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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출신 송파 형사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타인사무처리자 불인정 무죄 판결 – 검사출신 배임죄전문변호사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매도인이 제3자에게 토지를 다시 팔아버리는 이른바 이중매매 행위가 배임죄로 처벌되는 사례가 꾸준히 문제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배임죄의 핵심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검사출신 재산범죄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1. 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의 성립요건

배임죄란 무엇인가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②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익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347조(사기),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제350조(공갈), 제350조의2(특수공갈), 제351조(제347조, 제347조의2, 제350조 및 제350조의2의 상습범만 해당한다), 제355조(횡령ㆍ배임) 또는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 조에서 "이득액"이라 한다)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개정 2016.1.6, 2017.12.19>
1.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② 제1항의 경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倂科)할 수 있다.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는 시점

부동산 매매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든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돌려줌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을 보전하는 데 협력할 신뢰관계를 가지게 되어 비로소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시점 이후에 매도인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등기까지 마쳐준다면, 배임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이행기 전 지급과 타인사무처리자 지위의 관계

다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는, 단순히 민사적으로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하였는지 여부만으로 곧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의 내용과 이행 정도, 계약의 구속력, 거래 관행, 신뢰관계의 내용, 신뢰 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매수인이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중도금을 지급하였고 매도인이 이를 잘 인식하면서 수령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발생합니다.

즉 매도인이 매수인의 정당한 신뢰 아래 지급되는 중도금임을 명확히 알고 이를 수령한 사실관계가 있어야만, 그 이후부터 매도인에게 신뢰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이행의 착수와 해제권의 관계

이행의 착수의 의미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르면,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해야 합니다.

여기서 이행의 착수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를 한 경우를 말하며, 단순히 이행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또한 이행기 전에도 이행에 착수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매도인에게도 기한의 이익이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행기 전 착수가 허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행의 착수로 보기 어려운 행위들

매매계약 자체에서 발생하는 매도인의 재산권 이전 의무나 매수인의 대금 지급 의무와 직접 관련 없는 행위들은 이행의 착수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개발사업의 행정적 절차 진행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매도인이 동의서를 제공하거나 현황조사를 허용한 행위, 또는 매수인이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비용을 지출한 행위는 매매계약의 이행이나 그 전제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을 이행의 착수로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해약금에 기한 해제권을 박탈하는 특약이 있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되어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됩니다.

3. 이 사건의 경과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해자 회사는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위해 피고인들 소유의 토지 2필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로부터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관한 동의서를 받고 현황조사도 진행하였습니다.

그 후 피해자 회사의 자금관리 수탁사인 W이 잔금 지급기일보다 약 6개월 앞서 피고인들과 사전 협의 없이 전체 매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원을 피고인들 계좌로 일방적으로 송금하였습니다.

피고인들은 해당 송금 사실을 인지한 직후 법무법인으로부터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은 상태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제3자인 K, L과 더 높은 금액으로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원심의 유죄 판단

원심은, W이 피해자 회사의 자금집행 업무수탁자로서 실질적으로 피해자 회사가 잔금 일부를 지급한 것이고, 피고인들도 해당 돈이 잔금 일부 명목임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들의 해약금에 의한 해제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잔금 일부를 지급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들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원심은 피고인 A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피고인 B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하였습니다.

항소심의 판단

항소심은 피해자 회사의 잔금 일부 지급이 피고인들의 해제권 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매매계약은 피해자 회사의 자금 사정을 이유로 중도금 약정 없이 장기간의 잔금 지급기일만 정한 계약인데, 피해자 회사는 제3자들이 토지 매도인들에게 접근하여 토지 매각을 권유한다는 정보를 인지하자 사전 협의나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잔금의 일부를 입금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들이 이 사건 2차 매매계약 당시 송금된 돈이 잔금 일부임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의 동의서 제공이나 현황조사 허용 역시 매매계약의 이행이나 그 전제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수원고등법원

주            문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들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들과 아무런 합의 없이 제3자인 W 명의로 매매계약에서 정한 잔금기일보다 약 6개월 앞서 잔금 중 11%에 불과한 돈을 일방적으로 송금한 행위만으로는 피해자 회사가 매매계약에 기한 적법한 이행의 착수를 했다고 평가할 수 없고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과 피해자 회사 사이에 보호가치가 있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은 배임죄에서 정한 ‘피해자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의 일방적인 송금 이후에 제3자에게 해당 부동산을 매매하였다고 하더라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또한 피고인들은 매매계약 해제가 적법한 것으로 믿고 부동산을 매도한 것이므로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하여 피해자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각 형(피고인 A: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피고인 B: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각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공소장변경에 따른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보건대, 검사는 이 법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아래 3. 가.의 1)항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취지로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는바, 그에 따라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직권 파기사유가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 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을 검토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는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주장과 함께 아래에서 살펴본다.
3.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

