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다.
이 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B(여, 58세)와 교제하다 2022. 9.경 헤어진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2. 10. 30. 20:00경 부산 금정구 C건물 ○○호에 있는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피해자의 지인 D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D이 술에 취해 거실에서 잠이 들자 현금을 절취할 것을 마음먹고, 작은 방 입구에 놓여 있던 피해자 소유의 현금이 들어있는 작은 가방을 집어들고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간 뒤 거동이 불편한 피해자가 피고인을 따라 기어가 “그 돈은 수술비로 쓸 돈이다”라고 말하며 피고인의 바지와 가방을 잡아당기고 가방을 되찾으려고 하자 발로 피해자의 배를 차 넘어뜨리고 위 가방 안에서 현금 50만 원을 꺼냈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위 피해자의 주거지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 근처 바닥에 있던 피해자의 큰 가방을 뒤져 현금 300만 원을 꺼내 거실로 나와 피고인의 바지를 잡아당기며 절취를 막으려고 하는 피해자의 배를 발로 차 넘어뜨리고, 작은 방으로 가 옷걸이에 걸려 있는 피해자의 검정색 외투 주머니를 뒤져 현금 47만 원을 꺼내고 이를 막기 위해 피고인의 바지를 붙잡는 피해자를 뿌리친 뒤 절취한 현금 397만 원을 가지고 집 밖으로 나갔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물을 절취하고 재물의 탈환에 항거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물을 절취하거나 재물 탈환에 항거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5.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397만 원을 절취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당시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D도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돈을 절취하는 장면을 보았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직후 지인들에게 술을 사거나 유흥비를 대신 지출한 정황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2022. 10. 30. 피해자의 주거지에 들어가 D의 가방에서 현금 50만 원, 피해자의 가방에서 현금 300만 원, 피해자의 잠바에서 현금 47만 원, 합계 397만 원을 절취하고 이를 막으려는 피해자의 배를 발로 차 넘어뜨리고 집 밖으로 도망갔다는 사실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판단
가) 피해자는 사건 당일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현금의 출처에 관하여, ① 2022. 11. 15. 경찰 조사에서는 ‘내가 400만 원을 갖고 있었는데, 11. 7.에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거 지인들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은 것이다’, ‘400만 원 중 3만 원은 D이랑 밥 먹는 데 썼다. 내가 D이에게 50만 원을 빌려줘서 D이가 50만 원을 자기 가방 안에 넣었고, 나머지 돈은 안방 침대 밑에 있던 가방 안에 300만 원, 작은 방에 걸려 있던 잠바 안에 47만 원을 넣어뒀다’, ‘그 돈 전부 1만 원권이었고 100만 원씩 고무줄로 묶어져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② 2022. 11. 23. 경찰 조사에서는 ‘D에게 50만 원을 빌려줄 때 가방에서 봉투에 넣어 둔 97만 원 뭉치를 꺼내어 그중 50만 원은 D에게 주고, 나머지 47만 원은 잠바 왼쪽 주머니에 넣어뒀다’, ‘화장대와 침대 사이 바닥에 둔 가방 안에 300만 원을 고무줄로 묶어서 보관하고 있었다’, ‘원래는 11. 7.에 자궁절제술을 할 예정이었는데, 피고인이 그 돈을 가져가서 다시 돈을 마련하느라 수술일이 늦춰져 11. 28.에 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③ 2022. 12. 19. 경찰 조사에서는 ‘평상시 현금을 농 안의 회색 코트 안에 보관하였다’, ‘피고인이 가져간 돈은 E에 있는 F병원 뒤에 있는 전당포에서 내 반지랑 팔찌를 맡기고 돈을 빌린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④ 이 법정에서는 ‘내가 당시 자궁 난소암 직전이라서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수술비를 모으던 중이었다. 수술비가 700~800만 원 정도 예상되었고, 당시 예정된 수술날짜는 며칠 뒤였는데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안 난다. 자궁에 있는 혹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는데, 그 수술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다’, ‘현금이 정확하게 (사건) 전날 밤에 받은 게 딱 400만 원이었는데, D과 G은행 식당 앞에서 3만 원을 썼으니까 397만 원이 남아 있었다. 그 돈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준 돈을 이자와 함께 받은 것이다. 그 전에 사람들에게 빌려준 돈을 일주일 정도에 걸쳐서 다 받아서 현금으로 가지고 있었다’, ‘50만 원은 D에게 빌려주었고, 나머지 47만 원은 캘빈클라인 잠바 호주머니에 넣어뒀다’, ‘피고인이 내 지갑을 뒤졌고, 거기서 고무줄로 100만 원씩 묶은 다발 3개를 꺼냈다. 5만 원권이 아니라 1만 원권이었다. 