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유
Ⅰ.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3. 5. 28.경 랜덤채팅 ‘국민어장’ 어플에서 피해자 B(가명, 여, C생, 당시 12세)이 ‘만나서 놀 사람’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을 보고 피해자에게 연락하여 “지금 만나서 놀자.”고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제가 14살인데 괜찮아요?”라고 묻자 피고인은 “괜찮다. 그런 거 상관없다.”라고 답하여 직접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23. 5. 29. 00:26경 창원시 의창구 D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피해자를 만나 피고인의 (차량번호 1 생략) BMW 승용차에 피해자를 태운 다음 같은 날 00:43경 같은 구 E모텔 F호(무인)에 피해자와 함께 들어갔다.
피고인은 2023. 5. 29. 00:50경 창원시 의창구 E모텔 F호에서 피해자가 “집에 가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위 모텔방을 나가려 하자 “왜 가야 하는데? 왜?”라는 말하면서 피해자의 옷을 벗기면서 계속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를 침대에 엎드리게 한 후 미리 준비해 온 성인용 기구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엎드려 있던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고, 이에 피해자가 저항하자 피해자에게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안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100대 맞는다.”고 말하면서 미리 준비해 온 가죽 수갑으로 엎드려 있던 피해자의 손을 뒤로 묶고, 미리 준비해 온 채찍으로 피해자의 다리와 엉덩이를 수회 때려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무릎을 꿇은 상태로 앉게 한 후 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벌린 후 피해자의 입 안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성기를 빨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이 13세 미만의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Ⅱ.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 피해자와 모텔에 들어가 피해자에게 성인용 기구들을 보여준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점은 몰랐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음부에 성인용 기구,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거나 채찍으로 피해자의 다리와 엉덩이를 때리거나 피해자의 입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한 사실은 없다.
Ⅲ. 판단
1.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점을 피고인이 인식하였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58호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1항에서 정하는 범죄의 성립이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여자임을 알면서 그를 강간하였다는 사실이 검사에 의하여 입증되어야 한다. 물론 피고인이 일정한 사정의 인식 여부와 같은 내심의 사실에 관하여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 내심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여자라는 객관적 사실로부터 피고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추단된다고 볼 만한 경험칙 기타 사실상 또는 법적 근거는 이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737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위 법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1항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구체적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만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⑴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과 “국민어장”에서 대화할 당시 피고인에게 “14살”이라고 말했고, 피해자가 사용한 닉네임에 “14살”이 들어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생년월일을 고려하면 위 14살은 소위 ‘우리나라 나이’로 계산한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 나이’ 14살은 생일이 지나지 아니한 경우 만 12세, 생일이 지난 경우 만 13세이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생일을 알았다는 증거는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생일을 알지 못하였다면 설령 피해자가 우리나라 나이로 14살이라는 점을 피고인이 알았더라도 피해자의 만 나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⑵ 피해자의 키는 158㎝이고, 몸무게는 84㎏ 정도(증거기록 126쪽, 피해자 증인녹취서 32쪽)로 성인 여성의 평균 체격에 이르고, 아파트 주차장 CCTV 영상에 의하여 확인되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외모, 옷, 피해자의 해바라기센터 및 법정 진술을 통해 알 수 있는 피해자의 목소리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것에서 나아가 아직 만 13세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사실까지 피고인이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 있어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307조), 이는 증거능력 있고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해서만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을 뜻한다.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⑴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당시 상황을 나름대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⑵ 그러나 이 부분 쟁점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유일한데,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 피해자는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편의점에 간다.”거나 “산책을 하러 간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피고인을 만나러 나갔다 집에 돌아왔고, 피해자의 어머니로부터 추궁 당하자 “아는 언니를 만났다.”라고 다시 거짓말을 하였다가, 피해자의 어머니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라는 말을 듣게 되자 피해자의 어머니를 통해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하였다.
피해자가 처음 보는 피고인을 무고할 어떠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지만,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게 된 경위, 신고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을 만나고 온 것을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들키자 혼날 것을 두려워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해를 당한 것처럼 꾸며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만 12세였고, 피해자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이전에 성관계를 해본 적 없고 이 사건이 처음이었다.’라는 것인데(증인녹취서 23쪽),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 조사에서 피고인의 성기 삽입 당시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 대해 추상적으로만 진술하였다.