나. 추가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요지
피고인들이 이 사건 토지의 출입 및 현황조사를 허용한 것은 매매계약서 제3.2조 “매도인 확약사항”을 작성함으로써 동시에 생긴 의사표시에 불과하고, 이 사건 제1토지를 포함하는 S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제공한 것은 이 사건 1차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해자 회사의 편의를 위해 부수적인 의사표시를 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들의 각 행위를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의 착수로 볼 수 없다.
피해자 회사가 AK 및 AL와 각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용역비를 지출한 행위와 용인시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관한 주민제안을 제출한 행위는 이 사건 제2토지와는 무관하고, 이는 모두 피해자 회사가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에 불과할 뿐 이를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행위를 하거나 그 이행을 위한 전제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 인정사실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이 인정된다.
1) 당사자들의 지위
용인시는 용인시 처인구 AM 일원의 S에서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S 지구단위계획(이하 ‘이 사건 지구단위계획’이라 한다)을 2017. 11. 7. 고시하였다.
피해자 회사는 S에 공동주택 및 부대시설을 신축하기 위하여 2021. 5. 12.자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다. 이 사건 토지는 모두 S 내에 위치하고 있고, 피고인 A는 이 사건 제1토지의 단독소유자이고, 피고인들은 이 사건 제2토지의 공동소유자이다.
2)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의 체결 등
피해자 회사는 2021. 5. 20. 피고인 A로부터 이 사건 제1토지를 대금 4,915,800,000원에 매수하되, 계약금 491,580,000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잔금 4,424,220,000원은 거래 종결일인 2022. 3. 31. 피고인 A로부터 교부물(등기필증, 위임장, 개인인감증명서 등)을 교부받음과 동시에 지급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같은 날 피고인들로부터 이 사건 제2토지를 대금 1,638,000,000원에 매수하되, 계약금 163,800,000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잔금 1,474,200,000원은 거래 종결일인 2022. 3. 31. 피고인들로부터 교부물(등기필증, 위임장, 개인인감증명서 등)을 교부받음과 동시에 지급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위 각 매매계약을 통칭하여 ‘이 사건 1차 매매계약’ 이라 한다)을 각 체결하였다.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의 3.2조(매도인 확약사항)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라 계약 당일 계약금으로 피고인 A에게 600,780,000원( = 이 사건 제1토지에 관한 계약금 491,580,000원 + 이 사건 제2토지에 관한 계약금 109,200,000원), 피고인 B에게 54,600,000원을 지급하였고,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수립(변경 포함)에 대한 동의서를 제공하였다.
한편,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들은 2021. 5. 26.경 이 사건 제1토지의 매매대금을 4,369,800,000원( = 계약금 491,580,000원 + 잔금 3,878,220,000원)으로, 이 사건 제2토지의 매매대금을 2,184,000,000원( = 계약금 163,800,000원 + 잔금 2,020,200,000원)으로 각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와 같이 변경된 매매계약의 각 계약금 합계액 655,380,000원( = 이 사건 제1토지에 관한 계약금 491,580,000원 + 이 사건 제2토지에 관한 계약금 163,800,000원), 각 매매대금 합계액 6,553,800,000원( = 4,369,800,000원 + 2,184,000,000원) 및 잔금지급일(2022. 3. 31.)은 위 2021. 5. 20.자 매매계약과 같다.
3) 피해자 회사 측의 용역계약 체결 등
피해자 회사는 AK와 2021. 6. 3. S 지구단위계획구역 변경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 수립에 관한 용역계약을 660,000,000원에 계약일부터 8개월까지로 기간을 정하여 체결하였고, 2023. 1.경 계약금액 770,000,000원, 계약기간 계약일부터 지구단위계획결정(변경) 고시일까지로 변경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용역계약 제3조는 용역의 범위를 S 243,800㎡ + 10% 범위, 세부 용역 내역은 지구단위계획구역 변경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 수립, 기초조사, 제반영향평가, 기타 협의 및 심의에 필요한 도서로 정하고 있다.
피해자 회사는 AK에 용역대금으로 2021. 6. 7. 198,000,000원, 2022. 3. 17. 198,000,000원, 2023. 1. 16. 374,000,000원 총 77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피해자 회사는 2021. 6. 8. AL와 도시계획시설 실시설계용역 계약을 1,600,000,000원에 체결하였다.
위 용역계약 제3조는 용역의 위치를 용인시 처인구 AN 일원으로, 용역 범위는 지구단위구역 내 도로 및 기타, 공원과 지구단위구역 외 도로에 관한 도시계획시설 실시설계로 각 정하고 있다.
피해자 회사는 2021. 6. 9. AL에 용역대금으로 528,000,000원을 지급하였다.
4) 피해자 회사의 주민제안서 제출 등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지구단위계획에 이 사건 제1토지 5,442㎡를 포함하여 총 15,593㎡의 토지를 추가로 편입하는 것을 계획(이하 ‘이 사건 변경 지구단위계획’이라 한다)하였고, 2021. 7. 26. 용인시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른 이 사건 변경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한 주민제안서를 제출하였다.
용인시는 2022. 12. 30. 이 사건 변경 지구단위계획에 대응하여 용인시관리계획[용도지역·지구변경, S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변경) 고시를 하였고, 2023. 8. 28. S 개발사업에 관한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고시하였다.
5) W의 2021. 10. 1.자 금원 이체
피해자 회사는 W 주식회사(이하 ‘W’이라고 한다)와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S에 관한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 회사와 2021. 5. 18. 자금관리업무위탁계약을 맺은 W은 2021. 10. 1. 피고인 A에게 600,780,000원, 피고인 B에게 54,600,000원을 각 피고인들의 R조합계좌로 지급하였다(위 각 금액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라 수령한 각 계약금 액수와 같다).
6) 피고인들의 이 사건 1차 매매계약 해제의 의사표시
피고인들은 2021. 9.경부터 K, L과 새로운 매매계약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2021. 9. 하순경 법무법인에 법률검토를 의뢰하여 ‘피고인들이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해약금에 기하여 해제할 수 있고, K, L과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는 피고인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이므로 피해자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자문의견을 받았다. 피고인들은 2021. 10. 1.경 K, L과 새로운 매매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구두합의를 마친 후 2021. 10. 2.(토요일)부터 2021. 10. 4.(화요일)까지의 연휴 직후 영업일인 2021. 10. 5.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논의한 상태였다.
피고인들은 2021. 10. 5. 10:04경 피해자 회사에 피고인들의 개인적인 사유로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해제하며, 해약금을 송금받을 계좌를 2021. 10. 8.까지 알려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다(다만 위 내용증명우편은 피해자 회사에 송달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들은 2021. 10. 5. 10:08경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들 사이에 이 사건 1차 매매계약 체결을 주선한 T, U에게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7) 피고인들의 2차 매매예약 및 매매계약 체결
피고인 A는 2021. 10. 5. K에 이 사건 제1토지를 대금 6,430,000,000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예약 및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이 사건 제1토지에 K 명의로 2021. 10. 5.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쳐주었다. 위 매매예약 제2조는 K이 증거금으로 5,620,000,000원을 피고인 A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2021. 10. 5. L에 이 사건 제2토지를 대금 2,730,000,000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예약 및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이 사건 제2토지에 L 명의로 2021. 10. 5.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쳐주었다. 위 매매예약 제2조는 L이 증거금으로 2,380,000,000원을 피고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피고인들이 K과 L과 사이에 체결한 위 각 매매계약을 통칭하여 ‘이 사건 2차 매매계약’이라고 한다).
