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출신 송파 형사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수원 형사전문변호사 – 편의점 연쇄강도 무죄 판결 이끈 범인식별절차

마스크를 착용한 범인이 흉기로 편의점 종업원을 위협하는 이른바 편의점 강도 사건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편의점 연쇄 강도 사건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특수강도죄의 성립요건과 범인 식별 절차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검사출신 재산범죄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1. 특수강도죄란 무엇인가

특수강도죄의 성립요건

특수강도죄는 형법 제334조에 규정된 범죄로, 흉기를 휴대하거나 두 명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333조의 강도죄를 범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형법
제334조(특수강도)
①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제333조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전조의 죄를 범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형법
제333조(강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333조의 강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따라서 특수강도죄가 성립하려면 흉기를 휴대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고, 그로 인해 재물을 빼앗았다는 사실이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특수강도미수죄

특수강도죄는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처벌됩니다.

형법 제334조 및 형법 제342조에 따라 특수강도미수죄 역시 처벌 대상이 되며, 실제로 재물 강취에 성공하지 못하였더라도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위협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2조(미수범) 제329조 내지 제341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특수강도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매우 엄중한 수준입니다.

2. 유죄 인정을 위한 증명의 기준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란

형사재판에서 검사는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증거로써 입증할 책임을 집니다.

유죄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하고,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막연한 의심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으며, 증거에 의한 엄격한 증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범인 식별 절차의 신뢰성 요건

피해자가 용의자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절차는 그 방법이 적법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만 증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용의자를 단독으로 피해자와 대면시켜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방식은 피해자에게 무의식적으로 해당 인물이 범인이라는 암시를 줄 위험이 있어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합니다.

범인 식별 절차가 신뢰성을 갖추려면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을 사전에 상세히 기록한 다음,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명을 동시에 피해자와 대면시켜 지목하게 하여야 합니다.

또한 용의자와 비교 대상자 및 피해자들이 사전에 서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고, 대면 과정과 결과를 문서 및 사진으로 기록하여 사후에 증거 가치를 평가할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3. 이 사건의 주요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흉기인 칼을 들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편의점에 침입하여 종업원들을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았다는 특수강도 및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의 위성위치추적 기록이 각 범행 장소 인근에서 확인되었다는 점,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외모가 범인과 비슷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위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항소하였습니다.

범인 동일성 판단의 문제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각 범행이 동일인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70cm 내외의 왜소한 체격이나 왼손에 칼을 드는 범행수법은 다수의 사람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으로, 이것만으로 각 범행이 같은 사람의 소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왼손 장애를 확인한 이후 동일한 CCTV 영상을 두고 처음에는 왼손잡이의 소행이라 하다가 나중에는 왼손 장애가 있는 사람의 소행이라고 분류를 바꾼 것은 범인 선별 기준이 일관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범인 식별 절차의 위법성

항소심 법원은 피해자들의 범인 지목 절차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을 포함한 3명을 대면시키는 절차에서 나머지 2명의 키가 피고인보다 훨씬 크거나, 피고인 사진만을 단독으로 제시하여 범인을 식별하게 하거나, 대면 과정을 문서로 기록하지 않는 등 범인 식별 절차에서 요구되는 기준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피해자에게 무의식적인 암시가 주어질 개연성이 높아 그 진술의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차량 이동 기록 및 압수물의 증명력

차량의 이동 기록이 일부 범행 장소 인근에서 확인된 것은 피고인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단초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범행과의 관련성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한다고 볼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압수된 점퍼와 마스크는 이 사건 차량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이 사건 차량 내부에서는 이불과 유아용품만 발견되어 피고인이 가족과 함께 생활하였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전고등법원

