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상가 게시판에 붙은 게시물을 둘러싼 분쟁이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최근 들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게시판에 부착된 공고문을 뒤집어 놓은 행위가 문서은닉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3. 7. 29. 10:37경 서울 은평구 B 아파트 상가에 있는 'C약국' 뒤에 설치된 게시판 앞에서, 피해자인 위 아파트 하자소송위원회가 그 명의로 게시한 문서인공고문 2장을 발견한 후, 그 내용이 피고인의 배우자와 관련된 내용임을 이유로 위 공고문 2장을 뒤집어 놓는 방법으로 은닉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고, 같은 날 12:11경 같은 아파트 상가 'D' 식당 뒤에 설치된 게시판 앞에서 같은 내용의 공고문 2장(위 각 공고문들을 이하 '이 사건 공고문'이라 하고, 위 각 게시판들을 이하 '이 사건 게시판'이라 한다)을 같은 방법으로 은닉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이 사건 공고문을 단지 뒤집어 놓았을 뿐이므로 문서를 은닉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공고문이 게시된 과정과 그 내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 등에 해당한다. 3. 판단 가. 문서은닉죄 해당 여부 1) 형법 제366조 소정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그 물건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은 물론 일시 그것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역시 효용을 해하는 것에 해당한다(대법원1992. 7. 28. 선고 92도1345 판결 등 참조). 그중 은닉이라 함은 문서 등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발견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여 그 효용을 해하는 것을 말한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공고문을 게시판에서 떼어 내어 물리적으로 훼손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보관한 것이 아니라, 당시 피해자가 설치 · 점유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게시판 중 일부에 부착되어 있던 위 공고문을 단지 뒤집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하는 방법으로 문서의 효용을 침해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형법 제366조에 규정된 문서의 은닉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다만 이 사건 게시판의 위치, 구조 및 형태, 관리 현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뒤집어 놓은 위 공고문을 피해자나 다른 사람들이 다시 뒤집어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비록 물리적으로는 가능하였더라도, 피해자 측과 무관한 사람이 위와 같이 뒤집혀진 상태에 있던 이 사건 공고문을 게시판으로부터 꺼내어 그 내용을 확인하거나, 그 내용을 다른 상가 이용자 등도 알 수 있도록 위 공고문을 다시 뒤집어 당초와 같이 게시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4)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이 사건 공고문을 뒤집어 놓아 사람들로 하여금 위 공고문의 내용을 사실상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도 문서의 효용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입건전조사보고서(범행 CCTV 영상 확인)의 기재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3. 7. 29. 10:37경 및 같은 날 12:11경 이 사건 공고문 중 각 2장씩을 차례로 뒤집어 놓았고, 피해자 측의 구성원인 E이 같은 날 21:56경 및 22:01경 위와 같이 뒤집혀진 공고문의 상태를 확인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E에 의하여 이 사건 공고문의 상태가 발견되기 전까지 위 공고문을 뒤집어 놓음으로써 일시적으로 문서의 효용을 침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366조에 규정된 기타의 방법에 의한 문서의 효용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나. 정당행위 해당 여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① 이 사건 공고문의 제목은 '우리 아파트와 상가의 하자소송 방해 모함꾼! 도끼로 우리 아파트와 상가의 공용부를 조폭장소로 만드는 F호 G부동산 H 공인중개사 건'(H은 피고인의 배우자이다)으로, 그 내용에는 '4년 넘게 정신병자적으로 미쳐 방해 모함하는 H의 도끼만행을 공지', 'G부동산안에 도끼를 숨겨놓고 사람을 살해하려는 방해모함꾼으로 위험하오니 G부동산 근처에도 가면 안된다'는 표현들이 포함되어 있다. ② 이 사건 공고문에는 H에 대해 '도끼를 숨겨놓고 사람을 살해하려는' 등의 확인되지 않거나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었고, H이 운영하는 부동산의 상호와 호수 및 당사자의 실명이 명기되었으며, H이 도끼를 들고 있는 장면이 촬영된 사진들까지 함께 게시되었다. 이 사건 공고문에 포함된 위와 같은 내용이나 표현 등은 H의 인격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를 저해함과 동시에 해당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영업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공고문에는 H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동기나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H은 이 사건 공고문에서 언급된 행위에 대해 특수협박죄로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고약4115호 등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위 약식명령문에는 '상가 공용부 하자소송 문제로 분쟁 중인 I이 명예를 훼손하는 플랭카드를 설치했다는 이유로' H이 I, E에게 특수협박 행위를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하자관련 소송의 진행 경과 등 상가 구성원들의 관심과 이해에 부합할 만한 사항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③ 이 사건 공고문은 서울 은평구 소재 B 아파트의 일부 상가들 옆에 설치된 이 사건 게시판에 부착되었다. 이 사건 게시판이 설치된 위치 등을 고려할 때, 위 아파트나 상가의 입주민 외에 해당 상가를 이용하거나 통행하는 다수의 일반인들도 이 사건 공고문의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④ 피해자 측은 위 상가 관리사무소의 양해를 구하거나 협의 없이 상가 건물 내에 이 사건 게시판을 설치하였고, 관리사무소 측의 철거 등 요청에 응하지 않은 상태에서위 게시판을 이용하여 공고문 등을 부착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위 상가의 하자관련소송을 둘러싼 상가 구성원들간 분쟁의 제반 경위나 태양 등에 비추어, 피해자 측이 피고인이나 H의 요청에 따라 스스로 이 사건 공고문의 게시를 중단하거나 그 내용을 정정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인이나 H으로 하여금 관련 민 · 형사소송 등을 제기한 후 해당 소송에서 판결 등이 확정될 때까지 이 사건 공고문의 게시를 수인하도록 하는 것은 위 공고문의 내용 등에 비추어 가혹한 측면이 있다. 한편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게시판에 부착된 공고문을 훼손하거나 은닉하는 대신 위 공고문을 일시 뒤집어 놓는 방법으로 공고문의 내용이 다수의 일반인 등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공고문의 효용을 저해한 방법이나 기간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가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일탈하여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4.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4. 결론
문서은닉죄나 정당행위 해당 여부는 사실관계의 세부적인 차이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당사자가 혼자 법적 판단을 내리고 대응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문서은닉죄의 성립 요건과 정당행위 인정 기준을 정확히 분석하여, 의뢰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를 발굴하고 최적의 방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형사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