한편 피고인들은 이 사건 소송에 따른 법률관계가 확정될 때까지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보류하다가 피해자 회사 측에서 피고인들이 부동산 실권리자 등기명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명의수탁자에 해당한다거나 장기미등기 방조범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자 2024. 10. 11. K, L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8) 피고인들의 공탁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N은 2021. 10. 6. 피고인들에게 “… 2021. 10. 1. 당사의 자금관리업무수탁사인 W을 통하여 귀하들의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의 일부 600,780,000원(A), 54,600,000원(B)을 귀하들의 계좌에 입금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이에 피고인들은 같은 날 N에게 “귀사와의 매매계약에 대해 2021. 10. 5. 계약해제를 통보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계좌에 입금된 600,780,000원(A), 54,600,000원(B)을 반환할 입금계좌를 알려주시기 바라며 미 통보 시 변제공탁 등을 통해 반환계획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이에 N은 피고인들에게 “귀하는 10. 5.자로 해제통보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당사는 귀하로부터 어떠한 공식 통보도 수령한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울러 귀하가 이미 잔금 일부를 수령하였으므로 계약금 배액 상환을 통한 임의해제는 불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피고인들은 2021. 10. 21. 이 사건 제2토지와 관련하여 피해자 회사를 피공탁자로, 계약 해제에 따른 계약금 등 반환을 공탁원인으로 하여 계약금 배액 및 W으로부터 입금 받은 돈 합계 491,400,000원을 공탁하였다.
피고인 A는 2021. 10. 22. 이 사건 제1토지와 관련하여 피해자 회사를 피공탁자로, 계약 해제에 따른 계약금 등 반환을 공탁원인으로 하여 계약금 배액 및 W으로부터 입금 받은 돈 합계 1,474,740,000원을 공탁하였다.
9) 현재의 상황
피해자 회사는 2023. 8. 25.경 S 개발사업에 관한 주택건설사업 계획 승인을 받았고,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S 개발사업 사업부지 내 공동주택용지는 A1블럭, A2블럭, A3블럭으로 총 3개인데, 이 사건 제1토지 중 179㎡는 공동주택용지(A2)에 해당하고, 피해자 회사로부터 토지를 신탁받은 AO 주식회사는 수원지방법원 2023가합17706호로 피고인 A 등을 상대로 공동주택용지 A2블럭에 일부 편입될 부분을 취득하기 위하여 주택법 제22조에 기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주택건설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선고받았고, 현재 수원고등법원 2024나16741호로 항소심 계속 중이다. 한편 이 사건 제1토지 중 나머지 부분과 이 사건 제2토지는 도시계획시설용지에 해당하는데, 피해자 회사는 도시계획시설사업시행자로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수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라.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해자 회사가 이행의 착수를 하여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렀으므로 이로써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피고인들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피해자 회사가 잔금 중 일부를 지급하고 피고인들이 이를 수령함으로써(이상 기존 공소사실), 그 다음으로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제1토지를 포함하는 S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제공하고 이 사건 토지의 출입 및 현황조사를 허용하였으며, 피해자 회사가 이를 이용하여 지구단위계획 변경 수립 용역계약과 지구단위계획 변경 실시설계 용역계약을 각 체결하여 위 용역 수행 내역에 따라 용인시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주민제안을 신청함으로써(이상 각 추가된 공소사실)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의 착수를 하여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를 나누어 판단한다.
2) 관련 법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따라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하여야 하는데, 이때 ‘이행의 착수’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지만, 반드시 계약 내용에 들어맞는 이행의 제공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경우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임은 물론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 상대방이 계약을 해제함에 따라 입게 될 불측의 손해를 방지하려는 것으로, 이행기의 약정이 있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등 참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또는 잔금 지급기일은 일반적으로 계약금에 의한 해제권의 유보기간의 의미를 가진다고 이해되고 있으므로, 계약에서 정한 매매대금의 이행기가 매도인을 위해서도 기한의 이익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채무자가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채무 내용, 이행기가 정하여진 목적, 이행기까지 기간의 장단 및 그에 관한 부수적인 약정의 존재와 내용, 채무 이행행위를 비롯하여 당사자들이 계약 이행과정에서 보인 행위의 태양, 이행기 전 이행행위가 통상적인 계약의 이행에 해당하기보다 상대방의 해제권의 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의 착수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다256624 판결).
3) 잔금의 일부 지급으로 인한 타인사무처리자의 지위 인정 여부
가) 원심의 판단
(1)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W이 2021. 10. 1. 피고인들에게 합계 655,380,000원을 잔금 일부 명목으로 지급함으로써 피해자 회사가 이행에 착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W은 피해자 회사의 자금집행을 하는 업무수탁자인바, 실질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잔금 일부를 지급한 주체는 피해자 회사이므로 피해자 회사가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들에게 업무수탁자인 W이 잔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내용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고, 계좌이체내역에 피해자 회사가 지급한 것이라는 취지의 기재는 없으나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O은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1차 매매계약 체결 전에 피고인들에게 자산신탁사까지 껴서 진행되기 때문에 계약해도 깨질 일이 없다고 말해주었다.’라고 진술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가 아닌 자산관리업무수탁자 명의로 잔금이 지급될 수 있음을 알고 있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는 ‘잔금은 … 거래종결 시 매도인의 의무 이행과 동시에, 매수인은 매도인이 지정하는 계좌로 잔금을 이체하기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를 피해자 회사가 ‘거래종결일’인 2022. 3. 31. 전에 잔금을 지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별히 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거래종결일’에 매수인의 잔금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서류 등의 교부의무를 동시이행으로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통상적인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정하는 잔금지급일을 ‘거래종결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위 조항 중 ‘잔금을 피고인들이 지정하는 계좌에 이체한다.’는 부분은 잔금지급 당시 피고인들 명의가 아닌 다른 계좌나 피고인들이 지정하는 다른 사람의 계좌에 돈을 이체하여도 잔금지급으로 인정한다는 취지로서, 피고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통상적인 부동산매매계약서에도 종종 확인되는 내용에 불과하다. 이에 의하면, 위 계약 조항이 반드시 거래종결일인 2022. 3. 31. 피고인들이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된 돈에 한정하여 잔금으로 인정하는 조항이라고 해석되지는 않는다.