주            문
제1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7. 2. 16. 03:50경 평택시 B 소재 'C' 편의점에 검정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왼손에 흉기인 칼을 소지한 채 침입하여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피해자 D(여, 31세)에게 칼을 들이대며 "돈 내놔"라고 말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로부터 현금 356,000원을 빼앗아 가 이를 강취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07. 2. 25.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7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편의점에서 일하는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약 1,576,000원 상당을 빼앗아 가 이를 강취하거나, 금품을 강취하려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 사건 수사는 단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 무렵 차량을 운전하여 범행 장소 부근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피고인은 당시 경제적인 이유로 처, 자녀와 함께 차량에서 생활하면서 바람을 쐬기 위하여 돌아다녔을 뿐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제출된 증거를 보더라도 범행현장에 비치된 폐쇄회로 TV 영상 속 인물이 피고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피해자들의 진술도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3.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그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의 피해자들인 E, F, G, D, H이 수사기관 또는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의 눈매, 체격 등이 범인과 일치하거나 비슷하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피고인은 일자(一字)형의 짙고 두터운 눈썹을 가지고 있고 그 눈꺼풀의 위쪽과 아래쪽이 깊게 파인 평범하지 아니한 독특한 눈매를 가지고 있어 타인과 구별이 비교적 쉬운 특징이 있고, 특히 증인 E, G은 피고인의 위와 같이 눈 윗부분이 쑥 들어가 있는 특징을 보고 두꺼운 쌍꺼풀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그 눈매만으로도 피해자들이 범인을 잘못 지목할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고 판단되므로 위 증인들의 증언은 믿을 수 있는 점, 각 범행 장소에 설치된 폐쇄회로 TV에 찍힌 범인의 체격, 범행수법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은 동일인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모습이 피고인과 비슷해 보이는 점,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이 일어난 시각을 전후하여 각 범행지역에 나타난 점, 피고인이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점퍼가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7번 기재 범행 당시 범인이 입고 있던 점퍼와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은 피고인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4. 이 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에 관한 수사기관의 범인지목 및 범행 선별 과정에서의 문제점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입건 및 기소 경위는 다음과 같다.
(1) 2007. 1.경부터 2007. 2.경 사이에 경기 및 충남북 일대 지역에서는 마스크나 복면을 한 범인이 심야에 편의점에 들어와 흉기로 종업원을 위협하여 금품을 강취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였다. 특히 같은 기간 내에 천안시에서만 봉명동, 직산읍, 성환읍, 안서동, 두정동 등지에서 총 13건에 이르는 편의점 강도사건이 발생하였다. 각 관할경찰서는 사건 발생 직후 현장 주변 탐문과 잠복수사, 동일 수법 전과자를 상대로 한 수사를 진행하였으나 별다른 범인 검거 실적을 올리지 못하였다.
(2) 한편 피고인은 2007. 2. 14. I를 운영하는 J로부터 (차량번호 1 생략) 로체 승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임차하였으나, 대여료를 지급하지 않은 채 약정한 기일에 차량을 반납하지 않았다. 이에 J는 평소 친분이 있던 천안경찰서 K팀 소속 경사 L에게 피고인의 행적이 의심스럽다는 제보를 하여 천안경찰서는 피고인에 대한 탐문수사를 착수하였다. J는 2007. 2. 23.에 이르러 피고인과 직접 연락을 취하여 피고인의 거소 인근지를 찾아갔는데 마침 그곳에 있던 이 사건 차량을 발견하고 이를 회수하였다. 차량 내부에는 피고인과 그 가족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 이불, 유아용품 등이 어지럽게 방치되어 있었는데 J는 대여료를 지급해야 이들을 돌려주겠다고 하면서 이 물품들이 차량에 실린 채 이를 그대로 가지고 갔다. 그 때 J가 유치한 피고인측의 차량 내 유류품에서는 범행과 연관될 수 있는 범행도구나 장물은 물론이고 이 사건 범행장소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각 범인이 착용한 것과 유사한 마스크, 모자, 의류, 범행도구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3) 천안경찰서는 이 사건 차량에 부착된 위성위치추적장치(GPS) 기록상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임차한 후 편의점 강도사건 발생지역인 천안, 진천, 오창, 평택, 안성, 아산, 서천, 보령 등지를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된 점,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6번 기재 범죄 당시 범행 장소 인근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 TV에 이 사건 차량이 촬영된 점 및 피고인의 강도전과 등을 근거로 피고인을 위 지역 편의점 강도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진행하였다.
