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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출신 송파 형사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아동·청소년 강간 무죄 판결 이끈 핵심 법리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피의자가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아 법리적 접근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아동·청소년 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강간죄 성립요건과 증명력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검사출신 재산범죄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1. 아동·청소년 강간죄란 무엇인가

법률상 구성요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사람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강간ㆍ강제추행 등)
①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ㆍ청소년을 강간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2023.4.11>

여기서 아동·청소년이란 19세 미만의 자를 의미하며, 가해자가 피해자가 19세 미만임을 인식하고 있어야 해당 죄가 성립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실제로 19세 미만이더라도 가해자가 그 사실을 몰랐다면 이 법률의 적용이 어려워집니다.

폭행·협박의 정도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신체 접촉이나 가벼운 제지 행위만으로는 부족하고,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폭행·협박의 정도는 행사된 유형력의 내용과 강도뿐만 아니라,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당시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다소 저항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강간죄의 폭행·협박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2. 형사 재판에서 증명력 판단의 원칙

검사의 입증 책임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유죄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에 의하여야 합니다.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비록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형사법의 대원칙으로서, 증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기준입니다.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만, 이것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직접증거로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됩니다.

즉, 피해자 진술이라 하더라도 일관성이 부족하거나 객관적 정황과 배치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3.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영상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만 18세 피해자와 처음으로 직접 만나 피고인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그 이후 복층 침대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졌습니다.

피해자는 성관계 직후 경찰에 강간 피해를 신고하였고, 피고인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며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문제

항소심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여러 핵심적인 부분에서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을 찾아간 경위, 침대에 올라오게 된 경위, 브래지어를 벗긴 방법, 성관계 당시 피해자의 저항 내용, 성관계 직후 몸싸움 상황 등에 관한 진술이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 법정 진술 사이에서 서로 달랐습니다.

