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이 사건 공소사실 중 준강간의 점은
무죄.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 및 보호관찰명령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F(여, 34세)와 채팅 어플을 통해 알게 된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2. 4. 29. 20:00경 부산 사하구 G 모텔 H호(이하 ‘이 사건 모텔 방’이라 한다)에 피해자와 함께 입실하여 술을 마시면서 대화하다 다음날 새벽경 피해자가 침대에 누워 잠들자 피해자의 팬티 위로 손을 올렸고,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손을 치우고 돌아누웠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술에 취하여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다리를 잡고 돌린 후 피해자의 팬티를 벗기고 자신의 성기
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판단
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를 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것이며 우리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이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한 것의 의미는, 법관은 검사가 제출하여 공판절차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고,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을 가지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이유리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자신의 주장 사실에 관하여 증명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등 참조).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 F를 채팅 어플로 처음 알게 되어 만났다가 술을 마시기로 하고 이 사건 모텔 방에 들어간 점, 피고인과 피해자 F가 대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성적인 호감을 표시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피해자 F가 잠이 들기 전에 피고인과 사이에 성적인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피고인도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피해자 F가 다이어트 중이라며 피고인의 손을 가져가 자신의 배를 접촉한 것 외에는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2024고합24 증거기록 2권 96쪽)], 피고인이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 F를 상대로 간음을 시도하여 피해자 F의 명시적인 허락을 받지 않고 피해자 F를 간음한 점, 피해자 F가 이 사건 당시 처음 만난 피고인과 피임도구도 없이 선뜻 성관계에 응하였을 것 으로 볼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만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간음 당시 상황에 관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할 뿐 그 상황에 관하여 제대로 진술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F가 간음 당시 제대로잠에서 깨지 않은 상태였고 피고인이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 F를 간음한 것으로 보이긴 한다.
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 F가 이 사건 당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 F를 간음하였음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해자 F의 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이 피해자 F의 동의 없이 피해자 F를 간음하였더라도 피고인을 준강간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1) 현장사진, 피고인, 피해자 F의 각 경찰진술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F는 맥주1병(1,000ml)을 사서 이 사건 모텔 방으로 들어갔고, 피고인과 피해자 F는 저녁 8시경부터 이 사건 모텔 방에서 위 맥주 1병을 나눠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F는 어느 정도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 이후 취기가 올라 잠이 들었고, 피고인은 다음날 새벽 무렵 잠을 자던 피해자 F를 상대로 간음을 시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 F는 평소 주량과 당시 술에 취한 상태 등에 관하여 제1회 경찰 조사에서 ‘그 날은 반반 먹은 거 같다. 맥주 500ml 정도 마신 거 같다. 그런데 제가 평소에 술을 안 먹어서 주량 자체가 약하다. 평소 맥주 한잔도 안 먹는다. 간이 안 좋아서 술도 못 먹는다. 그 남자와 이야기가 잘 통하고, 그냥 마시다 보니까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되었다. 좀 알딸딸한 상태였다. 정신은 있었던 거 같고, 몸을 못 가눌 정도는 아니었고, 취기가 올라와서 바로 자야겠다 그 생각으로 잤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2024고합24 증거기록 2권 28, 29쪽), 제2회 경찰 조사에서 ‘피쳐를 둘이 딱 나눠마셨는데 저는 맥주 500ml 정도 마시는 사람이라 주량이 그렇게 센 편이 아니다. 그날 그 정도 마신 게 다이다. 그 전에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2024고합24 증거기록 2권 110쪽).
