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기초사실]
피고인은 2016. 12. 14.경부터 2017. 2. 22.경까지 사이에는 부산 수영구 B에 있는 '수영구 C주택조합설립 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원회'라 한다)의 이사로, 2017. 2.22.경부터 2017. 8. 25.경까지 사이에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으로 각각 근무하며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사무를 총괄하던 사람이다.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는 2016. 12. 27.경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이 사건 추진위원회들의 각종 사무처리 업무를 대행하던 회사이고, 주식회사 E은 D의 대표인 F가 실제 운영하며, 2016. 12. 14. C 추진위원회와 토지용역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이 사건 추진위원회를 위해 토지용역 업무를 하던 회사이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6. 6.경 불상의 장소에서 위 F에게 "내가 경찰 출신이고 부산 남구 G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도 해봤다. 활동비로 매월 200만 원을 지급해주면 당신이 부산에서 추진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도와주겠다."라는 취지의 제안을 하고, 위 F가 이를 승낙하여 그 무렵부터 위 F로부터 매월 200만 원을 활동비 등 명목으로 지급받기로 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2016. 11. ~ 12.경 부산 수영구 B에 있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 사무실등에서 위 F로부터 "내가 부산 수영구 B 일대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하려 하는데, 당신이 구심점이 되어 지역주택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후, 업무대행사로 D을 선정해주면 그 대가로 기존의 활동비를 계속 지급해주겠다.", "토지용역업무도 다른 회사가 하느니 내 회사가 하는게 빠르겠다. 나 대신 당신 배우자 명의로 주식회사 E을 설립한 후 토지용역 업무대행업체로 선정해주면 그 대가로 기존의 활동비를 계속 지급해주고, 주식회사 E 명의로 발급된 법인카드를 당신에게 교부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아 승낙하고, 계속하여 2017. 2.경 불상의 장소에서 위 F로부터 "C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이던 H이 그만둔다고 한다. 내가 믿을 사람이 없으니, 당신이 추진위원장을 맡아서 원활한 협조를 해주면 기존에 약속한 활동비를 계속 지급해주겠다."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아 승낙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위와 같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2016. 11. 28.경 위 F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I조합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2,000,000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그때부터 2017. 9. 29.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29회에 걸쳐 같은 방법 등으로 합계 135,000,000원을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357조 제1항의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업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음을 요건으로 하므로,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하는 사람과 취득하는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지 않는 한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을 의미한다(대법원 1982. 9. 28. 선고 82도1656 판결, 대법원 2011. 4.14. 선고 2010도8743 판결 등 참조). 이는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지는 않으나 그 청탁의 내용은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한 임무행위에 관한 것임을 요하며 만연히 임무와 관련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배임수재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도2472 판결 등 참조). 또한 배임수재죄는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야 그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바, 타인의 사무처리자 지위를 취득하기 전에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 배임수재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991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2878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형법 제357조 제1항의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서 그 임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았음을 전제하는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 기재 금원의 성격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서 F로부터 명시적 · 묵시적으로 그 임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수수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공소사실 첫머리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2016. 6.경 F로부터 매월 활동비 명목의 금원을 수수하기로 약정한 시기나 F의 부탁으로 2016. 11. 23. 피고인의 배우자를 대표자 사내이사로 하는 주식회사 E을 설립하고 피고인이 감사로 등기한 시기는 피고인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때로서 그 당시 피고인은 배임수재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2) 2016. 11.~12.경 기존의 활동비를 계속 수수하기로 약정한 시기 역시 피고인이 애초에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때이거나 추진위원회 이사로서 추진위원의 지위에서 추진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단순 사무를 수행하거나 위원장을 보조하는 지위에 있었을 때이다.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업무대행사 선정 업무나 용역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즉,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당시 대표자인 위원장 1명, 추진위원 3명, 감사1명으로 임원 이사회를 구성하는데, 토지매입, 조합원모집, 업무대행에 관한 계약 체결은 위원장이 이사회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결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수사기록 제2권121면, 창립총회 의사록). 실제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2016. 12. 14. 자 토지용역 업무대행계약과 2016. 12. 27. 자 추진위원회 업무대행계약은 모두 당시 추진위원장 H이 결정 · 체결한 것일 뿐, 달리 2016. 11.~12.경 공소사실 기재 부정한 청탁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업무대행사를 선정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이 처리하는 그 임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이 추진위원으로서 이사회 결의에서 업무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것에 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하다. 달리 피고인이 2016. 11.~12.경 F로부터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업무대행사 등 선정 업무나 계약 체결 여부에 관하여 다른 임원들에 대해서나 이사회 결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거나 장래에 추진위원장으로 피고인이 취임할 것을 예상 · 기대하고 F가 피고인에게 미리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다.