당심 전문심리위원도 성관계 당시에 대한 진술에 있어 일관성과 구체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폭행·협박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판단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자체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하였다는 진술, 피고인에게 ‘느낌도 없으니까 빼’라고 말하였다는 진술, 그리고 성관계 직후 오히려 피해자가 피고인을 제압하고 피고인의 지갑과 휴대폰을 챙겨두는 등의 행동을 한 점은 강간죄의 폭행·협박 요건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합니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의 질내사정으로 인한 임신 불안감에서 허위 또는 과장하여 신고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 연령 인식 여부에 대한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19세 미만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로 연락하던 시기는 이 사건 범행일로부터 2~3년 전이었고,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모친과 함께 술을 마셨으며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매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항소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수원고등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폭행·협박을 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가 19세 미만이라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신빙성이 없는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3년 등)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E(가명, 여, <출생년도>생, 사건 당시 만 18세)와 'F'라는 영상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1. 9. 4. 01:20경부터 같은 날 04:49경까지 사이에 <주소>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신 후 피해자가 그곳 복층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하자 같이 자려고 침대 위에 올라가려고 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발로 차며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였음에도 침대 위에 올라간 다음 갑자기 피해자의 브래지어를 벗기고 입으로 피해자의 목과 가슴을 핥았으며, 피해자가 '하지마라'고 말하며 피고인을 밀치며 거부하였음에도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려고 하였고, 피해자가 다리 사이로 한 손을 넣어 바지가 내려가지 못하게 막자 그 손을 밀친 다음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벗기고, 피해자가 손으로 음부를 막자 그 손을 밀친 다음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하였고, 피해자가 '제발 하지마'라고 말하며 거부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손으로 피해자의 양 손목을 잡고 피해자의 가슴 쪽에 붙인 다음 피고인의 얼굴을 피해자의 손 위에 묻고 힘껏 눌러 반항하지 못하도록 한 다음 계속하여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관련 법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가 19세 미만인 사실을 인식하였으며, 피해자와 성관계 당시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강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1)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당시 상황,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기 위하여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일관하여 진술하고 있고, 경험칙에 비추어 그 진술 내용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더욱이 기록상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특별한 이유나 동기를 찾을 수 없다.
2) 피해자가 사건 당시 옷을 벗기기 쉬운 고무줄로 된 긴 바지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증거기록 1권 6면), 피해로 인하여 몸에 남은 상해 사진, 합의에 의하여 한 성관계가 아니라는 취지로 말하는 대화 녹취록, 112에 신고한 내용 등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증거도 존재한다.
3) 피고인은 "피해자가 (합의하에 한) 성관계 이후 갑자기 돌변하면서 피고인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힘을 쓰며 제압하였고, 피해자의 신체적인 조건이나 운동 능력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성관계에 이르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이전에 6~7년간 복싱을 배운 사실이 있고 키 173cm, 몸무게 92~98kg면 정도로 신체 조건이 좋은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 역시 피해자와 체격이 비슷하거나 건장한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1권 30~31면, 2권 70면), 피해자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복싱을 배운 것일 뿐 평소 상대방을 제압하는 데 복싱기술 등을 실질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병명>을 앓아 복싱을 그만둔 적도 있었던 점,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에는 술에 많이 취하여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였으나 피해 이후에는 극도로 흥분하여 피고인에게 폭행을 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강제로 성관계를 한 직후 당시 상황을 따지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폭력을 일부 행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성관계 이전에 피해자에게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과 반대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합리성이 없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특히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유일한 경우,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터 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참조).
한편 강간죄에 있어서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도1253 판결 등 참조).
2) 인정 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해자는 채팅앱 'F'를 통해 약 3~4년 전 피고인과 알게 된 이후 약 2~3년 정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이후 연락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전날인 2021. 9. 3. 저녁 무렵 피해자의 모친과 소주 1~2병 정도를 나누어 먹던 중 약 1년 만에 피고인에게 연락을 하였고, 2021. 9. 4. 01:20경 피고인으로부터 피고인의 집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피고인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실제로 만난 것은 이 사건 당일이 처음이다.