지갑은 일반적인 1~2cm 두께 정도의 지갑이다’, ‘안방 침대와 화장대 중간 지점에 가방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그 가방에서 300만 원을 훔치는 것을 직접 봤다. (재판장이 피해자에게 방금 전에는 ’지갑‘이라고 진술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나는 지갑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현금 397만 원을 절취하였다는 것이므로, 사건 당시 피해자가 그 액수 상당의 현금을 보관하고 있었던 경위와 그 출처가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당시 현금 400만 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D과 함께 식사비용으로 3만 원을 지출하여 피해 금액이 397만 원이라고 특정하면서도 현금 400만 원의 출처에 대하여 경찰에서 초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진술하였다가 2022. 12. 19. 마지막 경찰 조사에서는 전당포에 반지랑 팔찌를 맡기고 빌린 돈이라고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는 재차 진술을 번복하여 과거에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준 돈을 일주일에 걸쳐 이자와 함께 받은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해자의 진술은 당시 집 안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현금의 출처에 대하여 일관성이 없고, 나아가 현금을 보관한 곳과 관련하여서도 2022. 12. 19. 경찰 조사에서는 ‘평상시 현금을 농 안 회색 코트 안에 보관하였다’고 진술하거나 이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1~2cm 두께의 피해자 지갑을 뒤져 100만 원 다발 3개를 꺼내어 갔다고 진술하였다가 이를 번복하여 지갑이 아니라 가방이었고 자신은 지갑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등 피해 금원을 보관한 장소도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피해자는 당시 현금 400만 원을 집에 보관하고 있었던 이유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수술비로 지출할 돈이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특히 이 법정에서는 ‘자궁에 있는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예정하고 있었는데, 로봇수술로 할 예정이라 수술비가 700~800만 원 정도로 예상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오히려 피해자의 진료비계산서(증거기록 제355면)에 의하면 피해자가 2022. 11. 27.부터 2022. 11. 30.까지 4일간 입원하였고, 그 비용으로 진료비 총액 3,721,220원, 그중 환자부담금이 1,022,040원이 나왔으나, 위 환자부담금도 구청에서 지급한 긴급지원금으로 전액 납부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해자가 주장하는 수술비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실제로 지출한 돈은 전혀 없다.
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사건 당일 피해자의 주거지에 벗어놓고 간 청바지에 관하여, ① 2022. 11. 15.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나를 발로 찼고 자기를 못 잡게 바지를 벗어버렸다. (그런 다음) 피고인이 현관문으로 뛰쳐나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② 2022. 11. 23.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작은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다 열어봤고, 내가 작은 방으로 따라가 피고인의 바지를 붙잡았는데, 피고인이 바지를 벗어버렸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③ 이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안방에서 나올 때 (내가) 피고인의 바지를 붙잡았고, 피고인이 다시 내 배를 세게 찼다. 피고인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바지를 붙잡자 피고인이 자신의 바지를 벗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을 저지하기 위해 피고인의 바지를 붙잡았으나 피고인이 이를 뿌리치기 위해 바지를 벗었고 돈을 모두 절취한 후 집 밖으로 나갔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간 후 청바지 차림이 불편하여 피해자의 츄리닝으로 갈아입은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사건 당일 피고인이 피해자가 거주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약 1시간 30분 후 건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촬영한 CCTV 영상(증거목록 순번 29)을 보면, 피고인이 18:33경 오른손에 비닐봉지를 든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피고인이 20:08경 건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확인되는데, 피고인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입은 티셔츠 색상과 건물 밖으로 나올 때 입은 티셔츠 색상이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즉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에서 바지뿐만 아니라 티셔츠도 갈아입은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정황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뿌리치기 위해 바지를 벗고 돈을 챙겨 재빠르게 밖으로 나갔다는 피해자의 진술보다는 당시 옷차림이 불편하여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의 츄리닝으로 갈아입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에 더욱 부합한다.