천안경찰서는 관련 피해자들의 진술 및 폐쇄회로 TV 촬영사진 등을 수집하고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차량이 아닌, 당시 새롭게 렌트한 차량 내에 놓여 있던 점퍼 및 마스크 등을 압수한 다음 2007. 2. 28. 피고인을 긴급체포하였다. 긴급체포 및 영장 발부 단계, 검찰 송치 단계에서 피고인에게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련의 범행들을 놓고 피고인에게 혐의를 인정한 사건들이 사건처리 단계마다 제각기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천안경찰서는 타 지역 경찰서와의 공조를 통하여 당시 경기 및 천안을 포함한 충남북 일대에서 발생한 편의점 강도 사건들 중 ① 이 사건 차량의 이동경로를 추적하여 피고인이 범행일시를 전후하여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범행 장소 부근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된 사건들, ② 폐쇄회로 TV 촬영사진 내지 피해자의 진술 상 범인의 인상착의가 피고인의 인상착의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들, ③ 피고인의 왼손 시지 및 중지가 절단되어 있어 왼손으로 돈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범행수법이 장갑을 낀 왼손에 흉기를 들고 오른손으로 돈을 받아가는 내용의 사건들을 선별한 다음, 최종적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과 2007. 1. 27.자 범행에 대하여 피고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였다. 다만, 위 2007. 1. 27.자 범행과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7번 기재 범행은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임차하기 전 또는 반납한 이후에 발생한 것이기는 하나, 범인이 입고 있던 점퍼가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점퍼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범죄사실에 포함하였다.
그러나 검사는 2007. 3. 7. 피고인을 기소하면서 위 2007. 1. 27.자 범행을 공소사실에서 제외하였다. 위 2007. 1. 27.자 범행은 범인이 피해자를 창고로 끌고 들어가 청색 테이프로 양손을 결박하여 금품을 강취한 사건으로, 범행수법 상 왼손에 장애를 갖고 있는 피고인의 소행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소에서 제외된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천안경찰서가 수사를 착수하게 된 단초는 당시 천안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13건의 편의점 강도사건들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천안에 주된 거소를 두고 이 사건 차량을 천안 두정동 지역에 주차해 두었던 피고인에 대하여 천안 사건들은 모두 기소단계에서는 제외되었고 기소된 범행들은 모두 타 지역 사건들로 국한되었다.
이와 같이 수사 및 기소 단계마다 피고인의 범죄사실 내역들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수사기관이 직접적인 물증을 확보함 없이 애매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범인지목진술과 CCTV 기록에 주로 의존하여 다소 주관적인 평가기준만을 가지고 혐의인정 여부를 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이 동일인의 소행인지 여부
(1)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이 동일인의 소행임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제1심은 그 근거로 폐쇄회로 TV에 찍힌 각각의 범인이 모두 170cm 정도의 그다지 크지 않은 키에 왜소한 체격을 가진 점, 범인이 장갑을 낀 왼손으로 칼을 들기만 하였을 뿐 칼을 휘두르는 등의 적극적인 위협행위를 하지 아니한 등 범행수법이 동일한 점을 들고 있다.
(2) 그러나 제1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을 동일인의 소행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먼저, 피해자들의 진술 및 각 범행 장소에 비치된 폐쇄회로 TV 촬영사진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의 범인의 인상착의, 범행도구 및 범행수법은 다음과 같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각각의 범인이 대체로 170cm 내외 정도의 그다지 크지 않은 키에 뚱뚱하지 않은(보통 또는 왜소한) 체격인 점, 범행수법도 모두 흰색 마스크를 쓰고 왼손으로 칼을 든 채 칼을 휘두르는 등의 적극적인 위협행위를 하지 아니한 점 등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에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상당수의 성인 남자들이 위와 같은 키와 체격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신체적 외양이 타인과 쉽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인 것이라 보기 어렵고, 범행수법 또한 다른 범행과 구별될 정도의 독창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워 이러한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을 동일인이 저지른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범행수법과 관련하여 보더라도 수사기관의 평가에는 허점이 발견된다. 수사기관은 당초 그 무렵 발생한 유사범죄들 중 범인이 왼손에 칼을 든 사건들이 있는 것에 주목하였다. 