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그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자주 문제됩니다.
이 글에서는 주점 업주가 손님을 강제추행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실제 사례를 통해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과 증거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강제추행죄란 무엇인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
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8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
여기서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하며, 단순한 신체 접촉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가 성적으로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성격을 띠어야 합니다.
또한 피고인에게 추행의 의도, 즉 고의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요건들이 모두 갖추어져야 비로소 강제추행죄가 성립합니다.
증명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검사가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실한 수준에 이르러야 합니다.
만약 그러한 수준의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이는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으로, 증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2.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성인지적 관점의 의미와 한계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이른바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는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진술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피해자의 진술을 아무런 검토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거나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그 진술이 다른 증거들과 일치하는지, 진술 내용이 일관성이 있는지, 진술이 합리적인 경험칙에 부합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 자체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과 모순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은 성범죄 사건의 유무죄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3. 이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사안의 개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피해자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의 허벅지를 손으로 4~5회 만지고, 어깨를 1회 만지고, 악수 중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긁는 방식으로 강제추행을 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해자와 피고인은 주점 업주와 손님 사이로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며, 피해자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자신의 허벅지를 반복적으로 만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습니다.
반면 피고인은 추행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였고, 법원은 이 사건의 여러 정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먼저 주점 내부의 CCTV 영상을 검토하였는데, 영상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나 등 부위에 접촉하는 장면은 확인되었지만, 이에 대해 피해자가 최초 진술부터 법정 진술까지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또한 어깨를 접촉하는 모습도 쓰다듬기보다는 가볍게 두드리는 형태로 보였고, 피해자의 허벅지 부분은 CCTV에 촬영되지 않았지만 피고인의 손이 허벅지 방향으로 향하거나 피해자가 놀라거나 피하는 모습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법원의 무죄 판단에서 유일한 근거는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법원은 당시 현장에 피해자의 남자친구를 비롯한 여러 명이 함께 좁은 자리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반복적으로 만지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나아가 피해자가 추행을 당하고도 피고인과 악수를 나누며 자리를 떠났다는 점, 피해자의 남자친구도 악수 중 손바닥을 긁는 행위를 목격하지 못하였다는 점, 주점을 떠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신고가 이루어진 점, 그리고 당시 피해자 일행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고 계산 금액 문제로 불쾌한 감정이 생긴 사정도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피고인이 허벅지를 만지거나 추행의 의도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신체에 접촉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과 피해자 B(여, 52세)와 주점업주와 손님 관계일 뿐 일면식이 없는 사이이다. 2024. 9. 5. 02:30경 삼척시 C 2층 피고인이 운영하는 'D'에서, 피고인 A은 피해자 일행과 동석하여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추행할 마음을 먹고 옆자리에 앉은 피해자의 허벅지를 손으로 4~5회 만지고, 어깨를 1회 만지고, 악수하면서 손가락으로 손바닥을긁는 등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판단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졌다거나 추행의 범의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주점의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술을 마시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어깨나 등을 여러 차례 접촉하는 것이 나온다. 그러나 피해자는 112 신고를 한 후 최초 진술서 작성부터 수사기관 조사 당시까지 피고인이 허벅지를 4 ~ 5회 만지고, 마지막에 악수하면서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긁어 추행하였다고 진술하였을 뿐 어깨를 만지는 부분은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위 행위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고, 위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를 접촉하는 모습이 쓰다듬는 것보다는 가볍게 두드리는 듯한 모습이다. 2)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허벅지를 여러 차례 만졌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당시 피고인 및 피해자의 일행 등이 앉아있던 곳의 탁자가 낮은 편이고, 피해자의 바로 옆에 주방 이모, 피해자의 건너편에 피해자의 남자친구, 피고인의 바로 옆에 다른 손님이 함께 앉아있었는데, 아무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지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또한 이 사건의 주점 CCTV 영상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앉아있는 소파 뒤의 모습을 비추고 있어 피해자의 허벅지 부분이 촬영되지 않고 있긴 하나, 위 영상에서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허벅지로 내려가는 듯한 모습 또는 피해자가 놀라거나 피하는 듯한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3) 피고인이 피해자의 남자친구와 자신의 직원 그리고 다른 손님까지 함께 앉아있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모여 앉아있는 상황에서 장시간에 걸쳐 여러 차례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졌다는 것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4) 피해자가 이후 계산하고 나가면서 자신을 추행한 피고인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하였다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고, 피해자의 남자친구도 피고인이 악수를 하면서도 피해자의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긁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악수를 하며 손가락 끝이 스친 것일 수도 있으나 자신은 추행의 의도를 가지고 그러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5)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04:30경 주점을 나왔으나 112 신고는 05:33경으로 그 시간적 간격이 있고, 당시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던 점(112 신고는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하였는데, 당시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술에 취해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대회 및 협조가 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다), 피해자는 주점에서 나오며 금액 계산과정에서 자신이 계산한 금액이 달라 불쾌한 감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
4. 결론
강제추행 혐의처럼 피해자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되는 사건에서는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지므로, 당사자 혼자서 대응하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현장 정황 등 다양한 증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효과적으로 탄핵할 수 있는 변론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제추행과 같은 성범죄 혐의를 받게 된 경우라면, 초기 단계부터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