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0. 7. 3. 서울 영등포구 B에 있는 피해자 C주식회사(이하 ‘C’)에 영업부대리로 입사하여 차장, 부장을 거쳐 2017. 4. 1.부터 2018. 12. 18.까지 이사로 근무하였다.
피고인은 2005년경 피고인이 담당하는 거래처인 주식회사 D(이하 ‘D’)의 해외 영업담당 E과 D에서 C에 거래를 계속 유지해 주고, 물량을 늘려주는 조건으로 C이 D에 운송료를 부풀려 청구하여 지급받은 후 제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E에게 되돌려 주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E에게 지급할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F(이하 ‘F’) 대표이사 G에게 영업비를 만들게 F이 C의 운송 주선으로 D의 화물을 국내운송한 것처럼C에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후 C로부터 운송료 명목으로 대금을 지급받으면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등 제비용 명목으로 30%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되돌려 달라고 부탁하여 그의 승낙을 받았다.
피고인은 2012. 9. 24.경부터 2013. 8. 26.경까지 F이 C의 운송 주선으로 D의 화물을 국내운송한 것처럼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C로 하여금 F에 운송료 명목으로 11회에 걸쳐 합계 134,948,000원을 지급하게 한 후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등 제비용 명목으로 54,213,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80,735,000원을 되돌려 받아 C을 위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중, 그 무렵 고양시 덕양구 H에 있는 E의 주거지 부근 및 부천시 I에 있는 E의 근무지 부근 또는 E의 차 안에서 E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이를 교부하여 횡령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1), (2), (3), (4), (5)에 기재되어 있는 것과 같이 2010. 1. 7.경부터 2018. 12. 17.경까지 합계 873,951,250원을 E 등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교부하여 횡령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C의 거래처인 D 등에 리베이트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하나, 피고인은 C의 직원으로서 C의 지시 또는 승인을 받아 업무를 처리하였을 뿐이었으므로,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더라도, C은 위 리베이트로 인해 입은 손해가 없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의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불법영득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가 있을 때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이며, 불법영득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자신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며,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입증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6도3039 판결 등 참조).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의 자금을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비자금의 소유자인 법인 이외의 제3자가 이를 발견하기 곤란하게 하기 위한 장부상의 분식에 불과하거나 법인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법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별도로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면 그 조성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바, 이때 그 행위자에게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착복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법인의 성격과 비자금의 조성 동기, 방법, 규모, 기간, 비자금의 보관방법 및 실제 사용용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1015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당사자들의 지위
가) E은 2004. 7.경부터 D에서 해외수출 제품의 해외운송과 관련된 업체 선정, 거래조건 결정, 계약 등 해외수출 영업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다. E은 2015년부터 2016년경 사이에 D의 내부 조직 변동으로 인하여 국내영업 담당으로 업무분장이 변경되었는데, 위와 같이 업무분장이 변경된 이후에도 여전히 E은 D의 해외수출 영업 업무를 총괄하였다.
나) 피고인은 2000. 7.경 C의 영업부 대리로 입사하여, 2006. 4.경부터 차장, 2011.4.경부터 부장으로 각 근무하였고, 2017. 4.경부터 2018. 12.경까지는 이사로 재직하며 C에서 영업을 담당하였다. C은 운송주선업체로서 D, J 주식회사, K 주식회사, L 주식회사, M 주식회사(이하 통틀어 ‘D 등 5개 업체’)의 화물을 해외에 배송하는 업무를 주선하였는데, 그 업무 담당자가 피고인이었다.
2)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의 구조
가) 일반적인 운송주선계약의 경우, 운송주선업체는 화주(貨主) 및 운송업체(선사등)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업체에는 청구받은 운임을 지급하며, 화주에게는 위와 같은 운송업체에 대한 운임에 운송주선 수수료를 더한 대금을 청구하여 지급받게 된다. 이를 대략 표현하면 아래 표와 같다.
