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나 찜질방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준강제추행 사건은 목격자가 없고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된 준강제추행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실제 사례를 통해 준강제추행죄의 성립요건과 무죄 판단의 근거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준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9조에 규정된 범죄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12.18>
여기서 항거불능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사유로 심리적 또는 신체적으로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수면 중인 사람을 추행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준강제추행에 해당하며, 유죄로 인정될 경우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와 동일하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준강제추행죄 성립을 위한 핵심 요건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과 피고인이 그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 행위를 했다는 점이 증거에 의해 명확히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으면 유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특히 목격자가 없는 밀폐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면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되므로, 그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2. 피해자 진술 신빙성 판단의 기준
일관성과 구체성의 중요성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인 경우, 그 진술이 시간이 지나도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야 신빙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진술의 핵심 부분이 경찰 조사 단계와 법정 증언 단계에서 서로 달라진다면, 이는 진술 전체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가 됩니다.
반대로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주변 정황과도 부합한다면 그 신빙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는 사정
피해자에게 허위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있는 경우, 혹은 진술 내용이 경험칙이나 물리적 상황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진술의 신빙성이 약화됩니다.
또한 과거에 유사한 방식으로 허위 고소나 무고를 한 전력이 있다면, 이는 현재 진술의 신빙성 평가에 있어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진술의 신빙성 판단은 진술 자체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주변 정황 전체를 종합하여 이루어집니다.
3.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이 사건에서 외국인 피고인은 서울 소재 사우나 수면실에서 옆 칸에 누워 있던 피해자의 신체를 잠든 상태를 이용해 만졌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추행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피해자가 큰 소리로 경찰을 언급하며 위협하자 겁을 먹고 500만 원을 주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피고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문제점
항소심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여러 핵심 부분에서 일관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우나를 방문한 경위, 피고인이 젖꼭지를 만졌는지 여부, 피고인이 수면실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에 관한 진술이 경찰 조사 시와 법정 증언 시에 서로 달랐습니다.
또한 수면실 칸막이 구조상 양손으로 옆 칸 사람의 성기와 젖꼭지를 동시에 만지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는 사정으로 지적되었습니다.
피해자의 전력과 동기
법원은 피해자가 2005년과 2010년에도 사우나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것처럼 허위 고소를 하고 합의금을 받아 낸 무고 및 공갈 행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채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500만 원을 받으려 하였는데, 이는 실제 피해자라면 자연스럽게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과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종전과 같이 겁을 먹은 외국인 피고인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으려 하였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의 최종 판단
항소심 법원은 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것은 경험칙과 증거법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준강제추행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의 변소, 즉 외국인으로서 타국에서의 범죄 연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돈을 주고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는 주장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고 보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한국말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피해자가 화를 내고 큰 소리를 치며 경찰을 언급하자, 겁이 나고 사건이 복잡해질 것이 두려워 피해자가 요구하는 돈을 주고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였을 뿐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를 추행하지 아니하였다.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자신의 피해내용과 피해 부위조차 법정에서 착각하는 등 신빙성이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2.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3. 04. 26. 15:30경 서울 종로구 B, 'C사우나' 수면실 내에서 옆자리에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 D(남, 55세)를 보고 욕정을 느껴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의젖꼭지를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피해자의 성기를 손가락으로 잡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 사실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C사우나 내 수면실의 배치, 조명 상황 등도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며, 피해자가 유사한 피해 경험이 다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진술이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사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즉 피해자가 원심 판시 일시에 C사우나 내 수면실에 누워 있는 피고인의 바로 옆 칸에 있었던 사실, 이후 피고인은 친구인 I으로부터 5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받아 근처의 은행에서 피해자에게 위 돈을 주기 위하여 인출한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나. 