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떠나면서 자신이 사용하던 업무 파일이나 이메일을 삭제했다가 전자기록손괴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원형사전문변호사로서 이 글에서는 퇴직 과정에서 업무 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한 행위가 전자기록손괴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메일과 업무용 파일을 삭제한 사실은 인정하나, 후임자 인수인계 과정에서 공용서버에 최종본 파일이 존재하여 이와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파일만 삭제한 것이다. 결국 공소사실 기재 파일과 이메일은 손괴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에게 손괴의 고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행위를 손괴라고 볼 수도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7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검사가 당심에 이르러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업무용 파일 9O개를 삭제하였다”를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업무용 파일 38개를 삭제하였다”로, 별지 일람표를 별지 1 범죄일람표를 별지 2 범죄일람표와 같이 각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는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3.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4. 6. 30.경부터 2015. 8. 26.경까지 서울 서초구 C에 있는 피해자 D 운영의 E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전시보조, 외부카페 전시, 문서 디자인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던 자이다.
피고인은 2015. 8.경 위 E 사무실에서, 2015. 3. 19.경부터 2015. 8. 11.경까지 위 E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받은 메일, 2014. 9. 21.경부터 2015. 8. 24.경까지 위 E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보낸 메일(이하 ‘이 사건 메일’이라 한다),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F 모집공고 파일 등 별지 2 범죄일람표 기재 업무용 파일 38개(이하 ‘이 사건 업무용 파일’이라 한다)를 삭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타인의 전자기록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손괴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4.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업무용 파일 삭제행위에 관하여
손괴죄의 객체인 문서란 거기에 표시된 내용이 적어도 법률상 또는 사회생활상 중요한 사항에 관한 것 즉, 재산적 이용가치 내지 효용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대법원 1989. 10. 24. 선고 88도1296 판결 참조), 이는 손괴죄의 객체가 전자기록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고인은 경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후임자 인수인계 과정에서 공용서버 등에 최종본 파일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이와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파일만 삭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피고인이 삭제한 이 사건 업무용 파일의 최종본이 별도로 남아 있으므로 삭제된 파일 자체는 모두 “재산적 이용가치 내지 효용”이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사건 업무용 파일이 “재산적 이용가치 내지 효용”을 가지고 있었는지 살펴본다. 그런데 기록에 나타난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D의 원심 법정 진술이나 경찰 진술조서를 비롯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해자 운영의 E에는 업무용 개인PC로 파일을 생성하는 경우 보통은 모든 업무용 파일을 저장해 두는 공용서버에 저장하고, 일부는 업무용 개인PC에 저장하기도 한다. 한편, 위 공용서버의 관리는 피해자가 하고 있다.
② 피고인은 경찰 이래 이 사건 업무용 파일은 중간 편집본이고 최종본은 공용서버나 홈페이지에 별도로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으나 피해자가 관리 중인 공용서버나 홈페이지에 그와 같은 최종본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은 현재까지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③ 피해자도 이 사건 업무용 파일의 최종본이 공용서버 등에 존재하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피고인이 이 사건 업무용 파일을 삭제한 경위를 종합하여 보면, 설령 위 파일이 재산적 이용가치 내지 효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손괴의 의사를 가지고 위 파일을 삭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국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이 사건 이메일 삭제행위에 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이메일을 이메일 서버에서만 삭제하였을 뿐이고, 이메일을 내용별로 정리해 파일로 만들어 업무용 개인PC 폴더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후임자에게 전달하였거나 전자문서인 일일보고서 형식으로 피해자에게 전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 사건 이메일의 복제본이 모두 남아 있으므로 이를 삭제했다고 해도 그 효용을 해한 것은 아니고, 설령 그렇지 않아도 피고인이 손괴의 고의를 가지고 이 사건 메일을 삭제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이메일 삭제행위가 ‘손괴’ 즉, 그 원래의 효용을 해하였는지 살펴본다. 그런데 기록에 나타난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D의 원심 법정진술이나 경찰 진술조서, 수사보고(고소인 추가자료 제출)를 비롯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전자기록의 경우 그 자체의 특성상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전자기록의 작성자나 작성일시 등 형식적 부분이 중요성을 가지지 않고 거기에 담긴 내용만이 중요성을 갖는 경우에는 전자기록의 원본, 복제본의 구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이메일은 이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② 피고인은 이 사건 이메일을 내용별로 정리하여 파일로 만들어 업무용 개인 PC 폴더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후임자에게 전달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피해자가 관리하는 영역에 있는 위 업무용 개인PC 내 폴더에 그와 같이 정리된 파일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③ 피고인은 중요 이메일의 경우 그 첨부파일과 함께 피해자에게 전자문서인 일일보고서 형식으로 전달하여 왔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해자도 일정 부분 그와 같은 보고서를 전달받았다고 인정하고 있다.
④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사전에 이 사건 이메일을 보존하라는 지시를 한 바는 없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피고인이 이 사건 이메일을 삭제한 경위를 종합하여 보면,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이메일을 삭제한 행위를 손괴라고 판단할지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손괴의 의사를 가지고 이 사건 이메일을 삭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국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앞서 본 것과 같이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 주장도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3항 기재와 같은데, 이는 제4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선고한다.
4. 결론
전자기록손괴 사건은 삭제된 파일의 효용 여부, 복제본 존재 여부, 고의 인정 여부 등 여러 법리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사자 혼자서 대응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어떤 증거를 확보하고 어떤 논리로 방어할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건에서는 수원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퇴직 과정에서 업무 파일이나 이메일 삭제로 전자기록손괴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즉시 수원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