3) 2017. 2.경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명시적 ·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러한 청탁이 있었더라도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 일반적으로 지역주택조합사업에서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한 업무대행사로서는 계약당사자 지위를 계속 유지하면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하여 추진위원회와의 원만한 관계 및 긴밀한 업무협조를 필요로 하는바, 토지매입 용역업체 및 업무대행사 선정 이후 피고인이 F로부터 공소사실과 같은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생길 수 있으나 이는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에 불과하다. 즉, F는 피고인을 횡령 등으로 고소하면서 'D의 업무 수행을 위한 활동비와 월급 명목의 금원을 매월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실제로 피고인은 2016. 6.경부터 2019. 10.경까지 D의 비등기 임원직에서 현장 총괄, 직원관리, 민원관리, 관공서등 대관업무 등 D의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추진 시 업무대행사가 주도하여 추진위원회를 설립하는 관행에 따라 D의 임원 자격에서 F의 조합사업을 지원하던 피고인이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채 종전의 D 활동비를 계속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2016년경부터 F에게 지역주택사업 성공에 따른 수익금 분배를 요청한 사정을 보태어 볼 때, 피고인이 2017. 2. 22. 추진위원장으로 취임한 무렵 F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추진위원장 지위에서 새로운 성격의 금원을 받기 시작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b) 피고인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진행한 일이 없다는 데 피고인과 F의 진술이 일치한다(수사기록 제2권 102면, 134면). 즉, 피고인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기 이전에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업무대행사 및 토지매입 용역업체 선정과 관련하여 ① 2016. 12. 30.~2017. 1. 10. 주식회사 E에 대한 토지매입 용역계약 관련 계약금 합계 3억 원 지급, ② 2017. 1. 13. 조합사무실 보증금 1천만 원 지급, ③ 2017. 1. 13. 설계비 7,500만 원 지급, ④ 2017. 1. 18.~2017. 1. 23. 홍보관 보증금 6,500만 원 지급 업무를 완료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94면), 피고인이 이 사건 추진위원장으로 선임된 2017. 2. 22.부터 위원장에서 사임한 2017. 8. 25.까지 사이에는 토지매입 용역 관련 비용 지급(수사기록 제1권 147면~167면) 업무 정도만이 확인될 뿐, 그 외 F에게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피고인의 협조가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인 현안이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F의 부정한 청탁에 따라 D이나 주식회사 E 등에 업무상 편의를 제공하였을 법한 뚜렷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
(c) F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H의 사임으로 공석이 발생할 위험이 생기자 J의 임원으로 활동하던 경찰 출신의 피고인에게 추진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하면서 막연히 이 사건 토지매입 용역계약 및 업무대행 계약이 약정한 대로 이행되도록 협조해 달라는 묵시적인 부탁을 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처럼 공소사실 기재 2017. 2.경 청탁의 내용은 기존에 적법하게 체결된 계약상 권리관계를 유지시켜 달라는 취지로 선해할 여지가 있어 그 자체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대법원 1991. 8. 27. 선고 91도61 판결 등 참조), 추진위원인 피고인에게 장차 추진위원장이 되어 달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d) 피고인은 2017. 2. 22.경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기 전인 2016. 6.경부터 D의 '부회장' 직함을 사용하며 F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활동비 명목의 돈을 지급받고 있었다. 또한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에서 사임한 2017. 8. 25.경 이후에도 F로부터 활동비 명목의 금원 등을 지급받기도 하였다(수사기록 제1권 196면). 결국, 피고인이 F로부터 수령한 금원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 임원의 신분을 보유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그 본질적 성격이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부정한 청탁과 관계없이 D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서 수수한 직무활동비 · 업무추진비 또는 급여 명목의 금원으로 볼 여지가 크다.
(e)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2, 3, 5, 6, 7번 기재와 같이 2017. 2. 17. 1천만 원,2017. 2. 28. 4천만 원, 2017. 3. 16. 500만 원, 2017. 3. 16. 1천만 원. 2017. 5. 24.1,800만 원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이사비용(보증금과 잔금 등)으로 받은 것이라고 진술한 반면, 고소인 F는 G 토지가계약금 명목으로 이체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그 수수경위를 명확하게 단정하기 어렵다.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27번 기재 2017. 8. 30.1,500만 원은 F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에서 사임한 이후 밀린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위와 같은 금원의 존재만으로 공소사실과 같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또한 피고인이 추진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인 2017. 5. 29. D의 감사로 등기한 후 2018. 5. 사임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법인 차량을 이용하기 위한 방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일 뿐, 부정한 청탁에 의한 것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