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을 둘러싼 분쟁 과정에서 상대방이 설치한 현수막이나 표지물을 제거하는 행위가 재물손괴죄로 고소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치권 현수막 제거 행위가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정당행위로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된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재물손괴죄란 무엇인가
재물손괴죄는 형법 제366조에 따라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거나 은닉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
형법
제366조(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
여기서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으로 부수거나 훼손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물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도록 만드는 행위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현수막을 찢거나 파손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떼어내어 설치된 장소에서 옮겨두는 행위만으로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2. 정당행위란 무엇이며,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
정당행위의 의미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이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과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면 설령 외형상 범죄처럼 보이더라도 위법성이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즉,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당행위 인정을 위한 다섯 가지 요건
정당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이 적절해야 하며, 셋째 보호하려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커야 합니다.
넷째로 긴급성이 있어야 하고, 다섯째로 해당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어야 한다는 보충성 요건도 충족되어야 합니다.
다만 긴급성과 보충성의 정도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모든 요건을 개별 상황에 맞추어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3. 유치권 현수막 제거로 기소된 사건의 내용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들을 통해 피해 회사가 유치권 행사를 주장하며 설치해 둔 현수막 6개를 제거하여 다른 곳에 보관하였고, 이로 인해 재물손괴죄로 기소되었습니다.
해당 토지는 피고인의 부친이 소유한 부동산이었으며, 피해 회사는 공사대금 등 채권을 근거로 유치권을 주장하며 현수막을 설치한 상황이었습니다.
피고인은 현수막을 설치한 측에 연락을 시도하고, 관할 관청에 제거 요청을 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한 뒤 약 8개월이 지나서야 현수막을 제거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현수막을 제거하여 본래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행위가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고 고의도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 회사가 주장하는 유치권의 피보전채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가압류 이의신청 및 민사 본안 소송 결과를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또한 피해 회사가 넓은 부동산 위에 컨테이너를 두거나 현수막을 설치한 정도에 불과하여 해당 부동산을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정당행위 요건에 대한 판단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유치권 주장을 막아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방해 없이 소유권을 행사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아울러 피고인은 현수막을 훼손하지 않고 해체하여 보관하였으며, 그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상대방에게 즉시 알렸으므로 수단과 방법의 적절성도 갖추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관청에 제거 요청을 하는 등 다른 수단을 먼저 시도한 점에서 보충성도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보아,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
4. 결론
재물손괴죄와 정당행위 사이의 경계는 사실관계와 법리 모두에서 매우 섬세한 판단이 요구되므로, 당사자 혼자서 대응하다가는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정당행위 요건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해 불리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행위의 목적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법익균형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의 각 요건을 사안에 맞게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유치권 분쟁 과정에서 재물손괴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