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중인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건은 밀폐된 공간에서 당사자들만 있는 상황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두고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식칼로 상대방의 복부에 상해를 가하였다는 특수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실제 사례를 통해, 특수상해죄의 성립요건과 법원이 무죄를 인정한 이유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목차
1. 특수상해죄란 무엇인가
특수상해죄의 의미
특수상해죄는 형법 제258조의2 제1항에 따라,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사람의 신체를 다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입니다.
|
형법
제258조의2(특수상해)
①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57조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일반 상해죄보다 형이 무거운 이유는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피해자가 입는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죄가 성립하려면, 첫째로 식칼처럼 위험한 물건을 실제로 ‘가지고’ 있었을 것, 둘째로 그 물건을 사용하여 피해자에게 신체적 상해를 가하였을 것, 이 두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상해의 의미와 입증 문제
상해란 피해자의 신체에 기능 장애나 건강 상태의 악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단순히 상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특수상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의 몸에 상처가 발견되었더라도, 그 상처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여야 합니다.
만약 그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면, 설령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형사재판의 대원칙입니다.
2. 특수상해 사건에서 핵심 쟁점: 상처의 원인
특수상해 사건에서 피해자의 몸에 상처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비교적 쉽게 입증됩니다.
그러나 그 상처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생긴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 스스로 자해한 것인지, 또는 다른 우연한 원인에 의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양쪽 당사자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서로 칼을 빼앗으려 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툼이 벌어진 경우에는 각자의 기억이 불분명하거나 서로 엇갈리는 진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처의 위치, 깊이, 옷의 손상 여부, 방어 과정에서 생긴 흔적의 유무 등 객관적인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3. 실제 사건: 특수상해 혐의에 무죄가 선고된 사례
사안의 개요
피고인과 피해자는 2년 이상 함께 생활한 사실혼 관계의 남녀였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던 중, 피해자가 먼저 주방에서 식칼을 가지고 나와 자신의 손목을 2차례 그으며 죽겠다고 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식칼을 빼앗아 자신의 목과 복부를 그으며 자해하였습니다.
이후 피해자의 우측 복부에 길이 약 6cm의 상처가 발견되었고, 검사는 피고인이 빼앗은 식칼로 피해자의 복부를 베어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하였다는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배를 칼로 그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하였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믿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대상이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배를 칼로 그었다고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이 칼을 어떻게 잡고 그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도 하였습니다.
두 사람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다툼이 벌어진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상처가 생긴 경위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객관적 정황에 대한 판단
재판부는 상처의 양상과 객관적 정황 또한 면밀히 살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옷 위로 칼을 그었음에도 옷은 찢어지지 않고 배에만 상처가 났다는 진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반면 오른손잡이인 피해자가 스스로 잠옷을 걷어 올리고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 맨살 부분을 살짝 그었다면, 옷은 그대로인 채 배에만 비교적 경미한 상처가 남은 결과가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칼을 쥔 피고인을 막으려 했다면 피해자의 손에도 상처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데, 피해자의 손 부위 사진은 없었고 피해자 본인도 손 부위 부상 여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처럼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여러 사정이 존재하고, 피해자의 복부 상처가 자해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식칼로 피해자의 복부를 베어 상해를 가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주 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수상해의 점은 무죄. 이 유 1. 이 부분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5. 