나) D 측과의 리베이트 거래의 경우 다음과 같은 순서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피고인과 E은 C의 실질적인 운임(운송주선업체가 운송업체에 지급한 운임에 운송주선업체가 취득하는 운송주선 수수료 등을 더한 대금을 의미한다)과 리베이트 금액(정확히는 최종적으로 리베이트로 지급되는 금액 및 이를 조성하는 데 소요된 비용 등이 합하여진 금액을 의미한다)을 더한 금액, 즉 C이 D에 청구할 금액을 정한다(이하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운임’은 C이 D에 운송주선료 등 명목으로 청구하는 대금을 통칭한다). 이후 ① D의 화물에 관한 선적이 진행된 다음에 C은 D에 위와 같이 부풀려진 운임을 청구하고, D는 이를 지급한다. ② 피고인이 C의 직원들로부터 B/L(Bill of Landing, 선하증권), 송장 정보 등 관련 서류를 받아 이를 허위 운송업체들에 알려주면, 허위 운송업체들은 위와 같이 부풀려진 금액만큼의 허위 세금계산서(공급자: 허위 운송업체, 공급받는자: C)를 발급하여 준다. ③ 허위 운송업체들은 위 세금계산서에 기하여 C 업무부에 운송료를 청구하고, C 업무부가 지출품의서를 C 재무부에 올리면 C 재무부에서 허위 운송업체들에 대금을 지급한다. ④ 이후 피고인은 허위 운송업체들로부터 C이 지급한 금액(아래 표의 ‘a원’)에서 수수료 등 30%를 제외한 나머지 70%의 금
액(아래 표의 ‘0.7a원’)을 돌려받고, ⑤ 이를 E에게 전달한다. 위 ① 내지 ⑤의 과정을 대략 표현하면 아래 표와 같다.
다) 위와 같은 방식의 리베이트 거래는 2010. 3. 25.경부터 2013. 8. 26.경까지는 허위 운송업체들 중 주식회사 N, O 주식회사, P 주식회사, F을 통하여 이루어졌고[별지 범죄일람표(1), (2), (3), (4)], 2018. 5. 2.경부터 2018. 12. 17.경까지는 Q 주식회사를 통하여 이루어졌다[별지 범죄일람표(5), 다만 이 시기에는 국내 운송료 명목이 아닌CFS-charge(컨테이너 작업장 비용) 명목으로 허위 세금계산서가 발급되었다는 차이만있다].
3) 이 사건 고소 경위 및 관련 사건 진행 경과 등
가) C은 2018. 11. 7.경 영등포세무서장으로부터 ‘2013. 1.기 부가가치세 신고 당시 주식회사 N로부터 교부받은 세금계산서가 가공거래로 확인되므로 이를 소명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부가가치세 과세자료 해명안내’ 공문을 받았고, 2019. 3. 18. 영등포세무서장으로부터 주식회사 N와의 매입거래가 위장 가공거래로 확정되었다는 내용의 ‘과세예고 통지’ 공문을 받았다.
나) C은 2019. 4. 22. 피고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고소하였다(증거목록 순번 75번 4 내지 41쪽). C은 2019. 6. 5. 피고인을 상대로 위 횡령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서울동부지방법원 2019가합106857), 2025. 5. 13. 이를 취하하였다(피고인 제출의 증 제18호의 1, 2, 3).
다) C은 영등포세무서장으로부터 위와 같은 공문을 받은 이후 자체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를 피고인이 진행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취지로 D에 통지하였다. D는 피고인 및 E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고소하였다. 이에 관하여 제1심법원은 2024. 1. 26. E에게 징역 3년 6개월,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였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23고합53), 항소심 법원은 2024. 8. 23.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E에게 징역 2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24노506), 대법원은 2025. 5. 9.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2024도13885) 피고인에 대한 위 무죄판결은 확정되었다(이하 ‘배임 사건’, 피고인 제출의 증 제17호의 1, 2, 3). 한편 D는 2023. 3. 21. 피고인과 E, C을 상대로, 피고인과 E에 대하여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C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서울동부지방법원 2023가합102074), 이중 피고인과 C에 대한 부분을 취하하였다(피고인 제출의 증 제19호의 1, 2, 3).
다.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운송업체들로부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받아 C로 하여금 운송업체들에 총 1,266,255,000원을 송금하도록 한 다음 그중 873,951,250원을 돌려받아 D 등 5개 업체 측에 리베이트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같은 금액 상당을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C의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위와 같은 리베이트 거래를 하였다고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다음 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독단적으로 리베이트 거래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만약 피고인이 독단적으로 리베이트 거래를 하였다고 전제한다면, 허위 세금계산서에 따라 C로 하여금 운송업체들에 운송료 등을 지급하게 한 행위 자체가 피고인의 배임 행위에 해당하고, 이후 피고인이 피고인 또는 피고인 모친 명의 계좌로 돌려받은 돈 중 일정 금액은 피고인이 배임 행위에 따라 취득한 이익으로 보아야 한다. 피고인이 배임 행위의 결과로 취득한 돈이 C의 소유라거나 피고인이 C을 위하여 보관하는 것이라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피고인에게 횡령죄의 죄책을 묻기 어렵게 된다.
