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1.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2.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각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공동피고인 B이 피고인 모르게 사무실에 놓고 간 500만원을 즉시 돌려주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가 약 10개월 뒤에서야 반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피고인으로서는 부정한 청탁을 받으면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그것이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하는 배임수증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⑵ 양형과중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벌금 500만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
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스포츠센터입찰과 관련하여 거래 상대방격인 이 사건 오피스텔의 관리인 I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생각으로 사실상 그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공동피고인 A에게 500만원을 주려고 하다가 그를 만나지 못하여 별다른 설명 없이 사무실에 돈을 놓고 오는 방법으로 주었던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특별한 청탁을 전제로 한 증재가 아니라 일종의 호의에 기한 선물(증여)로 이루어진 것이었고, 실제로 돈을 주면서 공동피고인 A의 임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부탁도 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그것이 형법 제357조가 정하는 재물의 공여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⑵ 양형과중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벌금 200만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들의 지위
피고인 A은 2018. 6.경부터 천안시 서북구 C에 있는 D 오피스텔(이하 ‘이 사건 오피스텔’이라 한다)」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설 및 입주자 관리 등 업무 전반을 담당하였던 사람으로서, 2018. 10.경 오피스텔 관리단은 주민공동시설인 스포츠센터 위탁운영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피고인 B은 스포츠센터 위탁운영 업체인 주식회사 E(이하 ‘E’라 한다)의 직원이다.
나. 피고인들의 배임수재 및 배임증재
피고인 A은 2018. 10.경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내에서 피고인 B으로부터 “스포츠센터 입찰공고문을 낼 때 E에 유리하도록 조건을 해 주고, 외부인을 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현금 500만원을 교부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 A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하였고, 피고인 B은 피고인 A의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재물을 공여하였다.
3.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⑴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이 피고인 B으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500만원을 교부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서 피고인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들 지위는 공소사실과 같고, 피고인 A은 이 사건 오피스텔의 스포츠센터 위탁운영업체 선정 관련 입찰공고 및 진행 등 사무를 담당하였다.
②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스포츠센터 입찰을 받게 도와주고, 외부인을 받아 운영할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도로 돈을 준 것은 맞다. 아파트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피고인 A으로부터 정보를 얻었고, 그런 면에서 관리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오피스텔에서 외부인 허용될 수 있다. 피고인 A이 스포츠센터에 외부인들이 출입하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함으로써,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청탁 사실을 추단할 수 있는 사정을 인정한 바 있다. 증인 F의 원심 법정과 관련사건에서 진술내용이 피고인 B의 위 검찰 진술과 대체로 부합하므로 신빙성이 있다. 이에 의하면 피고인 A으로서도 피고인 B의 목적을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③ 피고인 A은 스포츠센터 운영 문제로 F, 피고인 B 등과 분쟁이 생긴 2019. 8.경에 이르러 피고인 B에게 500만원을 돌려 준 적이 있는데, 피고인 A이 E가 스포츠센터 위탁업체로 선정되어 외부인 회원 유치 영업을 하는 동안에는 돈을 돌려주지 아니한 이유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주장도 없다.
⑵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①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② 증인 F의 법정진술, ③ 피고인들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대질), ④ G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⑤ 수사보고(피의자 A H계좌거래내역 편철)』를 근거로 한 것이다.
나. 당심의 판단
⑴ 당심이 인정하는 기초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비롯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이 사건 오피스텔은 2018년에 건축된 지하 4층 지상 49층짜리 8개동 2,050세대의 주거용 건물과 부속건물로 이루어진 공동주택으로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다.
이 사건이 벌어진 2018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간 동안 위 오피스텔의 관리는 「D오피스텔 관리단대표회의(이하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이라 한다)」라는 기구(機構)가 담당하였고, 그 회장 I가 위 관리단을 대표하였다.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은 집합건물법상의 관리위원회라기보다는 공동주택관리법(이하 ‘공동주택법’이라 한다) 제14조 등이 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준하는 기구인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오피스텔의 신축・분양사업 시행자는 오피스텔 공사를 마치고 입주가 시작되기 직전 무렵 「L 주식회사(이하 ‘L’라고만 한다)」라는 주택관리업체를 위탁관리업체로 선정하여 시설 및 입주자 관리 업무 등을 맡겼다.
