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등 배관자재를 취급하는 도소매업자가 장물을 매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는 사례가 실무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배관자재 도소매업자가 업무상과실장물취득죄로 기소되었으나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이 죄의 성립요건과 무죄가 인정되는 기준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업무상과실장물취득죄란 무엇인가
장물취득죄의 기본 구조
장물이란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로 인해 불법하게 취득된 물건을 말하며, 이러한 장물을 취득하는 행위는 형법 제362조 제1항에 따라 처벌됩니다.
|
형법
제362조(장물의 취득, 알선 등)
①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
그런데 장물인 사실을 알면서도 취득하는 고의범과 달리,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과실로 장물을 취득한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형법 제364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장물을 취득한 경우를 별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형법
제364조(업무상과실, 중과실)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제362조의 죄를 범한 자는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
업무상 주의의무의 내용
밸브나 배관자재 도소매업과 같이 중고 물품이나 시장 가격이 있는 물품을 반복적으로 매입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구체적으로는 매도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기재하는 것, 물건의 취득 경위와 매도 동기를 살피는 것, 그리고 거래시세에 적합한 가격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 주의의무의 핵심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확인 절차를 소홀히 하여 장물을 취득하게 되면 업무상과실장물취득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죄의 성립을 위한 증명 기준
다만 이 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의심이 간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해 피고인이 실제로 장물을 취득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즉 거래 내역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거래의 대상이 실제로 장물인 황동 밸브였는지가 별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범죄사실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 이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사실관계
절취 행위자와 매수자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은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물류창고에서 약 3년 10개월에 걸쳐 총 191회, 합계 약 1억 9,900만 원 상당의 황동 밸브를 상습적으로 절취하였습니다.
피고인 B과 피고인 C은 각각 밸브 도소매업에 종사하면서 A으로부터 위 절취된 황동 밸브를 수십 차례에 걸쳐 매수하였고,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반면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피고인 D는 배관자재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총 19회에 걸쳐 장물인 황동 밸브를 합계 약 507만 원에 매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피고인 D의 주장
D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A으로부터 압력스위치를 한 차례 매수한 사실은 있지만 그것이 장물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나머지 거래 내역은 황동 밸브가 아닌 게임기, 게임CD 등 취미 물품에 관한 거래였을 뿐이라고 구체적으로 반박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A 자신도 법정에서, D에게 장물을 판매할 때 거래처 사장이 처분해 달라고 부탁한 물건이라고 거짓말하였기 때문에 D는 장물인 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술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거래 내역의 신빙성 문제
법원은 검사가 D의 통장 거래 내역을 근거로 장물 거래 일시를 특정하였으나, 그 거래 내역 중 일부는 A이 아닌 제3자와의 거래 내역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또한 나머지 거래 내역들도 그 대상이 실제로 장물인 황동 밸브에 관한 것인지 불분명하였고,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통장 거래 내역만으로는 장물 취득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내역과 A의 진술
D와 A이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내역에는 D가 A에게 특정 게임CD를 구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D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존재하였습니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카카오톡 캡처 사진에서 확인된 마지막 거래 내역도 황동 밸브가 아닌 자동 리미트스위치에 관한 것으로 보였으며, A의 거짓말로 인해 D가 장물인 줄 모르고 취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법원은 판단하였습니다.
이처럼 여러 증거를 종합한 결과,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가 장물인 황동 밸브를 19회에 걸쳐 취득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최종 선고 결과
법원은 피고인 D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한편 함께 기소된 피고인 A에 대해서는 상습절도죄를 인정하여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 피고인 B과 피고인 C에 대해서는 각각 업무상과실장물취득죄를 인정하여 피고인 B에게는 벌금 150만 원, 피고인 C에게는 벌금 5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주 문
피고인 A을 징역 10월에, 피고인 B을 벌금 1,500,000원에, 피고인 C을 벌금 5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B, C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피고인 A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피고인 B, C에 대하여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D는 무죄. 이 유 범 죄 사 실 에 매수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2. 9. 1.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총 50회에 걸쳐 A이 절취한 피해자 소유의 황동 밸브를 합계 10,546,100원에 매수하였다. |
4. 결론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로 기소된 경우, 거래 내역이나 물품 수수 사실만으로도 혐의가 형성될 수 있어 당사자 혼자서 혐의를 벗어내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릅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거래 내역의 구체적인 분석,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 탄핵, 장물 해당 여부를 다투는 증거 수집 등 전문적인 방법으로 무죄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로 수사나 기소에 직면하였다면, 지체 없이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