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는 투자업을 영위하는 피고인에게 투자를 한 단순투자자로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투자금 정산관계는 민사상채무에 불과할 뿐, 이 사건 투자금에 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마스크 사업과 관련된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어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투자금 정산채무는 이미 상계로 소멸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도 없었다.
2.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기업경영자문 컨설팅 및 법인 양도, 양수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이고, 피해자 C는 위 회사의 사내이사로,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7. 9. 8.경 서울시 강남구 D에 있는 주식회사 E 사무실에서 위 회사가 진행하는 베게 제조·수출 사업에 각 1억 원을 투자하였다. 피고인은 2017. 11.말경 불상의 장소에서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F에게 위와 같은 투자한 금원의 반환을 요청하여 2020. 12. 30.경 피고인 명의의 G은행계좌 (계좌번호 1 생략)로 1억 원을, 2021. 4. 8.경 같은 계좌로 같은 금액을 각 송금 받아 그중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1억 원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2022. 4.경 피해자로부터 위 1억 원의 반환을 요구받았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하여 횡령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투자처를 결정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역할을, 피해자가 자금을 모집하는 역할을 수행하였고 투자에 따른 수익을 분배받는 등 피고인과 피해자가 동업관계에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②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식회사 E 사무실을 함께 방문하여 F 등과 투자에 관한 논의를 한 후 투자를 하기로 하였던 점, ③ F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각각 1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피해자가 2017. 8. 19.경 피고인 명의 계좌로 송금한 1억 원은 피해자가 투자한 금액으로 보는 것이 상당한 점, ④ F은 피고인의 요청으로 2019. 12. 30.경 1억 원, 2021. 4. 8.경 1억 원을 피고인 명의 계좌로 송금하였는데 피고인이 이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해자는 2020. 9. 24. 당시 피고인에게 정산내역 전체에 대하여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고 정산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다가 피해자가 위와 같은 정산내역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즉각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정산합의가 이루어졌다거나 정산이 완료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⑥ 피고인의 마스크 사업 수익금 주장에 따르더라도 위 수익금 정산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설령 피고인에게 마스크 사업과 관련된 수익금채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환요구를 거절한 상태였으므로 그 이전에 상계 정산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조합재산은 조합원의 합유에 속하는 것이므로 조합원 중 한 사람이 조합재산의 처분으로 얻은 대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면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내부적으로는 조합관계에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조합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내적 조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645 판결,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742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러한 조합 또는 내적 조합과는 달리 익명조합의 경우에는 익명조합원이 영업을 위하여 출자한 금전 기타의 재산은 상대편인 영업자의 재산으로 되는 것이므로 그 영업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고 따라서 영업자가 영업이익금 등을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5014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떠한 법률관계가 내적 조합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익명조합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들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공동사업이 있는지, 조합원이 업무검사권 등을 가지고 조합의 업무에 관여하였는지, 재산의 처분 또는 변경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지 등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645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7001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기업경영자문 컨설팅 등을 목적으로 2015. 11. 2.경 설립된 주식회사 B(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이고, 피해자는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이다. 한편,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5.경부터 2020.경까지 사이에 각 개인 명의의 금융기관 계좌를 통하여 수차례 금전거래를 해왔다.
(2) 이 사건 회사 명의로 2017. 9. 8. 주식회사 E(사내이사 F), K와 사이에 '이 사건 회사가 알루미늄 비계의 제작 및 수출과 관련하여 사업자금 2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되, 5,000만 원은 이 사건 회사가 2017. 9. 4. K에게 이미 지급한 금원으로 갈음하고, 나머지 1억 5,000만 원은 늦어도 2017. 9. 29. 이내에 이를 투자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투자계약(이하 '이 사건 투자계약'이라 한다)이 체결되었다. 이 사건 투자계약에 따라 피고인은 2017. 9. 13.부터 2017. 9. 29.까지 합계 1억 5,000만 원을 F의 계좌로 송금하였는데, 위 1억 5,000만 원 중 1억 원은 피해자가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2017. 8. 19. 송금해 준 금원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3) 그 후 피고인은 2018. 12.경 F, 주식회사 E(F이 2018. 12. 5. 설립한 회사임)과 사이에 'F 등이 피고인에게 기존 투자금 2억 원에 투자수익을 가산하여 총 4억 원을 반환하되, 2019. 4. 30.까지 2억 원, 2019. 6. 30.까지 6,000만 원, 2019. 8. 30.까지 6,000만 원, 2019. 10. 30.까지 8,000만 원을 각 반환한다'는 내용의 투자금 반환약정을 체결하였다. 위 투자금 반환약정에 따라 F은 피고인에게 2019. 10. 14. 2,000만 원, 2019. 12. 30. 1억 원 합계 1억 2,000만 원을 반환하였으나, 피고인으로부터 2020. 1. 1. 3,000만 원을 다시 회수해간 후 위 투자금 반환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다.