③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사전에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들과 협의하거나 피고인들에게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잔금 일부를 지급한 것이므로 이행의 착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적법한 이행의 착수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매도인에게 통보하거나 매도인과 사전에 협의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원심은 위 인정사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 회사의 이행기 전 이행의 착수가 허용되어서는 안 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들은 2021. 10. 5. 이 사건 토지를 합계 9,160,000,000원에 K 및 L에 매도하였고, 이는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의 매매대금 합계 6,553,800,000원보다 2,606,200,000원( = 9,160,000,000원 – 6,553,800,000원)이 많은 액수이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와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이 주변 토지의 시세와 비교하여 상당히 낮은 액수로 정해졌다고 볼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설령 시세와 비교하여 낮은 액수로 매매대금이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들을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들이 착오에 빠져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의 체결이 민법 제104조에서 정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피고인들을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구속시키는 것이 특히 불공평하다거나, 피고인들에게 계약내용 변경요청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
② 피해자 회사 측에서 이 사건 1차 매매계약 체결에 관여한 X 상무 M은 원심 법정에서 ‘2021. 5. 이후로 계약한 사람들 중 약 9명 정도에 대하여 잔금기일이 남았음에도 실제로 중도금 지급이나 잔금 지급을 해서 소유권이전을 하였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토지에 대해서는 미리 피해자 회사의 기한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돈을 지급하고 좀 더 협력적인 관계로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미리 잔금을 지급하였다.’, ‘피고인 A 같은 경우에는 토지의 분묘도 있고, 또 분묘 이장이라는 것은 피고인 A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잔금을 지급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위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들의 해약금에 의한 해제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행의 착수에 나아갔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M이 잔금 일부를 피고인들에게 지급하기 전에 K, L이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토지의 매도를 권유하고 있는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③ T와 함께 피고인들과 피해자 회사 사이에서 매매계약을 주선하였던 U는 2021. 10. 5. 피고인 A의 동생 Y에게, ‘L이 동네를 다닌다 그래서 계약 유지에 불안함을 느끼는 토지 소유자들이 있다. 그래서 중도금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피해자 회사 측에서 이를 지급한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는바, 피해자 회사 측은 K 및 L이 피고인들을 비롯한 토지 소유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사실은 알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U의 위 진술은 피해자 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토지 소유주들이 K 등의 관여로 인하여 사업이 계속될 수 있는지 및 이에 따른 계약 유지, 잔금 지급 여부에 대하여 불안함을 느끼자 피해자 회사가 중도금 내지 잔금 일부를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보일 뿐, 피해자 회사가 토지 소유주들의 해약금에 의한 해제를 막을 목적으로 선제적으로 잔금 일부를 입금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④ 설령 M을 비롯한 피해자 회사 측이 피고인들의 해약금에 의한 해제를 막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잔금 일부를 지급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위 잔금 지급기일이 피고인들을 위하여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거나 이행기 전 이행의 착수를 허용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계약당사자들은 자유로운 의사 하에 체결된 계약에 구속되는 것이 원칙이며, 이러한 원칙에 입각하여 ‘이행의 착수’의 개념은 완화하여 해석하고,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의 존재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K 등이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토지의 매도를 권유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회사가 잔금지급기일까지 이행에 착수하여서는 안 될 기한의 이익이 피고인들에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사업부지 내에 다수의 토지를 취득하여 확보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들과 같은 토지 소유주들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토지를 제3자에 매매하는 경우에는 위 도시개발사업 전체의 수행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그 사업추진에 필요한 전체 비용이 예기치 못하게 증가하여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특수한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피해자 회사가 해약금에 의한 해제를 막기 위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⑤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였다면, 중도금 등 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는 것이므로 매수인은 매도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할 수 없는 것이나, 피고인들이 2021. 10. 1. 전에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한 사실은 없었다. 또한 피고인들은 잔금 일부를 지급받기 전까지 피해자 회사에 매매대금이 주변 시세에 비해 부당하게 낮게 책정되어 계약내용의 수정이 필요하다던가, 계약을 해제할 예정이라는 등의 내용을 고지한 사실은 없었다(오히려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잔금 일부 명목으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자 K 등에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할 목적으로 서둘러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서 별도로 중도금 약정을 정하지 않은 것은 지구단위계획사업(공동주택사업)을 하는 피해자 회사가 잔금 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사정에 대비하여 언제든 잔금지급 전까지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오로지 피해자 회사에게만 유리하도록 정한 것임에도, 피해자 회사가 기습적으로 잔금 일부를 입금한 것에 따라 피고인들이 신임관계에 따른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은 계약 당사자인 피고인들과 피해자 회사의 자유로운 의사 아래 체결된 것으로서, 피고인들 또한 피해자 회사가 잔금을 지급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중도금 약정이 없는 것이 피해자 회사에게만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계약금을 지급한 단계에서는 매도인이 언제든지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있고,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매수인이 이러한 불안정한 지위를 면하기 위하여 중도금 내지 잔금지급기일 전에 이를 지급함으로써 계약에 구속력을 발생시키는 것이 반드시 신의칙이나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공통주택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토지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토지를 제3자에 매도하는 경우에는 공동주택사업 전체의 수행이 어려워지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바, 공동주택사업을 하는 시행자 입장에서는 중도금 내지 잔금을 지급함으로써 토지매도인과의 매매계약에 확정적인 구속력을 발생시킬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가 잔금 일부를 잔금지급기일 전에 입금함으로써 피고인들에게 신임관계에 따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정의관념에 반하는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이 사건 제1토지는 S의 기존 2017년도 지구단위계획구역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제1토지를 추가로 편입하여 위 지구단위계획구역을 변경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피고인들은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 회사가 토지에 출입하여 현황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피해자 회사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수립(변경 포함)에 대한 동의서’를 제공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제1토지에 현황조사를 시행하고, 2021. 5.경 주민제안을 위한 각종 도서를 새로 작성하여 2021. 7. 26.경 용인시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주민제안을 신청하였다. 