범인이 오른손이 아닌 왼손에 칼을 든 것을 보면 왼손이 능숙한 왼손잡이일 것으로 보고 이들 사건들이 왼손잡이 동일범에 의하여 저질러진 것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하였다(그러나 오른손잡이도 힘이 있는 오른손으로는 금품을 빼앗아 움켜쥐는 데 쓰고, 칼은 실제로는 살상용이 아닌 위협용에 불과하여 이를 왼손에 들 수도 있는 것이기에 수사기관의 이러한 동일범 단정 그 자체는 그 전제부터 문제이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피고인을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하여 놓고 보니 피고인의 왼손 시지, 중지가 절단되어 있고 나머지 손가락에도 움직임이 어려운 장애가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한 장애 때문에 피고인은 왼손으로는 모든 손가락을 사용하여 칼 손잡이를 제대로 힘을 주어 움켜질 수 없었기 때문에 왼손으로 칼을 잡도록 했을 경우에는 외관상으로도 칼을 잡은 품새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이 만일 칼을 든 범행을 하고자 하였다면 아마도 왼손으로는 칼을 놓치기 쉬워 오른손을 사용하여 칼을 잡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일련의 범행들 중 오른손에 칼을 든 사건 중에서 피고인의 범행을 선별하는 것이 더 타당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함에도 수사기관 담당 경찰관은 피고인을 범인으로 확신한 나머지 왼손잡이의 소행으로 분류했던 사건들 가운데 외관상 칼을 부자연스럽게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 사건들을 다시 추려내어 피고인 소행의 범죄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재판부로서는 편의점 내에 설치된 CCTV 영상자료를 유심히 살펴 보았지만 과연 그 흉기를 든 왼손의 자세가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단언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피고인 검거 전에는 동일한 동영상을 보고 왼손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왼손잡이라고 분석하였었는데 그 근거 역시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동일한 범죄를 두고 수사기관이 어떤 때는 왼손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왼손잡이의 범행으로 보았다가 어떤 때는 왼손에 장애가 있어 왼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의 범행으로 본 것은, 동일인 소행의 범죄를 선별함에 있어 그 기준이 객관적이거나 일관적이지 못하였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을 동일인의 소행으로 보기 어렵다(더 나아가 기소된 모든 범죄사실에서 범인을 피고인 단 한사람으로 지목하기도 어렵다).
그밖에 범인의 인상에 관한 피해자들의 진술이 범인의 연령대나 눈매 등 세부적인 표현에 있어 차이가 있는 점,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이 1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개별 범죄의 각 범인의 복장과 범행도구에 있어 공통되는 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 특히 2007. 2. 23. 서천과 보령에서 발생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5번, 6번 기재 각 범죄는 불과 1시간 20여분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발생하였음에도 각 범인의 복장이 일부 상이한 점도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을 동일인의 소행으로 볼 수 없는 사정들이다.
따라서 제1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이 동일인의 소행임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일단 잘못되었다 할 것이다.
다. 증거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는 별지 증거관계 기재와 같다.
(2) 피해자들 진술의 증명력
(가) 먼저, 피해자 D, M, N, H의 수사기관 내지 제1심 법정진술은 범인의 인상이 피고인과 비슷하다는 취지에 불과하여, 위와 같은 진술에 고도의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절차에서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피해자와 대면시켜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용의자가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피해자에게 줄 수 있는 위험성이 있으므로,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절차에서의 피해자의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범인식별절차에서의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으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내지 묘사를 사전에 상세하게 기록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하여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피해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여야 하고, 용의자와 비교대상자 및 피해자들이 사전에 서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후에 증거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대면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5도146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피해자 F, G, E의 진술의 신빙성을 살펴본다.
