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또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강제추행 혐의는 목격자나 진술 증거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증거의 신빙성이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선박 내에서 발생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법원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실제 사례를 통해 강제추행죄의 성립요건과 증거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강제추행죄란 무엇인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
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8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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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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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가 성적인 의미를 가지며 강제성을 동반하였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증거 판단의 기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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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
이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법관이 합리적 의심 없이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이 다소 모순되거나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더라도, 검사가 그 정도의 확신을 줄 만한 증명을 하지 못하였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2. 이 사건의 사실관계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국내 화물선에서 갑판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으로, 같은 선박에 탑승한 미얀마 국적의 선원을 상대로 약 6개월 사이에 총 4차례에 걸쳐 가슴 및 성기를 움켜잡는 등의 방법으로 강제추행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고소는 피고인이 선장 및 1등 항해사를 각각 폭행치상, 강제추행, 모욕,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한 이후, 선장과 1등 항해사 측에서 선원들을 조사하여 진술서를 작성하게 한 뒤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한편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별도로 기소된 1등 항해사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었고, 항소심에서 범행을 자백한 후 피고인과 합의하여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3. 법원의 판단
피해자 진술의 부재
법원은 피해자가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국내 비자를 반납한 채 원양어선에 승선하여 더 이상 소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법원이 수차례 증인 구인장을 발부하였음에도 끝내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직접 진술을 전혀 확보할 수 없었고, 사건의 핵심 증거가 사실상 부재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 문제
기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목격 증인은 법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았을 뿐, 구체적인 강제추행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을 번복하였습니다.
또한 이 증인이 여전히 해당 선박에서 근무 중이라는 점, 그리고 선장과 1등 항해사의 영향력 아래 진술서가 작성된 정황이 있다는 점에서 수사 단계에서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나아가 선장은 법정에서 1등 항해사를 면회하며 이 사건 고소 진행 경과를 확인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였다가 위증으로 약식명령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고소의 허위 가능성
법원은 1등 항해사 측이 피고인에게, 서로 다른 피해자가 존재하는 두 사건을 맞바꾸어 처리하자는 취지의 합의를 시도한 사실에 주목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C에게는 아무런 이익도 없는 합의 시도 자체가 고소가 허위일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게 하는 정황이라고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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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이 시건 공소사실의 요지 『2024고단1625』 피고인은 2018. 12.경부터 2023. 9.경까지 국내화물선인 B호(5,566톤, 포항시 선적)에서 갑판장으로 근무한 사람이고, 피해자 C(남, 37세)는 미얀마 국적의 외국인으로, 위 B호의 선원이다. 1. 2023. 2. 5. 범행 피고인은 2023. 2. 5. 20:00경부터 같은 날 21:00경까지 사이 포항시에 있는 포항항 인근 연안을 항해 중인 위 B호 식당에서, 그곳 테이블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뒤로 다가가 갑자기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가슴 부위를 움켜잡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2023. 4. 12. 범행 피고인은 2023. 4. 12. 20:00경부터 같은 날 21:00경까지 사이 포항시에 있는 포항항 인근 연안을 항해 중인 위 B호 주방에서, 그곳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피해자의 뒤로 다가가 갑자기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성기를 움켜잡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3. 2023. 7. 5. 범행 피고인은 2023. 7. 5. 20:00경부터 같은 날 21:00경까지 사이 울산시에 있는 울산항 인근 연안을 항해 중인 위 B호 식당에서, 그곳 테이블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뒤로 다가가 갑자기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성기를 움켜잡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4. 