라) 피해자는 피해 금액 397만 원이 모두 1만 원권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금의 두께로 보건대 그 돈을 피고인의 잠바 안에 넣기 어렵거나 설령 넣었다고 하더라도 외관상 티가 날 것으로 보이는데, CCTV 영상(증거목록 순번 29)을 보면 피고인이 건물 밖으로 나올 때 빈손인 상태이고 잠바 속에 현금 뭉치로 보이는 것을 넣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모습도 찾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이 그 정도 두께의 현금을 통째로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면 그 돈을 보관하고 있던 가방을 가지고 가는 것이 더 용이하였을 것인데, 일일이 현금만 빼서 가져갔다는 것도 의문이 든다. 또한 위 CCTV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만 보일 뿐 급하게 도망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 피해자는 피고인이 돈을 절취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① 2022. 11. 15.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2022. 10. 30. 20:00경 우리 집에 와서 20:49:59에 나갔다‘라고 하며 초 단위까지 진술하면서 피고인이 작은 방 입구에 놓여 있던 D의 가방을 가지고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가 돈을 꺼내는 장면, 피고인이 안방에 들어가 안방 침대 밑에 있던 가방 안에서 300만 원을 꺼내는 장면, 피고인이 작은 방에 걸려 있던 잠바 안에서 47만 원을 꺼내는 장면을 모두 목격한 것처럼 진술하였고, ② 2022. 11. 23.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D의 가방에서 50만 원을 꺼내는 장면은 봤으나 피고인이 안방 침대 밑에 있던 가방 안에서 300만 원을 꺼내는 장면, 피고인이 작은 방에 걸려 있던 잠바 안에서 47만 원을 꺼내는 장면은 직접 보지 못하였고 나중에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③ 이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D의 가방에서 50만 원을 꺼내는 장면, 피고인이 안방으로 들어가 피해자의 가방에서 300만 원을 꺼내는 장면은 직접 봤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잠바 안에서 47만 원을 꺼내는 장면은 보지 못하였으나 나중에 작은 방을 정리하면서 돈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해자는 자신이 목격한 범행 장면에 대해서도 매번 다르게 진술하고 있다.
바)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을 당하였음에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고 3일 뒤인 2022. 11. 2.에 신고한 이유에 대하여, ① 2022. 11. 15. 경찰 조사에서는 ’바로 112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정신 차리고 신고하려고 수면제를 먹고 다시 잠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② 이 법정에서는 ’너무 힘이 빠지고 기운도 없고 당황스러워서 신고를 못했고, 그냥 정리를 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 사건 전 2022. 9. 8.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고 하며 112에 신고한 사실(증거기록 제125, 126면), 2022. 9. 9.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고 하며 112에 신고한 사실(증거기록 제122, 123면), 2022. 9. 10. 피고인이 집에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고 하며 112에 신고한 사실(증거기록 제128, 129면)이 있는바, 이처럼 피해자는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가 있으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약 400만 원의 수술비를 절취당하고 그 과정에서 두 차례 발로 복부를 차이는 중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곧바로 112에 신고하지 않은 점은 다소 의아하다. 또한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나와 피고인이 D의 가방을 두고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D이 부스스하게 일어났고, 내가 D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는데, D이 술에 많이 취한 상태로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위 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가 급박한 상황에서 D에게 신고를 부탁할 정도로 피해 사실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단순히 기운이 없어서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잤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사) 피해자는 본인 명의의 H조합 계좌(계좌번호 1 생략)를 사용하고 있고, 피해자가 제출한 2022. 7. 1.부터 2022. 12. 20.까지의 거래내역(증거기록 제331 내지 352면)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위 계좌에 연동된 체크카드로 식비, 병원비, 교통비, 홈쇼핑대금, 보험료 등 일체의 생활비를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피해자가 이 사건 전부터 본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여 왔고, 특히 그 계좌에 연동된 체크카드로 병원비를 포함한 일체의 생활비를 지출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굳이 수술비 명목의 현금을 따로 마련하여 집에 보관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아) 피고인은 자신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번 돈을 아버지인 I 명의의 계좌(J은행 (계좌번호 2 생략))나 피해자 명의의 계좌(H조합 (계좌번호 1 생략))로 입금받았고, 피해자가 위 계좌들과 그에 연동된 체크카드를 관리하였으므로 자신이 피해자의 돈을 훔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일을 하며 번 돈을 나의 H조합 계좌로 한 번 준 적이 있지만 현금으로 받은 적은 없다. 피고인의 아버지 통장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① 피해자 명의의 H조합 계좌내역을 보면, K이 위 계좌로 2022. 7. 29. 56만 원, 2022. 8.
