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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출신 송파 형사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아동·청소년 준강간 고의 없어 무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로, 최근 들어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동·청소년 준강간 혐의에서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된 실제 사례를 통해 준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검사출신 재산범죄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1. 아동·청소년 준강간죄란 무엇인가

준강간죄의 기본 구조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죄는 정신적·신체적 이유로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려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12.18>

여기서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하지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성인이 아닌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하는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4항에 따라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강간ㆍ강제추행 등)
④ 아동ㆍ청소년에 대하여 「형법」 제299조의 죄를 범한 자는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른다.

처벌 수위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299조는 준강간죄를 강간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12.18>

따라서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일반 준강간죄보다 훨씬 중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적용 법률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2. 준강간죄 성립을 위한 핵심 요건, ‘고의’

고의의 의미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는 내면의 의사, 즉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피고인이 이러한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 자체를 직접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적인 사실이나 정황을 통해 증명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때 어떤 사실이 관련성 있는 정황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과 합리적인 분석에 바탕을 두어 판단해야 합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직접증거가 사실상 피해자 진술뿐인 경우, 그 진술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살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그리고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처럼 피해자 진술에 대한 신빙성 심사는 준강간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적인 판단 과정입니다.

동의와 고의의 관계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의 동의는 ‘다른 사람의 행위를 승인하거나 시인하는 것’을 의미하며, 피해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사전에 특정 행위를 승인하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인이 그 승인을 합리적으로 인식하였다면,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 인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결국 동의 여부와 그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은 준강간죄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쟁점입니다.

3. 실제 판례 사안: 준강간 혐의를 받은 19세 피고인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19세 대학생으로, SNS를 통해 알게 된 16세 피해자와 수차례 만나 교류하던 사이였습니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피고인에게 자신의 자취방에서 자고 가라고 먼저 제안하였고, 피해자의 집에 도착한 이후 피고인이 성관계를 요구하자 피해자는 집에 있던 콘돔을 피고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이 그 콘돔을 가위로 잘라 훼손하자 피해자는 “이제 관계 안 하는 거다.”라고 말하였고, 이후 피해자는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 채 침대에 누워 피고인과 20~30분간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들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간음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였지만, 피해자가 잠들기 전 대화 중에 자는 동안의 성관계를 기대한다는 취지의 말, 즉 이른바 ‘잠따’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 행위를 사전에 승인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든 상태에서 성행위를 하던 도중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말하자 즉시 행위를 멈추었다고도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사건 당일 오후 피해자와 주고받은 인스타그램 메시지 내용에 의해 간접적으로 뒷받침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 여러 가지 신빙성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선 피해자의 법정 진술 일부가 고소장의 기재 내용과 일치하지 않았고, 콘돔을 건네준 행위는 콘돔을 사용한 성관계에 대한 명백한 동의로 볼 수 있는데도 피해자가 이를 부인하는 진술을 한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이 사건 이전에 미성년자로서 성인 남성과 성관계 후 위자료 명목의 금전을 지급받은 경험이 있고, 사건 전 SNS에 이른바 ‘지뢰계 놀이’를 언급하는 글을 게시한 점, 사건 이후 합의금을 요구하는 SNS 게시글을 올린 점 등이 허위 진술의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준강간 고의에 대한 최종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자는 동안의 성관계를 기대한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그 행위를 사전에 승인받았다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을 떠난 직후 “어제 재밌었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점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식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고려되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
피고인과 피해자 B(여, 16세)는 SNS ‘X(舊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4. 5. 3. 오전경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248에 있는 만석공원에서 피해자를 만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같은 날 22:30경 피해자와 함께 서울 관악구 C에 있는 피해자의 집으로 이동하였다.
피고인은 2024. 5. 4. 00:00경 위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와 이야기를 하다가, 피해자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잠이 들자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손으로 피해자가 입고 있던 반바지와 팬티를 벗긴 다음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음부를 비벼 만지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인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1)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를 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것이며 우리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이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한 것의 의미는, 법관은 검사가 제출하여 공판절차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고,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을 가지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2)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유일한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또는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0728 판결,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도11185 판결 등 참조).
