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절차를 악용한 이른바 ‘소송사기’는 법원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하려는 범죄로, 최근 사회적으로 그 문제가 자주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효력을 잃은 공정증서를 이용하여 강제경매를 신청한 행위가 사기미수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소송사기란 법원을 속여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 결과를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빼앗는 행위를 말하며, 형법 제347조 및 미수범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352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25.12.23>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소송사기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주장하는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피고인이 그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증거로 법원을 속인다는 인식, 즉 기망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반면에 단순히 사실을 잘못 알고 있었거나 법률적인 판단을 잘못하여 실제로는 없는 권리를 있다고 믿은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는 법원이 일관되게 취하고 있는 해석 기준으로, 소송사기 판단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허위 주장이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한다
피고인이 스스로 범행을 인정한 경우가 아닌 한, 소송에서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피고인 본인이 그 주장이 명백히 거짓임을 알고 있었거나, 증거를 조작하려 한 흔적이 있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어야 유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소송사기를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 때문에 소송사기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인식 상태와 증거 조작 여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강제집행 신청과 실행의 착수
한편,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정증서의 원인 관계가 이미 소멸하였음에도 그 공정증서를 이용하여 강제집행을 신청하였다면, 이는 사기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허위의 집행 근거를 바탕으로 강제집행 절차 개시 신청을 한 시점에 사기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기망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3. 이 사건의 경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초등학교 동창의 소개로 알게 된 C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C이 이를 갚지 못하자 피해자가 C의 채무를 보증하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후 C은 피고인에게 위 대여금 전액을 변제하였고, 피고인 역시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후 피해자의 권유로 가상화폐에 6억 7,000만 원을 투자하였다가 전액 손해를 입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이미 효력을 잃은 위 공정증서를 코인 투자에 대한 담보로 유용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강제경매 신청 경위
피고인은 위 합의를 근거로 실효된 공정증서를 집행 근거로 삼아 피해자 소유의 아파트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고, 법원으로부터 경매개시결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에 맞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고, 민사법원은 공정증서상 채무가 이미 변제로 소멸하였고 공정증서를 담보로 유용하기로 한 합의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해자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형사법원은, 피고인이 민사소송에서 패소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공정증서의 효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법무사 사무실 직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도,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피해자의 주장을 전제로 법률관계를 문의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기망 인식의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코인 투자를 적극 권유한 사정, 해당 코인 투자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사기 혐의로 기소되어 별도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법원을 속인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기미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1.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2016년경 초등학교 동창 관계인 피해자 B으로부터 C을 소개받아 위 C에게 금전을 대여하였음에도 이를 변제하지 못하자, 2019. 6. 7.경 피해자에게 '위 C의 채무에 대한 보증을 위해 공정증서를 써달라'고 요구하여 '채권자(피고인)는 2019년 6월 7일 금일억원(₩100,000,000원)정을 채무자(피해자)에게 대여하고 채무자는 이를 차용한다'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20. 7. 30.경 C으로부터 대여금을 모두 변제받아 위 공정증서가 실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비상장 코인 투자 권유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실효된 위 공정증서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피해자 소유 부동산에 대한 강제 경매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로부터 1억 원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위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2023. 8. 11.경 통영시 용남면 동달안길 67에 있는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마치 위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에 근거한 대여금 채권이 존재하는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며 피해자 소유의 거제시 D건물 E호 아파트에 대하여 강제경매 신청을 하여 같은 달 14.경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F로 강매개시결정을 받아 이를 집행하려 하였으나, 2023. 11.14.경 피해자가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패소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2.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C으로부터 대여금을 모두 변제받은 이후 피해자로부터 권유를 받고 '코인' 투자를 하였는데, 당시 피해자와 위 투자금에 대한 반환 등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를 유용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 그런데 위 코인 투자는 사기 피해를 당한 것으로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투자금 전액(6억 7,000만 원)의 손해를 입게 되었는바, 피고인은 이 사건 공정증서가 위 손해배상채권 등의 집행권원으로 효력이 있다고 믿은 상태에서 이 사건 강제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법원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할 범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 취지의 기재가 있는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있어서 그 약속어음의 원인관계가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어음 공정증서 정본을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이를 근거로 하여 강제집행을 하였다면 사기죄를 구성하는바(대법원1992. 12. 22. 선고 92도2218 판결 참조), 허위의 집행권원을 근거로 강제집행절차의 개시신청을 하였다면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피고인이 소송상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한 흔적이 있는 등의 경우 외에는 이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소송사기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장하는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주장의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증명으로써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만 하고,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였다거나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존재한다고 믿는 등의 행위로는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도1227 판결 등 참조). 나. 피해자가 2023. 8. 24.경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 피고인을 상대방으로 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고(2023가단15744호), 위 법원은 2023. 11. 14. '이 사건 공정증서의 채무는 C의 변제로 소멸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이 사건 공정증서를 코인 투자에 대한 담보로 유용하기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며, 설령 그와 같은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기초가 되는 채무가 소멸하여 효력을 상실한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한 사실 및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인정된다. 다. 그러나 증거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주장이 민사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것이 명백히 허위인 것을 인식하였다거나 그 밖에 증거를 조작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바, 결국 피고인이 사실을잘못 인식하였거나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강제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된다고 볼 수 없다. ○ 피고인은 위 청구이의 민사소송에서부터 2020. 7. 30.경 C으로부터 이 사건 공정증서 채무를 모두 변제받았음을 자인하면서도, 2021년 5월경 피해자로부터 권유 받은 코인에 투자하면서 피해자와 '위 투자금이 잘못될 경우, 이 사건 공정증서를 담보로 한다'는 취지의 이른바 '공정증서 유용'의 합의를 하였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 피고인이 2023. 5. 10.경 법무사 사무실 직원에게 '가짜로 써준거고 형식적으로써준거고 하는말….그거 가지고 그 집행문이 취소가 될까?"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긴 하였으나, 위 메시지 직전의 내용("예전에 내가…. B이랑 한참 연락하고 이 집행문 가지고 따지고 할 때… 지가 나한테 가짜 집행문이니… 이런 대화 한적 있거든…")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공정증서가 효력이 없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기초로 법률관계에 대한 질문을 한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메시지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정증서가 효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피고인은 2021년 5월경 4억 원, 같은 해 8월경 2억 2,000만 원, 11월경 5,000만 원 합계 6억 7,000만 원을 가상화폐 'G'에 투자 명목으로 B에게 송금하였는데, 위 투자를 개시할 무렵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 코인이 곧 상장될 예정이고, 수익이 많이 날것인데, 자신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였는바, 피고인은 위와 같은 피해자의 권유에 영향을 받아 위와 같은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 B은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투자받더라도 수입금을 지급하거나 G 가격을 유지해 투자원금을 보전하여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고인에게 거짓말을 하여 위 합계 6억 7,000만 원을 편취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4고합113호)되어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4. 결론
소송사기 혐의는 피고인의 내면적 인식 상태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법률 지식 없이 혼자 대응하다가는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을 위험이 큽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피고인의 인식 상태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효된 공정증서를 이용한 강제경매 신청과 같은 소송사기 혐의가 제기된 상황이라면, 반드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