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에서 타인의 명의를 빌려 등기를 마치는 이른바 명의신탁 문제는 민사 분쟁뿐만 아니라 형사 사건으로도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근저당권 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수탁자에게 횡령미수 혐의가 적용된 실제 사례를 통해 횡령죄의 성립요건과 무죄 판결의 이유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에 횡령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따라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지위가 인정되어야 하고, 그 보관은 단순한 물리적 점유가 아니라 위탁관계에 기초한 점유여야 합니다.
또한 형법 제359조는 횡령죄의 미수범도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실제로 재물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에도 시도 자체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9조(미수범)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위탁신임관계의 의미
횡령죄에서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위탁신임관계’입니다.
위탁신임관계란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임대차나 위임계약 같은 명시적인 계약뿐만 아니라 관습이나 신의칙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근거로 인정되든 간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2. 명의신탁과 횡령죄의 관계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의 적용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및 제2조는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여 투기·탈세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4조 제2항 본문에 따르면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이 경우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원래 매도인에게 귀속됩니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만을 가지게 됩니다.
명의신탁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소유권을 갖지 못하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법률상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명의수탁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명의신탁약정 자체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인 이상, 그 약정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를 형법이 보호할 가치 있는 신임관계로 인정하는 것은 법률의 취지에 반합니다.
이러한 법리는 소유권뿐만 아니라 근저당권의 설정계약 및 그 등기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3.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지인인 C에게 2억 원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C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고, 전 남편인 피고인의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습니다.
이후 피고인이 해당 근저당권을 실행하기 위해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피해자가 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피고인은 횡령미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채무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한 판단
검사는 피해자가 실제 근저당권자이고 피고인은 명의수탁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 즉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채무자 C이 근저당권의 실제 권리자가 피해자임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단서에 의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유효하고, 근저당권은 피고인에게 귀속된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의 최종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설령 채무자 C이 피해자가 실제 권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앞서 설명한 명의신탁 법리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없으므로 역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전지방법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7. 10.경 전처(2015. 4.경 이혼)인 피해자 B이 알고 지내는 C으로부터 "실제 소유하는 부동산인 D 명의의 경기 남양주시 E 토지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테니 돈 2억 원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아, 피고인 명의로 C에게 2억 원을 빌려 주고, 그 담보로 위 부동산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도록 하여, 피해자로부터 위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 명의를 신탁받았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된 위 부동산을 보관하던 중, 2018. 9. 21.경 의정부시 녹양로34번길 23(가능동)에 있는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위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를 마음대로 신청하면서 경매대금 216,849,314원을 청구하여 그 대금을 횡령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알고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 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 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실명법 제1조 및 제2조에 따라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은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의 설정계약 및 그 등기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나. 판단 1) 검사의 이 사건 공소의 요지는, 명의신탁자인 피해자가 채무자 C과 직접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담보로 근저당권등기를 설정받지 않고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을 소비대차계약자로 내세워 피고인 명의로 바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는데,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보관하던 중 임의경매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임의로 처분하려다 피해자의 집행정지신청으로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2)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주된 증거인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만으로는, 위 C이 2억 원을 빌리고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줄 당시 근저당권자가 실제로 피고인이 아니라 피해자라는 것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그 밖의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C으로부터 피고인 앞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유효하므로 이 사건 부동산의 근저당권은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설사 C이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앞서 살핀 법리에 비추어 이른바 계약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계약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거나 범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및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4. 결론
명의신탁과 관련된 횡령 혐의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과 형법상 위탁신임관계 법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사자가 혼자서 이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분석하여 횡령죄 성립요건 충족 여부를 정확하게 검토하고, 수사 단계부터 재판 단계까지 효과적인 방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명의신탁 관련 횡령 혐의를 받고 있거나 유사한 상황에 처한 경우라면, 반드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