12. 80만 원, 2022. 8. 17. 16만 원, 2022. 8. 19. 64만 원을 입금한 내역이 있고, ② I 명의의 J은행 계좌내역을 보면, K이 위 계좌로 2022. 8. 24. 48만 원, 2022. 8. 27. 295,000원, 2022. 9. 3. 96만 원, 2022. 9. 6. 24만 원, 2022. 9. 8. 32만 원을 입금한 내역과 L이 위 계좌로 2022. 10. 2. 342,000원, 2022. 10. 3. 298,000원, 2022. 10. 4. 334,000원을 입금한 내역이 있고, ③ 피고인이 2022. 10. 7. 피해자의 위 계좌로 29만 원을 입금한 내역이 있고, ④ 2022. 8. 7.에는 피해자의 위 계좌에서 I의 위 계좌로 10만 원이 이체되고, 2022. 8. 28.에는 I의 위 계좌에서 피해자의 위 계좌로 20만 원이 이체된 내역이 있고, ⑤ 피해자의 위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사용처와 I의 위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사용처가 상당히 일치함을 알 수 있다(M, N, O, P, Q, R편의점, S 편의점, 다수의 택시비 결제내역 등).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아버지가 피해자에게 그 명의의 통장 및 카드를 주었고 피고인이 번 돈을 아버지나 피해자 명의의 계좌로 지급받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사실인 것으로 보이고, 별다른 직업 활동을 하지 않는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거하며 그 돈을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 앞서 살펴본 여러 사정들, 특히 ①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의 집에 약 400만 원의 현금을 보관하고 있었던 경위와 그 출처에 대하여 여러 차례 진술하였으나,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② 피해자는 700~800만 원 정도의 수술비 지출이 예상되어 수술비 명목으로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이후 피해자가 받은 수술에 관한 진료비계산서에 의하면 피해자가 수술비로 지출한 비용이 전혀 없는 점, ③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저항을 뿌리치기 위해 바지를 벗었고 급하게 도망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피고인의 옷차림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④ 피해자가 이 사건 전에는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신고를 하여왔음에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곧바로 신고하지 않은 점, ⑤ 피해자가 이 사건 전부터 본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고 있었고 그 계좌에 연동된 체크카드로 병원비 등 생활비를 지출하여 온 점에 비추어 볼 때 굳이 수술비 명목으로 다량의 현금을 집에 보관하고 있을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피해자가 집 안에 약 400만 원의 현금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D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판단
가) D은 사건 당시 피해자의 집에 함께 있었던 사람이다. D은 피고인이 돈을 절취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① 2022. 11. 15. 경찰 조사에서는 ‘피해자가 내 남자친구 T에게 50만 원을 빌려주기로 되어 있어서 그 돈을 나에게 줬고, 내가 그 돈을 내 가방에 넣었다’, ‘피고인과 술을 마시다가 (나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 쿵쾅쿵쾅 소리가 나서 눈을 떠보니 피해자가 질질 끌려가면서 「안 된다. 그거는 T 줘야 된다」라고 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뿌리치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는데 서랍장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가방에 있는 것을 꺼내서 후다닥 출입문을 열고 도망갔다’, ‘피고인이 내 가방에서 돈을 꺼내는 장면을 봤다’, ‘안방에서 서랍을 여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피고인이 가방에서 돈을 꺼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튀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② 2022. 11. 23.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내 가방을 들고 작은 방으로 가서 돈을 꺼내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다. 종전 경찰 조사에서 그 장면을 봤다고 말한 것은 피해자에게 들었던 내용을 말한 것이다‘, ’피고인이 안방에서 가방 안에서 무엇인가를 휙 하고 꺼내는 것은 보았지만 그게 현금인지는 모르겠다‘, ’피고인이 외투에서 현금을 꺼내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③ 2022. 12. 19.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작은 방에서 내 가방 안에 있던 돈을 꺼내는 것은 못 봤는데, 나중에 보니 돈이 없어졌다‘, ’피고인이 안방에 있는 서랍장 문을 쿵쿵거리면서 열었다가 닫았다 하는 소리를 들었고, 침대 바닥에 피해자 가방이 있는데 거기에서 무슨 하얀 거를 슉 하고 꺼내서 슉 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피고인이 또 작은 방으로 가서 옷장을 다 열고 그러고 나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④ 이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내 가방에서 돈을 꺼내는 장면을 봤고, 피해자가 「안 된다. 