① 천안경찰서 경찰관은 F으로부터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진술을 청취한 후 2007. 2. 28. 용의자인 피고인을 포함한 3명을 동시에 F과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키가 183~184cm 및 178cm로 모두 키가 170cm 정도인 피고인보다 훨씬 컸고, F은 3명 중 피고인의 키가 가장 작고 체격도 왜소한 것을 보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였다. 위와 같이 한눈에 봐도 피고인보다 키가 훨씬 커 대면의 의미가 없는 사람들을 피고인과 동시에 세워 놓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범인 지목은 범인식별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F에게 주어질 수 있는 무의식적인 암시의 가능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F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및 범인식별절차를 거쳐 이미 피고인이 범인임을 확신한 이후에 이루어진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높은 신빙성을 부여하기는 힘들다.
② G은 2007. 3. 5. 서천경찰서 서림지구대에서 피고인의 사진을 보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였는데, 당시 경찰관은 범인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다른 비교 사진 없이 피고인의 사진만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의 사진만을 제시하여 범인을 식별하도록 한 것은 범인식별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그 과정에서 사진 상의 인물인 피고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암시가 주어졌을 개연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G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나 범인식별절차를 거쳐 이미 피고인이 범인임을 확신한 이후에 이루어진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높은 정도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③ E은 경찰조사 당시 피고인을 포함한 3명을 대면하고 그 중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였으나, 그 대면 과정이나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조치를 취하였음을 인정할 어떠한 자료도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E의 경찰에서의 진술 및 범인식별절차를 거쳐 이미 피고인이 범인임을 확신한 이후에 이루어진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높은 정도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 제1심은, 피고인이 일자(一字)형의 짙고 두터운 눈썹을 가지고 있고 그 눈꺼풀의 위쪽과 아래쪽이 깊게 파인 평범하지 아니한 독특한 눈매를 가지고 있어 타인과 구별이 비교적 쉬운 특징이 있는 점, 특히 G과 E은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의 위와 같이 눈 윗부분이 쑥 들어가 있는 특징을 보고 두꺼운 쌍꺼풀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고 진술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그 눈매만으로도 피해자들이 범인을 잘못 지목할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고 보고 피해자들의 진술에 높은 신빙성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눈매가 타인과 쉽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인 눈매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눈매가 비슷하다는 점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이 범인과 동일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더욱이 N와 H은 피고인을 대면한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한편 G과 E은 경찰에서 범인의 눈에 쌍꺼풀이 있었다고 진술하여 쌍꺼풀이 없는 피고인의 눈매와는 전혀 다르게 범인의 인상을 설명하다가 제1심 법정 증언에서는 눈 윗부분이 깊게 들어가 있는 것을 쌍꺼풀이 있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G과 E의 당초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서 그 표현 자체는 제1심 법정진술과 상반되고 있다. 제1심은 이를 선해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죄의 증거로 삼고 있지만, 특히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그 지목 진술의 신빙성을 강하게 다투고 있는 사건에서 거의 유일한 증거라고도 볼 수 있는 피해자나 목격자의 지목진술의 증거가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고도의 신빙성이 요구되는 요증사실의 진부에 관하여 이들 모순되는 지목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쓰기에 부족한 증거로 보는 것이 자유심증주의의 내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판단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들의 진술에 높은 신빙성을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3) 범행현장 폐쇄회로 TV 촬영사진의 증명력
(가) 증거로 제출된 범행현장 폐쇄회로 TV 촬영사진으로는 피고인과 범인이 동일인임을 확인하기 어렵다. 당심의 촉탁에 의하여 폐쇄회로 TV 촬영사진 상의 범인과 피고인이 동일인인지 여부를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폐쇄회로 TV 촬영사진만으로는 동일인 여부를 식별할 수 없다는 의견을 회보하였다.
(나) 한편 당심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회보 이후 피고인으로 하여금 범행현장에서 폐쇄회로 TV 촬영사진 상의 범인이 취했던 포즈와 동일한 포즈를 취하도록 하여 피고인을 촬영한 다음, 감정인 O에게 범인의 촬영사진과 피고인의 촬영사진을 검토하여 양자의 동일인 여부를 감정할 것을 촉탁하였다.
