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 현장을 이탈하였다는 이유로 뺑소니 혐의를 받는 사례가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운전자가 사고 발생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난 경우 뺑소니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도주치상죄와 사고 후 미조치죄란 무엇인가
도주치상죄의 의미와 법적 근거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가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망친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에 따라 가중 처벌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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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① 「도로교통법」 제2조의 자동차, 원동기장치자전거 또는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이하 "자동차등"이라 한다)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자동차등의 운전자(이하 "사고운전자"라 한다)가 피해자를 구호(救護)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개정 2022.12.27> 1.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이 죄는 일반적인 교통사고 처리보다 훨씬 무거운 형사 책임을 지우는 규정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중한 범죄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이 혐의를 받게 되면 운전자로서는 매우 심각한 법적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사고 후 미조치죄의 의미와 법적 근거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게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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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제54조(사고발생 시의 조치)
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경우에는 그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등"이라 한다)은 즉시 정차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개정 2014.1.28, 2016.12.2, 2018.3.27> 1.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2.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ㆍ전화번호ㆍ주소 등을 말한다. 이하 제148조 및 제156조제10호에서 같다) 제공 |
이를 위반한 경우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따라 처벌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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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제148조(벌칙) 제54조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주ㆍ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제54조제1항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은 제외한다)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6.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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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정은 사람의 사상뿐만 아니라 물건의 손괴가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2. 두 죄 모두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고의범으로서의 성립 요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도주치상)와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따라 처벌되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위반죄(사고 후 미조치)는 모두 고의범입니다.
즉, 단순히 사고를 낸 후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두 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운전자가 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반드시 증명되어야 합니다.
도주치상죄는 사람이 다쳤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사고 후 미조치죄는 사람의 사상 또는 물건의 손괴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각각 필요합니다.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지만, 증명은 엄격하게
다만 그 인식의 정도가 반드시 확실할 필요는 없으며, 어렴풋이라도 사고가 났을 수 있다는 인식, 즉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미필적 인식조차도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따라서 검사가 그러한 수준의 증명에 이르지 못한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추측만으로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습니다.
3. 실제 사건에서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나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의 피고인은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신호 대기 중이던 앞차의 뒤 범퍼를 충격하여 상대방 운전자에게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목 부위 부상을 입히고, 차량에도 약 81만 원 상당의 손상을 입혔습니다.
충격 당시 ‘쿵’ 소리와 함께 상대 차량이 앞으로 밀려났고, 이후 상대 차량은 비상등을 켠 채 계속 정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경적을 울리며 “안가?”, “또라이야?”라고 말한 뒤 차로를 변경하여 그대로 현장을 떠났습니다.
1심(원심)의 판단
1심 법원은 충격의 정도, 상대 차량이 앞으로 밀려난 반응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사고 발생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아 도주치상죄와 사고 후 미조치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즉, 1심은 충격의 물리적 상황만으로도 사고 인식이 가능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반면에 항소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1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신호 대기 중 잠깐 잠들어 있다가 제동 페달에서 발이 떨어지면서 충격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그 사이 충격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경적을 울리며 “안가?”, “또라이야?”라고 말하는 행동은 사고를 알고 도주하는 운전자의 통상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증거 부족으로 인한 최종 결론
셋째, 사고 직후 상대 차량에 육안으로 확인될 만한 손상이 있었다거나 도로에 파편 등이 흩어졌다는 사정도 없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고도 도주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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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고, 구호조치의 필요성도 없었으므로 피고인이 사고 현장을 이탈하였다고 하더라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죄와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소사실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관계를 오인하고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1,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3. 6. 14. 22:30경 (차량번호 1 생략) 쏘렌토 승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운전하여 광명시 시청로 20 소재 시청사거리를 광명사거리 방면에서 철산역 방면으로 직진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그곳은 차량 통행이 많은 교차로이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전방의 교통상황을 잘 살피고, 조향 및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히 조작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그럼에도 피고인은 전방 주시의무를 게을리한 업무상 과실로 전방에서 신호 대기중이던 B(여, 31세)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그랜저 승용차(이하 '상대 차량'이라 한다)의 뒤 범퍼 부분을 위 쏘렌토 승용차의 앞 범퍼 부분으로 충격하여 B에게 약 2주간의 약물 치료를 요하는 경부의 전종(인대)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게 함과 동시에, 위 그랜저 승용차를 수리비 810,510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사정, 즉 이 사건 차량과 상대 차량이 부딪혔을 당시 충격 정도, 상대 차량의 반응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보아 현장을 그대로 이탈한 피고인에 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의 점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죄는 자동차 등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사고운전자가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식하고 도주한 경우에 성립하는 고의범이고(대법원 1993. 5. 11. 선고 93도49 판결 등 참조),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따라 처벌되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위반죄 역시 사람의 사상 또는 물건의 손괴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있을 것을 필요로 하는 고의범이다(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도6955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반드시 확정적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하나(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3091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110 판결 등 참조).2) 판단 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골프 레슨이 끝나자 몸이 많이 지쳐있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감기약을 먹고 운전을 하는 상황이었기에 앞차를 충격한 것을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차량은 공소사실 기재 도로의 5차로 중 3차로에서 신호를 대기하다 약 15초간 서서히 전진하여 앞 범퍼 부분으로 전방에서 정차 중인 상대 차량의 뒤 범퍼 부분을 충격하였다. (2) 그 충격으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 차량이 앞으로 밀려났다. (3) 이 사건 차량은 충격 직후 다시 정지하였다. (4) 약 5초 후 전방의 신호기가 직진 신호로 바뀌었으나, 상대 차량은 비상등을 켠 채 계속 정차하고 있었다. (5) 피고인은 몇 차례 경적을 울리면서 "안가?"라고 혼잣말한 다음, 후진하여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하고 "또라이야?"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운전하여 갔다. 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① 피고인은 신호대기 중 잠깐 잠드는 바람에 제동 페달에서 발이 떨어져 상대 차량을 충격하고 그 직후 정신을 차리면서 다시 제동 페달을 밟은 것으로 보이며, 그 사이에 상대 차량을 충격하였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② 상대 차량이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적을 울린다거나, "또라이야?"라고 말하면서 앞질러 가는 것은 사고 발생을 인식하고 도주하는 통상적인 운전자의 행동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 ③ 사고 직후 상대 차량에 육안으로 쉽게 확인될 정도의 손상이 있었다거나 도로상에 비산물이 발생하였던 것으로도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판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현장에서 도주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
4. 결론
뺑소니 혐의는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혼자 대응하기에는 성립 요건이 복잡하고, 수사 단계에서부터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굳어질 위험이 매우 큽니다.
이 사건처럼 사고 인식 여부라는 내면적 사실을 객관적 증거와 연결하여 효과적으로 다투려면, 형사 절차와 교통범죄 법리에 정통한 형사전문 변호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거나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면, 지금 즉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