2)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약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영업부 직원인 피고인이 단독으로 이 사건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해왔다고 볼 수 없고 이는 유관 부서들의 협조하에 C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가 피고인의 독단적인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이메일 등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확인되는 정황
(1) 피고인과 C R 상무, R과 C S 대표이사 사이의 각 이메일 내용에 의하면, 실제로 2003. 7.경 피고인이 D로부터 리베이트 요구를 받아 R에게 이를 전달하였고, R이 S에게 이를 보고하여 S가 D에 대한 리베이트 지급을 승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리베이트와 관련하여 보고를 하여 허가를 받은 피고인이 굳이 이후 이를 숨기고 독단적으로 리베이트 행위를 계속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① 피고인이 2003. 7. 2.경 피고인의 상사였던 R 상무에게 “우리의 중요한 잠재고객인 ‘D'(D)가 우리 총수익의 40%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요구했습니다. (중략) D의 PIC와 얘기해본 결과 우리는 처음부터 전체화물을 처리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물량이 증가될 것은 분명합니다. 바로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위하여 경영진으로부터 본 요청에 대한 승인을 조만간 얻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증거목록 순번40번 467 내지 470쪽).
② R은 2003. 7. 4.경 당시 C 대표이사 S에게 “나는 T(당시 S의 비서)로부터 리베이트와 관련하여 회사의 정책이 변경되었다는, 즉 2003. 8. 1.부터 리베이트 제안을 받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한편, A(피고인)으로부터 그가 D라는 잠재고객과 접촉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중략) 어쨌든, 최종 리베이트와는 별개로 우리는 리베이트를 지불하더라도 본 거래를 성사시켜야 합니다. 물론 리베이트 요구를 수락하지 말라는(특히 물량이 적은 회사로부터의 요구) 회사 기본정책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가끔씩 거래량이 많고 리베이트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총수익이 예상되는 회사와의 거래는 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이와 같이 맺어진 장기적인 사업관계는 경쟁자들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한 안전한 판매수단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시고 이 특정한 고객에 대한 리베이트를 승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 및 “리베이트 배분 관련 오해가 있어 죄송합니다. (중략) 리베이트는 우리 총 수익의 40% 정도 됩니다. 혼란을 야기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각 보냈다.
③ S는 같은 날 R에게 “동의함 – 늦어도 2003년 7월 15일까지 본인에 의해 승인을 받지 않는 한 예외는 없음”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R은 2003. 7. 8.경 S로부터 받은 위 이메일을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증거목록 순번 40번 473 내지 476쪽). (2) C 소속 직원과 D 직원 E 사이의 이메일 내용을 볼 때, C 직원들과 D 직원들 사이에 D에 대한 리베이트 지급 등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① C 소속 직원 U은 2008. 11. 28.경 E을 수신인으로, 피고인, 당시 C 업무부 팀장 V, C 직원 W 및 D의 해외영업부 직원 X을 참조인으로 하여, D의 선적 관련 해상 운임을 고지하며 “하기의 해상운임은 Net rate임을 꼭 염두하여 주시길 바랍니다.”라고안내하는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피고인 제출의 증 제4호).
② E의 전임자로서 D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였던 Y은 배임 사건 제1심 법정에서 ‘운송비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해외 운송업체들의 (운송주선업체의) 마진이 없는, 일종의 마지노선 가격 정도를 알게 되는 경우는 없었다. 굳이 포워더(운송주선업체) 측에서 어느 정도의 마진을 가지고 있는지 알 필요는 없고 알 방법도 없다. C 내부적인 운임의 기준은 그쪽 회사의 비밀이라 알 수가 없다. 자기 운임을 공개해 주는 회사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피고인 제출의 증 제22호 8, 13쪽).
③ ‘Net rate’의 용어 자체가 사전적으로 ‘순 비용’을 의미하여 추가적인 금액이 더하여질 것을 예정하는 의미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 이메일에서 ‘Net rate’라는 용어가 기본선사운임에 C의 마진은 더하여지고 리베이트 금액은 더하여지기 전의 금액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3) C 직원과 제3자 사이의 대화에서도 D에 대한 리베이트 지급이 C 회사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C 업무부 팀장인 V는 2018. 12. 13.경 N 주식회사로부터 리베이트 자금을 지급받아 피고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던 Z관세사 사무소의 사무장 AA와의 전화 통화에서 “다 알고서 하는데, 예 하여튼 간 비즈니스도 저기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조금 그러네요. 죄송하네요.”라고 말하였다(증거목록 순번 42번518, 519쪽).