3)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간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참조).
4)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할 때에는 보통 그 의미를 ‘다른 사람의 행위를 승인하거나 시인’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피해자에게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의 동의가 있다는 이유로 범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이유는 그러한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참조).
5)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의 방법이 아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행위를 강간죄에 준하여 처벌하고 있으므로,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인정 사실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사건 당시 19세의 대학생이고, 피해자는 16세의 미성년 여성이다.
2) 피해자는 2021년경 중학교를 자퇴하고 2023. 12.경까지 포항시 북구 소재 부모님의 집에서 거주하며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미대 입시를 준비하다가 2024. 1. 4.경 서울 관악구 C 소재 원룸으로 혼자 이사하여 자취하면서 인근에 있는 미술학원을 다녔다.
3)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4. 4.경 SNS ‘X(변경 전 트위터)’를 통해 서로 알게 된 뒤 연락을 주고받았고, 2024. 4. 16. 처음 만난 것을 포함하여 이 사건 이전까지 약 3회 직접 만나 공통 관심사인 스케이트보드를 함께 타거나 식사를 하며 어울렸다.
4) 피고인은 2024. 5. 3. 오전경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248에 있는 만석공원에서 피해자를 만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함께 놀다가 같은 날 19:00경 식사를 하던 중 피해자로부터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같은 날 22:30~23:00경 피해자의 위 주거지로 함께 이동하였다.
5) 피고인과 피해자는 피해자의 주거지에 도착한 다음 순차로 샤워를 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였다.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주거지에 있던 콘돔 1개를 건네주었는데, 피고인은 콘돔을 가위로 잘라 훼손하였다.
6) 피해자는 2024. 5. 4. 00:00경 피고인과 대화를 하던 중, 정신과 약물(항우울제 및 신경안정제)을 복용하고 침대에 엎드려 누워 휴대전화를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침대 위 피해자 옆에 누운 다음 피해자에게 다가가 뒷목을 잡고 3~4회에 걸쳐 키스를 시도하였다. 그때마다 피해자는 고개를 피하는 식으로 피고인의 키스 시도를 거부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침대 바깥쪽에 천장을 바라보고 똑바로 누운 상태로 그 옆 침대 안쪽에 마찬가지로 누워있던 피고인과 약 20~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었다.
7) 피고인은 잠든 피해자의 속옷을 벗기고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
8) 피해자는 2024. 5. 4. 10:00~11:00경 깨어나 피고인과 함께 배달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하던 중 피고인에게 “혹시 내가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라고 물었고,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했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식사를 마치고 피해자의 주거지를 떠났다.
9) 피해자는 같은 날 오후경 피고인에게 인스타그램 DM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던 중 당일 새벽 피해자가 자고 있을 때 피고인이 왜 자신에게 성행위를 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행위를 하였는지 등을 추궁하였다.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구체적인 메시지 내역은 별지 기재와 같다.
10) 피해자는 다음날인 2024. 5. 5. 산부인과를 찾아가 급성 질염을 진단받고,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았다.
11) 피해자는 이후 모친을 통해 법무법인 ○○을 대리인으로 선임하였고, 위 법무법인의 담당변호사는 2024. 5. 13. 피고인에게 고소를 진행하지 않을 것(처벌불원서 및 합의서 작성)을 전제로 합의금 5,0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12) 피고인은 피해자 측의 위와 같은 합의금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위 대리인은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모친 E을 대리하여 2024. 6. 18. 경찰에 이 사건 고소를 제기하였다.
