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공갈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최근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피해자가 합의금을 요구하며 보낸 메시지가 공갈미수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공갈죄와 공갈미수죄란 무엇인가
공갈죄의 의미와 처벌
공갈죄는 형법 제350조에 따라 사람을 협박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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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50조(공갈)
①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공갈죄의 핵심은 ‘협박’, 즉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하여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한편 공갈의 실행에는 착수하였으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에는 형법 제352조에 따라 공갈미수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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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52조(미수범) 제347조 내지 제348조의2, 제350조, 제350조의2와 제351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개정 20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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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악의 고지가 공갈죄를 구성하려면
공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대방에게 불이익한 내용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고지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어선 것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당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불이익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것이 권리남용에 이를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갈죄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람이 진정한 범죄 피해자인지 여부는 공갈죄 성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2. 성범죄 피해자의 고소권 행사와 공갈죄의 관계
고소권 행사로 볼 수 있는 경우
피고인이 합의금을 요구하며 상대방에게 한 말이 공갈죄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그 언행이 형사소송법상 고소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또는 피고인에게 해당 범죄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약 피고인의 발언이 범죄 피해자로서의 고소권 행사에 수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 권리남용에 이를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을 요구하며 불이익을 고지한 경우, 그것이 곧바로 공갈죄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진 경우의 판단
성폭력 피해 신고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신고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는, 공갈죄 성립과 관련하여 정당한 권리실현의 수단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즉,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성폭력범죄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합의금을 요구한 언행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나아가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되었다는 사정을 그대로 공갈죄 유죄의 근거로 삼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의 유죄를 추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 판단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3. 실제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과 피해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알게 된 친구 사이로, 함께 저녁 식사와 음주를 한 뒤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와 헤어진 직후부터 피해자가 자신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키스를 하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의 성적 접촉을 가했다며 지속적으로 항의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피해자는 이에 대해 ‘그 부분은 미안해’라며 사과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자, 피고인은 신고를 언급하면서 강제추행에 대한 처벌 수준을 고지하고 합의금 3,000만 원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송하였고, 피해자가 응하지 않자 이튿날 피해자를 강제추행죄로 고소하였습니다.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불송치결정서 및 강제추행 사건 수사기록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강제추행 피해를 당하였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보낸 메시지의 내용과 횟수, 구체적인 금액 제시 등을 이유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헤어진 직후부터 일관되게 강제추행 피해를 항의하였고, 피해자가 이를 인정하며 사과한 점,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죄로 맞고소한 사건도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진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진정한 범죄 피해자라는 인식 하에 고소권 행사의 일환으로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강제추행에 대한 불송치결정만으로 피고인의 피해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정당한 권리실현의 수단을 넘어 공갈을 시도하였음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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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
4. 결론
공갈미수 혐의를 받는 사건에서 피해자로서의 정당한 권리 행사인지 아니면 범죄에 해당하는지의 경계는 매우 미묘하여, 당사자 혼자서 이 쟁점을 충분히 다투고 방어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관련 법리와 증거 분석을 통해 정당한 권리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효과적으로 주장하고 무죄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문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갈 또는 공갈미수 혐의를 받고 있거나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지체 없이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