그리고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가죽채찍으로 피해자의 엉덩이와 다리를 20~30회 가량 때렸다. 아픈 정도를 1부터 10까지로 표현했을 때, 9.5 정도 된다. 피가 날 것 같았다. 엉덩이와 다리가 빨갛고…’라고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 검사가 몰수를 구하는 채찍(증거기록 251쪽)의 형태, 해바라기센터 조사 시점(사건은 5. 29. 새벽에 발생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해바라기센터 조사는 5. 31. 오후 7시경 이루어졌다) 등에 비추어 볼 때 해바라기센터 조사 당시 어느 정도는 상처나 흔적이 피해자의 신체에 남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의 당시 신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등 아무런 자료가 없다. 피해자 역시 해바라기센터에서 ‘상처난 것은 없었다. 멍은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에서 ‘피고인이 차를 태우고 어두운 곳, 이상한 산으로 가서 차고지로 들어갔고, 계단을 올라가보니 침대랑 이런 게 있어서 모텔인 줄 알았다. 간판은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고, 법정에서는 ‘E모텔’에 관하여 알고 있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해자는 진정서에 피고인이 ‘E모텔’에서 자신을 강간하였다고 명확하게 모텔 이름을 기재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 의심이 든다.
㈐ 한편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 위와 옷 안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동글동글하고 길쭉하며 흰색 빛이 돌고 진동이 있는 성인용 기구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으며, 콘돔을 끼지 않은 채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5~10분 가량 삽입하고, 가죽수갑으로 피해자의 손을 묶고 채찍으로 피해자의 다리와 엉덩이를 20~30회 가량 때리고, 피해자의 입 안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위 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피고인의 성인용 기구 사이에 상당한 접촉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범행 이후 이루어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의 각 감정의뢰 회보에 의하면, 피해자의 신체(가슴, 목, 귀, 복부, 허벅지, 질 내, 자궁경부, 외음부, 항문, 구강 내), 질 세척액 등에서 남성의 정액 반응이나 피고인의 디엔에 이는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으로부터 압수된 성인용 기구들 중에는 피해자가 이 사건에서 언급한 적이 없는 성인용 기구 한 개(압수물총목록 증 제5호)에서 피해자의 디엔에이가 검출되었을 뿐,검사가 이 사건 범행에 제공된 물건이라는 취지로 몰수를 구하는 성인용 기구(압수물총목록 증 제12, 25, 33호)나 다른 성인용 기구에서는 피해자의 디엔에이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그리고 피해자의 의복 겉면 가슴 부위에서 피고인의 Y-STR 디엔에이형을 포함한 혼합 남성의 Y-STR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었을 뿐 나머지 부분에서는 피고인의 디엔에이 등이 검출되지는 않았다.
㈑ 이 법원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남성 특이적인 Y-STR 디엔에이형은 동일 부계 남성들이 모두 공유하므로 개인식별은 불가능하다.’라는 것이므로, 피해자 옷에서 피고인의 Y-STR 디엔에이형을 포함한 혼합 남성의 Y-STR 디엔에이형이 검출된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만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 및 이 법정에서 ‘범행 후 비를 맞으면서 집에 갔고, 집에 도착 후 샤워를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는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디엔에이형의 검출 유무는 검출 한계 이상의 디엔에이 존재 유무에 따라 결정되며, 접촉을 한 경우라도 피고인(남성)의 디엔에이가 검출 한계 이하로 존재한다면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 정액 반응의 유무는 질 내 사정 유무에 따라 원론적으로 달라질 수 있고, 사정을 한 경우라도 여러 가지 물리적, 생물학적인 환경으로 인하여 음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피고인의 디엔에이도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위 사정들에 의하면, 피해자의 의복이나 신체에 원래 존재하고 있던 피고인의 정액이나 디엔에이가 비나 피해자의 샤워로 인해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Ⅳ.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그리고 피고인이 원하지 않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