다.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이유죄로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 즉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피해자의 음부에 자신의 성기를 삽입하여 간음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먼저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고 제안하여 피해자의 집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피해자가 콘돔을 건네주는 등으로 성관계에 대해 사전에 합의하였으며, 이후 피해자가 약을 먹고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잠따(자는 동안 간음을 당한다는 의미)’를 언급하면서 내심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가 사전에 피고인에게 ‘자는 도중의 성관계’를 승인한 이상 피고인의 행위는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더러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의 경찰 및 법정진술, 피해자와 피고인이 사건 당일 오후에 주고받은 인스타그램 DM 메시지 내역 등이 있다. 그런데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는 동안의 성적 행위’를 사전에 승인하였다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의심을 배척하기에 부족하다. 피고인에게 성행위에 대한 사전 동의 의사를 표시한 바 없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다는 인식과 의사, 즉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피해자의 진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
가) 피해자의 경찰 및 법정진술 중 일부가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E이 제출한 고소장의 기재와 일치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콘돔을 주었는데 피고인이 이를 가위로 잘랐고, 이에 성관계를 하지 않기로 하였는데, 피고인이 느닷없이 피해자에게 키스를 시도하여 피해자가 거부하였으며,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할 뻔하자 무시를 당하였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불쾌하고 화가 나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평소 복용하던 정신건강의학과 처방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이내 깊은 숙면 상태에 빠졌다.’라는 내용의 기재가 있다. 이는 피해자의 진술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콘돔을 훼손한 이후 성관계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진술하면서도 그 이후 상황에 대하여 피해자가 약을 복용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자 피고인도 그 옆에 함께 누워 피해자에게 키스를 시도하였으나 거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키스 시도 이후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약을 복용하였다는 고소장의 기재 부분과 들어맞지 않는다.
나) 피해자의 진술 가운데 객관적인 정황과 모순되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 피해자는 피고인을 자신의 자취방에 불러들이면서도 성관계할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2024. 5. 3. 저녁경 피고인에게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갈 것을 제안하여 피고인과 함께 자신의 자취방에 도착한 다음 각자 샤워를 하였고,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자 피고인에게 집에 있던 콘돔을 건네주었다. 피해자는 이에 대해 피고인이 성관계를 집요하게 요구하여 콘돔 없이 관계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콘돔을 주었다고 하나, 당시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협한 바도 없었고, 단지 성관계만 요구하였을 뿐이었으므로, 만약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할 의사가 없었다면 피고인에게 귀가를 요구하여 내보내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퇴거를 요구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성관계에 사용할 콘돔을 건네주었다. 이는 콘돔을 사용한 성관계에 대한 명백한 동의의 의사표시로 봄이 타당하다.
○ 피해자는 줄곧 피고인이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성관계를 하는 상황이 염려되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해자가 잠들기 전 상황은 피고인이 이미 피해자가 건넨 콘돔을 훼손한 뒤였고, 피해자가 졸음 성분이 든 약물을 복용하고 잠드는 동안 피고인이 같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이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채로 잠들어 저항할 수 없는 피해자를 간음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강하게 느꼈을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피해자는 피고인이 콘돔이 없으면 성관계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하에 졸음 성분이 든 약물을 복용하고 피고인 옆에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있다가 잠들었다는 것인바, 위와 같은 피해자의 행동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사건 당일 오전경 아침 식사를 하던 중 피고인에게 자신이 잠든 동안 성행위를 하였냐고 물어본 이유에 관하여 “(피고인이) 전날 성관계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키스하려고 했으니까 물어보았다.”, “낌새나 이상한 느낌이 든 것은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해봤는데 갑자기 성관계 했었다고 이야기했다.”라고 진술하였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이 잠든 사이에 피고인이 얼마든지 자신을 상대로 성적 행위를 할 수 있음을 예상하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다)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처음부터 피고인의 성적 행위를 유도한 다음 이를 빌미로 형사합의금을 요구할 계획으로 피고인을 집으로 불러들였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에 해당한다.
○ 피해자가 수차례 피고인에게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갈 것을 제안한 사실
피해자는 2024. 4.경 SNS X를 통해 알게 된 피고인과 불과 두세 번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당일 이전에도 피고인에게 “그럼 (술) 먹고 자고 가.”, “보라매갔다가 술 조지고 자면 되겠당.”, “자고 갈래?”, “나 혼자사니께 상관 없지 뭐할 것도 아닌데…”, “토욜에 우리집 올겨?”, “라면먹고갈래? 이지랄”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보내는 등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혼자 자취하는 주거지에서 자고 가라고 수차례 권유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전날에도 피고인에게 먼저 “늦었으니까 집에서 자고 갈래?”라고 말하였다.