(4) 이에 피고인은 2020. 8. 27. F, 주식회사 E 사이에 '위 반환약정금 4억 원 중 9,000만 원이 상환되었음을 확인하고, 이전 체결한 약정서에 따른 연체이자 및 지연손해금은 별도로 계산하여 3억 원을 전액 상환할 때까지 이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추가약정을 체결하였다. 그 후 F은 피고인에게 위 추가약정 등에 따라 2020. 12. 24.경 1,000만 원, 2021. 4. 8. 1억 원을 지급하였으나, 나머지 반환약정금 2억 원을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2022. 4. 27.경 F, 주식회사 E을 상대로 2억 원 등의 지급을 구하는 투자금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투자금에 관한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는 익명조합과 유사한 형태의 법률관계로서 피고인이 F으로부터 투자원금 상당액인 2억 원을 반환받아 소지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일단 전부 피고인에게 귀속되는 것이고, 그 중 1억 원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합유 재산이라거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이를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없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위한 보관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 조합 내지 내적 조합관계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5년경부터 2020년경까지 지속적으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금전거래를 해왔는데, 위 금전거래에 관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지급한 투자금으로 기업체 등에 투자하였고, 피해자는 투자처 결정 및 자금관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해자 또한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전적으로 투자처를 결정하고 자금을 관리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들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와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금전을 제공하고, 피고인이 이를 기업체 등에 투자하여 그 수익금을 피해자에게 분배하는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위 진술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투자처 결정 등 주요사항을 전적으로 피고인에게 일임하고 이에 관여하거나 개입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은 독자적인 결정에 따라 투자를 진행하는 등 피해자로부터 수령한 돈을 비교적 자유롭게 처분 내지 운용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투자계약 체결에 관해서도 2017. 8. 19. 계약 체결 당일 피해자가 동석하였음에도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이 사건 회사 명의로만 투자계약서가 작성되었으며, 피고인만이 이 사건 투자계약서에 따라 향후 설립된 주식회사 E의 주식 10%를 지급받고 회사의 감사로 등재되는 등 피해자가 계약체결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 그 후 피고인은 F 등을 상대로 투자계약서상 계약파기사유 등을 주장하여 2018. 12.경부터 2020. 8.경까지 F 등과 사이에 투자금 반환약정 및 추가약정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F으로부터 투자원금에 해당하는 합계 2억 원을 우선 반환받았던 것인데, 이러한 계약파기 과정 또한 피고인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3) 피해자가 이 사건 투자계약을 통하여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피고인에게 일정 금원을 투자하였다 하더라도 이후 업무감시권 등에 근거하여 업무집행에 관여하거나 이를 점검해왔던 정황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가 제공한 자금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독자적으로 투자금을 집행해왔던 그 간의 관계를 고려해볼 때,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약정은 공동사업을 경영할 목적으로 한 조합 또는 내적 조합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투자한 자금을 대외적으로는 피고인 단독으로 운용하는 익명조합과 유사한 형태의 법률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아울러 피고인이 F과 주식회사 E을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반환 청구소송에서 피해자가 F에게 유리한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준 이후 이 사건 고소에 이르게 된 점 등 피고인과 피해자, F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피해자 및 F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재물의 타인성과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피고인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의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위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