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이나 의료재단 임원이 재단 명의의 공정증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는 사례가 실무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이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란 무엇인가
범죄의 기본 구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는 형법 제228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으며, 공무원에게 허위 신고를 하여 공정증서 원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입니다.
|
형법
제228조(공정증서원본 등의 부실기재)
①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에 부실의 사실을 기재 또는 기록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
공정증서는 공증인이 작성하는 공문서의 일종으로, 강제집행의 근거가 될 수 있어 높은 공신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허위 내용이 담긴 공정증서가 작성되면 상대방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고, 이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입니다.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는 형법 제229조에 따라, 허위 내용이 기재된 공정증서를 실제로 사용한 행위를 처벌합니다.
|
형법
제229조(위조등 공문서의 행사) 제225조 내지 제228조의 죄에 의하여 만들어진 문서, 도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 공정증서원본, 면허증, 허가증, 등록증 또는 여권을 행사한 자는 그 각 죄에 정한 형에 처한다.
|
이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함께 기소되는 경우가 많으며, 허위 공정증서를 단순히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행사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두 죄는 별개의 구성요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각각 성립 여부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2. 간접정범의 성립요건과 그 의미
간접정범이란
간접정범이란 범죄 의사를 가진 사람이 직접 범행을 하지 않고, 사정을 모르는 제3자를 도구처럼 이용하여 범행을 실현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형법 제34조 제1항은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하거나 방조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형법
제34조(간접정범, 특수한 교사, 방조에 대한 형의 가중)
①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
즉, 상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도 그 배후의 이용자를 처벌하는 것이 간접정범 규정의 핵심입니다.
간접정범과 공동정범의 구별
간접정범이 성립하려면 범행을 실행한 제3자가 해당 범행의 내용을 몰랐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반면, 실행자가 범행의 내용을 알고 이에 가담한 경우라면 간접정범이 아니라 공동정범의 문제가 됩니다.
이 두 가지 형태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간접정범으로 기소하였다면 실행자가 범행의 내용을 몰랐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만약 실행자가 범행 내용을 알았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간접정범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3.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의 병원장으로, 개인 채권자인 F이 피고인의 급여채권 등을 압류하고 피해자 재단 계좌에 대한 채권가압류 결정까지 받자, 재단 직원 I을 내세워 피해자 재단이 F으로부터 돈을 빌린 것처럼 허위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게 하였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후 피해자 재단 계좌에서 약 1억 1,600만 원이 F에게 지급되었고, 검사는 피고인이 I을 도구로 이용한 간접정범으로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원심은 업무상배임 부분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은 공정증서 작성을 실행한 I이 과연 그 내용을 모르고 서명한 것인지를 핵심 쟁점으로 보았습니다.
채권자 F은 공증 담당 변호사가 I에게 공정증서 내용을 직접 설명하여 확인하였다고 진술하였고, 병원 원무과장 등 여러 관계자도 I이 재단 계좌 가압류를 해제하기 위한 공증 작업에 직접 참여하였음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또한 I은 K의 친형으로서 재단 실질 경영자인 K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I이 범행 내용을 모르고 서명하였다는 간접정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무죄 선고
결국 항소심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 업무상배임 혐의 모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간접정범으로 기소된 이상, 실행자인 I이 범행 내용을 알았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습니다.
|
수원지방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
4. 결론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나 업무상배임 사건은 사실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간접정범과 공동정범의 구별처럼 전문적인 법리가 결론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 혼자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사건처럼 기소 형태와 실제 사실관계 사이의 불일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법리적으로 다투는 것은 형사 사건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형사전문변호사만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