나) 피해자는 택시를 타고 피고인의 집 근처에 내렸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타고 온 택시비를 결제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함께 편의점에 들려 피해자의 담배를 사고 피고인의 집에 함께 들어갔다.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은 소주를 마셨고, 피해자는 소주와 맥주(소맥)를 마셨다. 피고인의 집은 복층인데, 피고인과 피해자는 함께 술을 마신 이후 2층에 있는 침대 위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성관계가 이루어졌다.
다) 성관계 직후 피해자는 화장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물로 질 내부를 세척하였다. 이후 피고인이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피해자는 2021. 9. 4. 04:49:11경 경찰에 "아는 오빠가 저를 강간했어요. 아무도 모르게 부탁드립니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안에 쌌어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바로 와주세요. 저 19살이에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신고하였다(증거기록 1권 35면, 2권 13면). 피해자는 신고 이후 피고인이 도망가지 못하게 피고인을 손으로 잡는 등 피고인과 몸싸움을 하였다.
라) 피해자는 성관계 직후 피고인과의 대화를 녹음하였는데, 녹취록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증거기록 1권 50~52면).
마)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직후인 2021. 9. 4. 07:33경 및 같은 날 14:30경, 2021. 9. 7. 12:56경 자신의 몸에 남은 상처를 촬영하였는데, 그 사진에 의하면 피해자의 손가락과 무릎에 멍이 들어있는 것이 확인된다(증거기록 2권 147~149면).
3) 검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인정할 직접증거로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유일하다. 그런데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는 피고인을 찾아간 경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 그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행동 등에 관하여 일관성 있는 진술을 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을 찾아간 경위에 관하여,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정말 피고인의 집에 가고 싶지 않아서 거절하였는데 피고인이 계속해서 오라고 해서 억지로 피고인의 집에 가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1권 17면, 공판기록 64면), 이 사건 전에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피고인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피고인의 집에 갔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실제로 피고인은 피해자를 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떠한 협박성 발언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인과 피해자의 공통된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내가 90kg인데 괜찮냐?'는 질문을 하여고, 이에 피고인은 괜찮다고 대답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권 20면, 2권 96면).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과 술을 마신 이후 피해자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피고인의 집에서 자게 된 경위에 관하여 '택시요금이 없었고, 피고인이 돈을 빌려주지 않아서 피해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주장하나, 피해자의 모친이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간 것을 알고 있고 이에 대하여 크게 화까지 냈던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로서는 마음만 먹었다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서 피해자의 모친에게 택시비의 지급을 부탁할 수 있었을 것으로도 보인다.
(2) 성관계 직전 상황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스스로 가디건을 벗고 브래지어만 입고 침대에 누웠다. 피해자는 가디건을 벗었던 상황에 관하여, 경찰에서는 가디건을 벗을 때 피고인과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반면(증거기록 2권 75면) 검찰에서는 피고인에게 '보지 말라'고 말하면서 가디건을 벗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24면).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가 누워 있던 침대에 올라오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경찰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아무것도 안 할 거니까 옆에 와서 자던가'라고 말을 해서 피고인이 침대로 오게 되었다고 진술한 반면(증거기록 2권 53면) 검찰에서는 피고인이 계속 침대로 올라오려고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하였더니 침대에 올라왔다고 진술하고(증거기록 1권 24면), 원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계속 올라오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올라오지 말라고도 해보고, 베개도 던지고, 발로도 찼어요. 욕도 하고. 그런데 (피고인이) 자기 침대에 자기가 못 올라가냐고 올라왔어요."라고 진술하였는바(공판기록 62면), 이처럼 성관계 직전의 구체적인 정황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지 않다.
(3) 성관계 당시 피고인이 어떻게 브래지어를 벗겼냐는 질문에 대하여, 피해자는 경찰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옆쪽에 앉아서 한 손으로 풀었다고 진술한 반면(증거기록 2권 58면), 검찰에서는 '목 부분을 입으로 애무하면서 훅을 벗겼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양손으로 안았고 등 뒤에서 브래지어의 훅을 열었던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27면). 또한, 피고인의 성기 삽입 이후 피고인을 막기 위한 피해자의 유형력 행사에 관하여도, 피해자는 경찰에서는 피고인을 주먹으로 때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반면(증거기록 2권 63면), 검찰에서는 피고인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을 말렸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29면).
(4) 성관계 직후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몸싸움에 관하여, 피해자는 경찰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몸 위로 올라가서 피고인을 제압하였다고 진술한 반면(증거기록 2권 59면), 검찰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제압한 적이 없고, 피고인을 엎어치기 하거나 피고인을 몸 위에서 누르거나 포박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36면).
(5) 피해자는 자신의 왼손에 상처가 생기게 된 경위에 관하여, 이 사건 범행 직후 출동한 경찰관에게 '실랑이 과정에서 왼쪽 손에 일부 상처가 생겼으나 어떻게 생겼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2권 20면),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브래지어를 벗기는 과정에서 손도 찢어져 왼손에 상처가 생겼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진술을 변경하였다(증거기록 2권 58면).