하지만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포함한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하기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준강제추행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험칙과 증거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1)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은 친구인 I으로부터 5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 받아 근처의 은행에서 피해자에게 위 돈을 주기 위하여 인출하다가 제3자가 이를 보이스피싱 사기로 의심하여 경찰에 신고하였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작성하고, 3일 후 경찰에서 참고인으로 진술하였으며 원심에서 증언을 하였다. 그 내용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일관되지 않는다. 가) C사우나가 동성애자들이 가는 곳임을 알고 있던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오후에 C사우나를 가게 된 경위에 관한 진술이 다르다. 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바로 옆 칸에 앉아서 양손으로 성기와 젖꼭지를 만졌다는 경찰에서의 명확한 진술과 달리 이후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기를 만졌다는 것 외에 젖꼭지를 만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하였다. 다) 피해자가 수면실에 들어가기 전에 피고인이 수면실 앞에 있는 안마기에 앉아서 수면실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는 경찰에서의 진술과 달리 원심에서는, 피고인이 수면실 입구에 서서 사람을 고르듯이 서 있었고, 이후 저를 따라 들어왔다고 증언하였다(피고인은 신경통이 있어 안마의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3) 위 사우나의 수면실 내부의 각 칸(1칸마다 1명이 사용하는 것임)은 높이 30-40cm의 칸막이가 있고, 칸막이 사이로 빈 공간이 있기는 하나 양손을 넣어 성기와젖꼭지를 만지는 것이 쉽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순번 9 입건전조사보고서의 사진 참조). 또한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외국인인 피고인이 바로 옆 칸에 누워 있는 피해자가동성애자인지 여부를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몸을 가볍게 건드리는 등의 행동도 하지 아니한 채 바로 성기와 젖꼭지를 만졌다는 것으로 이는 상식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섣불리 신빙하기 어렵다. 4) 피해자는 2005년과 2010년경 사우나 내 휴게실 또는 수면실에서 자신이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이 없음에도 자신이 주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것처럼 욕설을 하면서 소란을 피우고 경찰서에 허위 고소장을 제출하여 무고하고(총 3번), 그 사람들로부터 합의금 명목의 돈을 교부받아 갈취한 행위로 2011년경 징역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동성간 추행 사건의 피해자로 사건처리된 내역이 많이 있다(순번 8번 진술조서, 증거기록 37쪽). 피해자는 원심에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고, "피고인의 처벌 원하지 않지만, 저는 전과자로서 피고인이 계속 주장해서 만약에 제가 잘못되어 처벌받게 되면 피고인은 벌금 받으면 그만이지만 저 같은 전과자들은 저분 거짓말 하나로 처벌을 받게 되잖아요."라고 진술하였다. 5) 동성간 추행 사건의 피해자로 사건처리된 내역이 많이 있던 피해자로서는 동성으로부터 실제 추행을 당하였다면 경찰에 신고할 경우 이후 피고인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지도 아니한 채 외국인인 피고인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으려고 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피고인을 고소(신고)하는 경우에는 피해자는 종전과 같이 무고 및 공갈로 처벌받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지 않았음에도 종전과 같이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합의금을 받으려고 하였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6)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으려고 하다가 다액의 현금을 인출하는 피고인과 그 주변에 있는 피해자를 보고서 제3자가 보이스피싱 사기로 의심하여 경찰에 신고한 이후 이루어진 경찰에서의 피해자 진술은, 자신이 공갈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실제 피고인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는 것을 명확하게 진술할 필요성이 강하였다는 점에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주요 부분에서 경찰에서의 진술과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이 일치하지 아니하는 점 역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7)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당일 경찰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이고 친구 I도 동성애자이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는지는 불분명하다(순번 13번 피의자신문조서 참조). 위에서 인정되는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이 동성애자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점을 추단케하는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8) 2005년과 2010년경 피해자로부터 무고를 당하고 금원을 갈취당한 피해자들 역시 동성을 추행한 사실이 없음에도 고소를 당한 이후 겁을 먹어 피해자에게 금원을 교부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외국인인 피고인이 타국에서의 범죄발생에 대하여 막연한 두려움을 느껴 신고하지 아니하고 돈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사건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싶었을 뿐이었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수긍할 만하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앞서 본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데, 이는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4. 결론
준강제추행 사건은 사실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사자 혼자서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적 반박을 준비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피해자 진술의 모순점 분석, 물리적 정황 검토, 피해자의 전력 등 무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법원에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준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거나 억울하게 기소된 상황이라면, 반드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