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구성요건해당성 흠결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정기예금 계좌의 통장(이하 '정기예금 통장'이라 한다)과, 승인자용 OTP카드(이하 'OTP카드'라 한다)는 권리행사방해죄의 객체인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이 정기예금 계좌를 해지하고, OTP카드를 재발급 받은 행위로서 정기예금 통장에 대한 피해자 회사의 권리행사가 방해될 우려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의 행위는 권리행사방해죄의 '손괴' 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나. 위법성조각사유 존재 피해자 회사는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넘어 D 소유 계좌의 이체 한도를 변경하고 금원을 무단으로 이체하거나, 자금 집행을 부당하게 거절하는 등 위법행위를 하였고, 피고인의 행위는 D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긴급피난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다. 책임조각사유 존재 피고인이 정기예금 계좌를 해지하고, OTP카드를 재발급할 당시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기업은행 법무팀은 관련 주식양수도계약서, 주주합의서, 추가합의서 등을 검토한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피고인은 이를 신뢰하였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고 오인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형법 제16조에 따라 책임이 조각된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B건물, C호에 본점을 둔 가전제품의 외장커버 프린팅을 주 사업으로 하는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이고, 피해자인 주식회사 E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D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고 피고인과 D의 주식에 대해 2021. 5. 10.경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여 주식을 양도받고, 2021. 6. 25.경 D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여 피해자 회사는 약 30억 원의 신주인수대금을 D에 투자하여 2대 주주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금에 대해 2021. 5. 10.경 작성한 주주간합의서 및 2021. 12. 27.경 작성한 추가합의서에 따라 피해자 회사가 D에 투자한 자금을 사용하기로 약정하며 D의 기업은행 (계좌번호 1 생략) 정기예금 계좌의 통장 및 D의 기업은행 (계좌번호 2 생략) 계좌의 거래 인증 수단 중 OTP카드를 담당자용(D) 및 승인자용(피해자 회사)으로 등록한 후 승인자용 OTP카드를 피해자 회사에서 보관하기로 하며, 피해자 회사의 승인 없이 정기예금 계좌의 해지·출금 및 OTP카드 등의 거래인증 수단을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합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2. 5. 23.경 기업은행에 방문하여 피해자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D의 기업은행 (계좌번호 1 생략) 정기예금 계좌의 통장을 해지한 후 금원을 인출하고, D의 기업은행 (계좌번호 2 생략) 계좌의 거래 인증 수단으로 등록된 승인자용 OTP카드를 재발급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가 점유 중인 위 정기예금 통장및 승인자용 OTP카드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여 피해자 회사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권리행사방해의 고의로 피해자 회사가 점유하고 있던 정기예금 통장과 승인용 OTP카드의 용익적 또는 가치적 효용을 해한 것으로서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고, 수단의 유일성, 적합성 등의 요건을 결여하고 있으므로 긴급피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① 정기예금 통장과 OTP카드는 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물건에 해당하고, 권리행사방해죄에서 규정하는 '손괴'란 물리적으로 훼손하는 것은 물론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것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봄이 타당한바, 피고인이 정기예금 계좌를 해지하고, OTP카드를 재발급 받는 행위는 피해자 회사가 점유하고 있던 정기예금 통장과 OTP카드의 용익적 또는 가치적 효용을 해하는 것으로서 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손괴에 해당한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투자금에 대한 일종의 공동 관리권을 부여하였다고 할 것이고, 위 권리의 실행을 위해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정기예금 통장과 OTP카드를 부여하였는데, 정기예금 계좌를 임의로 해지하고, OTP카드를 재발급 받는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가 투자금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였는바, 피고인에게 권리행사방해의 고의가 있었음이 넉넉히 인정된다. ③ 피고인의 행위는 수단의 유일성, 적합성 등의 요건을 결여하고 있으므로 긴급피난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당심의 판단 원심과 당심의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각 사실 내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 회사가 재산권으로서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정기예금 통장과 승인자용 OTP카드를 피해자 회사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되는 물건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의 행위로서 피해자 회사의 권리행사가 방해되었다고도 볼 수 없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①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하여, 형법 제323조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기의 소유물이지만 타인의 권리 행사의 목적이 된 물건에 어떠한 행위를 하여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방해되는 경우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그 보호법익은 소유권이 아닌 재산권, 즉 제한물권 혹은 채권이라 할 것이다. 