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원단 거래를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면서, 사기죄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사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스크 원단 공급 계약과 관련하여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무죄 판결을 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사기죄의 성립요건과 법원의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사람을 속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한 범죄입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25.12.23>
단순히 돈을 받고 물건을 주지 못한 사실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고,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음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계약 당시 상대방을 기망할 고의가 있었는지가 사기죄 성립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2. 사기죄 성립의 핵심 요건
기망과 인과관계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 행위, 그로 인한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즉, 피의자의 거짓말로 인해 상대방이 착오에 빠지고, 그 착오 때문에 재산을 넘겨준 것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공급 의사와 능력의 부재
사기죄에서 기망 행위는 계약 체결 당시에 공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를 말합니다.
반면, 계약 당시에는 공급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나 이후 사정 변경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뿐 형사상 사기죄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피의자에게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를 엄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엄격한 증명의 원칙
형사재판에서는 검사가 피의자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피의자의 변명이 다소 석연치 않거나 모순되는 점이 있더라도, 검사의 증명이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이는 억울한 처벌을 방지하기 위한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입니다.
3.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마스크 원단 1톤을 공급해 주겠다고 피해자에게 약속하고,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총 1억 2,000만 원을 송금받았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후 피해자에게 마스크 원단을 공급하지 못하였고, 받은 돈의 일부를 원단 구입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마스크 원단을 공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여 돈을 편취하였다는 사기 혐의로 피고인을 기소하였습니다.
피고인 측의 주요 주장
피고인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원단을 공급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7,000만 원을 돌려받은 후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바람에 계약을 이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실제로 원단 공급업체에 3,000만 원을 지급하고 일부 원단을 납품받았음을 뒷받침하는 영수증과 관련 진술을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아울러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원단 보관을 위해 창고 임대차계약까지 체결한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해자가 주장하는 계약서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아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계약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제3자도 계약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는 등 검사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피고인이 실제로 원단 구입 대금을 지급한 영수증과 창고 임대 계약 등 원단 공급 의사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존재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이 계약 당시 마스크 원단을 공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이다. 피고인은 2020. 2월경 서울 종로구 C건물, 1층에 위치한 D에서 피해자 E(50세)에게 "F사에서 공급을 받아 마스크 원단 1톤을 공급해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은 마스크 원단 대금을 지급받더라도 이를 개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어서 정상적으로 원단을 공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B 명의 G중앙회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2020. 2. 29. 17:38경 20,000,000원, 2020.3. 10. 18:38경 50,000,000원, 2020. 3. 11. 17:30경 50,000,000원 합계 금 120,000,000원을 송금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였다. 2. 판단 가. 관련법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7. 27. 선고 2023도3477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2020. 2. 29.부터 2020. 3. 11.까지 마스크 원단 공급대금 명목으로 합계 금 1억 2,000만 원을 송금 받은 사실,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에게 2020. 3. 17.부터 2020. 3. 18.까지 합계 7,000만 원을 돌려준 사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마스크 원단 구입과 관련 없는 비용으로 사용한 사실, 피고인이 현재까지 피해자에게 마스크 원단을 공급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에게 마스크 원단을 공급하려고 했으나, 피해자가 7,000만 원을 돌려받은 후 다시 공급비용을 주지 않고 2020. 4.경부터 잠적하여 마스크 원단 공급 계약을 진행할 수도, 피해자와 정산을 할 수도 없었다. 당시 실제로 마스크 원단을 일부 구입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마스크 원단 공급 관련한 사기 혐의로 2020. 5.경부터 도주하였고, 휴대전화번호도 바꾸었다."는 진술도 피고인의 진술에 일부 부합하는 점, ③ 피해자는 '피고인과 사이에 2020. 2. 29.경 마스크 원단 공급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위 계약에 따라 2020. 3. 16. 및 2020. 3. 17.에 마스크 원단을 공급받기로 했는데 피고인이 공급해 주지 않았다. 피고인에게 독촉하자 피고인이 F 사에 이미 공급대금을 입금했으니 기다리라고 말했으나 결국 공급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작성되었다는 계약서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아 계약서가 실제로 작성되었는지 여부 및 구체적인 계약 내용(공급하기로 약정한 날짜가 2020. 3.16. 또는 2020. 3. 17.이 맞는지 여부, 원단 공급사가 F 사가 맞는지 여부)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 점, ④ 피해자는 공소사실 기재 D에서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H도 그 자리에 함께 있어 계약 내용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H은 수사기관과의 전화통화에서 'D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서로 소개해 준 사실은 있으나, 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여부 및 계약 내용에 관하여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 I 명의로 작성된 '일금: 삼천만 원. 방역마스크 kf80/kf94의 원부재 공급계약으로 영수함. 2020. 3. 5.'이라는 내용의 영수증을 제출하였고, I은 수사기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마스크 원단 공급대금으로 3,00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고, 계약에 따라 원단을 납품하였다'고 진술한 점(위 영수증 내용 및 I의 진술이 완전히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그렇다고 이를 뒤집을 만한 반증도 없다), ⑥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B이 2020. 3. 25. J와 사이에 서울시 종로구 K 소재 창고에 관하여'임대차기간 2020. 3. 25.부터 2020. 12. 30.까지, 보증금 500만 원, 취급품목 마스크원단(계약서에는 '취급금지품목' 항목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계약 내용 전반에 비추어오기로 보인다)'으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실제로 피고인이 위 창고에 물품을 보관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계약 체결 당시 마스크 원단을 공급해 줄 의사와 능력 없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마스크 원단대금을 편취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
4. 결론
사기죄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법적 지식 없이 혼자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효과적으로 제출하지 못하거나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되는 위험이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계약 당시의 정황과 증거를 면밀히 분석하여 기망 고의의 부재를 입증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의뢰인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기 혐의와 같은 형사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