L는 입주가 시작된 2018. 7. 5.경부터 자신의 직원인 피고인 A을 관리소장으로 임명하여 그 시설 및 입주자 관리 업무 전반을 처리하게 하였다(부임일자는 2018. 6. 25.이다. 또한, 당연히 피고인 A 휘하에 L 소속의 전기기사와 경리담당 직원 등의 인력이 배속되어 이 사건 오피스텔 내에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도록 조치되었다).
㈐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은 2018. 10. 즈음 이 사건 오피스텔에 주민공동시설인 ‘스포츠센터’를 설치하기로 하고 그것을 맡아서 운영할 위탁운영업체 선정을 준비하게 되었다. 관리단 내지 I 측에서는 위탁운영업체가 일정한 비용을 투자하여 운동기구 등의 설비 등을 추가로 갖춘 상태에서 입주민들에게 염가(廉價)로 운동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인물이 피고인 B이다. 즉, 위 스포츠센터와 같은 시설의 위탁운영을 주업으로 하는 수탁업체인 E 이사 직함을 가지고 있었던 피고인 B은 2018. 10. 초순경 자신의 지인(知人)인 입주관리업자 J(그가 바로 이 사건 오피스텔의 입주관리를 하였던 사람이다)를 통해 위 I를 소개받아 만나게 되었다. 당시 I는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의 대표자 자격으로, 수탁운영자 자체 부담으로 스포츠센터 운영할 사람(회사)을 물색하던 중이었다.
피고인 B은 I와 E가 위 스포츠센터 운영권을 확보할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이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이고, 그것을 위해 어떠한 형태로 얼마의 투자를 하여야 할 것인지, 향후 투자비용회수를 포함한 운영이익 확보방안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협의한 다음 진행경과 등을 E(X)에게 알려주었다. 그 과정에서 X과 I도 피고인 B을 매개로 자리를 함께 하여 스포츠센터 위탁운영에 관한 협의를 진행한 다음 최종적인 투자 결정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 내지 I는 2019. 3. 스포츠센터와 아동보육시설 운영개시를 목표로 사업추진을 시작하여 2018. 12. 8.에 개최된 관리단 정기회의에서 정식으로 위 안건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여기에서 그동안 I와 피고인 B이 논의를 진행하여 온 내용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결되었다.
별도의 행정업무 처리조직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관리단을 위하여 평소 피고인 A이 거느리고 있는 관리사무소 조직이 실무적인 일처리를 하여왔던바, 위와 같은 스포츠센터의 설치・개소와 관련된 일체의 실무 업무 역시나 피고인 A 내지 그 휘하의 직원들이 담당하게 되었다. 즉, 피고인 A은 우선 이 사건 오피스텔 스포츠센터 위탁운영에 관한 입찰공고문 초안을 작성하였다. 피고인 A의 주장으로는 당시 자신은 국토교통부 고시 및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올려 있는 입찰공고문들을 참고하여 위 초안을 작성하였다고 한다.
㈓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I)은 2019. 1. 12. 정기회의에서 위 초안에 대한 검토를 완료하고 2019. 1. 22.자로 주민공동시설, 운동시설의 위탁운영업체 선정공고를 단지내 게시판 및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게시판에 게시하여 공고하였다. 이후 진행된 업체 설명회(PT) 등의 과정을 거쳐 2019. 2. 23.경 E가 우선 협상 업체로 지정됨으로써 사실상 최종적인 위탁운영업체로 결정(낙찰)되었다.
