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는 회사 임원이나 직원처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특히 자주 문제됩니다.
정상적인 업무 판단과 배임 범죄의 경계가 모호해, 억울하게 형사책임을 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배임죄의 성립 요건부터 실제 처벌 사례, 무죄로 판단된 사례까지 자세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목차
1. 배임죄 성립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으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이나 제3자에게 이익을 주고, 그로 인해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키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단순히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배임이 인정되지 않으며, 임무위배행위와 고의가 명확히 입증되어야 합니다.
특히 업무상 재량 범위 내의 경영상 판단이나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배임죄의 성립은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아래에서는 배임죄 성립요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일 것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단순한 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란 상대방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업무를 의미하며, 단순히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는 관계와는 구별됩니다.
다시 말해 계약을 맺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 사이에 신임관계가 존재하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회사 임원, 법인의 업무 담당자처럼 타인의 재산 관리 업무를 맡은 경우에는 이 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높지만, 통상적인 매매·용역 계약 관계에서는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관련 대법원 판결
대법원도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4도9907 판결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의 재산 관리에 관한 사무를 신임관계에 기초해 대행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단순한 계약관계에서 채무자가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거나, 상대방을 보호·배려할 부수적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4도9907 판결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므로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을 것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는 단순한 업무상 실수나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행위자가 맡은 사무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원래 기대되는 역할과 책임을 저버렸는지가 핵심입니다.
즉 법령, 계약, 내부 규정은 물론이고, 신임관계에 기초해 당연히 요구되는 기본적인 충실의무를 의식적으로 위반했는지가 문제됩니다.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이나 재량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라면,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임무위배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관련 대법원 판결
이와 관련해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0도17272 판결은 임무위배행위의 범위를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법령이나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거나, 반대로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0도17272 판결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한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사무 처리를 위임한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였을 것
배임죄에서 요구되는 재산상 이익과 손해는 형식적인 금전 이동에 한정되지 않고,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행위자 본인이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는 점과, 그와 대응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함께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때 손해는 이미 현실적으로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손해가 발생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정도의 위험이 초래된 경우도 포함됩니다.
관련 대법원 판결
이와 관련해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은 재산상 손해 여부는 법률적 형식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손해 발생의 위험 역시 단순한 가능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막연한 위험만으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고, 실제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만 재산상 손해가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고 그러한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데, 여기서 재산상의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그런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란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막연한 위험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은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
2. 배임죄 처벌
처벌 수위
법정형
배임죄가 인정될 경우 형사처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형법은 배임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으며,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되면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집니다.
구체적인 처벌 수위
처벌 수위를 정할 때 법원은 단순히 손해액만 보지 않고, 임무위배의 정도와 고의성, 범행 기간, 피해 회복 여부,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손해액이 크거나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배임, 개인적 이익을 노골적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실형이 선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경영상 판단의 일환이었거나 손해가 일부에 그치고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배임죄의 처벌은 사안별로 편차가 크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실제 처벌 사례
사건의 개요
아래 사건은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매도인의 임무위배가 문제 된 전형적인 배임 처벌 사례입니다.
피고인은 특정 임야에 관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잔금을 지급받는 즉시 기존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기로 약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계약금과 잔금을 모두 수령하였음에도, 약정과 달리 근저당권을 말소하지 않았고, 이후 해당 임야가 포함된 토지 전반에 추가로 다수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매매대금을 모두 수령한 시점부터는 매수인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약정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추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명백한 임무위배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매수인에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서울북부지방법원은 피고인의 배임 책임을 인정하고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례는 배임죄가 인정될 경우 실형 선고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서울북부지방법원 주문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0. 9. 30.경 서울시 강남구 D에 있는 ‘E’ 사무실에서 피해자 F과 경기 가평군 G 임야 중 400평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위 임야에 대한 매매대금을 1억 2천만 원으로 정하고, 계약 당일 계약금 2,000만 원을, 2010. 10. 5. 잔금 1억 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위 임야를 포함하여 위 H 일대 47,471평에 대하여 설정되어 있는 I 외 2의 채권최고액 10억 9,500만 원인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피해자에게 소유권 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기로 약정하였다. 피고인은 위 약정에 따라 계약당일 계약금 2,000만 원을 피고인의 농협계좌로 송금받고, 2010. 10. 5. 잔금 1억 원을 피고인의 농협계좌로 송금 받았으므로 위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 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2010. 12. 29. 위 임야를 포함하여 H 일대 47,471평에 대하여 J에게 채권최고액 4억 5,000만 원, K에게 채권최고액 3억 7,500만 원, L에게 채권최고액 3억 7,500만 원, M에게 채권최고액 3억 4,500만 원, N에게 채권최고액 2억 5,500만 원 총 합계 채권최고액 18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줌으로써 피해자에게 피담보채무액 합계 12억 원 중 위 매매대상 임야의 지분에 해당하는 피담보채무액인 10,111,436<각주1>원 상당의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고 동액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 |
3. 배임죄 무죄
무죄 사유
배임죄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핵심 이유는 구성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엄격하게 입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실무에서는 타인사무 처리자의 지위에 있었는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재산상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됩니다.
