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 주식회사 E(이하 '피해 회사'라고 한다) 명의의 계좌, 피고인 명의의 I은행 및 기업은행 계좌의 각 거래내역, 원심 증인 J의 증언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피고인은 F, G, H 등 허위로 등재한 직원들에게 임금을 준다는 명목으로 피해 회사의 돈을 위 허위 직원들 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후 다시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는 비정상적인 방식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였던 점, 위 비자금 조성기간이 약 5년에 달하는 점, 비자금의 보관방법, 실제 사용용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개인적으로 착복할 목적으로 피해 회사 돈을 피고인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비자금 조성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금원 중 일부가 피해 회사의 운영비로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범죄 성립 후의 사정에 불과하다.
피해 회사 및 피고인 명의의 각 계좌의 거래내역 등에 의하면, 피해 회사 명의의 계좌에서 위 허위 등재된 직원들 급여 명목으로 송금된 401,438,285원은 거의 대부분(399,328,062원)이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로 송금되었고, 그 금원 중 일부인269,329,000원은 다시 피고인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된 사실, 피고인이 위 기업은행 계좌의 금원 중 상당 금액을 카드대금 및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피고인은 위 I은행 계좌에서 위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된 금원 269,329,000원에 대하여 그 인출사유와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위 기업은행 계좌에서 7,9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바, 피고인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된 269,329,000원에 대하여 불법영득의사로 피해 회사의 자금을 인출하여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하여야 한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공소장변경으로 인한 직권판단
가. 이 법원의 공소장변경 허가 결정
검사가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아래 표와 같이 [변경 전 공소사실]에서 [변경 후 공소사실]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다.
나. 공소장변경허가의 적법 여부
1) 피고인의 주장 요지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공소사실(위 변경 후 공소사실)과 변경 전 공소사실은 그 각 공소사실을 구성함에 있어서 기재된 계좌가 다르고, 변경 전 공소사실에서는 피해 회사 명의의 계좌에서 F, G, H 등 직원들 명의의 계좌 및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행위 자체를 업무상횡령으로 보았으나, 변경 후 공소사실은 위 직원들 명의의 계좌에 있는 돈을 피고인 명의의 위 I은행 계좌로 옮기고, 이를 다시 피고인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로 옮겼다가 피고인의 처와 아들 명의의 각 계좌로 송금하여 이를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업무상횡령으로 보는 것으로서 그 내용상 차이가 있으므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한다.
2)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은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면 법원은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허가요건인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된다 할 것이고,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도14097 판결 등 참조).
3)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법원이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공소사실과 변경 전 공소사실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이 법원의 공소장변경허가는 적법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변경 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업무상 보관 중인 피해 회사의 돈을 피해 회사 명의의 계좌에서 허위직원들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거나 곧바로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로 송금함으로써 합계 401,438,285원을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변경 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돈을 피해 회사 명의의 계좌에서 허위직원들 명의의 계좌를 거쳐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로 송금하거나 곧바로 피고인 명의의 위 I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경위로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에서 보관하고 있던 피해 회사의 돈 중에서 그 일부를 피고인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한 다음 이를 피고인의 처와 아들 명의의 각 계좌로 송금하여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벌과금을 납부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합계 138,907,570원을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검사는 당초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에 입금된 피해 회사의 돈401,438,285원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목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고,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돈을 개인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피해 회사 명의의 계좌에서 허위직원들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거나(거의 전액이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로 이체되었다), 피해 회사 명의의 계좌에서 곧바로 피고인 명의의 위 I은행 계좌로 송금한 행위', 즉 개인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피해 회사의 돈 401,438,285원을 다른 계좌로 송금한 행위 자체를 업무상횡령으로 보아 공소를 제기하였다. 그런데 원심이 위 I은행 계좌에 조성된 비자금 중에서 피해 회사의 운영비, 직원 급여 등 피해 회사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내역이 존재한다는 이유 등으로 위와 같은 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는 당심에서 위 I은행 계좌에 조성된 비자금 중에서 피해 회사와 관련하여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내역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피고인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내역을 특정하는 내용으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한 것이다.
② 검사는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이 피고인 개인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사용된 때에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보고, 위 I은행에 입금된 피해 회사의 돈 중에서 피고인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를 거쳐 최종적으로 피고인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사용된 돈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방법으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다. 즉, 변경 후 공소사실은 위 I은행 계좌로 입금된 돈이 그 이후 단계에서 피고인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최종적으로 사용되는 행위 태양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변경 전 공소사실이 전제하고 있는 횡령행위를 피고인의 처 Q 및 피고인의 자 R 명의 각 계좌로의 송금, 피고인의 경찰청 벌과금 납부 등의 행위로 축소한 것 으로 볼 수 있다.
③ 불법영득의사의 실현 시점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달라짐에 따라, 위와 같이 I은행 계좌로 조성된 비자금 중 실제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과정에서 그 자금의 흐름을 나타내기 위하여 기존의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피고인 명의 기업은행 계좌 등이 새롭게 추가된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고, 그와 같이 기존의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계좌가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사정 등만으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없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이 법원의 공소장변경허가는 적법하고, 이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 표 중에서 [변경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2. 판단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변경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 회사의 138,907,570원을 임의로 소비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해 회사의 계좌에 있던 피해 회사의 돈(401,438,285원)이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직접 또는 F, G, H 명의 계좌를 거쳐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이체되었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와 같이 위 I은행 계좌로 이체된 피해 회사의 돈 중 일부가 피고인의 기업은행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이체된 후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경찰청 범칙금 납부, 피고인의 처 Q, 피고인의 아들 R의 생활비 등의 명목)로 사용되었고, 그 업무상횡령 금액이 138,907,570원이라는 것이다.②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위 기업은행 계좌에서 피고인의 처 Q, 피고인의 아들 R에게 모두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보냈다."(증거기록 362, 363쪽)라고 진술하였다.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상횡령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위 기업은행 계좌에서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돈이 피해 회사의 돈이라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의 당심 법정진술, 위 기업은행 계좌의 거래내역(증거기록 402~462쪽) 등에 의하면, 위 기업은행 계좌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로부터 매달 받는 급여 등의 입금내역이 다수 존재하는바(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일시인 2015. 2.경부터 2020. 2.경까지 그 횡령액은 138,907,570원으로 특정되었는데 위 기간 동안 피고인이 위 기업은행 계좌를 통해 수령한 급여액만 보더라도 그 횡령액과 큰 차이가 나 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 피해 회사의 돈이 피고인의 개인돈과 혼화되어 특정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의 출처가 피해
회사의 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위 기업은행 계좌에서 개인적인 용도 외로 사용한 내역이 다수 확인되는바, 위 기업은행 계좌에 있는 돈 중 피해 회사 돈이 개인적인 용도 외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서 위 I은행 계좌에 피해 회사의 돈 외에 피고인 개인돈도 포함되어 있다고 진술하였고, 위 I은행 계좌의 거래내역을 보면 F, G, H 명의 계좌로부터 입금된 피해 회사의 돈 외에도 다른 성격의 자금이 다수 입금된 것이 확인되는바(증거기록 380~401쪽), 위 I은행 계좌에서 위 기업은행 계좌로 입금된 돈이 전부피해 회사의 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3.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