이처럼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의 진행을 전제로 상당한 준비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구속력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잔금 일부를 지급한 것이 피고인들의 해제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 원심은 위 인정사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2021. 10. 1. W이 지급한 돈이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의 잔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따라서 피해자 회사로부터 2021. 10. 1. 잔금 명목으로 돈이 입금된 이후에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 A는 경찰에서, ‘2021. 9. 중순경 K 측 사람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데, 그 당시 다른 사람이 계약한 토지의 가격이 자신이 체결한 토지가격보다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가 된 사실을 확인하였고, 그 때 계약 해제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그러는 도중 2021. 10. 1.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로 입금이 되었고, 연휴기간 동안 K과 계약 관련하여 얘기가 된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위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2021. 10. 1. W 명의로 입금된 돈이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서 정한 잔금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연휴기간 동안 K 및 L과 이 사건 토지를 매매하기로 하는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 A는 검찰에서, ‘돈이 입금된 것을 2021. 10. 1. 당일에 알았고, 피해자 명의의 송금이 아니어서 송금자를 확신하지 못했지만, 돈이 계약금과 동일한 금액이어서 AB이겠구나 생각을 했다.’, ‘2021. 10. 1. 이체된 돈이 피해자 회사가 송금한 것 같아서, 계약을 해지할 생각이기 때문에, 돈이 더 송금되지 않도록 2021. 10. 5. 은행이 열자마자 가서 지급정지 처리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 B는 검찰에서, ‘피고인 A가 2021. 10. 1. 저녁에 피해자 회사에서 들어온 돈이라고 하였다. 이후 피고인 A는 피해자 회사가 괘씸하다 생각해서 K 측에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할 생각을 한 것 같다.’, ‘피고인 A가, “중도금이 원래 이렇게 들어오면 안 되는데, 이런 식으로 들어오는게 말이 안 되니까 입금이 안 되게 해야겠다.”고 말하였고, 2021. 10. 5. 아침 일찍 함께 은행에 가서 계좌를 지급정지하였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피고인들의 위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W 명의로 돈이 입금된 당일에 위 돈이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 일부 명목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W은 2021. 10. 1. 피고인 A에게 600,780,000원, 피고인 B에게 54,600,000원을 입금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라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들에게 지급한 계약금 액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금액이다. 특히 이 사건 제2토지에 관하여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서는 피고인들의 요청에 따라 지분별로 안분하지 않고 특정 액수를 계약금으로 정하였는데(피고인 A 109,200,000원, 피고인 B 54,600,000원), 이와 정확히 같은 금액이 피고인들의 각 계좌로 입금되었다는 사정은 피고인들이 위 돈이 잔금 일부 명목으로 지급된 것을 알 수 있었음을 추단케 한다[또한 피고인 A는 검찰에서, ‘피고인들의 계좌는 별도로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위해 만든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 입금에만 사용하던 계좌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잔금 일부가 입금된 피고인들의 계좌는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서만 사용하던 계좌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해자 회사가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잔금 일부를 피고인들에게 송금한 것은 일반적인 부동산매매계약에서의 거래 관행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은 2021. 10. 1. 입금된 돈이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서 정한 잔금 일부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점, 적법한 이행의 착수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매수인의 중도금 또는 잔금 지급행위 전에 매도인에게 통보하거나 매도인과 사전에 협의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가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잔금 일부를 피고인들에게 송금하였다는 점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피해자 회사에 대한 신임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타인사무처리자의 인정 여부에 관한 기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법리를 설시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에게 인정되는 타인사무처리자의 지위는, 단순히 민사법적으로 매수인이 적법한 이행의 착수를 하였는지, 특히 이행기 전의 이행의 경우라면 매도인에게도 기한의 이익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채무자가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곧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은 사정을 포함한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가 이행되리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이 이와 같은 매수인의 신뢰를 잘 인식하면서 중도금을 수령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발생하는 것이다.
즉, 매도인이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한 정당한 신뢰 하에 중도금이 지급되는 것을 잘 알고 이를 수령한 사실관계가 인정되어야 그 이후부터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어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라야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
(2) 피해자 회사 이행 착수의 평가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의 약정 내용, 특히 계약금과 잔금 약정만 하고 중도금 지급에 관한 약정이 없는 점, ‘거래종결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 거래 종결시에 잔금을 지급받을 입금계좌를 지정하도록 정한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잔금 지급일 이전에 잔금의 지급이 전면적으로 금지되거나 피해자 회사의 이행기 전 이행의 착수를 허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그 밖에 이행기가 정하여진 목적, 이행기까지 기간의 장단, 채무이행행위를 비롯하여 당사자들이 계약 이행과정에서 보인 행위의 태양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 회사의 위 지급은 피고인들의 해제권 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써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가) 매도인에 대한 해약 기회 보장의 필요성 고려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처럼 계약금 지급 이후 비교적 장기간의 시간을 두고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그 사이에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이 있을 수 있고, 이때 해약금 해제는 부동산 가격 급등락에 대한 유력한 위험회피수단이 된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여 매도인 입장에서는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서라도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유리한 경우에는 해약금에 근거한 해제권 행사로 추가적인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여 매수인 입장에서 계약금을 포기하고서라도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매수인 측에서 해약금에 근거하여 계약을 포기하여 추가적인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즉 해약금에 근거한 해제권의 행사는 계약금 교부시로부터 나머지 의무 이행시까지 비교적 장기간의 기간 경과가 예정되어 있는 매매계약의 경우 매매목적물 가격의 급등락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된다. 따라서 어느 일방이 신의칙에 위반되는 방법으로 상대방의 그 같은 안전장치의 선택권을 해하는 경우라면 이를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피고인들과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중도금 지급 없이 바로 잔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중도금 약정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 ㉠ 피해자 회사의 주주이자 자산관리회사인 X의 상무 M은 원심 법정에서 ‘초기에 조달한 자금들이 계약금이고 사업을 쭉 진행해서 잔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이 사업은 거의 잔금지급 기일이 마지노선이다… 저희가 자금 조달한 것은 계약금하고 저희가 자금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까 중도금까지 지급하기에는 좀 여력이 부족할 것 같아서….’