E측은 시설투자 등을 거친 다음 2019. 3. 14. 간판 및 현수막 등을 설치하고 개소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는 외부인도 스포츠센터 회원으로 받는다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위 관리단과 E는 2019. 3. 16.자로 위탁운영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여기에는 외부인을 받아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아니하였고, 관리사무소 측에서 회원관리용 카드단말기를 설치할 수 없으므로, E가 회원가입과 관리 등을 책임지는 것으로 처리되었다. 스포츠센터는 2019. 4. 8. 개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바로 그 무렵 즉 2019. 5.경부터 외부인이 스포츠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지 또는 E측에서 입주민이 아닌 외부인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입주민의 동의나 관할 행정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놓고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 그 대표자라는 I, 다른 관리위원, 피고인 B 내지 E 사이에서 다툼(분쟁)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종내에는 I와 피고인 B이 반목하고 대립하는 양상으로 상황이 발전하였다.
㈔ 한편, 분양 후 입주가 시작되었을 무렵부터 이 사건 오피스텔의 관리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여 온 L의 수탁기간이 2019. 4. 말경에 만료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바, L 내지 피고인 A으로서는 2019. 4. 중에 관리업무 위탁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과 L는 공개입찰을 거치지 않고 2019. 5. 1.자로 계약기간을 2019. 5. 1.부터 2022. 4. 30.까지 3년으로 하는 「건물시설관리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 이러한 각 위탁운영계약 체결의 문제와 별도로 또는 병행하여 피고인들 사이에서 금전을 수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즉, 피고인 B은 2018. 10.경 피고인 A이 근무하는 관리사무소를 방문하였고, 피고인 A이 피고인 B에 줄 커피를 타러 자리를 비운 사이 서류 뭉치 속에 현금 500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놓고 나왔다고 한다.
피고인 A은 이렇게 받은 돈을 가지고 있다가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 내지 I와 피고인 B의 반목과 대립이 회복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E가 스포츠센터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한 2019. 8. 7. 경 피고인 B에게 반환하였다.
㈓ 그런데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관리위원회) 내에서 특히 외부인의 스포츠센터 이용 문제와 관련하여 위 I와는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관리위원 G이 우연한 기회에 위와 같은 금원의 반환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는 2019. 12. 16. 피고인들을 배임수증재죄로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고발하였다.
검사는 그 3일 뒤인 2019. 12. 19. 사건을 천안서북경찰서에 보내 수사를 하게 하였는데, 담당경찰관은 2020. 9. 29. “피고인들이 500만원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만한 증거자료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였다. 그러나 검사는 2020. 10. 16. 피고인 두 사람을 불러 한 차례 대질조사를 진행한 다음 2020. 10. 29.자로 본건 공소를 제기하였다.
⑵ 관련법리
㈎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고(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2132 판결 등 참조),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1686 판결 등 참조).
㈏ 형법이 규정하는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임무에 관하여’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탁받은 사무를 말하는 것이지만 그 위탁관계로 인한 본래의 사무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도 포함되며(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7도3096 판결, 2004. 2. 13. 선고 2003도2450 판결, 2000. 3. 14. 선고 99도5195 판결, 1982. 2. 9. 선고 80도2130 판결), 나아가 고유의 권한으로서 그 처리를 하는 자에 한하지 아니하고 보조기관으로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그 처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포함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도6634 판결, 2004. 12. 10. 선고 2003도1435 판결, 2002. 9. 27. 선고 2002도3074 판결 등 참조).
㈐ 그러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더라도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아야 성립하는바, 설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 임무와 관계없이 받은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배임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환언컨대, 형법 제357조 제1항이 정하는 배임수증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야 그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신분을 가지지 아니한 자는 신분 있는 자의 범행에 가공한 경우에 한하여 그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도663 판결 등 참조).
⑶ 구체적인 판단 – 임무에 관한 청탁의 존부에 대한 판단
㈎ 기본적으로, 피고인 B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스포츠센터 입찰을 받게 도와주고, 외부인을 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도로 돈을 준 것은 맞다. 아파트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피고인 A으로부터 정보를 얻었고, 그런 면에서 관리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오피스텔에서 외부인 허용될 수 있다. 피고인 A이 스포츠센터에 외부인들이 출입하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함으로써,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청탁 사실을 추단할 수 있는 사정을 인정한 것은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다. 위와 같은 상황하에서 피고인들이 500만원의 현금을 주고받은 사실도 분명하다.