단순한 계약 불이행이나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형사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정도의 임무위배가 명확히 드러나야 합니다.
나아가 경영상 판단이나 업무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라면, 사후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를 곧바로 형사책임으로 연결할 수 없습니다.
실제 무죄 사례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계주가 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여 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즉, 검사는 피고인이 계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여 고소인에게 계금을 지급하지 않고, 그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고소인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계금 지급을 거절한 이유는 고소인과 제3자 사이의 채권채무관계가 정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되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나 불법이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을 민사적 분쟁의 영역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부산지방법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고소인 B(이하 ‘고소인’이라 한다)과 C 사이의 채권채무관계가 정산되지 않아 고소인에게 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일 뿐,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나 불법이득의사가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4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1.경 조직한 계금 1,000만 원짜리 구좌 20개로 된 번호계의 계주이다. 피고인은 2020. 6. 30.경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 1,000만 원을 납부받았으므로, 같은 날 계금을 타기로 지정된 18번 계원인 고소인에게 이자 180만 원을 포함한 계금 1,18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그 임무에 위배하여 고소인에게 계금 1,18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고소인에게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고소인이 받을 곗돈을 C으로 하여금 대신 받아서 피고인에게 빌린 돈을 갚게 하기 위하여 고소인이 계불입금을 모두 납부하였는데도 2020년 6월 말에 고소인에게 곗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은 계주 지위에서 당연히 2020년 6월 말에 계원인 고소인에게 곗돈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그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고소인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1) 고소인은 수사기관에서 ”2020. 6. 26. 피고인에게 계금을 달라고 하였는데 피고인은 C이 몇 달 전에 1,000만 원을 타갔으니 (나에게) 계를 태워줄 수 없다고 C과 상의하라고 말하였고, C은 나에게 ‘피고인으로부터 1,000만 원을 빌린 것이니 오해하지 말라’고 하였다. 내가 곗돈을 받을 차례가 되었는데 피고인이 나에게 ‘C과 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곗돈을 줄 수 없다’고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2) 피고인은 2020. 9. 17. 제1회 경찰피의자신문에서 ”2019년 10월 B(고소인)이 곗돈을 타는 달에 C에게 곗돈 1,000만 원을 주고 나머지는 B에게 지급하기로 했었다. 그 런데 B이 곗돈을 타는 순번을 미루었다. 2019년 10월경 C이 나에게 1,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해서 C에게 1,000만 원을 빌려주었고, C은 B에게 곗돈 1,000만 원을 받으면 나에게 변제하기로 하였다. 나는 C에게 1,000만 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B이 C에게 곗돈을 주지 말라고 하니 나도 곤란하다.“라고 진술하였다. 3) 고소인은 수사기관에서 ‘2020. 11. 16. C을 만나서 C에게 400만 원을 갚기로 합의하고, 내가 받을 곗돈에서 4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피고인으로부터 받기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2020. 11. 19. 고소인이 받을 곗돈 중 300만 원을 C에게 지급하였고, 피고인이 C으로부터 받을 돈 130만 원이 있었다는 이유로 위 곗돈 중 130만 원을 자신이 수령하였으며, 계주로서 수고비 30만 원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위 곗돈 중 30만 원을 수령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2) 낙찰계의 계주가 계원들과의 약정에 따라 부담하는 계금지급의무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려면 그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이르러야 하는바,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게 되면 그 계불입금은 실질적으로 낙찰계원에 대한 계금지급을 위하여 계주에게 위탁된 금원의 성격을 지니고 따라서 계주는 이를 낙찰·지급받을 계원과의 사이에서 단순한 채권관계를 넘어 신의칙상 그 계금지급을 위하여 위 계불입금을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하는 신임관계에 들어서게 되므로, 이에 기초한 계주의 계금지급의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참조). 계주는 계원들로부터 징수한 계금을 계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으므로 그 임무에 위배하여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소비한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2093 판결 참조).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판례는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하여 법령이나 사법상의 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는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이 점에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는 배임죄의 본질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남용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위 판례 법리를 계약상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나타난 피고인의 행위만으로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계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여 고 소인에게 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소비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계주와 계원들 사이에 단순한 채권관계를 넘어서는 신임관계가 발생하는 이유는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징수한 계불입금을 계금지급을 위하여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주가 위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에 위배하여 지정된 계원에게 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를 임의로 소비한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나) 그렇다면, 계주가 계불입금을 징수한 후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보호 내지 관리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계원과 사이에 발생한 별개의 법률관계에 기초하여 그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단순한 사법상의 채무불이행으로 볼 수 있을 뿐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다) 만약 위 나)항과 같은 경우도 배임죄로 의율할 수 있다고 본다면, 계주로서는 배임죄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 민사상의 정당한 항변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계원에게 계금 지급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부당하다. 