이에 감정인 O는 범인의 촬영사진과 피고인의 촬영사진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양 사진을 검토한 결과,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3번 기재 범행과 관련해서 약간의 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카메라의 각이 커진 것을 고려하면 범인의 키와 체형이 피고인과 거의 유사하고,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6번 기재 범행과 관련해서 범인의 얼굴형과 두상이 피고인과 거의 유사하다는 내용의 감정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위 감정결과는 애초 카메라의 각도나 피촬영자의 위치 등 촬영 조건을 완전히 일치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감정한 것으로 고도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데에 내재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 단지 양 사진을 합성한 결과 키와 체형이유사하다거나 얼굴형과 두상이 거의 유사하다는 감정결과 자체만으로는 피고인과 범인이 동일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4) 차량이동상황 내역의 증명력
①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3번 범행은 2007.(이하 본 항에서는 연도 표시 생략. 생략된 연도는 모두 2007년임) 2. 20. 02:41 청원군 오창에서 발생했는데 피고인의 차량위치가 확인된 것은 2. 19. 20:40 천안인터체인지 P휴게소 및 2. 20. 05:40 평택경찰서이다. 이 차량위치 기록만으로는 그 확인된 시각과 위치에 비추어 피고인과 범행장소 사이의 시간적, 장소적 연관성을 찾기는 대단히 어렵다.
순번 5번 범행은 2. 23. 03:50 서천군 서천읍 사곡리에서 발생했는데 피고인의 차량위치가 확인된 것은 2. 22. 20:40 Q고등학교 앞(서천방향으로 주행), 2. 22. 21:21 부여-서천 방면 도로이다. 위 차량위치 기록을 통하여 피고인이 위 5번 범행 전날 저녁 부여 방면에서 서천 방면으로 이동한 것은 알 수 있으나 그로부터 약 6시간 여 후 발생한 서천읍 사곡리에서의 위 범행을 저질러진 것으로 추론하기에는 시간적, 장소적 차이 때문에 부족함이 있다.
순번 4번 범행은 2. 22. 05:40 아산시 둔포면에서 발생했는데 피고인의 차량 위치가 확인된 것은 05:12 성환읍에서 둔포 방면 노상이다. 이 역시 시간적, 장소적 차이 때문에 위 범행과 피고인의 관련성을 추론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② 이 사건 차량은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번 기재 범행 발생 1시간여 전인 2. 16. 02:40경 범행현장에서 약 600m 떨어진 R에, 순번 2번 기재 범행 발생 2시간 40여분 전인 2. 19. 02:40경 범행현장에서 약 300m 떨어진 S에 각각 정차되어 있었고(피고인은 그 당시 차량을 잠시 주차시키고 김치볶음밥을 사 먹거나 S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잠을 잤다고 주장한다), 순번 6번 기재 범행 발생 약 2분 전인 2. 23. 05:06:56경 범행 현장에서 약 176m 떨어진 보령시 T아파트 입구에서 피고인에 의하여 주행 중에 있었다(피고인은 그 당시 이 사건 차량에 처와 아이를 동승시키고 보령 대천해수욕장을 들려 천안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들 세 건의 범죄 발생에 임박한 시점에서 범행현장과 장소적으로 매우 근접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가 범죄가 일어난 시점 무렵 범행현장 부근에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정황은 그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데 하나의 단초가 된다. 또한 그 사람의 알리바이(현장부재) 주장을 배척하는 자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고 그 사람과 범죄와의 관련성을 밝히는 데 있어서 모든 형사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여전히 필요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만일 그 사람이 범행시점 무렵 범행현장 부근에 있었다는 정황만을 가지고 유죄 증거로 삼는다면 그 시각 그 장소 부근에 위치한 어느 누구라도 범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확률적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범죄의 혐의를 인정하게 되면 혐의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범죄 발생시점 무렵 용의자 외에 다수의 사람들이 범죄현장에 근접해 있었다면 용의자가 범인일 확률적 가능성은 낮아져 범죄의 혐의를 인정하는 데에 별 의미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일련의 범죄가 발생하였는데 마침 각 범죄마다 어떤 특정인이 시간과 장소적으로 항상 근접하여 위치하고 있었다는 사정이 밝혀진 경우라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이 사건에서 쟁점으로 되고 있다. 피고인의 위치와 이들 일련의 범죄가 시간적, 장소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반복되고 있다는 이러한 정황에 더하여, 피고인이 특별한 목적 없이 바람을 쐴 겸하여 심야에 렌트카를 이용하여 장거리 운행을 수일간 지속해 왔고 피고인의 차량 주행 지역 부근에서 그 때마다 새벽시간대에 이들 세 건 범행을 포함한 여섯 건의 동일수법 강도범행이 발생했다는 정황(다만 위 세 건의 범행을 제외한 나머지 범행들은 그 시간적, 장소적 근접성이 이들 세 건의 범행과는 차이가 나는 점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다)까지 고려해 보면 피고인과 이들 세 건 또는 여섯 건의 범죄들과의 관련성을 추론하도록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추론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수사의 단초로 삼는 것에 그쳐야 할 뿐 다른 일반적인 유죄의 증거 없이 이러한 정황 하나만을 가지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다(그 때문에 이 사건 수사기관에서도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집중적인 수사를 벌이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여러 건의 일치라고 하는 이러한 사정은 한 건의 일치와 비교하여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확률적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라는 정황에 불과할 뿐(그러나 그러한 확률적 가능성도 왜곡이나 오류에 빠질 소지가 있음은 후술한다) 그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유죄의 증거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 위치가 확인된 곳은 일반인들에게 출입과 통행이 널리 개방된 곳들이다. 비록 심야, 새벽시간대이기는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그 지역의 통행이 가능한 것이다. 마침 공교롭게도 그러한 각각의 범행시각과 장소에 근접하여 중복적으로 위치가 확인되는 다른 사람이 더 있을 가능성 또는 여지를 배제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각 범행의 범인은 오로지 피고인 한사람뿐일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여전히 주저된다.