피해자는 2024. 1.경부터 위 주거지에서 자취를 시작하였고, 이 사건 이전에 서울에서 만난 남자친구 F 및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의 성인 남성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도 2024. 4.경 피해자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남자친구와 연애 중에 성명불상의 성인 남성과 성관계한 사실을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한편 피해자는 이 사건 이전에 피고인에게 “고백하면 받기야 하겠지. 나를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이는 사람인데.”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비록 피해자가 사건 당시 16세의 미성년자였기는 하나, 이미 성경험이 있는 피해자가 자신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갖고 있는 피고인에게 혼자 자취하는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는 등의 권유를 한 것은, 피고인 입장에서 자신의 집에서 성관계를 갖자는 암묵적인 제안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합의금 요구
피해자는 이 사건 피해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렸다고 하면서도, 정작 어머니, 아버지를 믿지 못하여 본인이 직접 변호사를 알아보았고, 수임료만 부모님에게서 지원받은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226쪽). 이후 피해자는 피고인을 형사고소하기 이전에 직접 변호인을 선임한 다음 변호인을 통해 피고인에게 고소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5,00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였고(증거기록 152~156쪽), 이후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이 사건 고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고소에 앞서 변호사를 선임하여 피고인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한 것은 일반적인 준강간 피해자의 사후 대처로 보기에 이례적인 측면이 있다.
한편 피해자는 2024. 6. 21.부터 2024. 6. 27.까지 종래 피해자가 서울에 상경한 이후 다니던 D병원(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한 사실이 있다. 그런데 피해자가 입원한 시점은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 감정이 가장 컸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 사건 발생일 직후가 아니라 앞서 본 피고인 측과의 합의가 결렬되어 이 사건 고소를 제기한 직후였다.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병원 입원은 피고인의 범행에 따른 피해감정의 발로가 아니라 이 사건 고소를 대비한 의식적인 조처일 가능성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
○ 피해자의 과거 행적 및 사건 전후 SNS 게시글
피해자는 2024. 1.경 서울 관악구 G 소재 주거지에서 자취를 시작한 이후 이 사건이 있기 이전에 SNS X로 연락하여 알게 된 성명불상의 성인 남성과 위 주거지에서 1회 성관계를 한 일이 있었고, 그 일을 알게 된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성인 남성으로부터 위자료 명목으로 100만 원의 돈을 지급받은 일이 있었다고 진술하였다(피고인 역시 피해자에게 성인 남성과의 성관계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하라고 조언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피해자의 사적인 비밀을 전해 들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미성년자인 자신이 성인 남성과 성관계를 할 경우 이를 빌미로 해당 남성에게 돈을 요구하여 이를 지급받을 수 있음을 자신의 남자친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는 이 사건 이전인 2024. 4. 8. SNS X에 “지뢰계 놀이 하고 싶다. 나도 경의선 가서 틱톡 찍고 싶다.”라는 글을 게시한 적이 있다(증거기록 157쪽). 여기서 ‘지뢰계’란 일본에서 유래한 패션 신조어로서 ‘밟으면 터지는 지뢰 같은 여자’라는 의미인데, 예쁜 겉모습과 달리 정신상태가 불안해 조심해야 하는 여자를 뜻하기도 한다. 한편 ‘지뢰계 놀이’는 우리나라에서 거리에서 노숙하면서 성인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 등을 하여 돈을 버는 가출 청소년의 문화 및 더 나아가 미성년자가 성관계 이후에 성인을 상대로 약점을 잡아 금품을 요구하여 받아내는 행위를 가리키는 은어로 사용되기도 한다(증거기록 167~173쪽). 만약 피해자가 위와 같은 뜻으로 ‘지뢰계 놀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라면 피해자가 처음부터 성인 남성인 피고인에게 성관계 이후 이를 빌미로 금품을 요구할 계획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피해자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피고인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이후 자신의 SNS X 계정을 통해 2024. 5. 15. ‘꽤나 급해보이는 통장잔고’, 2024. 5. 24. ‘생각보다 일이 빨리 해결돼서 기부니가 좋아요’, ‘돌아온 이유(=합의함)’, 2024. 5. 31. ‘(상략) 합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 씨발’ 등의 글을 게시하였다. 이는 피해자가 이 사건 이후 피고인으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는 데 주안을 두었다고 의심되는 정황이다.
