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B이 피고인에게 비닐봉지를 달라고 한 시점부터는 피고인과 B이 합동하여 피해자의 재물을 절취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설령 피고인과 B이 합동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물질적 · 정신적으로 B의 절도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였으므로 방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2. 직권판단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검사는 당심에서 아래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교환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더라도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하여 살펴본다. 3.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변경된 공소사실 피고인은 B(2025. 6. 4. 사망)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관계이다. 피고인은 2024. 6. 27. 12:44경 서귀포시 C에 있는 피해자 D 운영의 'E' 매장 앞에서, B이 피해자 몰래 위 매장 밖에 진열된 피해자 소유인 시가 합계 30,000원 상당의 옷 6벌을 꺼내 들어 훔치려 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검은색 비닐봉지를 B에게 건네주고, 피고인이 위 매장 안에 있던 피해자의 동향을 살피는 동안B이 위 비닐봉지에 위 옷 6벌을 넣어 가지고 가게 하는 등으로 위 B의 절취 범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이를 방조하였다. 나. 관련 법리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행위를 말하므로,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하나, 이와 같은 고의는 내심적 사실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할 것이며, 또한 방조범에 있어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현장인 'E' CCTV 영상 CD를 비롯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B의 절도범행에 대하여 정범의 고의 및 방조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검사가 제출한 증거인 "현장인 'E' CCTV 영상 CD"는 피고인과 B이 비를 피해 'E' 가게 앞에 서 있는 장면부터 시작되는데, B이 위 가게 외부 진열대에 걸린 옷을 꺼내 집을 당시 피고인은 그 가게 주인인 피해자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여 전화를 하고 있었다. B이 옷을 훔치는 순간 피고인이 B이 있는 쪽을 잠깐 보기는 하였으나, 친한 지인이 옷을 홈치는 순간을 목격한다면 당황하는 등 그 순간 생기는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기 마련인데, 피고인이 보인 반응, 피고인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B이 옷을 홈쳤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② 그 이후 B이 꺼낸 옷을 들고 피고인에게 다가왔고, 피고인에게 피고인이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B의 약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는데, B이 비닐봉지를 달라고 하여 건네주었다'고 진술하였다. 실제로 비닐봉지에는 외관상 무엇인가 들어있는 것이 확인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변소는 설득력이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B이 옷을 훔치는 동안 피고인이 전화를 하는 등으로 B의 범행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러다가 B이 피고인에게 자신의 약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달라고 하였기 때문에 무심결에 건네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B에게 비닐봉지를 건넨 것만으로 B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피고인이 B에게 비닐봉지를 건넨 이후 B은 계속하여 범행에 나아갔고, 피고인이 매장 안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B의 범행을 용이하게 할 의도가 있었다면 B에게 매장 안쪽의 상황을 알려주었을 것인데, 이러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점(피고인은 이러한 상황을 상당히 불편해하고 벗어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친한 지인이 갑자기 절도 범행을 하는 것을 목격하였을 때 일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반응 중 하나이다), 피고인과 B이 친한 지인이었던 점, 피고인이 조현병 또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으므로 B에게 범행을 중단하라고 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 등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B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려고 망을 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당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은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다. 이는 위 제3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결론
절도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나 비닐봉지를 건네주었다는 행위만으로 방조죄 혐의를 받게 된 경우, 당사자 혼자서 고의 부재를 효과적으로 주장하고 증거를 반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CCTV 영상 등 각종 증거를 면밀히 분석하고, 고의를 부정할 수 있는 간접사실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무죄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변론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