라고 진술하였고, ‘중도금 약정이 없는 이유는 지주작업을 하는데 통상 자기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계약금 정도밖에 지급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M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6, 7쪽), ㉡ 피해자 회사 대표이사 N도 원심 법정에서 ‘통상적으로 개발사업을 할 때 자금조달을 예측해야 되는데 저희는 3. 30.로 예측해서 정한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한 점(N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12, 13쪽)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1차 매매계약 무렵 피해자 회사의 자금 조달 사정상 계약 후 빠른 시일 내에 중도금을 지급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피해자 회사 측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중도금 지급을 약정하지 않은 채 장기간의 잔금 지급일만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같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의 자금사정을 주된 이유로 중도금 없이 비교적 장기간 잔금 지급기일만 정한 경우라면, 적어도 적법한 이행의 착수가 있기 전에는 매도인 측에도 그 토지 가격 변경에 대한 해제권 행사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
(나) 피해자 회사의 대금 지급 의도
아래와 같은 사정 또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잔금의 일부 지급은 통상적인 계약의 이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들을 포함한 토지 매도인들이 제3자와 접촉하여 별도의 토지 매각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감지하게 되자, 계약금 배액 상환을 통한 피고인들의 매매계약 해제 권한을 소멸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잔금을 일부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① 2015년경부터 S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주식회사 AP(이하 ‘AP’이라고 한다)은 사업추진이 곤란해지자 2021. 1.경 S 내에 보유 중인 토지 일부를 피해자 회사에 매도하였다. AP의 주주인 AQ, AR은 수원지방법원에 AP이 피해자 회사에 토지를 매각한 것은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 제434조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함에도 이를 거치지 아니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2021. 8. 20. AP의 대표이사, 이사들을 상대로 위법행위유지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21. 11. 2. 위 가처분 인용결정을 하였다. 위 가처분을 신청했던 AQ는 2021. 9. 3.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불법매각 부동산 매수행위 금지 및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의 내용증명 공문을 보냈다(증 제11호증, 제12호증의 1, 2).
② AP 대주주의 친족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K, L은 AP과 함께 S에서 토지를 매입하여 독자적으로 공공주택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고, K, L은 2021. 8.경 피해자 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토지매도인을 포함한 S 내 개인지주들과 접촉하여 웃돈을 제시하면서 소유 토지를 자신들에게 매도할 것을 권유하기 시작했으며, 2021. 9. 중순경 피고인들을 상대로도 이 사건 토지 매수에 관한 접촉을 시작했다. 피해자 회사 측에서 이 사건 1차 매매계약 체결을 주선한 U는 2021. 10. 5. 10:13경 피고인 A의 동생 Y와의 통화에서 ‘중요한 건 자꾸 L이 동네를 이렇게 다닌다, 뭐 한다 그래서 일부 이렇게 계약 유지에 불안함을 느끼는 토지소유자들께서 그런 동요가 좀 있었나 봐요.’, ‘그러면 중도금 일부를 지급하는 게 좋지 않겠냐 이렇게 해서 지급을 한 거로 이렇게 지금 확인을 하고 왔습니다.’라고 송금 경위를 알려주었고(증 제7호증, 공판기록 396쪽), 이후 2021. 10. 5. 14:02경 피고인 A와의 통화에서, ‘L이라는 건설회사에서 들어와 가지고 해약을 해라, 땅값을 더 올려주겠다 이런 내용이 정보가 계속 들어오니까.’라고 송금 경위에 대하여 위와 비슷한 취지로 말하였다(증 제4호증의 2, 공판기록 176쪽). U는 원심법정에서도 ‘L이라는 건설회사에서 땅을 판 매도인들을 접촉을 해서 땅값을 올려주겠다고 한다는 사실은 들은 적이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U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10쪽).
③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N은 수사기관에서 ‘잔금 중 일부를 지급한 것과 관련해서 매도인과 따로 협의는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권 91쪽). X의 상무 M은 원심법정에서 잔금 지급을 요청하지도 않는 매도인들에게 사전통지 없이 잔금 중 일부를 지급한 이유에 대해 ‘그때 저희의 잘못도 있고 실수가 있어서 연락을 못 드린 것은 저희의 불찰입니다.’라고 진술하였다(M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10쪽). 피고인 A는 경찰 조사에서 ‘고소인이 잔금 중 일부를 피의자에게 입금할 당시 협의된 사항이 없었나요.’라는 질문에 ‘없습니다. 입금된 것도 피해자 회사나 대표이사 명의가 아닌 W으로 입금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통장에 갑자기 W 명의로 입금이 되어서 금융사기 관련해서 잘못 입금이 된 줄 알고 통장 거래정지를 시킨 사실도 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3권 107쪽), 피해자 회사에 별도의 토지를 매도한 Y도 원심 법정에서 ‘밥 먹다가 늦게 저녁때, 핸드폰에 알림서비스가 되어 있는데 이상한 데서 입금이 되어서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Y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2쪽). 이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는 2021. 10. 1.경 피고인들과 사이에 어떠한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잔금 중 일부를 송금한 사실이 인정된다.
④ W은 피해자 회사의 요청에 따라 2021. 10. 8. 피해자 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토지 매도인 AS, AT, AU, AV, AW, AX, AY, AZ, BA 등 9명에 대해서도 각 매매계약의 10% 상당액(BA의 경우 5% 상당액)을 잔금 지급 시기 이전에 지급하였다. 2021. 7. 12.경 피해자 회사에 토지를 매도한 AY은 L과의 별도 매매교섭 중이던 2021. 10. 초경 미리 자신의 계좌에 지급정지를 신청해 두었고, 위 조치에 따라 피해자 회사의 AY에 대한 32,080,000원의 송금은 곧바로 취소되었다. AY은 2021. 10. 12.경 피해자 회사에 매매계약의 해제를 통보하고 2021. 10. 14.경 L과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⑤ N은 원심 법정에서 ‘일부 토지주들이 잔금을 빨리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잔금의 일부를 지급한 적이 있다. 그게 소문이 나서 다른 토지주들도 불만을 제기했다.자금사정이 가능한 총 40건을 지급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N 원심 증인심문 녹취서 14, 15쪽), M은 이 사건 송금 경위에 대하여 ‘피고인 A의 경우 묘지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서 중도금을 먼저 지급하자고 의사결정이 돼서 10. 1.에 중도금까지 지급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M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6쪽). 그러나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에 잔금의 지급을 요구한 바 없는 점, 이 사건 제1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에는 피고인 A가 2022. 6. 30.까지 묘지 이장을 완료하기로 이미 합의한 점(증거기록 3권 35쪽), 피고인들의 요구나 묘지 이장을 위해 미리 잔금을 지급한 것이라면 이에 관하여 피고인들과 사전에 협의하거나 피고인들에게 그에 관한 사정을 통보함이 상당함에도 그러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점, 이후 N과 U가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송금이 잔금의 일부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분묘 이장’에 관하여 언급한 적이 없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N, M의 이 사건 송금 목적에 관한 위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⑥ 이 사건 송금을 통해 피고인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합계 655,380,000원으로, 전체 매매대금 6,553,800,000원의 10%에 불과하고, 그 밖에 피해자 회사가 잔금 지급기일이 6개월 정도가 남은 상태에서 잔금 지급을 독촉한 적도 없는 피고인들에게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잔금을 지급해야 할 객관적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 회사가 지급한 위 금액이 어떤 기준에 따라 산정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다) 매수인 보호의 필요성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피해자 회사는 도시개발사업의 추진을 위해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어서 피고인들과 같은 토지 소유주들이 임의로 매매계약을 해제한 다음 토지를 제3자에 매매하는 경우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도시개발사업 전체의 수행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그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적당한 시기에 중도금을 지급하도록 하거나, 계약금 배액 상환에 의한 임의적 해제권 행사를 배제하거나, 처분을 금지하도록 하는 특약을 체결하는 등의 조치를 사전에 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에 관한 별다른 약정 없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은 매도인이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고 해약하는 것을 용인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피고인들의 이 사건 2차 매매계약 당시의 인식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 A는 검찰에서 ‘2021. 