나) C 관련자들의 진술
(1) C에서 근무한 관련자들은 ‘C의 업무 구조상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와 같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의 리베이트 자금 조성은 영업부 직원인 피고인이 단독으로 할 수 없고, 업무부 및 재무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 ‘C에서 일부 화주들에게 회사 내부적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하여 지급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대체로 일치되게 진술하고 있고, 달리 그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① 피고인의 직속 상사로서 2000. 7.경부터 2007. 6.경까지 피고인과 함께 C 영업부에서 근무한 AB은 배임 사건 제1심 법정에서 ‘C에서 근무할 당시 C에서 고객사인 화주들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사실을 알고 있다. 업체에서 요구를 하면 회사에서 내 부적으로 품의를 받고 검토를 한 후에 지급을 했다. D에도 리베이트가 지급되었고 당시 증인도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D 외에도 AC 등 C에서 리베이트를 지급한 고객사가 더 있었다. 리베이트는 내부적으로 품의를 받아야 한다. 영업부에서 품의를 올려 대표이사의 승인이 이루어지면 업무부와 재무부가 리베이트 자금의 조성에 협조한다. D에 대한 리베이트가 승인된 2003. 7.경 C 현 대표이사인 AD가 C 재무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C의 리베이트 승인 구조상 재무부에서는 모를 수가 없다. 서류만 보고도 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피고인 제출의 증 제20호의 1 2 내지 5쪽),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피고인 제출의 증 제11호 3 내지 6쪽 등).
② 1991년경부터 20년간 C에서 근무하다가 2010. 10.경 영업부 이사로 퇴직하였던 AE은 수사기관에서 ‘영업부에서는 실화주를 상대로 영업만 할 뿐이며, 세금계산서 발행 등은 업무부와 재무부에서 담당을 하고 있다. C은 글로벌 회사이므로 8년 가까이 영업부 미들맨인 피고인이 독단적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하여 이를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는 절대 아니다. 세금계산서 발행이 한두 건이면 몰라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 정도 이루어졌다면, 발행 금액이 크고 정시성 및 지속성이 있기 때문에 회사의 승인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2003년경부터 2006년경까지 C에서 AF에 큰 금액의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재무부 이사가 AD였기 때문에AD 역시 큰 화주가 요구할 경우 리베이트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D에 지급된 리베이트에 대하여 V 내지 AD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그럼에도 피고인을 개인 일탈로 고소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피고인 제출의 증 제12호 3, 4, 5쪽).
③ 1993년경부터 2009년경까지 C 업무부 부장으로 재직하였던 AG는 배임 사건 제1심 법정에서 ‘C 업무부에서는 거래처로부터 발급받은 세금계산서 등을 근거로 재무부에 지출품의를 올리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는 업무부의 소관 업무로 영업부 직원들은 위와 같은 업무를 전혀 할 수 없다. 주식회사 N, O 주식회사, P 주식회사, F 등은 C의 협력업체로 선정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위 업체들은 국내운송 협력업체가 아니라 C의 경쟁업체인 포워딩 업체(운송주선업체)로 알고 있다. 협력업체가 아닌 포워딩 회사에 국내 운송료가 지급되었다면 업무부와 재무부에서 모를 수가 없다. 증인이 업무부에서 근무할 당시에 위 업체들에 대한 운송료 지급이 실질적으로 리베이트로 제공할 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위 업체들에 대한 지출품의 및 자금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C의 업무부 및 재무부에서 위 업체들을 통하여 D에 지급할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한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뜻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피고인 제출의 증 제20호의 2 2, 3, 4, 7, 9쪽).
(2) 한편 C의 대표이사 AD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에 관하여 증인이 승인한 사실이 없다. C 입사 이후 리베이트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C의 보고체계 및 업무 구조상 임원도 아닌 피고인이 상급자의 승인 없이, 다른 업무 부서 담당자의 조력 없이 2003년경부터 2018년경까지 고객사에 대한 리베이트 거래를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인다. 우리의 내부통제가 잘 이루어졌어야 되지만, 본인이 모든 것을 속이고, V, 직속상관, 대표이사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을 우리가 잡아낼 수는 없다. 피고인이 마치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업무부 직원인 AH와 AI를 속인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인 A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9, 12, 13쪽).