한편, 계원의 입장에서는 계주가 계불입금을 적정한 방법으로 보호 내지 관리하고 있는 한 계주를 상대로 계금지급청구의 소 등을 제기함으로써 사후적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채무불이행의 경우와 달리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위 법리에서도 단순히 ‘계원에게 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가 아니라 ‘계원에게 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를 임의로 소비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 마)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계금 1,18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그 계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지 않은 이상 위 공소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배임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바) 또한 피고인이 계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거나 징수된 계불입금을 보호 내지 관리할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전혀 제출된 바 없다. 4) 설령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계금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 및 불법이득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계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고소인과 C 사이의 채권채무관계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고소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계금 지급을 요구할 당시 피고인은 ‘C이 몇 달 전에 1,000만 원을 타갔다’, ‘돈을 줄 수 없고, C과 상의해라’, ‘C과 합의가 되지 않아 돈을 줄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는 것인바,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그 주장과 같이 고소인과 C 사이의 채권채무관계가 정산되어야 고소인에게 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나) 녹취서 사본(증거기록 71쪽)의 기재에 의하면, C이 고소인에게 계를 언제부터 넣었는지 물어본 뒤 ”그냥 내가 860만 원 그냥 묶어놓을게, 그냥 그거 탈 때까지.“, ”어, 그래. 편하게 있어라. 그래.“라고 이야기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에 따르면 고소인의 C에 대한 채무가 고소인이 지급받을 계금과 관련되어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다) 실제로, 고소인과 C은 2020. 11. 16. ‘총 계금 1,180만 원 중 고소인이 미납한 계금 150만 원 및 C의 고소인에 대한 채권 430만 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600만 원을 고소인에게 입금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는바, 이에 의하더라도 고소인과 C 간 채권채무관계는 피고인이 지급하여야 할 계금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라) 피고인은 2019. 4. 피고인, 고소인 및 C 사이에 고소인이 받을 계금 중 860만 원은 고소인의 C에 대한 채무 변제조로 피고인이 C에게 직접 교부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고소인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가 존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소인은 피고인과 C이 내연관계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던 점,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과 C은 적어도 오랜 기간 계를 함께해 온 친밀한 사이인 사실은 인정되는 점, 고소인과 C은 채무액에 관하여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하여는 계금을 지급하지 말 것을 피고인에게 요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고소인과 C 사이의 채권채무관계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마)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우선 고소인과 C 사이의 채권채무관계가 정산되어야 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바)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계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실질적으로 그 재산상 이익을 향유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제출된 바 없다. 5)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
4. 결론
배임죄는 단순한 금전 분쟁으로 시작되더라도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경우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특히 계약 관계나 공동 사업, 계금·투자 문제처럼 일상적인 거래에서 발생한 사안도 수사 단계에서 배임으로 의율되면, 그 부담과 위험은 매우 커집니다.
그러나 배임죄는 구성요건이 복잡하고, 민사상 채무불이행과 형사책임의 경계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는 범죄입니다.
임무위배행위인지, 재산상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고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있었는지는 당사자가 혼자 판단하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초기 대응에서 이 부분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충분히 다툴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임 혐의가 문제 되는 경우에는 사실관계와 법리를 면밀히 검토하여 형사책임의 범위에 해당하는지부터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여암 형사전담팀은 배임을 비롯한 재산범죄 사건에서 검사 출신 대표변호사가 직접 사건을 검토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 왔습니다.
또한 법무법인 여암은 사실관계와 법리를 중심으로 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구분해, 무죄·무혐의를 이끌어낸 사례들을 축적해 왔습니다.
배임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현재 상황에서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법무법인 여암과의 상담을 통해 객관적인 분석부터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