㈏ 문제는 이러한 금원 수수와 청탁이 피고인 A의 임무와 관련된 것인지에 있다. 피고인들은 그러한 금원의 수수가 통상적이거나 자연스럽지 못하고 무언가 범죄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는 점 자체는 다투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피고인 A의 임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들이 배임수재 및 배임증재의 범행을 저지른 경우로 평가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피고인 B의 원심 증언(이 사건 공판기록 제182쪽의 증인신문녹취서 3/37 참조)이 바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보통 제가 영업할 때 소장님 정도 되면 그 정도 금액은 주고 일을 합니다. 사실 저도 일하면서 제가 뭐를 부정 청탁한 것은 없어요. 그리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실질적으로 소장님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관리인이라는 사람이 입주자대표의 회장 격인데, 그 사람한테 로비를 2,000만원 정도 했다고 제가 그 사람을 사기죄로 고소한 적이 있어요, 배임 그걸로. 그런데 거기는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왜 소장님이랑 저랑 이렇게 엮여야 되는지. 저는 전과가 많으니까 그렇다 치고, 제가 영업을 과하게 한 것은 맞는데 이게 왜 이렇게까지 왔는지 저는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내가 이걸 모두 권한을 가지고 있는 관리인이라는 사람한테 로비를 하고, 이걸 하기 위해서 했다고 내가 고소를 했어요. 제가 직접 고소한 것은 아니고, 위탁받은 업체에서 F이라는 대표가. 그런데 그것은 검찰에서 무혐의로 처분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업만 하는 사람인데 왜 이걸 가지고… 소장님이랑 저랑 실질적으로 득을 본 게 없는데 처벌을 받아야 되는지 저는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피고인 B은 “관리인 I의 경우에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스포츠센터에 관한 운영위탁 등에 관한 업무처리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관리소장인 피고인 A은 그러한 업무의 처리에 관한 임무를 부담하고 있거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정작 검찰은 관리인은 무혐의 처리하고, 피고인 A을 기소하는 부당한 처리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말을 위와 같이 풀어서 진술(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피고인 B은 위 증언 당시 “저는 그냥 줍니다. 제 영업방식이에요.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업체에서 돈을 받아서 영업비로 쓰는 것을. 저는… 그러니까 그중의 일부분을 주었겠지요. 실질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격인 관리인한테도 술이랑 접대를 했고, 제 나름대로 다 나누어서 썼어요. 회사별로 영업비로 책정되어 있는 비용이 있을 것 아닙니까. 소장님 같은 경우는 그런 접대를 받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현금으로 거기다가 두고 왔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하였고(이 사건 공판기록 제183쪽의 증인신문녹취서 4/37 참조), “그냥 친하니까 준거예요. I랑 내가 친하다고 그랬고, I도 접대하는데 여기는 접대를 안 받았으니까 그냥 현금으로 제가 준 거예요. 영업비는 책정되어 있어서 써야 되고. 묵시적으로 그런 것은 있겠지요. 괜히 다른 업체에다가 하지 말고, 우리는 정상적으로 하지만 이 정도 돈도 주니까, 내가 무리한 부탁도 한 것 없으니까 깨끗한 돈이니 받아라. 이런 개념도 있을 거예요. 제 영업방식이 그러니까요, 제 직업이 또 그렇고요. 이해는 못하실 거예요”라는 말도 하였던 적이 있다(이 사건 공판기록 제183~184쪽의 증인신문녹취서 4/37~5/37 참조). 이 역시나 위와 같은 취지로서 그러한 금원수수가 통상적이거나 자연스럽지 못하고 무언가 범죄의 냄새를 풍기고 있으며 스포츠센터 운영권을 받는 것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피고인 A이 스포츠센터 운영과 관련하여 어떠한 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관할권을 가진 임무에 속한 일에 관하여 모종의 부탁을 받는 상황이 아니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스포츠센터의 운영에 관하여 피고인 A이 원칙적으로 아무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아니함에도 피고인 B 입장에서 부정한 금전수수로 의심받기 좋은 돈을 주어야 하였던 연유는 다음과 같은 변호인과의 문답(이 사건 공판기록 제192쪽의 증인신문녹취서 13/37 참조)을 통하여 한층 분명하게 드러난다.
