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가전제품 및 부품 등 도매업체인 'B' 및 C㈜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2. 12. 14.경 서울 양천구 D에 있는 건설업체인 피해자 ㈜E(대표이사F, 이하 '피해 회사'라고 함)의 현장 사무실에서, 피해 회사 부사장 G에게 전열교환기공사 등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정상적으로 계약 내용을 이행할 것처럼 행세하면서, 피해 회사와 사이에 B 대표 피고인 명의로 ① 서울 강서구 H외 1필지 전열교환기공사에 대하여 '계약금액 7,425,000원, 계약금 2,227,500원, 중도금 4,455,000원, 잔금742,500원' 등 내용의 특판납품거래계약(이하 '①계약' 이라고 함), ② 같은 번지 에어컨 공사에 대하여 '계약금액 23,265,000원, 계약금 6,979,500원, 중도금 13,959,000원, 잔금 2,326,500원' 등 내용의 특판납품거래계약(이하 '②계약' 이라고 함), ③ 서울 강서구 I 외 1필지 전열교환기 공사에 대하여 '계약금액 7,425,000원, 계약금 2,227,500원, 중도금 4,455,000원, 잔금 742,500원' 등 내용의 특판납품거래계약(이하'③계약' 이라고 함), ④ 같은 번지 에어컨 공사에 대하여 '계약금액 23,265,000원, 계약금 6,979,500원, 중도금 13,959,000원, 잔금 2,326,500원' 등 내용의 특판납품거래계약(이하 '④계약' 이라고 함)을 각각 체결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2022. 12. 22.경 같은 장소에서, 위와 같이 행세하면서 피해 회사와 사이에 C㈜ 대표 J 명의로 ⑤ 서울 강서구 K 외 1필지 전열교환기 공사에 대하여 '계약금액 7,425,000원, 계약금 2,227,500원, 중도금 4,455,000원, 잔금 742,500원' 등 내용의 특판납품거래계약(이하 '⑤계약'이라고 함), ⑥ 같은 번지 에어컨 공사에 대하여 '대금 23,265,000원, 계약금 6,979,500원, 중도금 13,959,000원, 잔금 2,326,500원' 등 내용의 특판납품거래계약(이하 '⑥계약'이라고 함), ⑦ 같은 번지 가전제품에 대하여 '대금24,800,000원, 계약금 7,440,000원, 잔금 17,360,000원' 등 내용의 특판납품계약(이하 '⑦계약'이라고 함)을 각각 체결하였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2023. 2. 22.경 C㈜ 대표 J 명의로 ⑧ 서울 강서구 H 외 1필지가전제품에 대하여 '계약금액 30,600,000원, 계약금 9,180,000원, 잔금 21,420,000원' 등 내용의 특판납품거래계약(이하 '⑧계약' 이라고 함), ⑨ 서울 강서구 I 외 1필지 가전제품에 대하여 '계약금액 27,700,000원, 계약금 8,310,000원, 잔금 19,390,000원' 등 내용의 특판납품거래계약(이하 '⑨계약' 이라고 함)을 각각 체결하는 등 총 3개 부지에 9개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당시 피고인은 위 B 등을 운영하면서 세금이 체납되고, 상당 액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거래업체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였다가 물품 납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어서 피해 회사와 전열교환기 공사 등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그 계약 내용을 정상적으로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 회사로부터 (1) 2022. 12. 15. 피고인 명의 우리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위 ①계약 계약금 명목으로 2,227,500원, 위 ②계약 계약금 명목으로 6,979.500원, 위 ③계약 계약금 명목으로 2,227,500원, 위 ④계약 계약금 명목으로 6,979,500원을 각각 송금받고, (2) 2022.12.22. C㈜ 명의 우리은행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위 ⑤계약 계약금 명목으로 2,227,500원, 위 ⑥계약 계약금 명목으로 6,979,500원을 각각 송금받고, (3) 2023. 2. 23. 위 C㈜ 명의 우리은행 계좌로 위 ⑦계약 계약금 명목으로 7,440,000원, 위 ⑧계약 계약금 명목으로 9,180,000원, 위 ⑨계약 계약금 명목으로 8,310,000원을 각각 송금받고, (4) 2023. 3. 3. 위 C㈜ 명의 우리은행 계좌로 위 ⑤계약 중도금 명목으로 4,455,000원, 위 ⑥계약 중도금 명목으로 13,959,000원을 각각 송금받고, (5) 2023. 3. 23. 위 C㈜ 명의 우리은행 계좌로 위 ①계약 중도금 명목으로 4,455,000원, 위 ②계약 중도금 명목으로 13,959,000 원, 위 ③계약 중도금 명목으로 4,455,000원, 위 ④계약 중도금 명목으로 13,959,000 원을 각각 송금받는 등 합계 107,793,000원을 지급받고도 20,047,500원 상당 공사 등만을 이행하고 나머지 87,745,500원 상당 공사 등은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2.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 회사와 체결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9개 계약(이하 '이 사건 각 납품계약'이라고 한다) 내용을 정상적으로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가. 먼저 피고인은 2023. 3. 초순경 이 사건 각 납품계약 중 일부인 ① 계약, ③ 계약, ⑤ 계약에서 약정한 전열교환기 납품을 모두 완료하였다(증거기록 2권 54쪽). 또한 피고인은 그 후 이 사건 각 납품계약 중 ⑥ 계약에서 약정한 에어컨 공사 중 실내기 설치 공사도 완료하였다. 에어컨 실내기 설치 공사는 에어컨 공사에서 5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공사이다(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4쪽).