2) 위와 같이 신빙성이 의심되는 피해자의 진술 및 사건 당일 피해자와 피고인이 주고받은 인스타그램 DM 메시지 내역만으로는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로 피해자를 간음했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된다고 보기 부족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해자는 피고인이 성관계를 요구하자 자신의 주거지에 있던 콘돔을 건네준 바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는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콘돔을 사용한’ 성관계에 동의하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위와 같이 건네받은 콘돔을 성관계를 하지 않을 의사로 가위로 잘라 훼손하였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그러면 이제 우리 관계 안하는 거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콘돔을 훼손함에 따라 ‘콘돔을 사용한 성관계’에 대한 사전 동의를 철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종전 피해자의 사전 성관계에 대한 동의가 피해자가 정신과약을 복용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및 잠든 이후까지 계속 유지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나) 그러나 이후 피해자가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침대에 누운 상태로 피고인과 20~30분간 대화를 나누었을 당시 피해자가 앞서 철회한 성관계에 대한 동의 의사와 별도로 ‘자는 동안의 성행위’에 대한 동의 의사를 표시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따(자는 동안 간음을 당한다는 뜻의 은어)’를 언급하면서 “내심 기대한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고, 따라서 피해자가 자는 동안의 성관계에 사전 동의하였다고 인식하였다고 변소하고 있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사건 당일 오후경 주고받은 인스타그램 DM 메시지 중 “너가 내심 기대 중이라는 한 말에 내가 너무 맘을 놓았나봐.”라는 대목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뒷받침된다.
○ 피고인이 피해자가 졸음을 유발하는 성분이 든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동안 피해자의 옆에 누워 서너 차례 키스를 시도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피하는 기색을 보인 사실, 피해자가 사건 당일 오후경 앞서 본 인스타그램 DM으로 “내가 오빠 키스하려고 할 때 피했잖아. 그게 기대하는 걸로 보였어?”라고 묻자, 피고인이 “아니.. 안 그럴게.”라고 답변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가 처음부터 피고인의 성적 행위를 유도하여 이를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할 계획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피해자가 ‘깨어 있는 동안의’ 피고인의 스킨십 시도를 피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그와 동시에 피고인에게 깨어있는 동안이 아니라 피해자가 ‘자는 동안의 성관계’, 이른바 ‘잠따’를 기대한다는 식으로 말함으로써 피고인으로 하여금 피해자가 잠든 동안 성적행위를 하도록 적극적으로 유인하였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피해자가 앞서 철회한 성관계에 대한 동의 의사와 별도로 피고인에게 자신이 잠든 이후에 간음 시도할 것을 사전에 승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 피해자는 ‘잠따’라는 용어의 의미는 알고 있지만, 그러한 저속한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정신과약을 먹고 피고인과 누워 있는 동안에는 일상적인 이야기만 하였을 뿐, 성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 부분 진술 역시 허위 진술일 가능성이 있다. 즉 실제로는 피해자가 정신과약을 복용한 이후 피고인에게 ‘잠따’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피고인에게 자신이 잠든 동안에 성관계를 기대한다는 말을 함으로써 피고인의 그러한 행위를 사전에 승인하는 의사를 표시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 피해자와 피고인이 사건 당일 오후경 보낸 인스타그램 DM 메시지 중 “나랑 사전에 합의하고 한 거였어?”라고 묻자, 피고인이 “아니야.”라고 답변한 내용, 피해자가 ‘손절할 잘못을 했다’라면서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는 내용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을 2023. 1. 16.부터 진료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작성한 진단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우울증으로 인해 자신의 상황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인식하거나 대인관계에서 자신감 부족으로 상대에게 과도하게 맞추어주고 자신의 잘못이 아닐 때에도 사과하는 경향이 있다(증거기록 219쪽).