그러나 AD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C의 업무 구조상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와 같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의 리베이트 자금 조성은 영업부 직원인 피고인이 단독으로 할 수 없는 것인 점, 그럼에도 단순히 피고인이 업무부 직원 두 명을 기망하여 15여 년 동안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를 지속해왔다는 AD의 진술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C이 피고인을 이 사건으로 고소하고 민사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에서 C 대표이사인 AD는 피고인과 이해가 대립하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가 피고인의 독단적인 행위라는 AD의 위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오히려 위와 같이 C의 지시 또는 승인하에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피고인이 운송업체로부터 돌려받은 돈은 여전히 C이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금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를 C을 위하여 보관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라도 피고인에게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이 2017. 4.경부터 2018. 12.경까지 C의 이사로 재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공소사실 기재 범행 중 피고인이 C의 이사로 재직한 기간 이루어진 것은 극히 일부에 해당할 뿐 아니라[범죄일람표 (5)],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는 피고인이 C의 영업부 대리로 근무하던 시점부터 계속되어 온 것이었다. 기록에서 알 수 있는 피고인의 C 내 지위와 역할, C의 업무 구조와 결재 방식 등을 고려하여 볼 때, C 차원에서 이 사건 리베이트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는 피고인의 단독 범행으로 볼 수는 없고, C의 자금집행 등에 관한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 등과 같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신분을 가지는 자가 공범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의 대표이사 등 신분을 가진 자가 횡령행위를 하였다는 점이나 나아가 피고인이 그와 공모하여 실행행위를 하는 등 공범관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피고인이 C로 하여금 운송업체들에 허위 세금계산서에 따른 운송료 등을 지급하고 그중 일부를 돌려받아 D 등 5개 업체 측에 리베이트로 지급한 것은 결국 C 소유재산을 처분한 행위에 해당하기는 하나, 이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고인은 C의 지시 또는 승인하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자금을 조성하였고, 자금 조성의 목적에 따라 실제로 D 등 5개 업체 측에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이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리베이트로 취득한 돈을 개인적으로 취득·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나 정황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2) 만약 피고인이 D 등 5개 업체 측에 리베이트를 지급한 행위가 뇌물공여 또는 배임증재와 같이 형사상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이는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라기보다는 뇌물공여 상대방 등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고 볼 수 있어, 피고인에게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3도5519 판결, 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1도923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D 등 5개 업체가 아닌, 위 업체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업체 소속 임직원 E 등 개인을 상대로 직접 리베이트를 지급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피고인의 배임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E 개인이 아니라 D에 리베이트를 지급한다는 의사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공범 성립을 부정하고 무죄가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오히려 이 사건 리베이트에 관한 C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으로서는 C과 D 등 5개 업체 간에 회사 대 회사 차원에서 리베이트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C의 승인하에 해당 업체에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의사였다면, 피고인에게 뇌물공여 또는 배임증재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3) 당시 운송업계 관행 등을 고려할 때 C로서는 D 등 5개 업체와의 거래관계 유지를 위하여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에 응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D는 이 사건 당시 C의 거래처 중 매출규모가 상위 10위 안에 속하는 등 C로서는 주요 거래처였던 것으로 보이고, 2002년경부터는 D 상대 C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 상태에 있기도 하였으며(증거목록 순번 69번 1009쪽 등), 리베이트를 요구한 E은 D에서 수출운임 관련 업체의 선정 권한을 가지고 있어 해당 업체의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도 보인다(증거목록 순번 11번 697, 698쪽). 사정이 이와 같다면, C은 물론 피고인은 C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인식과 의사로 이 사건 리베이트 거래를 하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그와 같이 C의 지시 또는 승인하에 이루어진 피고인의 리베이트 지급 행위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것이라거나,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E은, 먼저 D가 C에 지급해야 할 정상적인 운임에 리베이트 금액을 더한 운임을 사전에 정하였다. D가 그와 같이 부풀려진 운임을 C에 지급하면, 피고인은 운송업체들과 허위 거래를 하여 C이 운송업체들에 지급한 돈의70%를 피고인 또는 피고인 모친 명의 계좌로 다시 돌려받은 다음, 이를 E에게 지급한 것이었다. 한편, 피고인은 D의 E 외에도, J 주식회사의 AJ, K 주식회사의 AK, L 주식회사의 AL, M 주식회사의 성명불상자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C에서 근무한 관련자들 또한 ‘C의 업무 구조상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의 리베이트 자금 조성은 영업부 직원인 피고인이 단독으로 할 수 없고, 업무부 및 재무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는 취지로 대체로 일관하여 진술한 점, 위 나머지 업체들 측에 D와는 다른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 외 위 나머지 업체들에 대한 리베이트 역시 D의 경우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리베이트 조성과 지급 과정에 있어서 특별히 구분되는 다른 정황이 없는 이상, D외 위 나머지 업체들에 대한 리베이트 지급과 관련하여서도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