피고인 B의 입장에서 관리소장의 ‘임무’에 관하여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다음과 같은 변호인과의 문답(이 사건 공판기록 제194쪽의 증인신문녹취서 15/37 참조)을 통하여 재삼 정리된다. 즉, 이러한 말들을 통하여 돈을 준 피고인 B이 도대체 어떤 생
각으로 500만원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을 명시적인 반대급부도 밝히지 않고 건넸던 것인지는 분명히 드러났다고 할 것이다. 물론, 그 말이 타당한 것인지 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다시 말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배임수증재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닌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 여기에서 피고인 B이 하는 말은, 『피고인 A은 이 사건 오피스텔 일반관리에 관한 위탁관리업체 소속의 직원(관리소장)이므로 오피스텔 자체 및 그것과 필수적으로 연관된 제반 시설(예컨대 주차시설 등)에 대하여만 권한을 가지고 있고 임무를 지고 있을 뿐 그 위탁관리계약이 대상으로 하지 않은 스포츠센터와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고, 의무(임무)를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러한 스포츠센터와 관련하여서는 관리인으로 칭해지고 있던 I 혹은 그가 대표자로 있는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이 전적으로 권리를 가지고 의무를 진다는 것이 피고인 B이 주장하는 말의 전제인 것이고, 피고인 A의 주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여기에 이 사건의 쟁점이 전부 응축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편, 이러한 진술 내지 주장의 타당성은 집합건물법이나 공동주택법의 해석·적용의 문제이거나 피고인 A이 이 사건 오피스텔과 관련을 맺은 근거가 되는 「건물시설관리업무 용역계약」 본래의 사무 혹은 그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떠한 것들까지라고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법리해석을 통하여 판가름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할 것이다.
이에 살피건대, 이 사건 오피스텔의 준거법인 집합건물법 제2조의2는 “집합주택의 관리 방법과 기준,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주택법 및 공동주택법의 특별한 규정은 이 법에 저촉되어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공동주택법에서는 주택관리업자에 대한 위탁관리 방식으로 건물의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는바(공동주택법 제5조 이하), 이 사건 오피스텔의 경우도 바로 이러한 방식을 따르고 있음은 앞서 본 바(이 판결이유 제6쪽 참조)와 같다.
즉, 이 사건 오피스텔이 신축되어 입주가 시작되었을 2018. 7.경에는 사업시행자에 의하여, 그리고 그 계약기간이 종료된 2019. 5.경에는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에 의하여 선정된 공동주택법 소정 주택관리업자가 바로 L이고, 그 회사에 채용되어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장으로 임명된 피고인 A이 그 위탁관리계약인 위 「건물시설관리용역계약」 제3조가 정하고 있는 관리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위 관리업무 용역계약에서 L 내지 그의 직원이자 이 사건 오피스텔의 관리소장인 피고인 A이 관리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목적물로 정한 것은 아래와 같이 이 사건 오피스텔의 방실 각각과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과 같은 공용시설 자체임이 명백하다. 여기에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스포츠센터나 보육시설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것이다. 이러한 시설은 위탁관리업체인 L가 아닌 별도의 사업자에게 위탁하여 운영하기로 되어 있을 뿐이다.
원래부터 L는 이 사건 오피스텔과 같은 시설의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공동주택법 소정의 주택관리업자일 뿐 스포츠센터와 같은 체육시설의 설치・운영을 하는 사업자도 아니다. 따라서 그 직원으로서 일반적인 주택관리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 즉 공동주택법 제52조 등이 정한 주택관리사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피고인 A 역시나 이 사건 오피스텔 자체의 유지・관리에 관한 업무를 처리할 권한을 가지고 의무를 부담하고 있을 뿐 새로이 설치되는 스포츠센터와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권한도 없고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오피스텔의 부속시설로 스포츠센터를 설치할 것인지, 설치한다면 그 설치하는 센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에 관한 일체의 권한은 전적으로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 또는 그의 대표자임을 자임(自任)하고 있던 위 I에게 귀속되어 있다고 할 것이고, 본건에서의 일련의 업무처리 역시나 이를 전제로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I 내지 관리단이 피고인 A 내지 그가 데리고 일하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서 절차의 실행에 관한 조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업무조직 내지 실행조직을 갖추고 있지 못한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이 자체적으로 입찰공고문 작성・게시와 같은 사실행위를 하는 것이 여의치 못한 상황인데 마침 사실상의 지휘・감독을 받는 피고인 A 내지 그의 휘하에 있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시켜서 일처리를 한 것이라고 보아야 마땅하다.