1. 7. 01:00경 거제시 C에 있는 주거지에서, 피해자 B에게 ‘네 통장에 있는 20만 원 정도를 도박으로 날렸다’는 취지로 말한 일로 말다툼을 하던 중 피해자가 주방에 있던 위험한 물건인 식칼(총 길이 33cm, 날길이 20cm)을 가지고 오자 위 식칼을 빼앗은 다음 위 식칼 앞쪽 날 부분으로 피해자의 우측 복부를 베어 길이 6cm 상당의 창상이 생기게 하는 등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찰과상 등을 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 2. 판단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식칼로 B의 복부를 베어 상해를 가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B의 진술과 복부 사진이 있다. B은 자신이 식칼을 가져와 팔을 그으면서 죽을 것이라고 하자, 피고인이 칼을 빼앗아 피고인의 목을 그은 다음, B의 배를 칼로 긋고 다시 피고인 자신의 복부를 찌르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거나(수사기관 진술), B이 식칼을 가져와 팔을 긋자 피고인이 칼을 빼앗아 피고인의 목을 긋고 배를 그은 다음, B의 배를 그었다고 진술하였다(이 법정에서의 진술). 그리고 B의 우측 배 부위에는 6cm 가량의 칼로 그은 상처가 있다(피해자 복부 사진, 증거기록 47면). 이러한 B의 진술 및 사진에 의하면 피고인이 B의 복부를 칼로 그은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면이 있기는 하다. 2) 그러나 피고인은 칼로 자신의 목과 배를 그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B의 배를 그은 사실은 없다고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바 피고인이 B의 배를 칼로 그었다는 B의 진술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B에게 칼로 상해를 가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① B과 피고인의 일치된 진술에 의하면, B이 먼저 식칼을 가지고 왔고 스스로 손목 부위를 2차례 그어 죽을 것이라면서 자해를 하였으며 피고인은 B으로부터 식칼을 빼앗아 자신의 목과 복부를 그어 자해하였다는 것이다. 화가 나서 식칼을 먼저 꺼내 온 사람은 피고인이 아닌 B이었고, B은 팔 부위에 자해를 하며 죽겠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는바, 그렇다면 B의 복부 부위 상처도 B의 자해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자해하려는 B으로부터 칼을 기껏 빼앗아 놓고서 피고인이 다시 B의 복부를 칼로 그었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소에 일정 부분 납득이 가는 면이 있다. ② B의 증언과 같이 B과 피고인이 마주 보는 상태에서 B이 피고인에게 대항하는 가운데 피고인이 칼로 B의 복부를 그은 것이었다면 상처가 비교적 깊게 남았을 여지가높다고 보인다. 그런데 복부 사진이나 B의 진술에 의하면, B 의 배 부위 상처는 칼에긁혀 피가 조금 묻어나오는 정도로 상해의 정도가 그다지 심하지는 않았고 B은 별다른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았다(증거기록 31~33, 47면 및 증인신문 녹취서 12면). 이러한 B의 배 부위 상처의 양상이나 정도를 보면 맞은 편에 선 피고인이 칼을 휘둘러 베인것이라고 단정하기 곤란하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해흔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B은 수사기관에서 상처에 대하여 B이 필사적으로 막아서 그 정도에 그쳤다고 진술하였고, 법정에서는 피고인의 손을 잡고 칼을 빼앗으려고 했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이 B이 칼을 쥔 피고인을 막으려고 하였다면 B의 손에도 어느 정도 상처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사건 직후 피해부위를 여러 장 촬영하였는데도 B의 손 부위 피해사진은 없고 B도 당시 손에 좌상을 입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③ B은 당시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그 위로 칼을 그었으나 옷은 찢어지지 않았고 배에만 상처가 났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2면 및 증인신문 녹취서11면). 피고인이 B 의 복부를 칼로 6cm 가량 그어 피가 났는데 옷은 찢어지지 않은 채배에만 상처가 남았다는 B의 진술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반면 오른손잡이인 B이 오른쪽 손으로 칼을 잡고서 입고 있던 잠옷을 걷어 올린 채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 맨살 부분을 살짝 그었다면, 옷은 그대로인 채 배에만 비교적 경미한 상처가 남은 결과가 보다 자연스럽게 이해된다(피고인이 B의 옷을 올린 다음 상해를 가하였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흥분하여 싸우면서 피고인이 B의 옷을 구태여 걷어 올린 후 배를칼로 그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④ B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칼을 어떻게 잡고 그었는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당시 B과 피고인은 밤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셨고 서로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칼까지 가지고 나와 싸우게 되었는바,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보면 B이 배 부위에 상처가 난 경위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
4. 결론
특수상해 사건은 당사자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고 현장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피고인 혼자서 자신의 억울함을 효과적으로 소명하는 데는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상처의 원인, 진술의 신빙성, 객관적 정황 등 다양한 법적 쟁점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재판부에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해서는 형사전문 변호사의 체계적인 조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는 상황에 처하였다면, 즉시 형사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