피해자 F의 위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F가 이 사건 당시 자신의 평소 주량보다 상당한 정도 초과하여 술을 마셨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피고인과 피해자 F는 저녁 8시경 이 사건 모텔 방으로 들어갔고 잠이 들 때까지 상당 시간 대화를 나누었던 것으로 보이는데[피해자 F는 제1회 경찰조사에서 대략 밤 11시경부터 12시경 사이에 잠을 잔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2024고합24 증거기록 2권 22쪽)], 피해자 F는 제1회 경찰 조사에서 잠이 들기까지 피고인과 나눈 대화 내용, 잠이 들 당시 입고 있었던 피고인, 피해자 F의 옷 상태 등을 기억하여 진술하였다(2024고합24 증거기록 2권22, 24쪽). 이와 같은 사정에 피해자 F가 어느 정도 잠을 잔 이후에 간음이 이루어진 점까지 더하여 보면, 피해자 F가 간음 당시 정상적인 판단능력 등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3) 피해자 F는 간음 당시 피해자 F의 상태에 관하여 제1회 경찰 조사에서 ‘잠도자고 있었던 상태고, 술도 마셨고, 전날 잠도 못 잔 상태라서 너무 피곤해서 제가 달리말을 할 상태는 아니었다. 자다 일어나서 힘도 없고, 제가 팬티 중앙 쪽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놓친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때 렌즈를 끼고 잤는데, 눈도 아파서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했다. 피고인을 계속 밀다가 제가 포기를 했다. 밀리지도 않고, 그냥 빨리 끝내라 하는 마음으로 자포자기 했다. 두 번째일 때는 바로 삽입이 되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시간이 없었다. 목도 잠겨서 소리도 안 나오고, 제가 렌즈를 끼고 있어서 정신을 차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술도 먹었고 잠든 지 2시간 밖에 되지 않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2시간 정도 잤다는 것은 추정해서 하는 말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2024고합24 증거기록 2권 25, 26, 28, 31, 32쪽), 제2회 경찰 조사에서 ‘제가 어릴때 수면제, 신경안정제를 많이 먹어서 그 부작용으로 잠을 자면 잘 못 일어난다. 그래서 낮에 일을 못해서 밤에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당시에도 제가 잠을 자다가 그런 일이 있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2024고합24 증거기록 2권 114쪽).
그러나 피해자 F의 진술 외에는 피해자 F가 수면제 등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잠이 들었다가 깰 때에도 계속해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해자 F는 피고인이 한 행동, 팬티가 벗겨지지 않도록 팬티를 잡고 버텼던 점, 피고인의 가슴과 팔 등을 밀면서 저항하였던 점 등 간음 당시 상황에 관하여 비교적 정확히 기억하여 진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 F가 술을 마신 이후 잠이 들었고 간음 당시 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하여 의식이 명료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F의 간음 당시 상태가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이 저하된 상태를 넘어 정상적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는 정도여서 준강간죄에서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4) 한편 피해자 F가 마신 맥주의 양이 많지 않았고, 피해자 F는 피고인과 상당 시간 대화를 한 이후 잠이 든 점, 피해자 F가 간음 당시 잠이 완전히 깨지는 않았더라도 피고인을 밀어 내는 등의 거부 행위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간음 당시 피해자 F가 술과 잠의 영향으로 피고인의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임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 결론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않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부착명령 및 보호관찰명령 청구에 관한 판단
1. 청구원인 요지
피부착명령청구자,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는 성폭력범죄를 2 회 이상 범하여 그 습벽이 인정되고, 19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
2. 판단
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및 제21조의2 제1호에 규정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란 재범할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피부착명령청구자 또는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가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성폭력범죄의 재범의 위험성 유무는 피부착명령청구자 또는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의 직업과 환경, 당해 범행 이전의 행적, 범행의 동기, 수단, 범행 후의 정황, 개전의 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판단은 장래에 대한 가정적 판단이므로 판결 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7658, 2018전도54, 55, 2018보도6, 2018모2593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및 범행의 경위와 내용, 방법, 피고인의 나이와 성행, 환경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형 집행 종료 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 내지 보호관찰을 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정도로 피고인이 장래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2) 피고인에게 선고한 징역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의 집행, 공개·고지명령, 취업제한명령 및 신상정보등록만으로도 피고인의 왜곡된 성적 충동과 성행의 교정 및 성폭력범죄 재범 예방의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피고인에 관한 재범위험성 평가도구나 평가척도에 따른 평가 결과 등 피고인의 재범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
3. 결론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와 보호관찰명령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4항 제1호, 제21조의8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