법률상으로만 따진다면야 대표적 공동주택인 전국 각지의 아파트들에 구성되어 있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거기에서 위탁을 받아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위탁관리회사의 조직인 관리사무소는 전혀 별개의 조직이다. 관리소장이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입주자대표회의의 하부 실행기관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전국 거의 모든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입주자대표회의의 수족과 같이 일처리를 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자 관행이기도 하거니와 그 당시 재계약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있었던 L 내지 피고인 A의 입장에서 법적으로 그와 같은 조력을 할 의무가 있다거니 없다거니 하면서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 내지 그 대표자로서 ‘관리인’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사용하기까지 하고 있던 I의 요구・지시를 거부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할 것이다.
앞서 인정사실에서 살펴 본 바(이 판결이유 제8~9쪽 참조)와 같이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은 2018. 12. 8. 개최된 관리단 정기회의에서 스포츠센터를 위탁운영방식으로 설치・운영하기로 결의하고 피고인 A으로 하여금 우선 입찰공고문 초안을 작성하게 한 다음 2019. 1. 12.자 정기회의에서 그 공고문 초안에 대한 검토와 승인을 거쳐서 입찰 공고를 하였다. 이는 피고인 A의 초안 작성 행위는 사실행위로서의 공고문 작성일 뿐 법률적으로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여야 한다.
㈐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하여 조사기관(경찰)도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인 B에 대한 2020. 4. 24.자 경찰조사 당시 작성된 진술조서(이 사건 증거기록 제60~69쪽)를 보면, 조사자는 “당시 피고인 A이 스포츠센터 입찰·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나요”라고 질문하고 있다. 이에 대한 피고인 B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이 사건 증거기록 제65~66쪽).
의결권은 없으나, 안되게는 할 수 있죠. 공식적으로는 어떤 권한이 없을 수는 있어도, 비공식적으로 영향력은 있어요. 사실상 입찰공고문도 A이 의견을 낸 대로 저희에게 유리하게 진행이 됐고, 계약서도 A이 작성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A이 관리업을 15년 이상 했는데, 의견을 제시하면 거의 그대로 해주죠. 그게 관례잖아요. 그리고 A이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면 돈을 줄 이유가 없잖아요.
여기에서 말하는 ‘의결권’은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을 구성하는 관리위원들이 가지는 의결권을 가리키는 것이니, 위 진술은 그 자체로 『스포츠센터의 입찰·운영과 관련한 일체의 의사결정 권한은 이 사건 오피스텔 관리단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스포츠센터의 입찰・운영 사무는 피고인 A 또는 L에 의하여 설치된 관리사무소의 관장사항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진술에서 피고인 B이 말하는 ‘영향력’이라는 것은, 피고인 A이 이 사건 오피스텔과 같은 공동주택 내지 집합건물 및 그 부속시설의 위탁관리 등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에 입각하여 평소 빈번하게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I에게 미칠 수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 다시 말하여 ‘조언자로서의 영향력’을 의미할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 이러한 청탁과 금원의 수수에 관한 고발인 G은 경찰관의 “피고인 A이 스포츠센터 입찰관련 E측에 유리한 조건을 포함시킨 사실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이 사건 증거기록 제186쪽). 입찰공고의 내용이나 스포츠센터 위탁운영계약서 등 자료를 자신이 보기에도 피고인 A이 피고인 B이나 E를 위하여 무언가 조치를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 G은, 아래와 같은 진술(이 사건 증거기록 제186~187쪽)로, 이 사건 스포츠센터와 관련하여 피고인 B 내지 E측과 모종의 불미스런 거래를 한 당사자가 피고인 A이 아니라 I라는 점, 그러한 과정에서 임무에 무언가 관련을 가지고 있는 인물 역시나 피고인 A이 아니라 I라는 점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지목하고 있기도 하다.