(6)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모친이 전화통화를 하였던 사실에 대하여 진술하지 아니하였다가, 검찰 조사에서 처음으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모친이 전화통화를 하였던 사실에 대하여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모친 H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장모님 안녕하세요. 제가 피해자를 키워서 결혼하겠습니다. 제가 피해자를 데리고 살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는 것인데(증거기록 1권 41면), 전화통화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이였음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말하였다는 피해자 모친 H의 진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7) 당심 전문심리위원은 피해자에 대한 경찰, 검찰 진술조서,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등을 토대로 "피해자는 전체적인 진술에서는 일관되게 구체적이지만, 성관계 당시에 대한 진술에 대해서는 일관성과 구체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이러한 일관성과 구체성의 부족이 피해자가 허위로 진술했다는 것을 입증하지는 않지만, 피해자 진술분석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고, 피해자의 동기에 대한 경험칙과 상식에 기반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나)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는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았을 때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입장에서 피해자가 상의(가디건)를 벗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고 생각되나요."라는 질문에 "걍.. 그 사람 입장에서는 먹어달라는 건가 이 생각이 들었을 거 같은데 제 입장에서는 아니었거든요."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권 76면), 피고인이 계속해서 침대에 올라오려고 하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하였더니 피고인이 침대에 올라왔으며(증거기록 1권 24면), 피고인이 가슴 애무를 할 당시에 "그냥 무서웠는데 걍 이러다 말겠지하고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 57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 도중 피해자가 '오빠 느낌이 나지 않으면 그만해도 괜찮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권 96면), 피해자도 성관계 당시 피고인에게 '느낌도 없으니까 빼'라고 이야기한 것은 맞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34면). 이러한 성관계 당시의 상황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피해자가 성범죄에 대응하는 것이 미숙한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이 폭행, 협박으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성관계를 하였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들게 한다.
(2) 성관계 이후 피해자의 행동을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공포나 억압을 느꼈다면 행할 수 없었던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성관계 이후 피고인과 말싸움을 하다가 피고인을 발로 찼고, 피고인을 공기청정기에 부딪히게 하여 피고인은 찰과상을 입기도 하였다(증거기록 2권 60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직후 피고인의 집에서 도망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고인이 도망치는 것을 우려하여 피고인의 지갑과 핸드폰을 따로 챙겨두기도 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성관계 직후에 수치스러워서 죽고 싶었다고 진술하면서도, 경찰에 신고한 이후에도 옷을 벗고 있는 상태였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옷을 입으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68면).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가 112에 전화를 걸었을 때 피해자로부터 포박되어 있다며 피고인의 집 주소를 말하며 빨리 와달라고 말하기도 하였고(공판기록 67면, 증거기록 2권 97면), 경찰에게 '이 여자가 저를 죽이려고 해요'라고 말하기까지 하였다(증거기록 1권 30면).
다) 피해자의 허위 진술 동기 및 가능성에 관하여 본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성관계 이후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고인을 폭행하고 피고인의 휴대폰 등을 챙겨두기까지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성관계 직후 음부와 질 내부를 바로 씻었던 점(증거기록 2권 20면), 112 신고 당시부터 '(피고인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안에 쌌어요'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권 13면), 성관계 당시 피고인이 질내사정을 하자 이에 대해 피해자가 심하게 화를 내며 임신이 되면 어떻게 하냐고 피고인에게 항의한 점(증거기록 1권 34면, 증거기록 2권 56면)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의 질내사정으로 임신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무책임한 피고인의 태도를 보고 화가 나서 허위 내지 과장하여 신고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라)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19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은 과거 피해자가 중학생일 때 피해자의 고등학교 진학 문제를 상담하여 준 경험이 있고(공판기록 27면, 증거기록 2권 100면), 피해자는 경찰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자신이 이 사건 당시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가 메신저로 주로 연락하던 시기는 이 사건 범행일로부터 2~3년 전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의 나이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피고인 역시 이 사건으로 경찰지구대에 도착한 이후에야 피해자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2권 100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인 2021. 9.경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이 사건 당일에도 피해자의 모친과 함께 술을 먹었던 상태에서 피고인의 집에 찾아왔으며, 함께 편의점에 들려 담배를 구매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19세 미만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4. 결론

아동·청소년 강간 혐의와 같이 중대한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가 혼자 대응하는 경우,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을 하거나 핵심 법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억울한 유죄 판결을 받을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이 사건에서처럼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문제, 폭행·협박 요건의 충족 여부, 피해자 연령에 대한 인식 여부 등 복잡한 법리적 쟁점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효과적으로 반박하기 위해서는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즉시 형사전문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검사출신 변호사 - 사기죄전문변호사,횡령죄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