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된 신용카드가 셀프주유기 단말기에 꽂혀 있던 상황에서 해당 카드로 결제가 이루어진 경우, 이를 곧바로 부정사용으로 볼 수 있는지가 형사 실무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타인의 신용카드로 주유대금이 결제된 사안에서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된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과 컴퓨터등사용사기의 성립요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 부정사용이란
타인의 신용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사용이란 카드 명의인의 허락 없이 그 카드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다만 이 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타인의 카드로 결제가 이루어진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행위자가 타인의 카드를 사용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란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의2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거나 허위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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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ㆍ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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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단말기에 타인의 신용카드를 삽입하여 결제하는 행위가 이 조항에서 말하는 ‘권한 없는 정보 입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죄 역시 행위자에게 권한 없이 타인의 카드를 사용한다는 인식, 즉 고의가 있어야만 성립합니다.
2. 고의 인정에 관한 법리
고의의 의미와 증명의 정도
형사사건에서 고의란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의는 피고인의 내면에 있는 심리적 상태이므로,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과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의가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해야 하며, 그에 이르지 못하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셀프주유기 결제 상황에서의 고의 판단
셀프주유기와 같이 이용자가 스스로 조작하는 무인 단말기에서는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 결제가 이루어진 외형적 사실만을 근거로 곧바로 고의를 추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따라서 결제 당시 피고인이 어떤 카드로 결제되는지를 알고 있었는지, 또는 알 수 있었는지 여부가 고의 인정에 핵심적인 기준이 됩니다.
3. 이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해자는 셀프주유기 카드단말기에 자신의 신용카드를 삽입하고 주유를 마친 뒤, 카드를 회수하지 않고 그냥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후 다른 손님이 주유를 위해 피해자의 카드를 단말기에서 뽑았다가 자신의 카드로 결제한 뒤 다시 피해자의 카드를 단말기에 꽂아두었습니다.
피고인은 이처럼 피해자의 카드가 이미 삽입되어 있던 주유기에서 자신의 카드로 결제를 시도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카드로 5,000원이 결제되었으나 실제 주유는 1,578원어치만 이루어지고 중단되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과 관련 정황
피고인은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하려 했으나 주유가 중단되어 단말기를 살펴보던 중 비로소 피해자의 카드가 삽입되어 있음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피고인은 결제 시도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카드를 단말기의 긁는 방식 카드리더기에 사용하려 했고, 주유가 중단된 이후에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다른 주유기로 옮겨 자신의 카드로 다시 결제하고 주유를 완료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피고인이 처음부터 타인의 카드를 사용하려 했다는 주장과 쉽게 부합하지 않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5,000원이 결제되던 당시, 피고인이 타인의 카드로 결제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고의가 있었음을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에게 컴퓨터등사용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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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
4. 결론
이처럼 셀프주유기와 같은 무인 단말기 환경에서 발생한 카드 결제 관련 형사사건은 고의 여부를 둘러싼 사실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사자 스스로 자신의 결백을 효과적으로 소명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고 피의자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고의 부재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면,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