스포츠 센터 계약을 한 이후 I가 저에게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외부인이 있어야 스포츠 센터를 운영을 할 수 있는데 관리위원도 있으니 자기 혼자는 결정을 못한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외부인을 못 받고 계약은 외부인을 받지 않는 것으로 체결하고 한 달 뒤부터 관리위원들을 설득해 외부인을 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하겠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계약을 체결한 이후 B이 센터에 외부인을 받아 운영을 다음에 I에게 물어봤더니 “신경 쓰지 말라. 다 묵시적으로 동의한 거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I가 외부인 문제와 관련해서 관리위원을 설득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자기 입장이 곤란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럼 입주민에게 혜택을 주고, 외부인 수를 줄여서 운영을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자”며 I에게 대안을 논의할 자리를 마련하자고 했는데 I가 그걸 안하고 돌연 B 등을 고소한 거예요. I는 자기가 외부인을 받아 운영하는 것에 대해 묵인을 해놓고 관리위원 설득이 안되니 고소를 한거죠. 그러면서 자기가 함정에 빠졌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거예요
요컨대, 위와 같은 고발인 G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B이 I에게 베풀었다는 향응이 관련을 가질 I의 임무는 몰라도 이 사건 피고인들 사이에서 500만원을 주고받으며 부정한 청탁을 할 대상인 피고인 A의 임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아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 원래부터 법 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금지되지 않지만, 원칙적으로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원칙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형법 제357조 소정 배임수증재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그 임무에 관하여’를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도 다를 것이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그 임무에 관하여’와 관련이 있는 부분은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스포츠센터 입찰공고문을 낼 때 E에 유리하도록 조건을 해 주고, 외부인을 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라고 청탁을 하였다』라는 부분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A이 스포츠센터의 입찰공고 조건 설정에 관여할 하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외부인을 받는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더더구나 아무것도 관여할 수 없는 형편이었으니, 결국 본건에서 위 구성요건 사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없다.
㈓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다.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점을 근거로 한 항소논지는 이유 있다.
4. 피고인 B에 대한 공동피고인을 위한 파기이유
가. 항소이유서 미제출의 점과 관련하여
⑴ 피고인 B의 원심 변호인(국선)은 원심 판결이 선고되고 5일이 지난 2022. 7. 12.자로 원심에 항소장을 제출하였으나, 여기에는 항소이유는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이후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소정의 기간이 경과하도록 피고인 B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바 없다(심지어 피고인 B은 당심 법정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⑵ 다만, 이러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을 준용하여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방어권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고(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도881 판결, 2010. 6. 10. 선고 2010도4629 판결 등 참조), 특히나 제1심에서 피고인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공판이 진행된 경우 항소법원은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함이 바람직한 바(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3도351 판결,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7099 판결 등 참조), 당원은 2023. 1. 16. 위 법조를 근거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였으며, 그 국선변호인은 선정통지 및 기록접수를 받고 정확히 20일이 되는 2023. 2. 7.자로 앞서 본 바(이 판결이유 제3쪽)와 같은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으므로 항소이유서 미제출의 흠결은 치유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직권 파기 사유의 존재
나아가 피고인을 위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 파기의 이유가 항소한 공동피고인에게 공통되는 때에는 그 공동피고인에게 대하여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64조의2).
앞서 본 바와 같은 공동피고인 A에 대한 파기사유는 결과적으로 형법 제357조 제2항에 따라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되어 항소심에 이른 피고인 B에 대하여도 공통되므로 원심판결의 피고인 B에 대한 부분 역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그리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은 위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에 의한 파기사유도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및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 다시 쓰는 판결 이유 ]
1. 이 사건 공소사실
위 제2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위 제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 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각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