10. 1. 돈이 입금된 것을 알았고, 그 금액이 계약금과 동일한 금액이어서 피해자 회사가 송금한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 B 역시 검찰에서 ‘2021. 10. 1. 피고인 A로부터 “위 돈이 피해자 회사에서 들어온 돈이고, 중도금이 원래 이렇게 들어오면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라고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2차 매매계약 이후인 2021. 10. 6. 이루어진 N과의 대화를 통해서 송금의 명목을 정확하게 알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2차 매매계약 무렵에 피고인들은 W으로부터 송금받은 돈이 이 사건 1차 매매계약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는 정도로 막연하게 추측하였을 뿐, 그 돈이 피해자 회사에 의하여 지급된 것이라거나,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 중 일부의 이행임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라 지급된 계약금의 경우 피해자 회사를 송금인으로 하여 지급된 반면, 피고인들에 대한 잔금 중 일부에 관한 송금의 입금자 정보는 “W”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었다(증거기록 3권 162, 164쪽). W은 피해자 회사와 자금관리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자금관리업무를 수행한 사실,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중개한 O이 계약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피해자 회사가 자산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힌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들이 구체적으로 피해자 회사와 W 사이에 자금관리업무위탁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고, 피해자 회사 측에서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진행한 U 역시 원심 법정에서 ‘AB이 W과 신탁계약을 체결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U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6쪽)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W의 송금이 피해자 회사에 의한 것임을 명확하게 인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② 피고인 A는, 경찰 조사에서 ‘잔금 중 일부를 피고인에게 입금할 당시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들 사이에 사전 협의가 없었고, 입금자 명의도 피해자 회사가 아닌 W으로 되어 있었다. 피고인들은 통장에 갑자기 W 명의로 입금이 되어서 금융사기와 관련해서 잘못 입금이 된 줄 알고 통장 거래정지를 시킨 사실도 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3권 107쪽), 검찰 조사에서 ‘W이 어떤 회사인지 몰랐고, 피해자 회사 관련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확실히는 10. 6.에 피해자 회사에서 문자를 보내줘서 알게 되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273쪽).
③ L 측에서 이 사건 2차 매매계약의 실무를 담당한 P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들로부터 ‘피해자 회사가 사전에 아무런 협의나 연락이 없었고, 피해자 회사 명의로 입금한 것도 아니고, 다른 명의로 입금이 되어 토지를 전매한 것 같아서 불쾌하다.’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68쪽).
④ Y는 원심법정에서 ‘2021. 10. 3.경 피고인 A로부터 “W으로부터 갑자기 돈이 들어왔는데 무슨 돈인지 모르겠다. 혹시 피해자 회사와 관련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해 보이니 U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확인해 달라.”라는 전화를 받았다. 당일 피해자 회사 담당자 U에게 전화하여 2021. 10. 1. W이 피고인들에게 입금한 돈이 있는데 그 구체적인 경위를 알고 있는지 문의하였다. U는 당시 그 돈을 누가, 왜 입금한 것인지 그 경위를 모른다고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Y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4, 5쪽), U도 원심법정에서 ‘당시 Y가 송금 명목을 문의했고, 이에 자신도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라고 진술했다(U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6쪽). 결국 피고인들은 이 사건 2차 매매계약 당시까지 피해자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송금 명목에 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송금이 있은 후 1영업일 뒤인 2021. 10. 5.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주선한 자에게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고,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N은 이 사건 2차 매매계약 다음 날인 2021. 10. 6. 비로소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피해자 회사가 W을 통하여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의 잔금 일부로 송금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4)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 특히 피해자 회사의 잔금 중 일부의 지급은 피고인들의 해제권 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써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점, 피고인들은 위 돈이 피해자 회사에 의하여 지급된 것이라거나,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 중 일부의 이행임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그 밖에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들이 이 사건 2차 매매계약 당시 피해자 회사로부터 중도금이 지급되는 것을 알고 이를 수령함으로써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한 정당한 신뢰를 부여했다거나,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와의 관계에서 중도금 지급으로 인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 회사가 잔금의 일부를 지급함으로써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를 위한 타인사무처리자의 지위에 있게 되었다거나, 당시 피고인들이 이와 같은 타인사무처리자 지위에 있었음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위반하여 이 사건 2차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나머지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대한 동의서 제공 등으로 인한 타인사무처리자의 지위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민법 제565조 제1항에서 말하는 당사자의 일방이라는 것은 매매 쌍방 중 어느 일방을 지칭하는 것이고, 상대방으로 국한하여 해석할 것이 아니며, 따라서 매매계약의 일부 이행에 착수한 당사자는 비록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70. 4. 28. 선고 70다105 판결,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62074 판결 참조), 나아가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9369 판결 참조).
나)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 제26조 및 동법 시행령 제19조의2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② 피해자 회사는 2021. 7. 26. 이 사건 제1토지 등을 추가 편입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변경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한 주민제안서를 제출하면서 국토계획법령에 따른 토지소유자의 동의 요건을 충족하였음을 소명하는 자료로 피해자 회사가 각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받은 동의서를 제출하였고, 그 동의율은 추가 편입되는 구역 사유지 중 83.4%에 해당한다(추가증거기록 99~104쪽).