내 수술비다」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나보고 112에 신고하라고 했는데, 술이 덜 깬 상태라서 멍 때리고 앉아 있었다‘, ’피고인이 화장대와 침대 밑에 있던 가방에서 300만 원, 잠바 안에 있던 47만 원을 뺏어가는 장면을 모두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처럼 D은 경찰에서 처음에는 피고인이 D의 가방에서 돈을 꺼내는 장면, 안방으로 들어가 피해자의 가방에서 돈을 꺼내는 장면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이후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돈을 꺼내는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하였다고 하며 종전 진술을 번복하였고, 이 법정에서는 재차 피고인이 D의 가방에서 돈을 꺼내는 장면, 안방으로 들어가 피해자의 가방에서 돈을 꺼내는 장면, 다시 작은 방으로 들어가 피해자의 잠바에서 돈을 꺼내는 장면을 모두 직접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나아가 D 스스로도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돈을 꺼내는 장면을 보지 못하였음에도 피해자로부터 전해 들었던 내용을 마치 본 것처럼 진술한 사실이 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나) D은 2022. 11. 15. 최초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린 것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후 2022. 12. 19. 피해자와 함께 경찰에 출석하여 조사받으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발로 차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도 피고인의 폭행 장면을 모두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D이 경찰조사에서 피해자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진술하였다고 밝힌 적이 있음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폭행 장면을 목격하였다는 진술도 피해자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
다) D은 이 법정에서 ‘사건 당일 피해자로부터 50만 원을 빌려서 가방 안에 넣었다. 내가 돈을 가방 안에 넣을 때 그때 피고인이 (집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피고인이 그 돈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D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와 사건 전날 저녁부터 술을 마셨다. 전날 저녁부터 당일 저녁까지 계속 술을 마셨다. 자다 깨면 술을 마시고 자다 깨면 술을 마시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D과 피해자가 사건 전날 저녁부터 사건 당일 저녁까지 계속 함께 있었음에도 마침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 D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렸고 피고인이 보는 앞에서 그 돈을 가방에 넣었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지고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라) D은 이 법정에서 ‘(종전에 법원의 증인 소환에 응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하여) 2023. 4.경 법원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는 내가 남자친구랑 싸워서 피해자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소개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는 피해자랑 연결되는 것을 다 끊고 싶어서 증인으로 나오기 싫었다. 그런데 남자친구랑 화해를 했고, 남자친구가 법원에 「갔다 온나」라고 하여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D은 증인으로 출석할지 여부조차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주변인과의 관계에 따라 결정하고 있고, 그 진술 내용도 일관성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D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마) 앞서 살펴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D의 진술이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이 사건 직후 피고인이 지인들에게 돈을 사용한 정황에 관한 부분
증거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직후 종전부터 어울려 지내던 지인들에게 술을 사주고 유흥비를 대신 지출한 정황이 확인된다. D이 제출한 2022. 10. 31.자 통화 녹음파일과 관련하여 검사는 위 녹음파일에서 피고인이 ’U아, 20만 원 된다, 20만 원이면 떡을 친다, 노래방 갈까‘라고 말한 부분이 있고,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피고인이 지인들에게 사용한 돈의 출처가 그 전날 피해자에게서 훔친 돈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한다[수사보고(참고인 D 제출 녹음파일 관련), 증거목록 순번 86].
그러나 피고인도 자신이 지인들에게 술을 사주거나 노래방 비용을 대신 내준 사실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평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일당으로 15만 원 이상을 받아왔고, 이 사건 전날인 2022. 10. 29.에도 일당으로 144,000원을 수령한 점(증거기록 제356 내지 358면), 피고인의 어머니는 2022. 12. 19. 경찰과의 통화에서 ’피고인이 2022. 10. 24. 출석하였을 때 구속이 될 수도 있어서 수감생활 중쓰라고 50만 원을 피고인의 아버지 몰래 (피고인에게)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제359면)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지인들에게 쓴 돈의 액수에 관하여 검사가 주장하는 금액(20만 원)를 인정하더라도 이러한 정황만으로 피고인이 지출한 돈의 출처가 그 전날 피해자에게서 절취한 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4. 결론
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2022.
10. 30. 피해자의 주거지에 들어가 D의 가방에서 현금 50만 원, 피해자의 가방에서 현금 300만 원, 피해자의 잠바에서 현금 47만 원, 합계 397만 원을 절취하고 이를 막으려는 피해자의 배를 발로 차 넘어뜨리고 집 밖으로 도망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며,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이를 각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