2차 공급계약이 체결될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마스크 수요 폭증으로 마스크 제조기계에 대한 수요도 폭발하던 상황과 더불어, '이 사건 무렵인 2020년 초순경에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생산설비를 사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따라서 증인이 굳이 피고인에게 H를 계약 상대방으로 선정해달라고 부탁하고 증인이 먼저 나서서 리베이트를 얹어줄 이유는 없었으며, 증인이 피고인에게 H를 계약 상대방으로 선정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증인 F에 대한 녹취서 23~24쪽), '그 계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당시 매우 바빴기 때문에 계약을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위 녹취서 41쪽)라는 증인 F의 진술을 종합할 때, F이 피고인에게 '부정한 청탁'까지 하며 1, 2차 공급계약의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 한편 증인 F은 수사과정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1대당 기기값을 1억 3,400만 원에서 1억 7,900만 원으로 올리도록 강요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더 비싼 U 부품을 쓰도록 한 다음 증액분 중 일부분을 리베이트 등으로 되돌려달라'는 요구를 한 데 따라 기기 가격이 결정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피고인이 F으로부터의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돈을 요구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증인 F에 대한 녹취서 5, 15쪽). 검사는 이 점을 토대로 피고인이 임무위배 행위가 있었다거나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증인 F의 이 부분 진술은 믿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이 F에게 부정한 요구를 하면서 그 대가로서 리베이트를 요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된다.
1) 증인 J은 피고인이 F에게 그러한 말을 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하였을 뿐만 아니라(녹취서 15쪽), 증인 L도 피고인이 F에게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바 없다고 증언하였다(증인 L에 대한 녹취서 7쪽).
2) 증인 J은, 황사마스크 제조기기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도 J이 컨설턴트로서 F에게 수주 연결을 해준 뒤 1대당 500만 원 가량의 수수료를 수취한 바 있어 1차 공급계약에 관하여도 그대로 계산하여 4대 분에 대하여 20,000,000원의 수수료를 산정한 것이고, 덴탈마스크['서지칼 마스크(surgical mask)'라고 하기도 한다] 제조기기의 경우 수수료를 1대당 1,000만 원으로 산정한 다음 25대 분에 대하여는 250,000,000원을 수취하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증인이 2차 공급계약에 관하여는 수수료를 200,000,000원만 받겠다고 한 데 따라 합산한 220,000,000원(= 1차 공급계약 수수료 20,000,000원 + 2차 공급계약 수수료 200,000,000원)에 부가가치세액 10%를 더하여 242,000,000원으로 총 수수료액수를 정하였고, 증인이 그 중 50%를 피고인에게 떼어주기로 하여 피고인에게 지급될 액수가 121,000,000원으로 결정되었으며, 이는 피고인의 지시 등과 무관하게 결정된 다음 피고인에게는 협의 결과만 통보된 것이라고 증언하였다(녹취서 5~8쪽). 즉, 피고인이 F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은 뒤 그 대가로 121,000,000원의 지급 여부 및 액수를 정하여 요구하거나 이를 정하는 과정에 참여하여 협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3) 피고인이 2023. 10. 24. 이 법원에 제출한 증 제1호증 G 내부 회의록을 보면, 덴탈마스크 제조기기의 1대당 가격이 증액된 것은 기존에 공급되던 초음파 부품이 정상적으로 수급될 수 없음을 감안하여 단기간 내 제작을 원할 경우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판단 하에 공동 결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덴탈마스크 제조기기의 1대당 가격이 증액된 것은 피고인이 리베이트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증인 F의 진술은 이에 반하는 것이어서 믿기 어렵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위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는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