2023. 8. 6. 범행 피고인은 2023. 8. 6. 20:00경부터 같은 날 21:00경까지 사이 광양시에 있는 광양항 인근 연안을 항해 중인 위 B호 주방에서, 그곳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피해자의 뒤로 다가가 갑자기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성기를 움켜잡고, 이에 피해자가 손으로 피고인의 손을 쳐내자,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가슴을 꼬집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판 단 가. 관련법리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를 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것이며 우리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이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한 것의 의미는, 법관은 검사가 제출하여 공판절차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고,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을 가지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증거들을 포함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고소인을 강제추행하였음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된다고 보기 어렵다. (1) 피해자인 C는 이 법원이 증인구인장까지 수차 발부하며 그 증언을 들으려 하였으나,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아니하고 법원에 출석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만 남긴채 배를 타고 나가 국내로 들어오지 아니하고, 국내에 있더라도 취업해 있는 회사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증인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신병을 확보하기가 어려운데, 위 회사에서도 협조하지 않는 상태이다. 피해자는 국내선을 타며 국내 인근 해양을 배회하다가 이 법원의 구인장 발부 등으로 압박을 느끼고 국내 비자를 반납하고 원양어선에 승선하였는바, 더 이상 피해자를 법원에 소환할 방법도 없다. (2) 피해자와 더불어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증인 D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이 붙어 있는 모습만 본 것이고 구체적으로 강제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이 사건이 기소된 아래의 사정과 D이 여전히 B호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증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선장인 E과 1등 항해사인 F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워 신빙성이 떨어진다. (3) 피고인은 2018. 12.경부터 2023. 9.경까지 B호에서 갑판수 및 갑판장으로 근무하였는데, 위 배의 선장은 E이고 1등 항해사는 F이다. F은 E의 오른팔 격으로 매우 친밀한 사이이다. 피고인은 선장인 E으로부터 괴롭힘(선장의 갑질)을 당하고, F으로부터 수시로 강제추행을 당해오다 도저히 못견디고 2023. 12. 4. E을 폭행치상죄로, F을 강제추행죄, 모욕죄, 공갈죄로 각 고소하였다. 피고인은 실제 강제추행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당하였지만 명확히 입증이 가능한 건을 특정하라는 경찰관의 말에 명확히 증인이 있는 3건만 특정하여 기소되었다. (4) F은 이 법원 2024고단1999호로 기소되어 강제추행 범행을 부인하였으나, 2024.12. 11. 1심에서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 되었고,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자백하고 피해자인 이 사건 피고인과 합의하여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받고 석방되었다. (5)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은 F이 경찰조사를 받던 중인 2024. 1.경 선장인 E과 함께 선원들을 조사한 후 F이 관련자들의 진술서 등을 작성하거나 작성에 관여하여 2024. 2. 2. 고소되었다. 배에서의 선장과 1등 항해사의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선장과 1등 항해사가 이미 하선한 갑판장의 비위사실을 만들려고 작정을 하면 외국인 선원들을 동원하여 어떠한 사실도 만들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실제 피고인은 F의 강제추행사건 1심 선고 전에 F의 변호인을 통하여 피고인의 C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과 F의 피고인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을 퉁치자는 연락을 받기도 하였다. F의 강제추행사건에서의 피해자는 이 사건 피고인이고, 이 사건 강제추행사건의 피해자는 C여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엄연히 다른 사건임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한 피해자인 C에게는 어떠한 이익도 없는 내용으로 합의를 시도한 자체만으로도 이 사건 고소가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심을 하게 한다. (6) F이 법정구속되자 선장인 E은 F을 면회가서 이 사건 고소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물어보고 진행경과에 대한 대화를 나눈 사실이 있음에도 E은 이 법정에서 그런내용의 대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내용의 위증을 하여 이에 대하여 약식명령을 발령받기도 하였다(현재 E은 정식재판청구를 한 상태이다). 위와 같은 일련의 흐름을 종합하여 보면, E과 F의 이 법정에서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 수사기관에서의 G의 진술도 모두 B호에 승선한 자의 진술이어서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4. 결론
이처럼 강제추행 혐의는 증거의 신빙성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사안으로, 당사자 혼자서 수사 단계부터 공판까지 대응하는 것은 증거 수집과 반박 논리 구성 면에서 매우 큰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 탄핵, 고소의 경위와 배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 그리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 증거의 발굴 등 전문적인 방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제추행 혐의로 억울하게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면, 초기 단계부터 반드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