이 사건 일련의 범행들과 파악된 피고인의 위치들의 일치빈도 때문에 피고인이 범인일 것이라는 확률적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이 사건들과 같은 겨울철에 복면이나 마스크를 한 채 흉기를 든 편의점 강도사건은 비교적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신종 강력범죄로서 충청도 일대는 물론이고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일 그 무렵 어느 여행객이 아무런 목적의지 없이 바람을 쐴 겸 차량을 이용하여 심야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고 하자. 그 때 그 사람의 주행경로를 추적하여 여러 건의 편의점 강도사건들 가운데 그 경로 인근에 위치한 사건들만을 골라내어 "왜 공교롭게도 당신이 지나간 지역에서 동일 수법의 강도사건이 발생하였는가?"라고 추궁을 한다면 타당한 일인가. 확률은 작위가 개재되지 아니한 우연성이 보장되는 상태에서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 어떠한 사상(事象)이 발생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 사례에서와 같이 주행경로라고 하는 특정한 조건에서(그것도 그 주행경로는 그 여행객 이외에는 다른 사람은 절대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서) 다른 곳이 아닌 오로지 그 주행경로에서만 특정한 동일 수법의 범죄가 다발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한다면 그 확률의 문제를 논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사례에서는 그 여행객 이외에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하여도 유사한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주행경로 중 수사기관의 선택이라고 하는 작위가 개재되어 있다. 그 "공교로움"은 여행객의 행위에 선행하는 수사기관의 선택 때문에 초래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단 옳다. 그래서 주행경로 중 여러 건의 범행을 연결 지은 다음 그것이 범죄의 감행에 관한 확률적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는 것이다. 그 여행객이 범죄가 발생하는 지역을 여행할 확률이 얼마인가를 알아보는 것은 가능해도 거꾸로 그 범죄가 그 여행객에 의하여 저질러질 확률이 얼마인가를 해명하는 자료로 삼기는 어렵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돌아다닌 지역마다 편의점강도 사건이 발생했던 것을 보면 이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의도적 범죄감행의 확률이 100%에 근접한다는 판단은 수사기관의 선택적 작위가 개재된 역추론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결국 피고인이 이동한 지역에서 범죄가 발생하였다는 것은, 시각을 달리하면 범죄가 발생한 지역을 피고인이 이동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문제로, 피고인의 이동사실 자체만으로는 범행과의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서라도 이 사건에서는 여전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남지 않을 정도의 강한 유죄의 증거가 필요하다. 더구나단 한 건의 범행과 비교하여 범행 건수가 누적되면 될수록 범인이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유죄의 증거를 발견할 소지는 높아진다. 이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연결될 수 있는 다른 유죄의 증거 발견에 실패를 하였다고 한다면 이는 문제이다. 따라서 다른 증거 없이 피고인 행적과 범행의 시간적, 장소적 근접성의 반복이라고 하는 정황만으로는 이를 유죄의 유일한 증거로 삼는 데에는 주의를 요하다.
(5) 압수물의 증명력
천안경찰서는 2007. 2. 28.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점퍼와 상·하의, 마스크, 신발 등을 압수하였는데, 그 중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은 점퍼와 마스크이다. 그러나 이 압수물들은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되었다고 하는 이 사건 차량 내에서 발견된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차량은 렌트카 업주인 J에 의하여 거의 반 강제적으로 회수되었는데 그 때 J가 이 사건 차량내에서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수거해 간 피고인의 유류품들 중에서는 이 사건 범행과 연관성을 지을 물건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인은 이 사건 차량 내에 가족들을 태우고 함께 충청도 인근 지역들을 심야에 돌아다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차량 내에서 수거된 물건들은 이불, 젖병 등 유아용품들로서 이러한 주장에 부합하고 있다. 