나. 피고인이 납품을 완료한 계약의 총 대금액수를 살펴보면 ①, ③, ⑤ 계약 대금이 합계 22,275,000원(= 7,425,000원 + 7,425,000원 + 7,425,000원)이고, ⑥ 계약 대금이 10,469,250원[(6,979,500원 + 13,959,000원) × 50%]으로서 피고인은 총 32,744,250원(=22,275,000원 + 10,469,250원) 상당의 공사를 완료한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20,047,500원 상당의 공사만 이행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이 실제 수행한 공사대금 액수는 총 32,744,250원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공사대금 대비 약 30.3%(= 32,744,250원 / 107,793,000원 × 100) 정도에 해당하는 대금액수이다.
다. 피해 회사 당시 직원 L은 피고인이 전열교환기 설치와 에어컨 실내기 설치를 완료한 것은 사실이나 그 납품 기한을 경과하여 납품하는 바람에 후속 공사일정에 차질이 발생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각 납품계약은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건물 신축공사 과정에서 전열교환기, 에어컨 설치가 필요한 시점에 비로소 피고인이 해당 물품들을 납품하는 특수성이 있는 점(증거기록 2권 29쪽), 그로 인하여 납품기한이 특정한 날짜로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 회사가 피고인에게 "1, 2주 후에 전열교환기, 에어컨을 설치 해 달라."고 요청하면 그 때 비로소 납품기한이 1, 2주 후로 정해지는 구조였던 점(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3쪽)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비록 피해 회사로부터 납품을 요청받고 납품 기한 내에 납품하지 못하였지만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납품계약을 각 체결할 당시에도 이 사건 각 납품계약을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라. 또한 L은 피고인이 계약 물품의 납품을 요청받고도 납품을 하지 않으면서 연락도 되지 않아 피고인을 사기죄로 고소하였고, 그 후 피고인이 전열교환기, 에어컨을 납품한 후 다시 연락이 되지 않고 추가 납품도 되지 않아 재차 고소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 회사로부터 고소된 후에야 전열교환기를 납품하고 다시 에어컨을 추가로 납품하지 않아 2023. 4. 4. 재차 고소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이 처음부터 이 사건 각 납품계약을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던 것 아닌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어려운 자금 상황 및 사업 여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이 사건 각 납품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므로 피고인이 처음부터 이 사건 각 납품계약을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와 이 사건 각 납품계약 중 일부 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22. 12.경 당시 피해자뿐 아니라 M(N), ㈜O 등 여러 건설업체에게 물품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로 위 건설업체 일부로부터 물품대금을 지급받기도 한 상태였다(증거기록 2권 196쪽). 피고인이 운영하던 B 등 업체의 자금난이 2022. 6.경부터 시작되었고, 그 후로도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증거기록 2권 195쪽), 피고인으로서는 최대한 사업을 계속하고자 여러 건설업체와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세금이 체납되고, 피고인이 상당 액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며, 자금 상황도 좋지 않았지만 피고인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록 지체되기는 하였으나 전체 납품대금 중 30% 정도에 해당하는 납품계약을 이행한 것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른바 '돌려막기'를 위하여 이 사건 각 납품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② 피고인은 2022. 10.경에서 같은 해 11.경까지 사이의 기간 동안 공소외인들에게 가전제품 대금 5,800만 원을 지급하였다가 가전제품을 전혀 납품받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자금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이에 피고인은 2023. 1.경 공소외인들을 사기죄로 고소하여 공소외인들에 대한 재판이 대전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변호인이 제출한 공소외인들에 대한 공소장 참조). 검사는 피고인이 위와 같이 물품대금을 지급하였다가 물품 납품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 회사와 새로운 물품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을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보고 있으나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하여 피해 회사와 이 사건 각 납품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 회사를 기망하였다거나 사기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