또한 그 문언상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가 자기의 소유물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어야 함은 명백하고, 이를 취거, 은닉,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한다. ② 피고인은 2021. 5. 10. 피해자 회사와의 사이에서 피고인이 보유한 D의 주식중 일부를 피해자 회사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다. 같은 날 체결된 주주간 합의서는 D이 주식양수도계약 종결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피해자 회사에게 신주를 발행하고, 피해자 회사는 그에 대한 대가로서 D에게 약 30억 원(이하 이를 주주간 합의서에 따라 '본건 투자금액'이라 한다)을 지급하되, 본건 투자금액은 주주간 합의서 제6조에서 정한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그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피해자 회사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였다. 본건 투자금액 중 일부는 피해자 회사의 기업은행 (계좌번호 2 생략) 계좌와 기업은행 (계좌번호 1 생략) 정기예금 계좌에 각 예치되었다. ③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는 2021. 12. 27. '본건 투자금액의 적정한 사용을 담보하고, 이를 통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대상회사(D)의 경영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당사자들 간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도모'할 목적으로 추가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추가합의서 제3조 2.항에 의하면, 기업은행 (계좌번호 2 생략) 계좌의 거래인증수단 중 승인자용 OTP카드를 피해자 회사가 보관하고, D은 피해자 회사의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는 임의로 위 계좌의 출금에 필요한 인감을 변경하거나 OTP카드를 비롯한 거래 인증 수단을 변경하여서는 아니 되며, D이 위 계좌에서 출금을 하고자 하는 경우 피해자 회사의 사전 서면 동의를 구하여야 한다. 또한 추가합의서 제3조 3.항에 의하면, D은 기업은행 (계좌번호 1 생략) 정기예금 계좌의 통장을 피해자 회사에게 교부하여 피해자 회사가 보관하도록 하고, 피해자 회사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위 계좌를 중도에 해지하거나 기타 방식으로 일체의 자금을 출금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이처럼 본건 투자금액을 주주간 합의서 제6조에 정한 목적 내에서 적정하게 사용하도록 담보하기 위하여, 피해자 회사는 주주간 합의서 및 추가합의서에 따라 본건 투자금액의 사용 내지 출금에 관한 사전동의권 내지 공동 관리권을 부여 받고, 그에 대한 관리 수단으로서 정기예금 통장과 OTP카드를 D로부터 교부 받아 보관하게 되었다. 결국 피해자 회사의 권리란 각 기업은행 계좌에 예치되어 있는 본건 투자금액 사용에 대한 사전동의권 내지 공동 관리권이라 해석된다. ⑤ 피해자 회사의 사전동의권 내지 공동 관리권은 채무자인 D에 대하여 일정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채권이라기보다는, 피해자 회사에게 부여된 '권한'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이를 권리행사방해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재산권이라고 보기 어렵다. 설령 견해를 달리 하더라도, 피해자 회사가 정기예금 통장이나 OTP카드를 보관하고 있지 않더라도 사전동의권 내지 공동 관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피해자 회사는 사전동의권 내지 공동 관리권을 실현·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기예금 통장과 OTP카드를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 피해자 회사가 그 자체를 점유나 권리의 목적으로 삼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 회사의 권리행사가 방해되었다고 하려면 피고인이 본건 투자금액을 피해자 회사의 사전 동의 없이 출금하거나, 주주간 합의서에서 정한 목적 외로 사용하는 등의 추가적인 행위가 존재해야 하는 이상, 피고인이 정기예금 계좌를 해지하고, OTP카드를 재발급 받은 행위가 곧 피해자 회사의 권리행사를 직접적으로 방해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⑥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회사가 채권을 보유했다는 점이나 피해자 회사가 정기예금 통장과 OTP카드를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으로 삼았다는 점 및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 회사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는 점이 각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는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과 같은바, 이는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4. 결론
권리행사방해죄는 그 성립 요건이 복잡하고, 사실관계에 따라 유죄와 무죄의 경계가 매우 미세하게 갈릴 수 있어 당사자가 혼자서 이를 판단하고 대응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피해자가 가진 권리의 법적 성격, 물건과 권리의 관계,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등 범죄 성립의 핵심 쟁점을 정확히 분석하여 효과적인 방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