압수된 물건들은 피고인이 용의선상에 올려졌을 무렵 다른 렌트카에 보관되어 있던 것들이었는데, 피고인은 마스크에 대하여는 피고인은 어머니로부터 빌려서 가지고 있던 것이고, 점퍼는 피고인 처가 입고 다니던 여성용 점퍼라고 주장하면서 범행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폐쇄회로 TV 촬영사진에 의하면 위 압수된 점퍼와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7번 기재 범행 당시 범인이 입고 있었던 점퍼가 그 색상이나 형태, 문양 등에 있어서 외견상 유사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그 사진의 해상도 등 문제 때문에 양자의 동일성을 판독하기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점, 2007. 1. 27. 천안시 직산읍에서 발생한 편의점 강도 사건의 범인 역시 위 압수된 점퍼와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점퍼를 입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범행수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기소에서 제외된 점, 위 압수물들의 압수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변소를 뒤집을 다른 정황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 압수물들을 유죄의 증거로 삼기 부족하다.
라. 그 밖의 피고인 변소에 부합하는 사정들
(1) 피고인은 고부갈등으로 2006. 11.경 처, 자녀들과 함께 집을 나오게 되었는데 잇단 사업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할 수 없이 이 사건 차량을 임차하여 가족들과 함께 차량 안에서 생활하게 된 것으로,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여 범행을 저지르고 다닐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변소한다.
기록에 의하면, J가 이 사건 차량을 회수할 당시 차량 안에는 이불과 옷가지, 우유병 등이 있었던 사실, 2007. 2. 23. 새벽 5시 무렵 보령시 T아파트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방범용 폐쇄회로 TV에 이 사건 차량 조수석에 다른 사람이 탑승하고 있었던 장면이 촬영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에 부합된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차량의 대여료를 납부하지 못해 차량을 강제로 회수당하였는데, 만약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면 강취한 금품으로 충분히 대여료를 납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은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2) 수사기관은 피고인으로부터 범행도구나 피해금품 등을 압수하지 못하였다. 또한 J가 이 사건 차량을 회수할 당시 차량 안에는 이불과 옷가지, 우유병 등만이 있었을 뿐 범행도구나 범인이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은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차량 안에 이불 등이 남아 있었던 사정으로 미루어 볼 때 피고인은 당시 물건들을 정리할 틈도 없이 이사건 차량을 반납한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이러한 사정에서 범행도구나 당시 입었던 옷 등을 미처 치우지 못한 채 이 사건 차량 안에 남겨두었을 법한데도 그렇지 않다는 것 역시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변소를 뒷받침해 준다.
(3)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였다.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받은 이후에는 귀가하지 않고 스스로 경찰서에 머물러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 하였다.
(4) 한편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7번 기재 범죄와 관련하여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하여 친구인 U에게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U와 함께 있었던 것처럼 허위 증언해 줄 것을 부탁하였는바, 피고인이 위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하여 허위 증언을 부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러나 피고인으로부터 압수된 점퍼와 위 범행 당시 범인이 입고 있던 점포가 동일한 종류의 것으로 확인되자 피고인이 범인으로 오인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허위 증언을 부탁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바,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를 수긍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마. 소결론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의 경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밖에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는바, 이와 달리 제1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논지는 이유 있다.
5. 결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법원의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4. 결론

특수강도 사건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당사자가 혼자서 범인 식별 절차의 위법성이나 증거의 신빙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투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범인 식별 절차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각 증거의 증명력에 문제가 없는지를 정밀하게 검토하여 의뢰인의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수강도 혐의를 받고 있거나 범인으로 잘못 지목된 억울한 상황에 처하였다면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검사출신 변호사 - 사기죄전문변호사,횡령죄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