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로 보낸 메시지는 모두 ‘자는 동안의 성관계’에 대해 다짜고짜 따져 묻는 피해자의 태도를 마주한 피고인이 위와 같은 방어적인 정신적인 경향성으로 말미암아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미성년자인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였다는 점에서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일방적으로 사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한편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고인으로는 피해자가 ‘자는 동안의 성행위’에 대해 사전에 승인하였고, 그에 따라 실제로 피해자가 자는 동안 성행위를 한 사실이 있음에도 피해자의 물음이 ‘자는 동안 의식이 없는 자신에게 재차 (명시적인) 동의를 구하여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느냐’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피해자가 자는 동안의 명시적인 합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인스타그램 DM 메시지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는 동안의 성행위에 대한 사전 승인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이른바 ‘잠따’, 즉 자신이 잠든 동안의 피고인이 자신을 상대로 성행위할 것을 기대한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피해자가 자는 동안의 성관계를 승인하였다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오전경 아침 식사를 하면서 피고인에게 자신이 자는 동안 성관계가 있었는지 물었는데, 피고인이 그런 사실이 있다고 답변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이후 이 사건 당일 오후경 피해자의 집을 떠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 “B야 어제잼썼엉”, “열공”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한 메시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든 동안 시도한 성관계가 피해자의 사전 승인한 행위였음을 전제로 피해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발송한 것으로 이해되고, 피해자와 헤어질 때까지 나쁜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과도 부합한다.
○ 피고인은 잠든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하던 도중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얘기하여 행위를 멈추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오후경 피해자에게 보낸 인스타그램 DM 메시지의 내용 역시 위 주장과 들어맞는다. 이에 따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전에 자는 동안의 성관계를 승인하였음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다가 명시적으로 피해자가 거부의사, 즉 동의의 철회의사를 표시하자 행위를 도중에 중단한 것으로 이해되는데, 피고인이 실제로 성행위를 원치 않는 피해자를 상대로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 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잠든 동안의 성관계를 기대한다’라는 이야기를 하였더라도 이는 피해자가 그 이전에 피고인이 콘돔을 훼손하여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피고인의 키스 시도를 거부하는 등의 행동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자는 동안의 간음행위’에 대해 명백히 동의한 의사인지 보다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지적 수준, 이 사건 이전부터 피해자에게 느끼고 있던 호감, 당초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고 권유하였고, 콘돔을 주기도 한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스스로 성관계를 하지 않을 의사로 콘돔을 훼손했을 당시 피해자가 보인 성관계에 대한 동의 의사의 철회가 최종적인 결단은 아니고, 관계의 단계적 발전 양상에 따라 피해자가 다시금 잠든 동안의 성관계 방식을 승인하였다고 이해하고 이 사건 간음행위에 나아갔다고 볼 여지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설령 피해자의 외견상 모순되어 보이는 행태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피해자가 자는 동안의 성관계에 대한 진정한 사전 동의 의사를 표시한 것인지에 대해 다소 의문이 드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고인이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자신의 행위가 성관계에 대한 사전 동의 없는 피해자에 대한 준강간 행위라는 점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실제로는 자신이 잠든 동안 피고인이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할 계획이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이 보는 앞에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 다음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피고인의 스킨십 시도를 거부하면서도 ‘자는 동안의 성관계를 기대한다’라고 말하여 피해자가 잠든 사이 피고인으로 하여금 성적 시도를 하도록 유혹하거나 부추겼을 수 있다. 이처럼 피해자가 자신이 심신상실 상태에 있을 때 피고인의 간음행위를 내심으로 승인하고 있었다면, 그러한 내심의 의사가 어떤 형태로든 피고인에게 인식 가능한 형태로 표시되었을 개연성이 있고, 피고인으로서는 그러한 피해자의 의사를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3.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4. 결론

준강간 사건은 고의 인정 여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사전 동의 여부 등 복잡한 법적 쟁점이 얽혀 있기 때문에 당사자 혼자서 대응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유사한 판례 분석과 증거 검토를 통해 고의 부재 등 무죄에 유리한 사정을 효과적으로 법원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준강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신속하게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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