③ 피해자 회사가 위와 같이 이 사건 변경 지구단위계획에 관한 주민제안을 할 당시 기존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토지 중 용인시 처인구 BC, BD, BE, BF, BG에 관하여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상태였고, 이 사건 변경 지구단위계획으로 인하여 새로 추가되는 토지들 중에서도 용인시 처인구 BH, BI, BJ, BK, BL, BM, BN에 관하여는 각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상태였다(추가증거기록 93, 94쪽).
다) 판단
위 인정사실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제1토지를 포함하는 S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제공한 행위, ㈁ 피고인들이 이 사건 토지의 출입 및 현황조사를 허용한 행위, ㈂ 피해자 회사가 지구단위계획 변경 수립 용역계약과 지구단위계획 변경 실시설계 용역계약을 각 체결하고 용역비를 지급한 행위, ㈃ 피해자 회사가 위 용역 수행 내역에 따라 용인시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주민제안을 신청한 행위(이하 각 행위를 ‘㈀행위’, ‘㈁행위’, ‘㈂행위’, ‘㈃행위’라고 하고, 통칭할 때는 ‘이 사건 각 행위’라고 한다)가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의 이행에 착수한 것이라거나, 그 이행을 위한 전제행위를 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4다28631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각 행위와 관련하여서도 피고인들에게 배임죄 성립에 필요한 타인사무처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
①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나(민법 제563조), 이 사건 각 행위는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매도인의 재산권이전 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 ㈁행위는,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에 따른 매도인의 부수적 의무 내지 신의칙상의 의무에 해당한다고 불 수 있을 뿐, 그것이 매매계약의 이행이나 그 이행을 위한 전제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 앞서 본 주민제안에 관한 법령, 피해자 회사의 각 매매계약 체결 및 동의서 교부 경위 및 매도인 의무 이행 행위 태양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들의 동의서 교부와 출입 및 현황조사의 허락은 피해자 회사가 S의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의 진행에 협조하는 데 불과하다.
㉡ 계약과 동시에 매도인이 동의서 등을 제공하거나 출입 및 현황조사를 허용하였다고 하여 그 제공자에 대한 이행의 착수를 인정하게 될 경우, 사실상 해약금에 기한 해제권을 배제하는 특약이 있다고 보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되어 당사자들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다52392 판결은 토지 매도인이 공장설립부지로 사용하려는 매수인에게 기존 공장설립허가의 명의 변경에 필요한 토지사용승낙서와 토지사용승낙용 인감증명서를 교부한 경우 이행의 착수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매도인이 교부한 위 서류는 매매의 목적인 재산권이전과 필연적으로 결부된 목적물의 사용과 점유에 관한 내용이므로 이를 교부한 행위는 채무의 이행을 위한 전제행위라고 볼 수 있겠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에 교부한 서류와 동의는 도시개발사업의 추진 및 진행을 위한 행정적 절차에 관한 것일 뿐이다. 위 판결은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
③ 피해자 회사의 ㈂, ㈃행위에 관하여 판단하건대, 아래에서 인정되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 회사의 ㈂, ㈃행위는 피해자 회사가 자신의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행한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1차 매매계약의 이행이나 그 이행을 위한 전제행위로 볼 수 없다.
㉠ 먼저 검사는 피해자 회사가 AL와 지구단위계획 변경 실시설계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용역비를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나, AL는 ‘지구단위계획구역 변경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수립 계획과 무관하고 당사가 실시한 설계용역은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이다.’라고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답변하고 있는바, 이러한 사실조회 회신내용과 용역계약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가 AL에 지급한 용역비는 검사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제1토지를 포함하는 S 지구단위계획 변경 실시설계 용역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 회사를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로 지정하거나 실시계획인가 등 개발사업 자체에 관한 내용으로 보이고, 달리 검사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제1토지를 지구단위계획구역이 포함되도록 변경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
㉡ 다음으로 AK와의 용역계약 부분에 관하여 본다. 피해자 회사가 용인시에 이 사건 변경 지구단위계획에 대하여 주민신청을 할 때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토지가 존재하였다.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지구단위계획구역에 관한 사업 시행 자체의 전제 조건은 아니고, 개별 토지의 매수 여부에 따라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설정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는 지구단위계획의 변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피해자 회사가 2021. 7. 26. 제출한 주민제안 요약본에는 지구단위계획구역 변경 이유에 대해 ‘기 결정된 지구단위계획구역이 부정형하게 설정되어 효율적인 토지이용이 저하되고, 주변 지역 개발 난개발이 우려됨에 따라 주변 미개발 잔여지를 구역 내로 편입하여, 구역의 정형화를 통한 주변지역 난개발 방지 및 효율적인 토지이용을 도모하고자 함’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증 제26호증 10쪽), 이 사건 변경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추가되는 구역은 2개로 나뉘는데 이 사건 1토지가 포함된 1구역은 변경사유가 ‘지구단위계획구역 주변 미개발 잔여지 포함으로 정형화 도모’라고 기재되어 있고, 2구역은 ‘소규모 잔여필지 포함 및 지형(현황도로)경계로 정형화’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증 제26호증 10쪽), AK가 작성한 지구단위계획 구역의 설정(변경)의 기본전제에는 ‘사업대상지 특성과 개발가용지 및 도시관리적 측면을 고려하여 효율적인 지구단위계획구역경계를 설정’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구역경계설정 시 고려해야할 사항에도 ‘국토계획법에 의한 용도지역·지구·구역 등의 경계, 도시계획시설의 경계, 하천, 구거, 옹벽, 절개지 및 급경사지 등 지형·지세, 토지이용상황, 토양 및 지질, 자연경관, 환경적·생태적 요소 및 재해 위험 요인, 기타 지구경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요인’이 기재되어 있는 점(AK의 회신자료 중 002번 파일 57, 58쪽)들을 더하여 보면, 해당 토지의 매매 여부는 지구단위계획구역 변경에 전제가 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위 각 행위를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의 착수로 인정하게 되면, 피해자 회사가 전체 사업부지 내에 다수의 개별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 개발사업에 관한 용역비를 지출하고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만 하여도 사업부지 내 개별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이행의 착수가 인정되어 더 이상 해약금에 기한 해제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결론은 민법 제565조 해약금 해제에 관한 규정의 취지나 매매계약 당사자의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 쌍방 모두에게 해제권의 행사기한을 부당하게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4. 결론
피고인들에게는 배임죄 성립에 필요한 타인사무처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들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 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모두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제3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제3의 나. 내지 라.항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다.

4. 결론

배임죄에서 타인사무처리자의 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단순히 금전이 송금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계약의 전체적인 맥락과 당사자들의 인식,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므로 당사자 혼자서 이를 판단하고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자칫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어 형사전문 변호사의 전략적인 방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하여 배임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반드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검사출신 변호사 - 사기죄전문변호사,횡령죄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