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에서 근로자나 노조원이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가 공갈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건설현장에서 노조원이 현장 철수 대가로 금전을 요구한 행위가 공갈죄로 기소되었으나 무죄가 선고된 실제 사례를 통해 공갈죄의 성립요건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공갈죄란 무엇인가
공갈죄의 기본 구조
공갈죄는 형법 제350조에 규정된 범죄로, 사람을 협박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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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50조(공갈)
①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협박’이라는 수단과 그로 인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금전을 요구하거나 받은 사실만으로는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협박의 의미
공갈죄에서 말하는 협박이란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알리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말로 직접적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으며,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이 어떤 해악이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또한 행위자가 자신의 직업이나 지위에서 비롯된 불법적인 위세를 이용하여 재물 교부를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품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2. 권리행사와 공갈죄의 경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권리행사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일정한 해악을 알린 경우라도, 그것이 사회의 관습이나 윤리관념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거나 정당한 목적을 위한 적절한 수단에 해당한다면 협박죄나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민사적 법률관계에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당사자 사이에 권리의 실현·행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불이익이나 해악의 고지가 공갈죄의 협박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다양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판단 기준
구체적으로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및 사회경제적 위상의 차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당시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당사자의 권리 실현·행사의 내용으로 통상적으로 예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정도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해악의 고지 방법과 그로써 추구하는 목적 사이에 합리적인 관련성이 존재하는지 등 여러 사정을 세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처럼 공갈죄의 성립 여부는 단순한 외형적 행위만으로 판단되지 않으며, 행위의 맥락과 목적, 그리고 상대방에게 실제로 어느 정도의 공포심이 발생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3.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건설현장에서 노조 소속 근로자 10여 명의 팀장 역할을 수행하던 사람으로, 철근콘크리트 공사 중 형틀공정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해당 공사의 수급사업자인 피해자 회사는 지하층 형틀공정이 상당 부분 마무리되자 피고인 팀을 포함한 노조 소속 근로자들에게 근로관계를 종료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팀보다 먼저 현장에서 철수하는 대가로 위로금 명목의 금전 지급을 요구하였고, 협의 끝에 피해자 회사로부터 약 725만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검사의 공소 내용
검사는 피고인이 현장사무실에서 현장소장과 공무담당자에게 1,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팀원 12명이 두 달 동안 현장에 계속 남아있겠다고 말하여 피해자 회사를 협박하고, 이로 인해 겁을 먹은 공무담당자가 기성금 약 725만 원을 피고인 아들 명의 계좌로 이체하게 하였다며 공갈죄로 기소하였습니다.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금액 전부를 이후 피해자 회사에 반환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공갈죄의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피해자 회사가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피고인 팀에게 금전을 지급하고 먼저 철수하도록 함으로써 얻는 이익과 피고인 팀이 계속 남아있을 경우 발생하는 불이익을 비교하여 스스로 금전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 팀이 금전 지급과 관련하여 공사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현장소장과 공무담당자의 법정 진술도 판단에 고려하여, 결국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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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
4. 결론
공갈죄와 관련된 사건은 행위의 외형적 모습만으로는 유무죄를 판단하기 어렵고, 행위의 맥락과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 혼자서 대응하다가는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할 위험이 큽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공갈죄의 성립요건과 협박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사 단계부터 재판 단계까지 의뢰인에게 유리한 증거와 사실관계를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갈죄로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기소된 상황이라면 반드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